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남들과 다른 김지수 민주당 당 대표 후보

“지금은 미래를 제시할 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단순히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당권 레이스에 참여했다고 보기에는 성적이 너무 저조하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통해 정치를 하고 싶은 다른 젊은 정치인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인물이다. 도전은 그에게 무언가를 바꿀 기회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후보다. 

“나는 성공의 Key Performance Indicator(KPI)가 남들과 좀 다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에 30대 정치인 김지수 당 대표 후보가 선거에 뛰어들었다. 1986년생인 그는 정당 역사상 최연소 출마자다. 그는 자신이 성공하는 지표가 되길 원한다.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이후에 젊은 정치인이 더욱 많이 정치권의 빅 이벤트에 도전하길 바라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어젠다를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게 김 후보의 포부다. 비록 당 대표로 나선 후보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는 이런 상황 자체도 즐겁다. 도전에 의미를 두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김 후보를 만나 당 대표 출마 이유, 민주당의 현안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대표에 출마해야겠다고 결심한 시기는?

▲많은 사람이 놀랐던 부분이다. 주변인도 잘 몰랐고, 누구와 협상하고 그런 게 아니다. 후보 등록일 이틀 전에 출마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지난달 9일 후보 신청을 후 기자회견 뒤 후보로 등록해버렸다. 


-원래 당 대표 출마가 목표였나?

▲미국과 중국을 다녀오곤 하는데 이들은 어떻게든 통합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무엇을 가져갈지 결정한다. 여야없이 국익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한편이라는 소리다. 젊은 정치인들도 상당히 치열하게 싸운다. 가치 외교 시대는 끝났다. 이미 각자도생의 시간이다.

결국 실익 외교가 필요하다는 얘긴데, 현재 우리 국회는 어떤가. 싸우기만 하고 미래 어젠다를 내세우기보다는 갈라치기가 일상이다. 비전과 정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순간 출마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비전·정책 바꾸고 싶다는 생각 강하다” 
“국제전략연구처 등 여야 협의체 만들어야”

-미래세대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 미래세대는 꿈이 없다.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이 아닌 청년을 만나보고 나서 결정했던 발언이었다고 한다. 그의 투자 원칙에는 3가지 기준이 있다. 그중 하나가 그 나라 청년의 꿈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년은 대기업을 가거나 공무원을 하려고 한다. 꿈이 없고 절망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래세대가 없는 대한민국은 끝이다. 

-당원들을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싸우지만 말고 미래를 열어달라고 하신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자 분들도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사실 시민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정치가 우리한테 희망을 1초도 주지 못해서다. 이 부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짜겠다. 

-언급한 대로 여야가 멸망하는 길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최근 여야 관계는 남북 관계같이 얼어붙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서로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도록 국제전략연구처나 문제 해결 협의체를 만들어 비쟁점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협력의 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22대 국회는 이준석, 천하람, 김재섭 같은 젊은 정치인을 배출해냈다. 젊은 정치인이 모여 흐름을 만들어내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싸움에만 함몰돼있으면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본다. 이제는 새 정치가 필요하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없지만 최소한 메시지는 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정치판 국민에 1도 희망 못 줘” 
“전대 끝나면 사용한 돈 공개할 예정”

-냉정하게 말해 세 후보들 중 꼴찌를 기록 중이다. 1%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데…

▲중도 사퇴는 없다. 지금 지지율은 숫자에 불과하다. 높게 나왔으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시민만 만나고 있는데, 느낀 점은 여의도 정치인은 시민의 아픔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대에 앞서 내 이름 석 자를 알리기보다는 시민을 만나면서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진짜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옳다는 판단이 들었다. 

-30대 정치인이다. 사실 젊은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와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치엔 돈도 많이 드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부자라고 하지만 실제론 아니다. 마찬가지로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고, 전당대회 이후 썼던 돈을 공개할 예정이다. 얼마 전 열린 합동연설회서도 누군가 현수막이 달랑 하나냐고 물었는데 솔직히 이야기했다. 돈이 없다고. 현수막을 다는 데 1000만원이 들고, 문자를 보내는 것도 다 돈이다. 과감하게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에 매몰돼있는 게 작금의 국회 현실이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민주당에 속해 있지만 총선 전략을 봤을 때 거대 야당이라고 해서 이길 거라는 생각에 미래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관점서 볼 때 지금은 민주당의 과도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원 주권 시대가 열리면서 당원이 주인으로 가는 게 맞는데, 이제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지 던질 때다. 민주당은 어젠다를 제시해야 현 상황을 리드하고 정책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외교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내 죄가 있는 것 같다. 내가 10%, 20% 정도 지지세가 나왔으면 역동적으로 변해 민주당의 전당대회 판이 흔들렸을 텐데 어차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두관 후보와 내 표가 저조해 사표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세에 관한 생각은?

▲종부세는 필요한 정책이다. 서울 같은 경우는 갑자기 부동산이 폭등했다. 민주당 내에서 어떻게 조정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좋겠다. 금투세의 경우 우리에게 올 수 있는 더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코리아 리스크와 더불어 투자 리스크까지 겹치면 외국인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투자가 경색된다. 유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당원을 비롯한 국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당신 자체로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부자든 누구든 사람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이 도래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시대는 인간을 표준화시키려고 줄 세우기에 혈안이다. 우리 생각과 삶은 다양한 방식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아직 받아주지 못한다. 명문대, 대기업만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이걸 배제하고 인간 자체로 존엄성을 인정받는 시대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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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