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김기현의 선택’ 강대식 최고위원

“이준석 포용, 덧셈 정치 필요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치열했던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끝나고 드디어 지도부가 제 모습을 갖췄다. 이에 따라 김기현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어느 인사를 지명할지 관심거리였다. 김 대표는 지명직으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강대식 의원을 지명했다. 당 안팎에서도 놀란 눈치다.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에서다.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한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도 강 의원이 유일하다. 

국민의힘 강대식 최고위원은 대구 동구 토박이다. 의원실에도 자신의 고향인 대구를 아끼는 모습이 역력하다. 창가에는 대구의 사계절을 나타낸 블라인드도 있다. 의원실 벽 한편에는 큼지막한 자신의 지역구 지도가 펼쳐 있다. 그만큼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진심이다. 

대구 동구청장 시절 행복은 주민과 자주 소통하는 게 전부였고, 그만큼 지역주민들을 찾아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들어왔다. 이후 강 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물려받았고,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에 지도부에 입성해 반드시 지역정서를 당과 국회에 잘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가 강 위원을 만나 지도부에 입성한 소감, 국민의힘에 필요한 개혁, 총선 대비책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소감은?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도 못 했다. 김기현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김 대표가 직접 연락해 꼭 맡아달라고 말한 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고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고위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다잡고,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당내에는 나보다 더 훌륭하신 선배나 동료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이렇게 기회를 주신 게 감사하다. 이번에 임명된 만큼 윤석열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 내년 총선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겠다는 생각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

-유승민 전 의원과는 연락을 주고 받았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받은 뒤에는 연락한 적이 없다.

-이번 지도부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당의 안정화다. 이전까지는 당의 분란이 너무 많고, 잦았다. 자꾸만 당이 혼란에 빠지면 국민이 보시기에도 상당히 불편하다. 당이 안정돼야 국민이 원하시는 일들을 지도부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 제안은 대구에 최고위원이 없고, TK(대구·경북)를 포함하더라도 이 지역을 대변할 현역 최고위원이 없어 보수 심장인 TK 현안이나 지역정서 등을 챙기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김 대표 러브콜에 마음 움직여
“윤정부 국정운영 뒷받침할 것”

-최고위원 출마는 따로 염두에 두지 않았었나?


▲출마를 고민하기는 했다. 최고위원 출마를 두고도 현역 의원들끼리도 당내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비슷한 지역구를 가진 분들이 속속 출마하셨고, 결국 타이밍을 놓쳤다. 이 부분은 좀 아쉽다.

-시작부터 최근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김 위원 스스로도 반성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호남에 공을 들여왔다. 이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국민의 인신과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힘 모두가 노력하겠다. 

-이번 지도부를 보고 일각에선 윤석열 친정체제가 공고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일체 노선이 오히려 일방적인 관계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는데…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당원이 당정 일체와 당정 융합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을 이끌라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이 인사에도 반영된 듯 보인다. 당심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당정일체를 우려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고 우려하는 지점도 잘 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도 많다.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갖고 있다. 여소야대인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당과 대통령실의 소통, 당정을 통한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실과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가?

▲알려진 것처럼 당 대표와 윤 대통령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정기 회동을 가지려 한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게 목표다. 어느 때보다 당과 대통령실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서 김 대표가 아슬아슬하게 과반 승리를 거뒀다. 나머지 당원을 어떻게 포용해야 할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 대표 후보님들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선거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이 달랐지만 윤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다. 문제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총 투표율이 절반에 가까운 47%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 한 명을 배제해서는 하나된 당이라고 하기 어렵다. 김 대표도 안 의원과 황 전 총리 등을 만나 함께 하기로 뜻을 밝혔다.

-본래 개혁파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에 가장 필요한 개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 대표가 강조한 것처럼 연대·포용·탕평, 이른바 연포탕 정신이 필요하다. 연포탕 정신의 실현은 객관적이고 능력에 적합한 공정한 공천을 하는 것이다. 김 대표뿐 아니라 당 지도부가 제대로 된 연포탕을 끓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믿는다. 연포탕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이 하나가 돼야만 국민에게 사랑 받고,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유승민계? 개인적 관계는 여전
정치 노선 스스로 결단 내려야

-차기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도 국민의힘 내의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차기 원내대표는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선정돼야 한다. 민주당과의 협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교섭 능력을 바탕으로 윤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외에도 원내 의원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소통과 포용력이 필수 덕목이다. 

-이전 원내대표 선거서 비윤으로 불린 이용호 의원이 선전했다. 이번에도 비윤의 선전을 예상하나?

▲이 의원이 우리 당에 넘어온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당에 소속된 호남 의원이다.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유승민계로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천 위원장이 오히려 유승민계를 떠난 인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 전 의원과는 18년 전인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천 위원장이 나경원 전 의원 관련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며 개혁 성향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등의 행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당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

다만, 정치인이라면 개인적 인연과 다르게 정치노선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나는 계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는 누구와 친하다고 해서, 무슨 계파라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만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던 분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연판장의 경우 초선 의원 모임에서 선거가 너무 네거티브로 흘러가면 공정한 선거로 진행되기 어렵고, 당이 분열되는 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다. 깨끗한 선거를 하자는 취지로 이야기를 들어 서명했었다. 사전에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고민해 결정하지 못한 측면은 아쉽다.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수도권 약세라는 비판을 어떤 식으로 이겨내야 할지?

▲당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의 경쟁력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능력 있고, 경쟁력 있는 출마자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당의 역할이다. 공천 부분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 당 안팎으로도 우려하는 부분을 안다.

“계파만 나누는 모습 좋지 않다”
“자주 지역구 찾아 더욱 더 노력”

이번 지도부에게 총선 승리가 필수적인 만큼, 이런 논란들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공천에서 여러 논란을 낳으면 당내서 분란이 생기고, 총선에 빨간 불이 켜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내년 총선에 이준석 전 대표 등 소위 말하는 반윤핵관 세력도 함께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 전 대표를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고 좋아하시는 분도 계신다. 뺄셈의 정치보다는 덧셈의 정치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이 전 대표와는 어떻게 알고 지냈나?

▲과거 배나사(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를 통해 알게 됐다. 당시 우리 지역은 교육 환경이 열악했다. 현재도 배나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당시 이 전 대표가 우리 지역까지 와서 활동을 했었다. 그때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구청장으로 열심히 해왔다. 다른 점은?

▲구청장을 할 때는 지역에 찾아가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활동이 제한된 점이 아쉽다. 특히 거리두기 탓에 주민을 한 데 모을 수 없었고, 고작 3~4명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점이 너무 아쉽다. 총선까지 1년여가 남았는데, 더 자주 들으러 가려고 한다. 

솔직히 쉽지 않다. 국회도 출석해야 하고, 지역도 찾아가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 국회는 입법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산을 다루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더욱 힘쓰고 싶다. 가끔 국회의원이 되더니 변했냐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더 자주 지역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 강대식은 어떤 사람인가?

▲ 대구 동구서 태어나 줄곧 동구서 자랐고 아직도 살고 있는 대구 동구 토박이다. 내가 하고 싶은 정치는 국회의원 신분을 떠나 막걸리를 한잔 마시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이른바 생활밀착형 정치다. 나는 돌아갈 곳도 대구 동구밖에 없다. 

-앞으로의 목표는?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가 식물정부가 될지, 원활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상당히 중요한 선거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서 승리를 거두는 데 내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서로가 연대하고 화합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총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대식 큰 역할 TK 숙원사업 드디어?

TK(대구·경북)의 오랜 숙원인 TK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 21일, 국회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한 첫 번째 문턱이었다. 

이날 국토위는 교통소위 회의를 열고 TK 신공항 특별법 3개 안에 대해 병함 심사를 한 뒤 위원회 대안으로 수정 가결했다.

이번 법안에는 ▲기부대양여 차액의 국비 지원 ▲(민간)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종전 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 의제 등 내용이 포함돼있다.

해당 특별법안은 소위 통과 과정에서 국민의힘 강대식 최고위원(대구 동구을)의 공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강 위원은 “TK 국민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특별법 통과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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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