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⑦뭉치지 못한 군인들 왜?

‘대통령 돌았다고 생각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계엄이 선포돼도 계엄군 개입은 극히 제한되는 것으로 연습해 왔다.” 이는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계엄 업무 담당)이 검찰 진술서 한 말이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와 전혀 다른 명령을 내렸다.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이 의구심을 품은 대목이다.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방송사 등지에 수천명의 군인이 투입됐다. 하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하달받은 임무를 제대로 이행한 부대는 선관위로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뿐이었다. 수도방위사령부와 육군 특수전사령부도 부대를 움직였지만 현장 지휘관의 의문은 이른바 ‘항명’으로 이어졌다.

의도에 의문

<일요시사>는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의 진술 조서에서 12·3 내란 사태 당시 군인들이 왜 항명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봤다. 항명을 한 이들이 12·3 내란 당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지휘권 없는 김 전 장관의 지휘 ▲정당하지 않은 군 투입 등이다.

지휘권 없는 김 전 장관의 지휘에 대한 진술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소속 장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합참 참모였던 서모씨는 검찰 진술에서 “‘저희(합참)가 모르는 임무가 있을 수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합참 참모인 진모씨는 “(합참으로)작전 상황들이 종합이 되는데 그날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특전사나 수방사 인원들이 국회로 이동하는 것들이 전혀 보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한참 있다가 보니까 국회에 군인들이 나간 것을 보고서 ‘우리 통제 없이 국회에 나간 부대가 있구나’하고 그때부터 각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참의 통제 없이 국회와 선관위에 군대가 투입된 이유는 김 전 장관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군조직법 등에 따르면 계엄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휘 권한은 참모의장에게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김명수 합참의장이 부재한 상황에 ‘전군지휘관회의’를 열고 계엄군 사령관에 박인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고, 특수전사령부의 사령관인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인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 명령(외적으로는 출동 명령이지만 일명 ‘좌파세력’ 14명의 체포 명령)을 내렸다.

체포·점거 명령에도
이유 있는 미온적 태도

권영환 전 합참 계엄과장(육군 대령)은 이 같은 명령을 받고 만류했다고 한다.

검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계엄업무수행군은 법적으로 군사경찰로 지정돼있고, 군사경찰이 아닌 부대를 계엄임무수행군으로 운용하려면 계엄사령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계엄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 안의 군사 경찰기관을 지휘·감독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계엄군은 군사경찰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계엄사령관도 합참의장도 아닌 김 전 장관이 지휘권을 갖고 계엄법에 맞지 않는 군인들을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시킨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승인이 필요한 일을 김 전 장관이 마음대로 진행한 만큼 당일 위법적인 군대 투입을 몰랐다는 발언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계엄 업무에 익숙한 합참 참모들보다 이 같은 지시에 의아함을 느낀 사람들은 직접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퇴근 후 일상을 즐기다 갑자기 선포된 비상계엄에 ‘진짜’ 비상 상황인 것으로 생각하고 부대로 복귀한 후 곽 전 특전사령관과 이 전 수방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목적지인 국회와 선관위로 행했다.


<일요시사>는 항명했던 현장 지휘관 몇몇의 진술을 분석했다.

검찰 진술에 따르면 김창학 수방사군사경찰단장은 아들과 저녁 시간을 보낸 후 대통령 담화를 보게 됐다. 이때 담화 내용 중 ‘반국가 세력’이라는 내용이 있고 계엄을 선포했기에 당연히 대테러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테러 초동 조치팀과 질서 유지용 mc팀을 국회로 출동시켰다.

김 단장에게 내려진 임무는 ‘국회 담을 넘어 게이트를 하나 넘겨받고 그곳을 차단하라. 그리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체포하라’였다. 하지만 김 단장은 ‘사람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에 추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며 현장이 대테러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이 사령관의 지시를 부대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사령관의 지시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수방사령관의 부관은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때 ‘대통령이 갈 데까지 갔구나. 진짜 돌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합참도 모르는 부대 투입
“출동 후 이상함 깨달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을 맡고 있는 조성현 대령은 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오후 9시48분경 이 사령관에게 “상황이 있는 것 같으니 소집할 준비를 하고 사령부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고 사령부로 갔다. 이후 다급한 이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국회로 와보니 급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 후속부대에게 “서강대교를 건너지 말라”고 명령하게 된다.

조 대령은 이에 대해 “시민들이 국회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고 국회 내부에서는 특전사가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형기 특전사 제1특전대대장은 내란 사태 당시 부대원들을 이끌고 국회 출입문까지 왔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이상형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국회 본관에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 ‘유리창이라도 깨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받았다.

하지만 김 특전대대장은 정문을 중심으로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민과 보좌진, 국회 직원 등을 물리력으로써 제압하고 강행 돌파하라는 지시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는 “이게 정당한 지시인지, 부당한 지시인지도 몰랐고 상황이 어떤지도 몰랐다”며 “민간인들과 대치하고 있는데 계속 충돌하려다 보니 출입을 통제하고 제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군인의 의무, 그리고 부하들에 대한 염려로 갈등한 것이다.

정치적 경고?


내란 주범들은 검찰 조사에서부터 헌법재판소, 형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고성 계엄’ ‘국민 계몽령’을 주장하고 있다. 군인이 투입됐지만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계엄 사태가 유혈 사태로 번지지 않은 것은 이상한 명령에 항명했던 군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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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