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 국회의원(무소속) H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사업가 J씨가 부산에서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조명됐다. 앞서 H 전 의원은 J씨와 사실혼 관계에 가까운 친밀한 사이로 지내며 그의 정치 활동과 사적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
H 전 의원은 국회의원 관용차와 보좌진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내연남 J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700세대
매체 보도에 따르면, H 전 의원은 자신의 딸을 서울 강남 소재 입시 컨설팅 학원에 데려다 주거나 픽업하는 과정에서 국회 관용차와 보좌진을 투입했고, 휴일에도 비서를 불러 점심을 챙기는 등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 또 H 전 의원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J씨의 시상식 행사에 보좌진을 보내 꽃다발을 전달하고 사진 촬영을 하게 하는 등 공적 자원을 개인적 관계를 위해 동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국회법 및 윤리 규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김종수 부장판사)는 지난 6월13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H 전 의원과 내연남 J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H 전 의원은 제21대 총선 과정에서 J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H 전 의원은 또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 보증금과 월세 등 임차 이익 약 3200만원을 얻고, J씨가 준 신용카드로 6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들은 5000만원을 비롯한 지급액은 사실혼 관계 또는 그에 준하는 공동생활에 사용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공동 피고인 정씨는 법률상 배우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여보’라고 칭하며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나 일생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부부로서 공동생활체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H 전 의원의 남편인 A씨는 이들의 내연관계를 알게 됐는데, H 전 의원은 ‘J씨와 관계를 정리하는 데 몇 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 등 H 전 의원 부부는 당시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른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5000만원의 사용처를 보면 H 전 의원이 대부분의 돈을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J씨는 H 전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H 전 의원의 전 남편 A씨는 2023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H 의원이 J씨의 카드로 명품을 구매하고, 아파트까지 제공받았다”며 J씨의 금전 지원 사실을 폭로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이 같은 혜택이 단순 사적인 지원을 넘어 정치자금법 위반 혹은 뇌물성 제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J씨가 H 전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했으며 자신이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H 전 의원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본 의원이 없는 자리에서 정씨가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은 없다”며 적극 해명했다.
보증금 반환 지연···피해자 20명 넘어
추가 피해 우려···총 200억대로 추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J씨에게 부산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추가 의혹이 지난 10일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다수의 세입자가 J씨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한 부동산 사업체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반환이 지연되는 피해가 속출하면서 촉발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J씨 측은 수억원대의 보증금을 유용했다. 일부는 정치권 인맥을 통해 사건 무마를 시도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집단으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수사 당국은 현재 자금 흐름과 계약 구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이 넘고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데, 집주인이 J씨였던 것이다.

지난해 말,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고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셋집에서 나온 피해자는 보증금 1억1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해 받아낸 건 겨우 100만원뿐이었다. 피해자는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니까 지금 많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J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20여명인데 한 피해자는 보증금 8000만원 중 한 푼도 못 돌려받았고 대출금까지 떠안게 생겼다.
J씨는 관련 소송 중엔 책임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대출이 막혔고, HUG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없이는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다”며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주장했다. J씨는 건물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씨가 부산 서면 일대에 소유한 임대용 건물만 5채며 약 750세대에서 받은 전체 전월세 보증금은 무려 200억원에 달해 피해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J씨는 전세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사기의 고의성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J씨의 전세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H 전 의원과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J씨가 H 전 의원의 정치 활동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사기 사건이 아닌 정치적 비호와 연결된 권력형 비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만약 H 전 의원이 J씨의 사업 활동이나 전세사기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J씨가 H 전 의원에게 제공한 금품이나 부동산 지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J씨가 연루된 부산 전세 사기 사건에서 H 전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권력형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J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H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6월23일 부산BBS 라디오에 출연해 “H 전 의원을 상대로 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실행한 사람(전 남편)의 말을 믿고 경찰은 지난 1년 동안 뭐하는 것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집이 안 팔려서 어쩔 수 없다”
회장 정체가···전 의원 내연남
또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경찰 수사와 관련해, 조작된 장부 사진을 근거로 경찰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6개 법인 모두와 사무실 직원, 가족 계좌를 압수수색했다면서 장부에 적힌 66명에 대해서도 경찰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소환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최근 논란으로 총선 출마는 어려울 수 있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특히 H 전 의원 사태가 이미 3년 전에 불거진 문제였고 당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사생활로 종결된 점을 강조하며, 같은 이슈로 마녀사냥식 보도가 이뤄진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판 물갈이 신호탄 1호’가 H 전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J씨는 2018년 1월에 부산시축구협회 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부산남구갑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본래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천을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2019년 10월 민선 1기 부산광역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정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탈당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사퇴한 부산시축구협회장 보궐선거에 재차 출마해 논란이 되었다. 자신의 사임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또다시 입후보하면서 도덕성은 물론 후보자 자격 논란마저 일었다.
민주당 탈당으로부터 불과 16개월 만인 2021년 3월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대책본부를 출범하면서 그는 박형준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박형준 후보는 하태경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김미애·백종헌·안병길·정동만 의원, 이언주 전 의원,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이름을 공동선대본부장에 올렸다.
정체가···
2023년 4월에는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으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았다. 이어 지난 21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가 J씨를 국민의힘 조직본부 부본부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키웠다.
J씨는 2022년 2월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조직본부 부본부장 임명장을 올리고, 자신이 윤석열 캠프 부본부장이 됐다고 알렸다. 경남 남해 출신인 J씨는 젊은 시절 선박 관리 사업을 하며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지난 2006년 S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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