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일부터 주담대 ‘최대 6억원 제한’ 초강수

금융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갈아타기’ ‘갭투자’ 등 차단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정부가 출범 23일 만에 ‘눈만 뜨면 오르는’ 서울 집값에 대한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금융 당국은 27일, 급증하는 수도권 가계부채를 막고 부동산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대출 규제’를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바로 다음날인 28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는 이날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는 2019년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출을 금지했던 것과 달리, 대출한도 자체를 일괄 제한하는 사상 처음 취해지는 역대급 초강력 조치다.

정부의 이번 대출 규제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집값 상승세가 강북과 경기권으로까지 확산되고, 특히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의 주간 집값 상승률이 1% 육박하는 등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는 소수의 고액 대출 수요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다고 판단, 이들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6억원 이상 대출받는 차주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소수”라며 “이들이 주택시장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수도권 및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주택 구매 목적의 주담대 최대 한도를 구매 가격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일괄 6억원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13억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7억원 이상의 현금을 갖고 있지 않은 이상 상급 지역으로의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한, 수도권 주택을 구입한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해 ‘갭투자’도 할 수 없게 된다.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로 대출이 전면 금지되며, 주택을 옮기기 위해 대출을 받은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 기한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 조건부 전세대출도 금지된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 방식이 실수요자, 특히 젊은 층과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 꿈을 사실상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애 첫 주택 구매를 꿈꾸는 2030세대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10억원 이하의 중저가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6억원 대출로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10억원짜리 집을 사려면 최소 4억원의 자기 자금이 필요한데, 이 정도 현금을 마련한 세대는 많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중위소득 이하 가구들은 대출 한도에 걸려 아예 주택 구매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며 “전세로 눈을 돌리게 될 경우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고, 결국 월세 전환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입장에선 다주택자,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칼을 댄 것이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건 무주택 실수요자일 수밖에 없다. 신혼부부 대상 디딤돌 대출, 버팀목 대출의 한도까지 축소(최대 1억원)됐는데, 이마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받는다면 대출액은 더더욱 줄어든다.


이번 규제의 또 다른 역효과는 지역별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강남·한강벨트는 거래가 얼어붙겠지만,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6~8억원대 아파트가 몰린 서울 외곽이나 경기 권역으로 자금이 흘러, 또 다른 가격 상승의 불씨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건 고액 자산가들이다.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난 고소득자, 법인, 해외 자본 등은 이번 규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대출 없는 깔끔한 매입’으로 더 비싼 아파트를 쓸어 담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6억원 한도로 막을 수 있는 건 결국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는 ‘가난한 부자’(고소득자 제외 일반인)뿐”이라며 “실질적인 수요 억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우려 속에서도 정부는 이번 ‘6억 캡’ 조치가 강남 3구와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를 주춤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15억원 초과 대출 금지 조치와 달리 즉시 시행되는 점도 ‘막차 수요’까지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젊은 층들의 어려움은 공감하지만 언젠가는 이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불가피하게 한번은 이런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조치들을 일관되게 한다면 주택 가격도 안정화되고 통상적인 경제 활동을 하면서 주택도 구입하고 부채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도 시행할 수 있다는 방침인 만큼, 앞으로의 집값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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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