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가 12·3 내란 사태 당시 위법한 명령을 거부했던 장병들을 포상키로 했다. 불법 계엄 해제에 공이 적지 않았던 까닭으로 해석된다. 군 안팎에서는 ‘내란 기획’으로 피해를 입거나 좌천된 군인들에 대해서도 원대 복귀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실제 일부 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이 지난해 초부터 진급하지 못하거나 이례적 인사 조치를 당했다.

12·3 내란 사태 핵심 인물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직무에서 배제돼야 했을 사람이 보직을 유지하는 등의 이해하기 힘든 인사의 연속이었다. 국방부는 위법 명령을 거부한 장병들에 대한 포상 계획을 밝혔지만 ‘억울한 인사’ 조치를 당한 이들에 대해선 아직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억울한 조치
국방부는 지난 18일 이두희 장관 직무대행의 지시로 12·3 내란 사태 때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군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했던 장병들에 대한 포상 계획을 밝혔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 17일부터 장병 포상을 위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는 (안규백) 장관 후보자께서 말한 (12·3 사태에 대한 신상필벌 중에) ‘신상’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며 “긴박한 상황에서 국민 안전과 질서 유지에 기여한 부분들에 대한 포상이나 격려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불법 비상계엄에 관해 신상필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군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참 군인상을 확립한 장병으로 조성현(대령) 수방사 1경비단장과 김형기(대령) 특전사 1특전대대장 등이 거론된다.
조 경비단장은 내란 당일에 휘하 후속 부대의 국회 추가 진입을 금지함으로써 사태 악화를 막은 공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때는 ‘의인’ 발언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반박하기도 했다.
김 특전대대장은 계엄군의 국회 진입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강제로 진압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사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인데 무슨 X소리냐’고 하면서 제가 욕하는 것을 부하들이 들었다. 이때부터 (사태가) 이상함을 느꼈다”고 법정 증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등은 최근 안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12·3 참 군인에 대한 포상을 주문한 바 있다.
부당 지시 거부 조성현·김형기 포상 거론
장교 아닌 병사도 포함…군, 사실관계 조사
국방부는 국회 상임위 회의나 언론 보도 등을 기반으로 이들에 대한 선별 및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일 계획이며 한 달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실은 지난 21일 각 군 본부에 영관급 장교 진급 발표를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군의 ‘장병 포상 계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중령 진급 대상자들은 다음 달 9일에서 28일로, 대령 진급 대상자들은 오는 9월19일에서 9월26일로 인사 발표 일자가 연기됐다.
군 관계자는 “장성급 장교 인사 연기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드물게 있는 일이지만 영관급 장교 진급 연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비상계엄 해제에 공이 있는 장병들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내란 기획’으로 이례적으로 인사 조치된 장성들의 원대 복귀도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내란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 대부분이 옷을 벗을 시기가 됐음에도 유임되거나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정보사 해외공작팀 소속 군무원이 ‘블랙 요원’ 신상 정보를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징계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현 제2군단 부군단장)과 갈등을 빚은 점도 한몫했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사건 한 달 뒤인 8월 신 전 실장은 교통 정리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의를 진행했다. 원 본부장이 주관한 국방부 정보사 혁신 방안 회의 자리에는 문 전 사령관을 비롯해 박종선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출신의 양전섭 지상작전사령부 정보참모부장 등이 참석했다.
밀려난 장성 원대 복귀는?
“박정훈 케이스 논의 필요”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결론은 문 전 사령관을 경질하는 것이었으나 유임됐다. 반면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 전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대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오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과 반대로 박 준장은 야전으로 보직을 옮기는 전례 없는 수모를 겪었다. 군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노 전 사령관의 개입이 원인이라고 본다. 노 전 사령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박 준장의 ‘공작성’ 비위를 제보함과 동시 지난해 5월 박 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계엄 비협조 인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보형 전 드론작전사령관이 지난해 5월 교체됐던 것도 의문이다. 김용대 드론사령관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임기제 진급을 통해 준장과 소장 계급장을 달았기 때문이다. 김 사령관은 여 전 사령관과 굉장히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 팽?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장병 포상과는 별개로 억울하게 인사를 당한 분들도 조사 후 원래 있던 곳으로 복귀해야 하지 않겠냐”며 “채 상병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던 박정훈 대령도 복귀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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