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⑦뭉치지 못한 군인들 왜?

‘대통령 돌았다고 생각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계엄이 선포돼도 계엄군 개입은 극히 제한되는 것으로 연습해 왔다.” 이는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계엄 업무 담당)이 검찰 진술서 한 말이다. 하지만 12·3 내란 사태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이와 전혀 다른 명령을 내렸다.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이 의구심을 품은 대목이다.

12·3 내란 사태 당시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방송사 등지에 수천명의 군인이 투입됐다. 하지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하달받은 임무를 제대로 이행한 부대는 선관위로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뿐이었다. 수도방위사령부와 육군 특수전사령부도 부대를 움직였지만 현장 지휘관의 의문은 이른바 ‘항명’으로 이어졌다.

의도에 의문

<일요시사>는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의 진술 조서에서 12·3 내란 사태 당시 군인들이 왜 항명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살펴봤다. 항명을 한 이들이 12·3 내란 당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지휘권 없는 김 전 장관의 지휘 ▲정당하지 않은 군 투입 등이다.

지휘권 없는 김 전 장관의 지휘에 대한 진술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소속 장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합참 참모였던 서모씨는 검찰 진술에서 “‘저희(합참)가 모르는 임무가 있을 수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합참 참모인 진모씨는 “(합참으로)작전 상황들이 종합이 되는데 그날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특전사나 수방사 인원들이 국회로 이동하는 것들이 전혀 보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한참 있다가 보니까 국회에 군인들이 나간 것을 보고서 ‘우리 통제 없이 국회에 나간 부대가 있구나’하고 그때부터 각 부대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참의 통제 없이 국회와 선관위에 군대가 투입된 이유는 김 전 장관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군조직법 등에 따르면 계엄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휘 권한은 참모의장에게 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김명수 합참의장이 부재한 상황에 ‘전군지휘관회의’를 열고 계엄군 사령관에 박인수 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고, 특수전사령부의 사령관인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인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 명령(외적으로는 출동 명령이지만 일명 ‘좌파세력’ 14명의 체포 명령)을 내렸다.

체포·점거 명령에도
이유 있는 미온적 태도

권영환 전 합참 계엄과장(육군 대령)은 이 같은 명령을 받고 만류했다고 한다.

검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계엄업무수행군은 법적으로 군사경찰로 지정돼있고, 군사경찰이 아닌 부대를 계엄임무수행군으로 운용하려면 계엄사령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계엄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 안의 군사 경찰기관을 지휘·감독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계엄군은 군사경찰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계엄사령관도 합참의장도 아닌 김 전 장관이 지휘권을 갖고 계엄법에 맞지 않는 군인들을 국회와 선관위에 출동시킨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승인이 필요한 일을 김 전 장관이 마음대로 진행한 만큼 당일 위법적인 군대 투입을 몰랐다는 발언과 달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당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계엄 업무에 익숙한 합참 참모들보다 이 같은 지시에 의아함을 느낀 사람들은 직접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퇴근 후 일상을 즐기다 갑자기 선포된 비상계엄에 ‘진짜’ 비상 상황인 것으로 생각하고 부대로 복귀한 후 곽 전 특전사령관과 이 전 수방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목적지인 국회와 선관위로 행했다.


<일요시사>는 항명했던 현장 지휘관 몇몇의 진술을 분석했다.

검찰 진술에 따르면 김창학 수방사군사경찰단장은 아들과 저녁 시간을 보낸 후 대통령 담화를 보게 됐다. 이때 담화 내용 중 ‘반국가 세력’이라는 내용이 있고 계엄을 선포했기에 당연히 대테러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테러 초동 조치팀과 질서 유지용 mc팀을 국회로 출동시켰다.

김 단장에게 내려진 임무는 ‘국회 담을 넘어 게이트를 하나 넘겨받고 그곳을 차단하라. 그리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체포하라’였다. 하지만 김 단장은 ‘사람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에 추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며 현장이 대테러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이 사령관의 지시를 부대원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에 대해 “사령관의 지시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수방사령관의 부관은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때 ‘대통령이 갈 데까지 갔구나. 진짜 돌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합참도 모르는 부대 투입
“출동 후 이상함 깨달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을 맡고 있는 조성현 대령은 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오후 9시48분경 이 사령관에게 “상황이 있는 것 같으니 소집할 준비를 하고 사령부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고 사령부로 갔다. 이후 다급한 이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국회로 와보니 급한 상황이 아닌 것 같아 후속부대에게 “서강대교를 건너지 말라”고 명령하게 된다.

조 대령은 이에 대해 “시민들이 국회 울타리를 둘러싸고 있고 국회 내부에서는 특전사가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 정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형기 특전사 제1특전대대장은 내란 사태 당시 부대원들을 이끌고 국회 출입문까지 왔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그는 이상형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국회 본관에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라’ ‘유리창이라도 깨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받았다.

하지만 김 특전대대장은 정문을 중심으로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민과 보좌진, 국회 직원 등을 물리력으로써 제압하고 강행 돌파하라는 지시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는 “이게 정당한 지시인지, 부당한 지시인지도 몰랐고 상황이 어떤지도 몰랐다”며 “민간인들과 대치하고 있는데 계속 충돌하려다 보니 출입을 통제하고 제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군인의 의무, 그리고 부하들에 대한 염려로 갈등한 것이다.

정치적 경고?


내란 주범들은 검찰 조사에서부터 헌법재판소, 형사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경고성 계엄’ ‘국민 계몽령’을 주장하고 있다. 군인이 투입됐지만 누구 하나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계엄 사태가 유혈 사태로 번지지 않은 것은 이상한 명령에 항명했던 군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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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