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⑧축소 수사와 특검 수사

‘무인기’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12·3 내란 사태에 관해 검찰은 피의자 신분인 군 장성들에게 ‘센 질문’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검찰의 축소 기소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비롯한 내란 핵심 멤버에게 평양 침투 무인기 사건과 외환죄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취재를 종합하면, ‘북풍 공작’ 장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지난해 12월19일 구속된 이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이 입수한 그의 수첩에는 ‘국회 봉쇄’ ‘수거 대상’ ‘사살’ ‘북의 NLL(북방한계선) 공격 유도’ 등이 적혀 있다. 실제로 노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북한 오물풍선의 ‘원점 타격’ 방안까지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군사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규명 필요한데···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 기록 자료에 따르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지난해 12월14일과 12월24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했다. 당시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국방부 장관과 합작해 평양 무인기 사건을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었지만, 검찰은 이와 관련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5일 여 전 사령관이 휴대전화에 작성한 메모에는 ‘전시 상황이 와야 한다’ ‘적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는 이 적이 ‘북한’을 의미한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북한 도발을 유도하려 한 게 아니냐고 물었지만, 여 전 사령관은 부인했다.

또 검찰은 “적에게 먼저 행동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맞느냐” “통제 불가의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냐”며 여 전 사령관을 추궁했다.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과의 전시 상황을 일부러 유도한 게 아닌지 의심한 것이다.


이에 여 전 사령관은 “적은 북한이고, 계엄은 적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계엄 반대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적은 매우 수세적’ ‘적의 여건을 조성’ ‘인내하면서 당장의 위협을 완화하고 결정적인 호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표현도 담겼다.

검찰은 북한 오물풍선을 언급하며 “원점 타격 등을 통해 적이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등 위험 요건을 조성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직접적으로 “북풍을 기대하거나 조성한다는 의미로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 전 사령관은 “이는 계엄과 무관한 군사대비 태세와 관련된 내용”이라며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파국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인내하면서 위협을 완화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반박했다.

여 전 사령관의 메모 작성 약 2주 뒤엔 합참 측이 오물풍선을 두고 이례적인 대북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18일 남기수 합참 공보부실장은 “북한의 행위는 선을 넘고 있으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엄중 경고한다”고 발표했다.

메모 작성 직전인 지난해 10월에는 평양 무인기 침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평양 상공에 남한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다음 날 새벽 경기 연천군 일대서 ‘추락한 드론작전사령부 소관 무인기’가 우리 군과 경찰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군은 이 무인기가 아군기라는 이유로 별도의 조서를 남기지 않고 모두 수거했다.

‘묵묵부답’ 노상원 태연한 반북 공작전
여인형 ‘북파 무인기’ 알고도 모른 척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메모에도 ‘NLL 부근서 무인기를 띄워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고, 백령도서 반격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외환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으나, 노 전 사령관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버티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23일 노 전 사령관의 경기 안산시 ‘아기보살’ 신당서 확보한 수첩에 이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고 밝혔다. 손바닥 크기의 60~70쪽 가량의 수첩에는 계엄과 관련된 내용의 초안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수첩에는 국회 봉쇄,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이 적혀있었고 이들을 ‘수거’하라는 표현이 적혀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에는 파편적인 단어들이 적혀있는데, 수거는 체포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상자들을 체포한 이후 수용하고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메모도 적혀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마찰을 빚었던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사살 대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도 노 전 사령관이 내란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 12월14일 1차 진술서 “언론에서는 제가 비상계엄의 계획을 수립했다고 보도하기도 하나, 저는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노상원 장군이 조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기적으로 (노상원과) 연락을 하던 관계는 아니다”라고 의심을 일축했다.

내란 수사가 미궁으로 빠진 가운데, 야권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수사토록 하는 ‘내란 특검법’을 지난달 30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상정했다. 내란 특검법은 12·3 비상계엄을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 및 여권 인사들을 수사 대상으로 한다.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수괴들이 북한과의 국지전을 유발, 외환을 꾀했다는 의혹도 포함됐다.

앞서 민주당은 내란 특검법을 두 차례 발의했지만, 지난해 12월31일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어 지난 1월8일 재표결에 부쳐졌으나 부결로 자동 폐기됐다.

최 장관은 당시 거부권 행사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상정된 내란 특검법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특검의 필요성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12·3 당일 대통령 말린 최상목
내란 특검법 반대하는 속내가···

“현재는 비상계엄 관련 수사가 진전돼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군·경의 핵심 인물들이 대부분 구속 기소되고, 재판 절차가 시작됐다. 앞으로의 사법절차 진행을 지켜보아야 하는 현 시점에서는 ‘별도의’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12·3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최 장관은 계엄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쯤 되면 내란 특검법을 거부한 최 장관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그는 지난해 12월20일 검찰 진술서 “대통령으로부터 갑자기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아 (12월3일) 대통령실에 오후 9시55분경 도착했다. 회의장에 들어갔더니 한덕수 총리님과 국무위원 분들이 몇 분 앉아 계시길래, 제가 거기 계신 분(누구인지 기억나지 않음)에게 ‘왜 부르신 겁니까’라는 취지로 물어봤더니 누군가가 ‘곧 비상계엄을 발표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고 너무 놀라서 (한덕수) 총리님께 ‘총리님 왜 반대 안하세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총리께서 ‘이미 여러 번 반대의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총리님께 ‘제가 들어가서 말씀드려보겠다’고 하고 대통령이 계시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대통령께 ‘이건 안 된다. 경제와 국가 신인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된다’는 취 지로 말씀을 드렸다. (재차 안된다고 설득했지만) 대통령께서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로 말씀하였다”고 진술했다.

계엄을 수 차례 반대했던 최 장관이 내란 특검법을 2차례나 거부한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민주당 김병주 의원실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군과 경찰은 지난해 10월12일 새벽 4시23분 연천군 군남면 임진강변 일대서 추락한 무인기를 발견했다. 의원실이 확보한 경찰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 무인기를 ‘아군기’로 판단하고 경찰과의 정식 합동 조사 절차 없이 자체적으로 현장을 채증했다.

이후 무인기와 현장을 찍은 사진 등 채증 자료를 모두 수거해갔다고 한다. 심의 조서를 비롯한 기록은 따로 없었다고 한다.

군이 수거한 무인기는 최종적으로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회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이 무인기가 북한이 평양 상공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무인기와 동일 혹은 유사 기종인지’를 묻는 질의에 “작전 보안상 확인해드릴 수 없다”며 함구했다.


여기서 이 무인기의 존재가 ‘평양 무인기 침투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냥 넘겼다

추락한 무인기가 발견된 시점은 북한이 우리나라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를 밝힌 직후다. 북한은 지난해 10월3일과 9일, 10일 심야 시간에 평양 상공서 한국 무인기가 발견됐다고 지난해 10월11일 발표했다.

합참은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는지에 대해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일축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시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지난해 6월부터 드론사가 북한에 무인기를 보낼 준비를 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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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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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