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만나다> 남들과 다른 김지수 민주당 당 대표 후보

“지금은 미래를 제시할 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단순히 이름을 알리기 위해 당권 레이스에 참여했다고 보기에는 성적이 너무 저조하다. 그는 자신의 도전을 통해 정치를 하고 싶은 다른 젊은 정치인에게 ‘너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인물이다. 도전은 그에게 무언가를 바꿀 기회를 창출하는 일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후보다. 

“나는 성공의 Key Performance Indicator(KPI)가 남들과 좀 다르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에 30대 정치인 김지수 당 대표 후보가 선거에 뛰어들었다. 1986년생인 그는 정당 역사상 최연소 출마자다. 그는 자신이 성공하는 지표가 되길 원한다.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이후에 젊은 정치인이 더욱 많이 정치권의 빅 이벤트에 도전하길 바라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어젠다를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나왔으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게 김 후보의 포부다. 비록 당 대표로 나선 후보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는 이런 상황 자체도 즐겁다. 도전에 의미를 두고,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김 후보를 만나 당 대표 출마 이유, 민주당의 현안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대표에 출마해야겠다고 결심한 시기는?

▲많은 사람이 놀랐던 부분이다. 주변인도 잘 몰랐고, 누구와 협상하고 그런 게 아니다. 후보 등록일 이틀 전에 출마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지난달 9일 후보 신청을 후 기자회견 뒤 후보로 등록해버렸다. 


-원래 당 대표 출마가 목표였나?

▲미국과 중국을 다녀오곤 하는데 이들은 어떻게든 통합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무엇을 가져갈지 결정한다. 여야없이 국익과 관련해서는 모두가 한편이라는 소리다. 젊은 정치인들도 상당히 치열하게 싸운다. 가치 외교 시대는 끝났다. 이미 각자도생의 시간이다.

결국 실익 외교가 필요하다는 얘긴데, 현재 우리 국회는 어떤가. 싸우기만 하고 미래 어젠다를 내세우기보다는 갈라치기가 일상이다. 비전과 정책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순간 출마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비전·정책 바꾸고 싶다는 생각 강하다” 
“국제전략연구처 등 여야 협의체 만들어야”

-미래세대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 미래세대는 꿈이 없다.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가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산업이 아닌 청년을 만나보고 나서 결정했던 발언이었다고 한다. 그의 투자 원칙에는 3가지 기준이 있다. 그중 하나가 그 나라 청년의 꿈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년은 대기업을 가거나 공무원을 하려고 한다. 꿈이 없고 절망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래세대가 없는 대한민국은 끝이다. 

-당원들을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싸우지만 말고 미래를 열어달라고 하신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자 분들도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 사실 시민들은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정치가 우리한테 희망을 1초도 주지 못해서다. 이 부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짜겠다. 

-언급한 대로 여야가 멸망하는 길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최근 여야 관계는 남북 관계같이 얼어붙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서로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도록 국제전략연구처나 문제 해결 협의체를 만들어 비쟁점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협력의 사례를 만들어내야 할 때다.

22대 국회는 이준석, 천하람, 김재섭 같은 젊은 정치인을 배출해냈다. 젊은 정치인이 모여 흐름을 만들어내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싸움에만 함몰돼있으면 피해는 오롯이 국민이 본다. 이제는 새 정치가 필요하다.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없지만 최소한 메시지는 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 정치판 국민에 1도 희망 못 줘” 
“전대 끝나면 사용한 돈 공개할 예정”

-냉정하게 말해 세 후보들 중 꼴찌를 기록 중이다. 1%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데…

▲중도 사퇴는 없다. 지금 지지율은 숫자에 불과하다. 높게 나왔으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시민만 만나고 있는데, 느낀 점은 여의도 정치인은 시민의 아픔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대에 앞서 내 이름 석 자를 알리기보다는 시민을 만나면서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진짜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 옳다는 판단이 들었다. 

-30대 정치인이다. 사실 젊은 정치인이 국회에 들어와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이다. 정치엔 돈도 많이 드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부자라고 하지만 실제론 아니다. 마찬가지로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고, 전당대회 이후 썼던 돈을 공개할 예정이다. 얼마 전 열린 합동연설회서도 누군가 현수막이 달랑 하나냐고 물었는데 솔직히 이야기했다. 돈이 없다고. 현수막을 다는 데 1000만원이 들고, 문자를 보내는 것도 다 돈이다. 과감하게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에 매몰돼있는 게 작금의 국회 현실이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민주당에 속해 있지만 총선 전략을 봤을 때 거대 야당이라고 해서 이길 거라는 생각에 미래 담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관점서 볼 때 지금은 민주당의 과도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원 주권 시대가 열리면서 당원이 주인으로 가는 게 맞는데, 이제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지 던질 때다. 민주당은 어젠다를 제시해야 현 상황을 리드하고 정책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외교 같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내 죄가 있는 것 같다. 내가 10%, 20% 정도 지지세가 나왔으면 역동적으로 변해 민주당의 전당대회 판이 흔들렸을 텐데 어차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는 전망이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두관 후보와 내 표가 저조해 사표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세에 관한 생각은?

▲종부세는 필요한 정책이다. 서울 같은 경우는 갑자기 부동산이 폭등했다. 민주당 내에서 어떻게 조정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좋겠다. 금투세의 경우 우리에게 올 수 있는 더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코리아 리스크와 더불어 투자 리스크까지 겹치면 외국인을 비롯한 우리나라에 투자가 경색된다. 유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당원을 비롯한 국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당신 자체로서 인정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부자든 누구든 사람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이 도래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시대는 인간을 표준화시키려고 줄 세우기에 혈안이다. 우리 생각과 삶은 다양한 방식이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아직 받아주지 못한다. 명문대, 대기업만 바라보는 게 현실이다. 이걸 배제하고 인간 자체로 존엄성을 인정받는 시대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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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