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의 신? 한형기, PM 계약 비리 의혹 수면 위로

목동 재건축 단지에 ‘100억원 요구’
소유주들에 지원사격 댓글 조장도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한형기 전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 1차) 아파트 조합장에 대한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 PM(Project Management) 계약 비리 의혹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14개 양천구 목동 소재의 A 단지에 한 전 조합장이 PM 계약으로 100억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해당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재준위)에 따르면, 한 전 조합장은 이 같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준위 측에 요구해 왔다. 이를 석연치 않게 여겼던 재준위는 그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재준위가 손절하다시피 하자 한 전 조합장은 이후로는 A 단지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PM은 기획부터 인허가, 설계, 시공은 물론 분양, 준공까지 모든 재개발 단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또 조합이나 시공사, 설계사, 건설사와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업 수익성 분석이나 위험 요소 대응, 조합원 간 의견 조율, 공사비 절감 전략 등 사업 전반의 총괄 주체로 통한다.

한 전 조합장은 서울 반포동 소재의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을 지냈던 인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재개발 사업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래미안 원베일리 부조합장으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통상 10년 이상 소요되는 재건축 사업을 단 4년8개월 만에 마무리시키며 ‘스타 조합장’ ‘재건축의 신’으로 불렸던 입지전적의 인물로 통한다.


특히 자신이 조합장이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의 재건축 단지의 거래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데 대해 “재건축으로 1평당 2억원, 집 한 채로 100억원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한형기가 유일하다”거나 ‘재건축 투자 미다스의 손’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스스로 만들어낸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거래 가격의 수직 상승 실상은 ▲한강변의 영구 조망권 ▲반포한강공원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입지 등이 가격 상승의 실제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포 소재의 한 부동산 업자는 “아크로리버파크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신축 고급 아파트인 데다, 같은 평형이라도 한강 뷰가 있는 세대는 약 20%까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반포동 중심의 한강변에 위치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 수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희소성이 높아졌고 이로 인한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기대심리와 매물 부족 현상, 똘똘한 한 채 선호 경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며 “실거래 가격이 드문 상황에서 한번 거래될 때마다 그 폭이 크게 느껴지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반포권역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지정되지 않은 몇 안 되는 강남의 핵심 지역 중 하나로, 상대적으로 투자나 거래에 유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며 “교통·학군·생활 인프라가 뛰어나 고소득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은 곳”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한 전 조합장이 재건축 사업 전체를 이끌어 그 덕분에 거래 가격이 상승했다는 그의 공치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 전 조합장은 압구정, 은마, 여의도 등 서울 도심의 주요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이용했다. 이를테면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이나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부조합장 신분으로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해 일부 도움이 된 부분을 마치 자신의 능력만으로 평당 2억원의 거래가를 이뤄낸 것처럼 공치사하는 식이다.


이 같은 치적으로 여론을 조성해 강남 재건축 투자의 귀재로 자신을 포장하며 준비 단계에 있는 재건축 단지를 순회하면서 집값 상승 확언 등으로 재건축 소유자들의 동요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재건축 사업 설명회 과정에서 그를 동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이권 개입의 주춧돌이 마련되는 것으로, 이후 몇 차례 추가 개최하면서 망설이던 소유자들을 동조시키는 것을 자신의 영향력이라고 포장·전파하고 있다.

이렇게 타이밍을 저울질하다가 ‘판이 짜여졌다’는 확신이 들면 재준위를 상대로 자신이 만든 법인회사를 CM(건설 사업 관리, Construction Management, 사업주를 대신해 건설 사업의 관리를 대행해주는 용역)이나 PM 용역비 명목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계약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자신의 명성에 기댄 채 판을 크게 벌린 후 개평을 두둑하게 받아가겠다는 심산이다.

통상 CM은 건설 사업 전 단계의 설계, 계약, 원가, 공정, 품질, 안전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으며, 조합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사비 절감, 품질 향상, 사업 기간 단축을 목표로 하는데, 최근 들어 공사비 증가로 인해 그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까지도 한 전 조합장이 과거 치적을 내세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14일 부동산 관련 네이버 카페에는 그가 반포 일대 재건축 조합에 참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회원도 있었으나, 일부 회원들은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회원은 “타 아파트 소유주 오픈 채팅방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 사람이 ‘(한 전 조합장 관련) 글 썼으니 지원사격을 해 달라’고 유도하는 글을 올렸다”며 “소유주들이 댓글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은 조용히 잘 진행하면 된다. 좋은 단지일수록 묵묵히 진행해 이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런 글을 보면 모르는 사람을 현혹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고, 당하는 매수자가 생길까 무섭다”고 우려했다.

다른 회원은 “한 명만 걸려 보라는 식으로 작업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 세력의 원인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2021년 방송된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에선 한 전 조합장이 스스로를 “전과 7범”이라고 밝히며 ‘속도전’을 성공 비결로 내세운 장면을 공개했다. 당시 제작진은 조합원 폭행과 조합비 유용, 특정 업체 밀어주기, 독일산 섀시 선정 논란 등 각종 의혹을 고발한 바 있다.

<haewoong@ilyosisa.co.kr>


※ 한형기 전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아파트 조합장에게 불편부당한 일을 겪었거나 피해를 당하신 분들이 있으시면 아래의 제보 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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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