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③선포 10분 전 국무위 상황

불려간 장관들은 입도 벙긋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12월3일 저녁, 관용차가 속속들이 용산 대통령실로 들어섰다. 이날 대통령실로부터 급하게 호출을 받은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비상계엄 선포를 앞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10명의 시선으로 되짚어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기 4시간 전인 지난해 12월3일 오후 6시11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장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비상 계엄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당장 집합”
긴급 명령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장관은 울산서 열리는 김장 행사에 참석한 뒤 서울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장관에게 “어디냐”고 물었고 그는 “울산서 김장 행사 하고 회의를 한 뒤 서울에 가는 길”이라고 답했다.

몇 시쯤 도착하느냐는 질문에 “8시가 넘는다”고 말하니 “도착하는 대로 바로 용산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7시54분,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이때는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금 용산 집무실로 바로 올 수 있느냐. 도착하면 부속실장이 안내할 것인데, 부인에게 말하지 말고 오라”는 지시를 남겼다.


삼청동 공관서 저녁식사 후 쉬고 있던 한덕수 국무총리도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오후 8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와달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역시 식사 후 귀가하던 차에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능한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5층 대통령실에 도착해 한참을 대기했다. 집무실로 들어가니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말을 들은 박성재 장관은 “어떻게 하려고 이러시냐. 문제점은 검토해보셨느냐”고 물었고 윤 전 대통령은 “검토해 봤고, 내가 결단해서 (비상계엄을) 하려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후 8시55분경 한 총리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소식을 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사실 내 결정을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용산에 있는 간부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경제적·사회적 이유를 들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만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의지가 꺾이지 않자 한 총리가 “그럼 다른 국무위원 말을 들어보시라”며 권유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럼 그렇게 모아보세요”라고 응했다.

“부인에게 말하지 말고”
영문 모르고 용산으로

공관에 도착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반대 의사를 표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윤 전 대통령이 ‘재외공관’이라고 쓰인 A4용지 한 장을 건넸고, 이후 한 총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조태열 장관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외교적 영향뿐만 아니라 70여년간 대한민국이 쌓아온 모든 성취를 한번에 무너뜨릴 만큼 엄청난 파장 일으킬 수 있는 문제니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당시 조태열 장관의 해당 발언 당시 집무실에는 본인을 포함해 한 총리,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이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외교부 장관이 조금 세게 말을 했다”며 “이에 대통령은 ‘외교나 경제에 영향이 있는 걸 안다.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제 뜻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 윤 전 대통령의 언성은 단박에 높아졌다. 윤 전 대통령은 조태열 장관을 쳐다보며 다소 언짢은, 격양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개인을 위해 이렇게 하는 거라 생각하세요? 법치주의를 누구보다 신봉하는 내가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했겠습니까? 종북 좌파들을 이 상태로 놔두면 나라가 거덜 나고 경제든 외교든 아무것도 안 됩니다. 단기적으로 어려움 있겠지만 한미동맹 등 대외관계와 외교정책에 전혀 영향 없을 것이고 그대로 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생각은 이해되고 반대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국무위원 상황 인식과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다릅니다. 이 자리에 있어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근처에 서 있던 김 전 장관에게 “방송 대기 중이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윤 전 대통령이 “나가 달라”고 말하자 김용현 전 장관을 제외한 모두가 집무실서 나와 연결된 대접견실로 이동했다. 그때가 대략 오후 9시20분경이었다.

그제서야 국무위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얹었다. 이 전 장관은 “모두가 망연자실했다”고 상기하며 “대부분 ‘큰일났다’는 반응이었고 ‘(비상계엄을) 미리 아셨냐’ ‘지금 세상에 계엄이 무슨 소리냐. 계엄할 상황이냐’는 주제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반대에도
독불장군

오후 9시 이후 대통령 부속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국무위원은 최상목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장관을 비롯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그리고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었다.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최소 정족수인 11명을 채우기 위해 빠르게 용산으로 올 수 있는 국무위원을 ‘닥치는 대로’ 소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오후 9시42분 가장 늦게 전화를 받은 오 장관은 대통령 부속실 관계자의 전화를 받고 “40분이 걸린다”고 말했지만 10~20분 간격으로 “빨리 오라”는 신경질적인 추가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회의실서 우왕좌왕하던 중 누군가가 이 전 장관에게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가서 말씀 좀 드려봐라’라고 말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 “국무위원 전원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접견실에)가 있으라”고 말했다. 국무총리가 몇 차례 집무실로 들어갔지만 결과는 변함없었다.

오후 10시 경, 최상목 장관이 도착했다. 비상계엄 이야기를 들은 최 장관은 한 총리에게 “왜 반대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미 여러 번 반대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장관은 “내가 들어가서 말해보겠다”며 집무실로 들어가 “이건 안 된다. 경제와 국가 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이미 언론에 특별 담화를 공지했기 때문에 더는 계획을 바꿀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놓고 다수의 국무위원은 ‘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과 중앙지검장의 탄핵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던 최 감사원장을 비롯한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현직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4일 본회의서 처리될 예정이었는데, 이에 분노한 윤 전 대통령이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설명이다.

김 전 장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늘 “사회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주사파를 비롯한 반국가 세력을 정리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 “헌법 가치와 헌정 질서를 갖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 “나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을 수시로 했다고 진술했다.

아무도
못 막아

“직접 들은 것만으로도 100번이 넘는다”며 오히려 “대통령의 애국심과 구국의 일념에 대해 존경하고 공감하고 동의해 왔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보좌진’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집무실과 브리핑실을 드나들며 윤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최 장관은 시종일관 윤 전 대통령 옆에 붙어 있던 김 전 장관을 향해 “왜 가만히 계시냐”고 말했지만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조태열 장관이 “어떻게 된 일이냐” 물었지만 역시나 “대통령이 깊은 고뇌에 찬 결단한 것이니, 국무위원이 뜻을 따라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송 장관이 용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10분 경이다. 보통 회의 등에서 국무위원끼리 마주치면 인사를 나누지만 그때는 전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송 장관은 옆에 앉은 이 전 장관에게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말하니 “계엄” 딱 한마디가 돌아왔다.

김영호 장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집무실서 나와 대접견실로 들어선 뒤 서 있는 채로 “계엄을 선포해야겠다. 지금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11명째인 오 장관까지 용산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자 곧바로 계엄 의지를 최종적으로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이 대접견실로 오자 최 장관은 “재고해달라,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으며 박성재 장관 역시 “경제와 외교가 걱정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몇 번의 실랑이가 오가던 중 마지막으로 도착한 오 장관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윤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 없이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나 혼자의 결정”이라고 말한 뒤 “지금 계획을 바꾸면 모든 게 다 틀어진다. 이미 언론에 이야기했고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나중에 보자”하고 대접견실을 나섰다.

이때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뒤를 따랐다.

“종북 좌파 놔두면 나라 거덜” 고성 터진 집무실
“혼자 말하고 혼자 결정…국무회의로 보기 어려워”

오후 10시20분경 윤 전 대통령이 나간 뒤 누군가가 휴대전화를 꺼냈고 곧바로 담화가 시작됐다. 스피커를 통해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문장이 나오고서야 국무위원들은 서로 “어떻게 하냐” “어떻게 수습하냐” 등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담화가 끝나고 2~3분 뒤 대접견실로 돌아온 윤 전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발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장관은 ▲기재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장이 모여 시장 안정 조치를 위해 진행하는 ‘F4회의’를 해야겠단 생각에 전화기를 들었다. 그는 통화를 마친 후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이라며 본인과 한 실무자를 불렀고, 그 실무자가 ‘여러 번 접은 종이 쪽지’를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적힌 문제의 그 쪽지다.

송 장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대접견실서 장관들에게 일종의 업무 지시를 했다. 최 장관에게는 경제를 맡기고, 한 총리에게는 “내가 가야 하는 일정을 총리가 대신 해줘야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본인에게는 “농산물 물가 뛰지 않게 잘 관리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대접견실에 약 5분 정도 머무른 윤 전 대통령은 집무실로 돌아갔다. 역시나 김용현 전 장관이 함께 들어갔다.

짧은 침묵 후 누군가가 최 장관에게 다가와 출석에 대한 서명을 요청했다. 최 장관은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해 “서명은 못한다”고 말한 뒤 대접견실을 나섰다. 송 장관과 조태열 장관 등도 서명을 거부한 뒤 그대로 대접견실을 빠져나왔다. 이후 국무위원들은 각자 차량으로 용산을 떠났다.

발 빼는
장관들

10명의 국무위원이 윤 전 대통령을 지켜봤지만, 그 누구도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 국무위원 조서 중에는 “(당시 회의실)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더 비참하다” “대통령을 막을 방법이 없어 무기력했다” 등의 진술이 나왔다. 결국 시민이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고 국회로 진입하려는 계엄군을 저지했다.

누군가는 “국무위원의 반대에도 대통령이 결정하면 도의적 책임은 져도 형사적 책임을 국무위원이 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도 진술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저마다 “비상계엄에 우려를 표했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청동 안가 회동 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은 비상계엄 이튿날인 12월4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께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이하 안가)’서 만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조서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이 법제처장에게 전화해 “상황이 갑갑하다….저녁에 뭐하냐”고 물었고 특별한 일정이 없다는 대답에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이 과정서 박 장관과 연구원 동기이자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 민정수석도 합류했다.

약속 장소를 안가로 정한 것은 김 민정수석이라는 게 이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이 장관은 “도시락을 주문해 먹으면서 ‘대체 왜 여기까지 왔냐,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 정국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등 신세 한탄을 했다”며 “할 수 있는 게 없어 1시간 만에 헤어졌다”고 진술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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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