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북한 때리기' 숨은 꼼수 막전막후

'한 방 때려 달라…' 도발 유도하기 위해서?

[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최근 국방부의 '북한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며 남북 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관진 장관, 김민석 대변인 등이 북한을 겨냥해 '도발 가능성 크다' '4차 핵실험 임박' '없어져야 할 나라' 등과 같은 자극적인 발언들을 토해냈고,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며 남측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고의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의 '북한 때리기'에 도사린 숨은 꼼수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국방부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위하고, 평화통일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기관이다. 그러나 최근의 국방부는 존립목적과 어울리지 않게 북한을 자극하는 과격한 정치적 발언들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안보를 지켜야 할 국방부가 스스로 안보위기를 키우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의도된 도발?

지난해 12월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이 처형된 직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14년) 1~3월 중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수장의 직접 경고에 외신들은 '전쟁 나는 것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했고, 한국 출장이나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사람들이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공해상으로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남 직접 도발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국방부 장관이 직접 언급해 위기감을 키울 사안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어 지난달 22일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전하는 김민석 대변인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 "북에서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등의 북한 위협을 한층 더 고조시키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까지 북한의 '4차 핵실험' '큰 한 방'은 일어나지 않았다.


국방부가 주적인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입수한 첩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신중을 기해야한다. 특히 국방부 장관이나 대변인의 북한첩보 관련 발언은 국민들의 안보불안 심리를 고조시키고, 한국사회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또 다시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지 않느냐"며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다"라고 초강경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소멸'을 언급한 발언은 앞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국방부가 하지 않았던 고강도 비난으로 7·4남북공동성명(1972년), 남북 유엔 동시가입,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등에 담긴 '상호 체제 인정 및 존중'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망언 수준의 북한 자극 발언이다.

가까이는 지난 2월14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남과 북은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공동보도문도 무시한 발언이다.

다음날 김 대변인은 북한 소멸 발언의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 전체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행태에 대해 말한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북한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인권도 없고 인권 유린도 마음대로 하고 어떤 때는 마음대로 처형도 한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또 "남북이 지난 2월 고위급 접촉을 통해 상호 비방·중상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체제를 비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은 북한을 비방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인권이 조금 더 개선되면 좋겠고, 이것은 남북기본합의서를 떠나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김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비방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라는 발언이 북한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는 해명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대변인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런 발언은 '개인적 일탈' 혹은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최근 국방부의 북한 도발을 유도한 일련의 발언과 맞물려 의도된 강경발언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분석에는 북한이 도발을 하면 당면한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부·여당의 위기국면이 일거에 뒤집힐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방부 대변인 '북한 소멸' 발언 파문 확산
북한 "특대형 도발…무자비한 보복" 위협

이에 대해 당장 북한은 막말 수준의 위협적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13일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박근혜 일당의 이번 망발은 동족에 대한 완전 거부이고 흡수통일 야망의 노골적인 공개이며 전면적인 체제대결 선포로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며 "우리 체제를 없애버리려는 특대형 도발자들을 가장 무자비하고 철저한 타격전으로 온 겨레가 바라는 '전민 보복전'으로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탕쳐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측이 지금까지 우리 체제를 헐뜯는 망발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처럼 험악한 악다구니는 처음"이라며 "이제는 말로 할 때가 지났으며 오직 무자비한 징벌만이 남았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대변인에 대한 엄벌을 하지 않을 경우 국방부는 물론 청와대도 무사할 수 없게 될 것이며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놓고 안보장사를 하고 있는 국방부가 정작 안보의식은 철두철미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3~4월 파주, 백령도, 삼척 등 3곳에서 추락 무인기가 발견됐을 때 국방부는 당초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했다가 국가정보원이 주관하는 중앙합동심문조사단으로 수사권이 넘어간 이후에서야 북한의 소행으로 초점을 맞춰 빈축을 샀다.

또 지난 8일에는 북한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 무인기가 명백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우리의 특급기밀사항에 해당하는 최신 무인기를 북한도 알 수 있도록 언론에 공개했다. 국방부가 안보를 정권수호를 위해서만 이용하고, 진짜 안보는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핵심관계자는 "국방부 대변인이 연일 북한을 자극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해 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며 "정부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절규와 분노의 목소리를 정치선동으로 몰아가더니, 정작 자신들은 정권수호를 위해 '북풍'을 선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안보장사?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도 국방부의 '안보장사'에 대한 비판에 동참했다. 하 의원은 SNS를 통해 "최근 국방부의 일련의 행태를 보면 상습적 안보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며 "김 대변인의 부적절한 발언은 단일사안이 아니라 최근 국방부가 보여준 일련의 안보장사 행태의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양대 진중권 교수도 "저러다 정말로 북한이 XX짓을 해오면 (국방부는) 제대로 대응 못 하고 갈팡질팡, 우왕좌왕, 허둥지둥할 것"이라며 "국방부를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체를 봤다. 한 마디로 대북정책은 없고, 그저 선거 때마다 북한이 한 방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속내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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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