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정치 입문 1년 강미정 대변인

“혁신당 정치는 언제나 맑음”

[일요시사 취재2팀] 양동린 선임기자 = 지난 2024년 3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조국혁신당은 ‘이정섭 검사 처남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강미정 아나운서를 영입했다. 당시 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강 아나운서를 ‘검찰개혁 완수에 큰 힘을 보탤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남의 마약 수사 무마 ▲현직 검사들에 대한 골프장 무상 제공 ▲가사도우미·사기업 직원 등의 범죄 기록 사적 조회 ▲위장 전입 의혹 등을 폭로한 강 아나운서에 대해 정의의 목소리를 대변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검찰 비위 의혹을 폭로하며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자신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며 검찰개혁을 외쳤던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

그는 “진실을 밝히니 시련이 닥친다. 하지만 가슴 찢기는 시련의 시간을 분노로만 남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정섭 검사 처남댁으로 살면서 검찰 폭력의 생생한 목격자였고 피해자”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앞으로 무도한 검찰 권력의 횡포에 맞서 싸우겠다”며 검찰개혁의 선봉에 서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정곡을 찌르는 표현과 호소력 있는 어투로 국회 소통관을 사로잡고 있는 강 대변인을 <일요시사>가 만나 지난 1년여간의 여의도 정치 소회를 들어봤다.


-정치 입문 1년 차인데, 그동안의 소회는?

▲여의도 정치 1년을 겪으면서 22대 총선 승리, 조국 전 대표 수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등 총체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그런 경험들을 저의 정치 이야기로 담아내기에는 벅찬 것 같다. 자연인 강미정으로 밖에서 정치를 바라볼 때와 안에서 직접 부딪칠 때의 차이가 매우 컸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오가는 현장서 정치가 얼마나 복잡한 조정과 타협의 과정인지 몸소 체감하고 있다. 비록 선출직은 아니지만 저에게 맡겨진 역할 역시 국민이 허락해 주신 자리라 생각하는 만큼 더 많이 배우고 더 단단해지면서 맡은 바를 해내고자 한다.

상처받고 때로는 분노했던 순간도 많았지만 그 모든 과정서 정치의 본질을 찾아가려 한다.

-정치인 강미정이 바라본 여의도라는 정치 세상은?

▲운전을 처음 배울 때, 면허 따고 1년쯤 지나면 시야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기 쉽다고 하는데,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정치의 세계에 들어선 저의 발언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다.

밖에서 볼 때는 국회가 국민의 공복으로서 국민이 원하는 걸 다 하면 되는데 게을러서 안 하거나 자기 이득과 맞지 않아서 시도조차 안 한다고 생각했다. 막상 국회에 발을 딛고 보니까 어떤 것을 관철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검사 처남댁’으로 주목
용기 내 검찰개혁 외쳐

국회의원 혼자서 뭔가 발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주변에 생각이 다른 의원들,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 모두 설득 작업이 필요하기에 정치는 고도의 협력, 소통, 상생의 기술로 이어지는 인간관계의 복합 예술인 것 같다.

이렇듯 여의도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수가 생기는 역동적인 곳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때로는 답답할 만큼 느리게 움직이기도 한다. 국민은 빠른 변화를 원하지만, 정치의 속도는 더딜 때가 많은 만큼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찬반 이슈들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데 탄핵을 바라보는 강 대변인의 시선은?

▲탄핵은 헌정 질서에서 가장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지만 때로는 그 극단적 선택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 된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은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다.

법치주의의 원칙이 무너지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권력이 오히려 국민을 위협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누군가는 결단해야 했고, 국회는 그 임무를 수행했다. 탄핵은 단순한 법적 절차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헌법적 조치다.

이제 우리는 그 선택이 정당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과거에도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국민은 결코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일의 위헌적 비상계엄 역시 그런 권력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조국 없이 어쩌냐고?
정당은 한 사람으로
유지되는 것 아니다“

그러나 역사는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의지가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탄핵은 필요했고,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우리는 그 의미를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나아가야 한다.

-조국 대표께서 수감됐다. 조국 없는 지금의 혁신당은?

▲조국 대표께서 저를 영입한 뒤에도 제게는 놀랄 만큼 자유를 허락했다. 그리고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표는 영어의 몸이 됐다. 어쩌면 조국 없는 조국혁신당을 대비할 사전 연습을 하게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혁신당은 특정 개인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조 대표가 창당을 주도하고 비전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은 한 사람의 지도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

지금 혁신당은 단단하게 나아가고 있고 어쩌면 조 대표가 부재한 지금이야말로 당이 더욱 빛을 발할 순간인지도 모른다. 정당이란 본디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토론하고, 때로는 갈등 속에서 성장하는 곳다. 혁신당은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존재하며,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중이다.


-탄핵 정국 속에서 좌·우로 더욱 선명하게 갈라진 대한민국. 극단의 이념 정치를 극복하려면?

▲이념이 사라질 수는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념이 존재하는 것이 건강한 일이다. 문제는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단적으로 이용해 대립을 부추기는 극단적 집단의 막가파식 정치가 아닌가 싶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탄압하거나 억누르는 방식이야말로 진짜 위험하다. 우리는 이미 그런 역사를 경험했다. 지난해 12월3일엔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체제다. 다른 의견을 가진다고 해서 힘으로 누르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후진(형편없는)’ 정치의 전형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이념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다.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자주 잊히곤 한다. 현재의 정치는 진영 논리에 갇혀 대립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데, 국민은 정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원한다. 정치는 이념을 넘어 실용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저는 바로 그 변화를 꿈꾼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잘 싸우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강미정이 추구하는 정치는?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어떻게 분배하느냐’를 정하는 예술이다. (정치 설득의 미학이)한정됐기 때문에 다툼이 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분배)과정서 싸움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인들이 싸운다고 싫어하시는 국민이 많은데, 싸우지 않는 정치인은 요리하지 않는 요리사와 같다고 생각한다(극단적 대립과는 다르다).

저는 정치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여의도 하늘의 맑음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다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을 위해서 싸우는 정치인, 막 싸우는 정치인이 아니라 잘 싸우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는?

▲우선 대변인으로서 혁신당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것을 익혀가며 당을 대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 이번에 경기도 의정부지역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데 섬김 정치, 소통 정치를 최우선 좌우명으로 삼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어떠한 사소함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챙기는 정치인 강미정이 되어보려 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다.

<haohao51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