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북풍 조작설' 논란 추적

북한도 "남측 자작극"이라 하는데…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북풍 논란'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을 향해 해상사격훈련을 한데 이어 정찰용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된 것이 기름을 부었다. 특히 보수언론들은 무인기에 주목해 '북 핵폭탄 무인기 몰려온다' '북한에 정찰사진 이미 보내졌다' 등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남측 자작극'이라는 해명과 당국의 오락가락 해명에 '북풍 조작설'도 동시에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경기 파주, 서해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가장 먼저 지난달 24일 발견된 파주 무인기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서울과 경기북부의 주요시설물이 찍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무인기를 조사했던 군 당국과 정보기관 등으로 구성된 지역합동심문조사단(이하 지역합조단)은 북한제 무인기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무인기 수사' 기류변화

그런데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측의 요구에 따라 지역합조단에서 국정원 주관의 중앙합동심문조사단(이하 중앙합조단)으로 수사권이 넘어간 이후 미묘한 기류변화가 나타났다. 국방부와 군은 제대로 보고를 받지도 못했고,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추가 발견된 이후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군을 책임지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파주 무인기 발견 9일 만에야 1차 조사결과를 파악할 정도로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6일 삼척에서는 시민 A씨의 신고로 세 번째 추락 무인기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무인기를 발견했지만 단순한 장난감으로 생각해 그간 신고를 하지 않다가 파주, 백령도에서 북한제 추정 무인기가 발견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신고했다.

이 무인기들은 공통적으로 하늘색 바탕에 구름무늬가 있으며, 정찰목적의 카메라가 장착됐다. 또 주민의 신고로 안보당국이 수거해갔다.


안보당국이 파악한 북한제 무인기라는 근거는 ▲무인기에서 발견된 지문 6개가 내국인 것이 아니라는 점 ▲ 배터리에 쓰인 '기용날자' '사용중지 날자' 등에서 '날짜'의 북한식 표기법인 '날자'가 들어 있었다는 점 ▲ 군에서만 사용하는 낙하산이 장착됐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부분은 지역합조단 조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지역합조단은 최초 수사에서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앙합조단으로 수사가 넘어간 이후 북한제 무인기로 기류가 급변했고, 보수언론에서는 '북 핵폭탄 무인기 몰려온다' '북한에 정찰사진 보내졌다' 등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가 3대 추락했는데 추락비율을 5%로 잡아도 총 60대"라며 "파주 무인기가 8회 사용됐으니 적어도 총 480회 우리 영공을 정찰한 것"이라고 북한제 무인기 위협을 키웠다.

나아가 한 보수매체는  "정보 당국은 무인기에 GPS 교란장치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군 무기 대부분에 GPS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GPS 교란장치를 북한이 무인기를 이용해 터뜨릴 경우 100km 이상 범위의 전파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른바 '북풍 몰이'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이 무인기 소동을 벌이면서 주의를 딴 데로 돌아가게 해보려고 가소롭게 책동하고 있다"며 "남한의 상투적인 모략 소동"이라고 무인기 정찰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무인기 사건을 북한과 연관시키는 것은 대북 모략선전과 비방중상의 대표적 사례"라며 "(남측이) 결정적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기어코 우리와 관련시켜 제2의 천안호 사건을 날조해낼 흉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무인기, 국정원 수사 주도 후 기류급변
북한식 표기, 낙하산, 지문 등 북한제 근거
당국, 지난해 이미 무인기 20여대 수거?

민간 전문가들도 무인기의 낮은 수준과 촬영된 사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확인이 가능한 구글어스(구글이 제공하는 위성 영상지도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 정찰용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에서 이륙했다면 북한지역의 사진도 담겨있어야 하지만 아직 중앙합조단은 북한지역 사진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중앙합조단은 무인기의 GPS코드에 입력된 복귀 좌표를 해독해 무인기가 북한으로 귀환토록 사전 설정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좌표를 추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북측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북풍몰이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국정원을 구하기 위한 자작극, 혹은 지방선거를 노린 북풍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미 20여대의 추락한 무인기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상급기관이 관련사실을 묵살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보당국은 최근 추락한 무인기와 관련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숨기고 있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특정한 시점에 북풍 공작을 벌인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미국 최대 뉴스 채널인 CNN도 국방부와 보수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 정찰용 무인기 주장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CNN은 지난 9일 '북한의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비행기, 한국에 위협이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이 비행물체가 북한의 정찰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표식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무인비행기들은 실제 위협은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이런 비행체는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정 비행기와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으며 그저 '군대 버전'의 장난감 원격조정 비행기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조작설 대두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과오를 덮고,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더 큰 북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북풍이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거센 북풍이 불었고, 여권도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지만 전체 16개 시·도 광역단체 가운데 6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조작설과 함께 다시 불기 시작한 북풍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제 추정 무인기 '대학 수준'
한국 무인기는 '세계 일류'

최근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3대 발견된 가운데, 이 무인기의 기술 수준이 수년 전 국내 대학에서 제작한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김재무 박사는 지난 9일 미래창조과학부 기자단 아카데미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기는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독도 왕복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이 경북 울진에서 무인기를 띄워 독도까지 450여㎞를 왕복 운항하며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임무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당시 독도를 다녀온 무인기는 날개길이 2.9m, 중량 11kg에 48cc의 엔진, 항법 센서, 카메라 등을 갖췄었는데, 최근 발견돼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와 무게 등이 비슷하다.

김 박사는 "국내 무인항공기 기술은 '세계 일류'로 분류될 만큼 앞서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프로스트&설리번이 2009년 '무인기시장 트렌드와 전망'에서 한국을 무인기 기술보유국 1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한편, 항우연은 2002년부터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들어가 세계에서 2번째로 틸트로터 기술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실용화했다. 또 스마트무인기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직이착륙 무인기 비행을 시연하기도 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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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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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