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군 간부 수십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으나 아직 해결 과제는 산적해 있다. 윤 전 대통령이 2차 계엄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복수의 군 고위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2차 계엄 가능성에 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못 박은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 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작성한 수사 보고서에 적시된 문장이다. 특수본이 이 보고서를 작성한 건 지난해 12월10일이다. 5개월여가 지난 지금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필요성 강조
특수본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제2차 계엄 선포’ 가능성에 대한 의혹들을 정리했다. 먼저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현 대통령 권한대행)를 만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헌정 파괴 세력으로부터 헌정 질서를 지키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말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검찰은 검찰은 이를 반박하는 근거를 모았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 계엄사령부 상황실에 설치된 합동참모본부에 윤 전 대통령이 찾아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걸 목격 ▲윤 전 대통령이 이날 김 전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체포하지) 않았느냐”고 질타 ▲김 전 장관이 “병력이 부족하다”고 해명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렇다면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 지시했다고 함 등이다.
특히 검찰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간부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계엄군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한 후 다음날 지방에 주둔하는 여단이 서울로 진입할 계획이었음 ▲계엄 선포 당일 투입된 특전사 각 여단의 임무를 기억하고 있고 계엄이 해제돼 실행되지 않음 ▲윤 전 대통령의 말대로 그저 경고성 계엄에 그쳤다면 위와 같은 공수여단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큼 등을 나열했다.
종합적으로 검찰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는 같은 명령을 받았고,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전 장관을 질타했다는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윤 대국민담화서 “2차 계엄 같은 일 없다”
김용현에겐 “다시 할 테니 국회 장악해라”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해 윤 전 대통령에게 명령을 받은 군 장성과 같은 명령을 하달받은 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지금도 소환 조사를 통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내용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기소가 가능한지 판단할 방침이다. 파면됐으니 과거보단 강도 높은 수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입수한 권영환 전 합참 계엄과장(육군 대령)의 검찰 진술 조서에는 박 전 사령관이 권 대령을 압박하는 정황이 확인된다.
특수본 검사가 “국회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을 때 진술인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권 대령은 “회의실에 계엄사령관, 부사령관, 참모장, 비서실장, 기조실장이 있었고 ‘법령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권 대령은 “계엄사령관이 ‘그런 걸 조언할 일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 ‘계엄상황실 구성이 왜 이렇게 안 되느냐. 예하 부대는 벌써 되었다는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권 대령은 최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서 열린 박 전 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에 대한 내란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슷한 증언을 이어갔다.
권 대령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이재식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육군 준장)으로부터 ‘2사단 출동 지시가 나오면 바로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군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계엄사령관, 상황실 구성 안 되자
“일머리 없다” 대령 수차례 질타
그는 이 차장의 지시가 지난해 12월4일 국회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였다고 진술했다. 수도권 소재 2사단은 헬기로 신속하게 서울 투입이 가능한 부대다.
권 대령은 이어 “2사단 출동 관련 복장 및 수단을 물어봤을 때 이 차장이 ‘그냥 체육복 입고 자면 된다’고 말해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아직 내란 우두머리 혐의 외에 추가 혐의 적용을 하지 못했다. 2차 계엄 의혹과 외환죄 등 풀지 못한 실타래는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결국 핵심 키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건네받기로 한 비화폰 서버라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현재까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관련 자료 일부를 제출받았다. 그러나 비화폰 서버와 대통령 집무실 폐쇄회로(CCTV) 녹화 자료 등에 대해서는 제출받지 못하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경호처는 김성훈 차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 차장이 사의 표명 후 휴가에 들어간 시점부터 안경호 경호처 기획관리실장이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 경호처는 지난달 말 공지를 통해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지난 4월28일자로 대기를 명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경호처서 어떤 자료를 제출하는지 보고 난 후에 영장을 추가 집행할지 말지 정할 것 같다”며 “지금 당장 집행한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을 것 같아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특수본도 마찬가지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내란 막후서 활동한 인물들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정원의 개입 여부와 ‘삼청동 안가’ 의혹 등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간부들에 대한 수사도 여전히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산적한 과제
특수본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수사 부담감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경찰이 비화폰 서버를 확보해 사건을 송치하면 어떻게 수사를 해야 할지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은 보완 단계라고 보면 된다. 2차 계엄 의혹과 외환죄 등에 관해 아직 명확한 게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적용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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