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론사령관 교체’ 김용현 개입 의혹

경호처장 시절부터 군 인사 관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이 물러난 건 지난해 5월이다. 임기를 다 마치지 못했다. 사실상 쫓겨난 거나 다름없다는 뒷말이 잇따랐다. 김용대 전 사령관으로 교체된 후 드론사는 수상한 보고 체계로 내부 불만이 쌓여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호처장임에도 드론사 작전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은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소장)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고 김용대 전 사령관이 임명되면서 본격화됐다. 군 안팎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물러난 게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입김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 지난해 초부터 드론사를 수차례 방문한 사실도 해당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여인형 추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지난달 19일, 드론사 예하부대 A 전 여단장(대령)과 김 전 사령관 비서실 근무자 B 소령, 장호진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규명을 위해서다.

우선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평양 무인기 작전을 공모했다고 보고 퍼즐을 맞추는 중이다. 앞서 김 전 사령관은 같은 달 14일 특검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윤 전 대통령과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과도 “예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작전을 보고한 적 없다”며 비선 지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당시 안보실이 드론사의 무인기 평양 작전에 비선으로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사령관이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것을 두고 김 전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전 사령관이 이 전 사령관의 뒤를 이었는데 김 전 사령관이 두 차례 임기제 진급을 통해 준장과 소장 계급을 달아 이례적이라는 평이 상당했다.

김 전 사령관이 합동참모본부 등 보고 체계를 무시하고 김 전 장관과 소통하며 평양 무인기 작전을 준비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 전 사령관에게 드론사 초기 작전 설계 상황과 업무 편람 등에 관해 물어본 것으로 파악됐다. 드론사 내부에서는 김 전 장관이 개입하면서 평양 무인기 작전이 정상적 절차를 통해 진행되다가 꼬였다는 증언이 즐비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 시절부터 인사 개입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복수의 군 고위 관계자들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인사가 이뤄지려면 ‘충성맨’이던 오 전 기획관도 빼놓을 수 없다.

초대 사령관 이보형 임기 1년도 안 돼 ‘아웃’
지난해 5월 김용대로…앞서 오영대 수차례 방문

실제 오 전 기획관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 “장군 인사에는 대통령실 의중이 많이 반영된다”면서 “김용현 장관이 경호처장이고,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라 장군 인사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지난해 초, 오 전 기획관의 행보도 미심쩍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해 3월 중순과 말에 드론사를 방문했다. 이 전 사령관이 물러나기 두 달여 전이다. 인사 제도와 초급 간부 복무 여건 개선을 위한 현장 토의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군 안팎의 시선은 다르다.


오 전 기획관이 이 전 사령관에게 ‘조만간 옷을 벗어야 할 것 같다’는 김 전 장관의 입김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오 전 기획관뿐만 아니라 김 전 사령관을 김 전 장관에게 추천한 인물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역 보직’으로 인식되는 방사청 헬기사업부장에서 재차 임기제 진급을 한 것은 파격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육군 항공병과에서 병과장인 항공사령관 이외의 소장이 나온 것은 김 전 사령관이 처음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인사기획관이 직접 드론사를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복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가는 건 영관급 장교가 가도 된다”며 “오영대가 김용현의 의중을 전달한 인물이라면 여인형은 다음 사령관으로 김용대가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한 사람. 윤석열이 아니라 김용현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군 인사를 담당했던 한 인사도 “부대 방문 목적은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 사령관을 직접 만나 무슨 얘길 나눴는지 특검팀의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오 전 기획관이 드론사를 방문한 이후 김 전 사령관이 취임한 것에 대해 아직은 ‘기막힌 우연’으로 치부되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이 평양 무인기 작전을 진행하던 시기에 김 전 장관과 비화폰으로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도 우연일까?

수상한 출입
김 의중 전달?

<일요시사> 취재 결과 특검팀은 김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이 지난해 9월 말부터 11월 말까지 비화폰으로 총 30여회 통화한 기록을 확보했다. 김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이 통화한 것으로 파악된 10월9일은 평양 상공에 대북전단을 살포하기 위해 띄운 무인기가 추락한 날이다.

두 사람은 북한 당국이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인 10월12일에도 통화했다.

김 전 사령관 측은 “개인적인 일 때문에 통화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개인적인 일’이라면 비화폰으로 통화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특히 김 전 사령관이 취임 직후인 같은 해 5월부터 6월까지 김 전 장관과 경호처 내 사무실과 한남동 인근서 수차례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김 전 사령관 측은 “김 전 장관에게 인사하거나 자녀 결혼에 따라 청첩장을 건네기 위해 방문했다. 진급 인사와 관련해 논의할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평양 무인기 작전에서의 핵심은 해군 출신인 김명수 합참의장이 ‘패싱’됐냐는 점이다.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과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해 6월부터 비화폰으로 100회 넘게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통화는 평양 무인기 작전이 벌어진 10~11월에 집중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작전이 ‘김명수→이승오→김용대’ 구조가 아닌 ‘김용현→이승오→김용대’로 김 의장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합참 관계자들로부터 김 전 장관이 지난해 11월18일 이 본부장에게 “다음 오물 풍선이 오면 작전본부장이 나에게 ‘상황 평가 결과 원점 타격이 필요하다’고 보고해라. 그러면 내가 지상작전사령부에 지시하겠다”며 “내가 지시한 것을 김 의장에게 보고하지 말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의장이 11월22일 김 전 장관에게 원점 타격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김 전 장관이 이 본부장에게 ‘합참의장을 건너뛰고 나한테 직접 보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정황도 파악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계엄 나흘 전, 이 본부장에게 본인이 지시하면 원점 타격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도록 지침을 재작성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풍 준비

김 의장과 같은 해군 출신인 심모 전 합참 법무실장은 특검팀에 “작전법과 국제법상 부합하지 않는다”며 평양 무인기 작전을 반대했다. 합참 법무실은 당시 북한 오물 풍선에 대한 대응으로 10월부터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날려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작전이 즉시성1, 비례성2를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결론내렸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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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