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①“노, 1년 전부터 김용현 공관 출입”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내란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의 관계에 대해 ‘전우’라고 표현한다. 김 전 장관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수십 년간 서로 믿고 의지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을 옹호하기 바빴다. 대놓고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이던 시절부터 만남을 이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상한 회동

지난 1일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사 기록을 보면, 그는 지난해 12월 말 경찰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사용한 공관을 수차례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공관에는 몇 번 정도 방문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열 번 넘게 방문했다”며 “경호처장 공관은 청와대 쪽에 있었는데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해병대 사령관 공관을 개조해 경호처장 공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거긴 여러 번 갔고 주변에서 만나 식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서 “2022년 5월 김용현 (경호)처장 임기 초에 노상원이 대통령실로 온 것을 한번 본 적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해병대 사령관 공관은 경호처장이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서 경찰은 경호처장 공관 방문 당시 김 전 장관과 나눈 대화에 대해 캐물었다.

“피의자는 당시 김용현 전 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라고 여러 번 물어보지만 노 전 사령관은 잇단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김 전 장관과 만났을 때는 “윤 전 대통령의 분노를 여러 차례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께서 ‘야당이 예산을 안 주면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다 덮어씌우려고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나도 그 말에 공감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앙지검장, 감사원장 탄핵 등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와 정책적 측면 등 많은 문의가 있었고 여러 번 조언했다”고 했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대통령실 수차례 방문
정보사 간부들 “김 통해 윤에 여러 번 보고”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을 들여다보면 김 전 장관과 적극적으로 만나기 시작한 날은 지난해 초부터로 압축된다. 이 시기는 같은 해 3월 ‘공관 모임 3인방’인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김 전 장관을 만났던 날과 비슷하다.


경찰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노 전 사령관에게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12·3 내란 사태를 계획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노 전 사령관은 “지금은 아니지만 내가 과거에 모셨던 분이고 날 아낌없이 도와주셨던 분”이라며 “내가 그걸 얘기하면 장관께 불리하게 작용하는 거 아니냐. 김 전 장관께 예의가 아니다”며 김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엄호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사 출신 군 관계자는 “노상원이 지난해 초부터 김용현을 만난 이후 계엄에 동참할 만한 인물들을 선별하기 시작했고 경호처장 공관과 국방부 장관 공관을 안방 드나들 듯 오갔다”고 말했다.

다른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도 “김용현이 노상원에게 조언을 들으면 그걸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구조였을 것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이 경호처장이었을 때부터 윤 전 대통령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구삼회 전 육군2기갑여단장도 지난달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노 전 사령관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 공판에서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언급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날 구 전 여단장은 “(지난해) 12월3일 (노 전 사령관과) 롯데리아에서 대화할 때, ‘며칠 전에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이 나한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얘기까지 했다’고 하면서 약간 뻐기듯이, 자랑하듯이 얘기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노, 변호인 선임 후 진술 거부하거나 뒤집기
검 “노, 진술 반박 가능…신빙성 없다 판단”

그는 “지난해 10월, 11월경 노 전 사령관과 진급과 관련한 통화를 하다가 (노씨가) ‘내가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는 걸 두세 번 얘기한 기억이 있다”고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안산상록수점 롯데리아에서 정보사 간부들과 내란을 계획할 때나 김 전 장관과 대화를 나눌 때 항상 수첩을 들고 다녔다. 이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 ‘정치인 사살’ 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과 구 전 여단장 등은 검찰에 “노 전 사령관이 만날 때마다 대화 내용을 수첩에 기록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도 “김 전 장관과의 대화를 기억하려고 적었던 내용과 조언할 만한 걸 정리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노 전 사령관은 지난달 22일 “수첩에 적힌 내용은 12·3 비상계엄 이후에 작성된 것”이라며 자신의 진술을 뒤집었다. 이는 뒤집기 전까지의 진술이 김 전 장관을 포함한 여러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의 비서 겸 집사이자 경호처 소속이던 양호열씨는 노 전 사령관의 진술에 대해 반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씨는 김 전 장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을 차에 태워 국방부 장관 공관으로 데려가고 비화폰을 넘겨주는 중간 전달자였다.

불리한 진술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계엄 전날까지 노 전 사령관이 국방부 장관 공관을 방문했는데 김 전 장관 지시로 여러 번 차에 태웠다. 항상 수첩을 들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김용현과의 회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했다가 갑자기 진술을 바꾼 것에 대해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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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