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태영호 의원이 본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

“북한이 보냈으니 우리도 보내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침투하면서 대한민국의 영공이 뚫렸다. 이날 북한 무인기는 파주, 강화, 서울 일대를 비행하다가 유유히 돌아갔다. 올 한 해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수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최근 도발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이다. 이런 탓에 국민의 불안감은 높아지면서 ‘안보=보수’라는 인식이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외교관 출신의 북한 실세였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의 현 상황이 상당히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결속력을 다지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행위로 북한의 최근 도발에 대해 규정했다. <일요시사>는 태 의원을 만나 북한이 무인기를 침투시킨 이유, 앞으로의 대비책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갑자기 무인기를 날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로 판단할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정찰위성을 실험했다고 한 바 있다. 거기에 카메라를 달아 한국 영내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이 보고 대단히 조악한 사진이라고 비판하자 김여정이 바로 그럼 다른 것도 해보겠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위성을 고각으로 발사할 때 미사일에 촬영기를 달아서 이번에 촬영했던 무인기로 마치 위성에서 촬영된 것처럼 발표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예측된다. 

-무인기는 과거 2014년에도 넘어왔다. 당시에는 거리도 짧고, 추락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무인기가 전부 돌아갔다. 기술이 있는 것인가?

▲북한의 무인기 실험 제작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못했다. 북한의 무인기는 생산하려면 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무인기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만드는 데 북한 자체 생산으로는 힘들다.

촬영 카메라 같은 경우는 외부에서 수입해야 했다. 지난해 1월 북한에서 8차 당 대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불현듯 500㎞까지 한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무인 정찰기 개발 과제를 제기했다. 과거에는 100㎞ 정도까지 정찰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는데, 500㎞로 늘어나면 휴전선 일대부터 시작해 부산 등 남부지역까지 다 볼 수 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무인기 개발에서의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 

위성 촬영한 것처럼 발표 목적
9·19 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

-무인기를 식별했으나 격추에는 실패했다

▲전 세계적으로 무인기 드론에 대해 완벽한 방호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선 무인기는 크기가 대단히 작다. 이번 무인기는 2m 정도다. 작은 크기의 무인기가 들어왔을 때 고도 2~3㎞ 정도로 비행하면 우리가 확실히 분별하는 게 어렵다. 2014년도에는 무인기가 넘어온 것조차 몰랐다.

이번에는 무인기가 들어왔을 때부터 우리가 알았다. 그 사이에 우리 군의 대공방어능력, 특히 레이더, 탐지 자산이 대단히 늘었다.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도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자고 말했다.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아주 잘한 처사다. 윤석열정부가 지금 북한의 대응 중 가장 잘하고 있는 부분이 비례 대응이다. 비례 대응이란 북한이 한 만큼 우리도 그대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문재인정부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도발이라고 하지 못했다. 명확한 규탄조차 하지 않았다. 2018년 9월 남북 군사합의 이후 서쪽 인근을 비행 금지지역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서쪽은 남북 간의 20㎞, 동쪽은 남북 간 40㎞다. 9·19 합의 이후 한국 정찰기가 한 번도 휴전선 일대로 비행하지 못했다. 그런데 윤정부 들어 처음으로 우리가 무인기를 휴전선을 따라가면서가 아니라 바로 북한으로 들여보내서 북한 지형을 관찰한 바 있다. 우리도 앞으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북한 일대를 샅샅이 정찰해야 한다. 

-북한이 노리는 지점이 9·19 합의를 한국이 위반하도록 하는 것 아닌가?

▲이제 9·19 합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지난 5년 동안 훈련을 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에 나타났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원상복구해야 한다. 북한 내부에서는 한국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을 비밀로 하고 있다. 북한 주민은 물론 북한 일반 간부들도 모른다. 이 때문에 우리가 계속 비례 대응을 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무인기 기술력 늘어
도발 대비 국방예산 증액 필요해

-이번 무인기가 문제가 된 점은 화학무기를 싣고 올 경우 즉시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는 점인데?

▲북한은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보유 중이다. 이런 것을 미뤄볼 때 무력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이번에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아쉬웠던 점은 국방예산 중 북한의 무인기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는 부분이다. 이제라도 우리 국회가 내년 초에 추가 증액해 나날이 커지고 있는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놔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가안정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던 점도 논란이 됐다

▲회의를 통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추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때는 어떻게 방지하겠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무인기 사건 같은 경우는 갑자기 발생했다. 앞으로는 현장에서 즉시 대응하는 긴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장에 있어야 할 인원을 모아 NSC회의를 소집하는 게 오히려 불필요한 절차다.

보여주기식은 필요없다. 대응책을 마련해 확실히 회의를 주재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 같은 경우에는 현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바로 대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우리 군용기들도 출격했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경우는 필요하다. 이럴 때는 바로 NSC를 주재하는 게 맞다. 미사일 발사 상황이 진행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보는 보수’라는 인식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번에 북한 무인기를 하나도 격추에 실패해 국민 속에서 의아해하는 반응이 나온다. 1대도 아니고, 5대를 놓쳤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생겼다. 국민이 믿을 수 있게끔 정상적인 훈련도 해야 미묘한 부분을 우리가 보충해줄 수 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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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