<김삼기의 시사펀치> 행정통합, ‘5극3특’ 전략의 첫 시험대

24일 법사위 결정이 던진 국가 공간 설계의 과제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과 재정을 어떻게 다시 나눌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다. 지난 12일 광주·전남, 대구·경북(TK),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 심사에 이어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겼다.

그러나 24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만 가결됐다. 같은 날 상정된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은 심사가 보류됐다. 같은 ‘행정통합’이지만 결과는 갈렸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TK 측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일부 경북 지역 인사들은 “왜 우리만 멈춰 서야 하느냐”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역시 유감을 표하며 균형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정 지역만 먼저 통과시키는 방식은 또 다른 지역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였다. 통합이 출발선부터 정치적 균열을 드러낸 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를 위한 공개 회담을 제안했다. 행정통합이 지역 현안을 넘어 중앙 정치의 힘겨루기 대상으로 번진 느낌이다. 통합이 행정 개편이 아니라 정당 간 영향력 배분의 문제로 변질될 위험도 함께 드러난 것이다.

설계의 과제를 표 계산의 문제로 축소하는 순간, 통합의 명분은 급격히 약해진다.


광주·전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세 지역의 통합 논의는 공통된 배경을 갖는다.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재정 압박이라는 구조적 위기다. 그러나 구조는 다르다. 광주·전남은 생활권과 경제권의 연계성이 비교적 분명하다. 대구·경북은 산업과 인프라의 전략적 결합이라는 명분이 강하다. 대전·충남은 과학·행정 기능과 제조·해양 산업을 결합해야 하는 또 다른 설계를 요구한다.

광주·전남의 경우 광주는 도시 역량과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고, 전남은 넓은 면적과 해양·농수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통합은 서남권 경제권 형성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그러나 도청과 시청 기능 배분, 재정 구조 조정, 공공기관 재배치라는 현실적 숙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권한을 어떻게 나누고 책임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선언은 쉬워도 권력 재배치는 어렵다.

대구·경북은 도시와 농촌, 산업과 자원의 결합이라는 전략적 그림을 그린다. 대구의 의료·교육·산업 인프라와 경북의 에너지·항만·농공 기반은 분명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경북 북부 지역에서 제기되는 우려도 현실이다.

통합이 곧 균형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심 도시로의 자원 집중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통합은 또 다른 쏠림을 만들 수 있다.

대전·충남도 다르지 않다. 대전은 연구개발과 행정 기능, 충남은 제조업과 해양산업을 갖고 있다. 통합은 과학·산업벨트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흡수 구조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세 지역 모두 통합은 단순한 외연 확장인가 아니면 권한과 재정을 재설계하는 구조 개편인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이번 24일 법사위 결정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광주·전남만 통과되고 TK와 대전·충남이 보류된 장면은 명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지역 균형을 말해 온 정치권이 실제 결정 과정에서도 그 원칙을 지켰는지 묻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광주·전남의 지역 통합은 됐지만, 국가 통합은 되지 않은 것이다.

광주·전남 특별법만 법사위를 통과하자, 다급해진 국민의힘 TK 의원들은 26일 2월 임시국회 내 특별법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모아 원내 지도부에 전달했다. 대구 지역 의원 12명은 전원 찬성했고, 경북은 일부 반대했다. 이들은 전남·광주 특별법과 TK 특별법의 동시 처리를 요구하며 형평성과 절차적 균형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합이 순식간에 설계 경쟁이 아니라 처리 순서 경쟁으로 변한 것이다.

행정통합의 명분은 분명하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지금과 같은 광역 구조로는 미래산업을 감당하기 어렵다. 세계는 이미 메가시티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물류·연구개발은 광역권 단위로 재편되고 있다. 광역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지역은 경쟁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국면으로 밀려날 수 있다.

그러나 통합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행정 경계를 없앤다고 경제가 자동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재정 자립도 개선, 산업 구조 혁신, 대학·연구기관 연계 전략, 교통·물류망 구축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 배분 구조다. 구조 없는 통합은 간판 교체에 불과하고, 권한 없는 통합은 책임 회피로 끝난다.

이번 논의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쟁점은 의사결정 방식이다. 과연 ‘지역의 장기적 운명을 좌우할 사안을 단순 표결로 정리하는 것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절차적·지역적 정당성은 함께 확보돼야 한다. 주민투표, 공청회, 구체적 재정 추계와 로드맵 공개가 선행되지 않으면 통합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설득 없는 통합은 오래가지 않는다.

광주·전남은 먼저 통과된 만큼 더 큰 책임을 안게 됐다. 성공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 다른 지역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다. 통합 이후의 세부 설계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정치적 특혜’라는 오해도 불식하기 어렵다. 첫 사례가 실패하면 전국 단위 개편 논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형평성 논란을 정치적 공방으로만 소비할 것인가, 아니면 더 정교한 구조 설계를 요구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반발은 이해되지만, 그 에너지가 제도 설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모적 갈등으로 끝난다. 통합의 성공 여부는 찬반 숫자가 아니라 설계의 밀도에 달려 있다.

행정통합은 결국 우리나라 지방자치 30년의 성적표를 묻는 일이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이후 광역 구조는 큰 틀에서 유지돼 왔다. 그러나 인구 구조는 급격히 변했고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기존 경계가 더 이상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구조를 바꾸는 것이 책임 있는 선택이다.


정부는 광역행정 개편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정치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 일관성은 사라진다. 대통령 직속 또는 국회 차원의 특별기구를 통해 전국 단위 종합 설계를 추진해야 한다. 개별 통합을 정치적 균형 카드로 활용하는 방식은 반복될수록 신뢰를 잃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설계다. 통합은 면적을 넓히는 일이 아니라 권한과 재정을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지방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은 또 다른 중앙집중이 된다. 크기만 커지고 힘은 그대로인 구조는 오래가지 못한다. 24일 법사위 결정은 끝이 아니다. 국가 구조를 다시 짜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재명정부는 집권 초기 ‘5극3특’이라는 국가 공간 전략을 내세웠다.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의 5극을 초광역권으로 재편하고, 제주·전북·강원을 특별자치권으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3특은 이미 제도적 틀을 갖췄고, 5극은 이제 막 현실 정치의 문턱을 넘는 단계다. 호남권의 광주·전남, 대경권의 대구·경북, 중부권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는 이 전략의 시험대다.

정부가 이 구상을 일관된 로드맵으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5극3특’은 선언에 그칠 것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언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럴 경우 당장 7월1일부터 효력 발생이 예상되며, 결국 유권자는 6·3지방선거에서 행정통합 단체장을 뽑아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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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