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엿장수 맘대로?’ 방배5구역 감정평가의 비밀

‘34억→24억→33억’ 10억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이 쌍방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합원이 조합이나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한 편이지만, 그 반대는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조합 측에서 먼저 불을 댕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8~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946-8번지 일대에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33층의 아파트 29개동이 들어선다. 3064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다. 4·7호선 환승이 가능한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자리하며 2호선 방배역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이다. 도보와 버스로 통학 가능한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학세권이기도 하다.

내년 입주
랜드마크

시행은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방배5구역 조합),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방배5구역 조합은 2004년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9월 정비구역 지정 후 2012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7월 사업 시행, 2016년 7월 관리처분 계획 인가를 받고 2022년 7월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방배5구역 조합이 시끄럽다.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가 조합원 3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피소된 조합원들 역시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맞소송을 건 것이다.

사건의 시발점은 아파트와 함께 분양되는 상가의 ‘감정평가액’ 논란이다. 방배5구역 상가는 이수역과 내방역 방면으로 구분돼있는데 브리지로 연결해 양쪽을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가는 총 142개로 모두 조합원이 분양받았다. 이 중 가장 목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지하 1층 한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문제로 떠올랐다.


방배5구역 조합원에 따르면 해당 호수는 지하 1층으로 기재돼있지만 밖에서 볼 때는 지상 1층이나 다름없다. 조합원은 “지하철역서 가장 가깝고 그 앞으로 횡단보도가 설계돼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다만 지형상 약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진 대목은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3차례에 걸쳐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34억8000여만원 → 24억3000여만원 → 33억4000여만원 등으로 변동됐다. 변동액이 10억원 안팎을 오간 셈이다. 그사이 시세나 설계 등 해당 호수를 둘러싼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호수에 세 버전의 감정평가액이 등장한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서 감정평가액은 사업 구역 내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평가금액을 뜻한다. 조합의 의뢰를 받은 감정평가사가 법에 정해진 방법과 절차에 따라 아파트, 상가 등을 평가해 보고서를 작성해 납품한다. 공시지가보다 다양한 요소로 시세를 반영하기에 현실적인 금액에 가깝다.

역세권·학세권 대규모 단지
‘조합 VS 조합원’ 쌍방 소송

방배5구역 조합은 감정평가 법인 두 곳에 상가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각 법인의 감정평가사가 각각 평가 후 평균가로 감정평가액을 정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경 조합을 통해 상가의 감정평가액이 알려졌다. 문제를 제기한 상가 조합원 A씨는 조합서 제공한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142개 호수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논란의 호수는 34억5310만원(M 감정법인), 35억1670만원(S 감정법인) 등으로 감정평가액이 나왔고 평균은 34억8490만원으로 나타났다. 평당 단가가 가장 높진 않지만 면적이 넓어 가장 높은 감정평가액을 기록했다.


A씨는 “당시 해당 호수 바로 옆 호수의 평당 단가가 4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문제가 된)호수는 지형상 살짝 안으로 들어가 있어 평당 단가가 36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해할 만한 수준의 액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여 뒤인 지난해 6월 초 A씨가 확인한 방배5구역 ‘근생시설 배정 안내서’ 가제본 인쇄물에는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10억원 이상 깎인 상태로 기재돼있었다. 24억940만원(M사), 24억6950만원(S사) 등 평균 24억3945만원으로 10억4000여만원이 낮아졌다.

A씨는 “(그사이)이의 신청이나 총회 의결 등의 절차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가제본 인쇄물을 검토하는 과정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조합장에게 의문을 표했다. 감정평가 과정서 실수나 누락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존 평가액과 30%나 차이 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총액에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줄어든 대신 다른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조금씩 더해져 약 1060억원에 이르는 전체 금액은 거의 그대로였다.

A씨의 항의가 계속되자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는 감정평가사를 불렀고 첫 문제 제기 이후 사흘 만에 4자 대화가 진행됐다. 이 과정서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평균 33억4130만원으로 다시 변동됐다. 다른 호수도 그 차액만큼 다시 증액돼 상가의 최종 분양 금액이 이 시기에 산정됐다.

석연치 않은
변동 이유

이후 인쇄물도 수정을 거쳐 조합원에게 발송됐다.

잠잠해지나 했던 논란은 지난해 12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방배5구역 조합과 상가 조합 사이에 계약 업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과정에서다. A씨는 “원래 계획보다 8개월가량 상가 계약 업무가 지체돼 조합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 또 조합장은 분양 시기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가 조합원들은 회의를 거쳐 공문을 통해 조합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정평가액 논란에 대한 공개 사과와 상가 분양 계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또 설명회 요청, 신속한 업무 처리 등을 요청하는 내용도 공문에 포함됐다. 조합에 발송된 공문은 상가 조합원 등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조합은 한동안 답변을 하지 않다가 소송을 제기했다. A씨와 공문을 다른 단체대화방에 올린 조합원 2명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것이다. 조합원 3명에 대한 고소는 이사회에서는 안건이 부결됐지만 대의원회 직권 상정을 통해 진행됐다.

이 과정서 소송비를 조합이 부담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변호사 비용은 1500만원에 이른다.


A씨를 비롯한 피소된 조합원들은 조합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석연치 않은 감정평가액 변동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를 상가 조합원과 공유했을 뿐, 조합이 주장하는 대로 특정인을 음해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감정평가액 논란에 대해 명백한 사실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의원회서도 최종 보고서가 납품되기 전 감정평가액이 일부 조합 관계자에게 먼저 공유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정평가사가 의뢰인에게 미리 감정 내용을 주고 ‘이게 맞는지’를 협의한 듯한 모습이 의문스럽다는 취지다.

조합 돈으로
소송비를?

당시 조합장은 최소 분양 단위 등을 알기 위해 조합서 요청했다고 답했다.

방배5구역 감정평가를 맡은 감정평가사들은 “최종 보고서가 나가기 전에 조합 측과 논의를 진행해 예상 금액을 추정해 본 게 있다. 최종 보고서에 기재된 게 마지막 감정평가액”이라고 입을 모았다.

M사의 감정평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상가는 전면이냐 후면이냐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다. 도면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설계 업체에 확인 후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납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의도로 한 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S사의 감정평가사도 “해당 호수가 설계상의 특수성이 있어 감정평가액 변동이 있었다”며 M사 감정평가사와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최종 보고서를 내기 전에 조합 측에서 두 차례 예상 평가액을 요구한 적이 있다. 업무상 필요한 자료 제공 차원서 드린 것”이라며 “(조합에) 드리면서도 이게 확정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 사안으로 조합과 조합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최종적으로 납품한 게 최종 감정서고 예상 추정 금액은 감정평가 최종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이나 서초구청에 답변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최종 납품 이후에 가격을 고칠 수 있는지에 “확실한 오타나 오기가 있다면 변동이 가능한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잘 변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업무에 밝은 한 교수는 “감정평가액은 시기, 주변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그런데 감정평가사들은 오류를 잘 인정 안 한다. 그래서 (감정평가액을) 정정도 잘 안 한다”며 “그럼에도 변동이 있었다면 감정을 진행한 감정평가사에게 그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가 변동 등 외부 조건 변화 없이 2억~3억원도 아니고 10억원가량이 변동된 것은 좀 차이가 크긴 하다.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같은 조건인데 가격만 3번 바뀌어
최종 보고서 납품 날짜도 의문점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도시정비사업을 할 때는 조합의 사업성을 고려해야 하고 조합원의 배분 균형 때문에 절차나 진행 상황, 전체적인 가격 수준을 설명하고 협의하기도 한다. 총회 의결로 가격이 딱 정해져 (조합원들에게) 배포되기 전까지 대부분 협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보고서가 납품된 뒤에는 이의 신청,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초안 단계에서는 문제 제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고 그 내용이 타당하다면 감정평가에 반영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 대신 총회 의결이 진행된 이후에 가격을 수정하려면 다시 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부분은 감정평가가 이뤄진 시기가 언제냐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M사와 S사가 조합에 발송한 최종 보고서에는 지난해 5월31일자 도장이 찍혀 있다. 조합의 접수 도장은 지난해 6월14일자다. M사의 감정평가사는 납품 시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S사의 감정평가사는 지난해 5월31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내가 인쇄물에서 달라진 감정평가액을 발견한 게 지난해 6월7일이고 조합장, 총무이사, S사의 감정평가사까지 4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게 6월10일이다. 조합의 접수 도장을 보면 감정평가사가 평가금액을 수정한 게 6월14일로 추정되는데, 어떻게 5월31일자로 발송한 최종 보고서에 33억4000만원으로 변동된 감정평가액이 쓰여있던 건지 모르겠다. 표지 갈이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상으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씨는 “지난해 5월8~9일에 조합에서 나에게 상가 호수별 가격과 순위를 기재한 문서를 보냈다. 당시에는 내 컴퓨터에 설치된 문서 뷰어의 버전이 낮아 해당 문서를 보지 못했는데, 최근에 확인한 결과 가제본 인쇄물에 기재된 것과 같은 액수(24억원대)가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문서를 조합 관계자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2023년 12월~지난해 1월 이전에 한 차례, 지난해 5월8~9일 이전에 한 차례, 지난해 6월10일 이후 한 차례,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상가 감정평가액이 변동됐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의 납품 날짜는 지난해 5월31일로 기재돼있는 상황인 것이다.

A씨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가능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A씨 등 조합원에게 피소된 방배5구역 조합장과 총무이사는 회의, 외근 등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방배5구역 조합 사무장은 “서로 고소한 상황이니 수사 진행 과정을 보면 될 것 같다”며 조합비로 변호사 비용을 댔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것도 고소 내용에 포함돼있으니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 같다. 그 외에는 조합 차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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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