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엿장수 맘대로?’ 방배5구역 감정평가의 비밀

‘34억→24억→33억’ 10억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이 쌍방 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합원이 조합이나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흔한 편이지만, 그 반대는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조합 측에서 먼저 불을 댕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8~9월 서울 서초구 방배동 946-8번지 일대에 지하 3층부터 지상 최고 33층의 아파트 29개동이 들어선다. 3064세대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다. 4·7호선 환승이 가능한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자리하며 2호선 방배역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역세권이다. 도보와 버스로 통학 가능한 초·중·고등학교가 있는 학세권이기도 하다.

내년 입주
랜드마크

시행은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하 방배5구역 조합),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방배5구역 조합은 2004년 12월 추진위원회 구성, 2010년 9월 정비구역 지정 후 2012년 5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후 2013년 7월 사업 시행, 2016년 7월 관리처분 계획 인가를 받고 2022년 7월 착공에 돌입했다.

최근 방배5구역 조합이 시끄럽다.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가 조합원 3명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피소된 조합원들 역시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맞소송을 건 것이다.

사건의 시발점은 아파트와 함께 분양되는 상가의 ‘감정평가액’ 논란이다. 방배5구역 상가는 이수역과 내방역 방면으로 구분돼있는데 브리지로 연결해 양쪽을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가는 총 142개로 모두 조합원이 분양받았다. 이 중 가장 목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지하 1층 한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문제로 떠올랐다.


방배5구역 조합원에 따르면 해당 호수는 지하 1층으로 기재돼있지만 밖에서 볼 때는 지상 1층이나 다름없다. 조합원은 “지하철역서 가장 가깝고 그 앞으로 횡단보도가 설계돼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다만 지형상 약간 안으로 들어가 있는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진 대목은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3차례에 걸쳐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34억8000여만원 → 24억3000여만원 → 33억4000여만원 등으로 변동됐다. 변동액이 10억원 안팎을 오간 셈이다. 그사이 시세나 설계 등 해당 호수를 둘러싼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호수에 세 버전의 감정평가액이 등장한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서 감정평가액은 사업 구역 내에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평가금액을 뜻한다. 조합의 의뢰를 받은 감정평가사가 법에 정해진 방법과 절차에 따라 아파트, 상가 등을 평가해 보고서를 작성해 납품한다. 공시지가보다 다양한 요소로 시세를 반영하기에 현실적인 금액에 가깝다.

역세권·학세권 대규모 단지
‘조합 VS 조합원’ 쌍방 소송

방배5구역 조합은 감정평가 법인 두 곳에 상가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각 법인의 감정평가사가 각각 평가 후 평균가로 감정평가액을 정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경 조합을 통해 상가의 감정평가액이 알려졌다. 문제를 제기한 상가 조합원 A씨는 조합서 제공한 감정평가액을 바탕으로 142개 호수에 대한 자료를 만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논란의 호수는 34억5310만원(M 감정법인), 35억1670만원(S 감정법인) 등으로 감정평가액이 나왔고 평균은 34억8490만원으로 나타났다. 평당 단가가 가장 높진 않지만 면적이 넓어 가장 높은 감정평가액을 기록했다.


A씨는 “당시 해당 호수 바로 옆 호수의 평당 단가가 4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문제가 된)호수는 지형상 살짝 안으로 들어가 있어 평당 단가가 36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해할 만한 수준의 액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개월여 뒤인 지난해 6월 초 A씨가 확인한 방배5구역 ‘근생시설 배정 안내서’ 가제본 인쇄물에는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10억원 이상 깎인 상태로 기재돼있었다. 24억940만원(M사), 24억6950만원(S사) 등 평균 24억3945만원으로 10억4000여만원이 낮아졌다.

A씨는 “(그사이)이의 신청이나 총회 의결 등의 절차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가제본 인쇄물을 검토하는 과정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조합장에게 의문을 표했다. 감정평가 과정서 실수나 누락이 있을 수는 있지만 기존 평가액과 30%나 차이 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총액에는 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줄어든 대신 다른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조금씩 더해져 약 1060억원에 이르는 전체 금액은 거의 그대로였다.

A씨의 항의가 계속되자 조합장과 총무이사 등 집행부는 감정평가사를 불렀고 첫 문제 제기 이후 사흘 만에 4자 대화가 진행됐다. 이 과정서 해당 호수의 감정평가액이 평균 33억4130만원으로 다시 변동됐다. 다른 호수도 그 차액만큼 다시 증액돼 상가의 최종 분양 금액이 이 시기에 산정됐다.

석연치 않은
변동 이유

이후 인쇄물도 수정을 거쳐 조합원에게 발송됐다.

잠잠해지나 했던 논란은 지난해 12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방배5구역 조합과 상가 조합 사이에 계약 업무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과정에서다. A씨는 “원래 계획보다 8개월가량 상가 계약 업무가 지체돼 조합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 또 조합장은 분양 시기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가 조합원들은 회의를 거쳐 공문을 통해 조합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정평가액 논란에 대한 공개 사과와 상가 분양 계획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또 설명회 요청, 신속한 업무 처리 등을 요청하는 내용도 공문에 포함됐다. 조합에 발송된 공문은 상가 조합원 등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조합은 한동안 답변을 하지 않다가 소송을 제기했다. A씨와 공문을 다른 단체대화방에 올린 조합원 2명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한 것이다. 조합원 3명에 대한 고소는 이사회에서는 안건이 부결됐지만 대의원회 직권 상정을 통해 진행됐다.

이 과정서 소송비를 조합이 부담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변호사 비용은 1500만원에 이른다.


A씨를 비롯한 피소된 조합원들은 조합의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석연치 않은 감정평가액 변동에 의문을 제기했고 이를 상가 조합원과 공유했을 뿐, 조합이 주장하는 대로 특정인을 음해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감정평가액 논란에 대해 명백한 사실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의원회서도 최종 보고서가 납품되기 전 감정평가액이 일부 조합 관계자에게 먼저 공유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정평가사가 의뢰인에게 미리 감정 내용을 주고 ‘이게 맞는지’를 협의한 듯한 모습이 의문스럽다는 취지다.

조합 돈으로
소송비를?

당시 조합장은 최소 분양 단위 등을 알기 위해 조합서 요청했다고 답했다.

방배5구역 감정평가를 맡은 감정평가사들은 “최종 보고서가 나가기 전에 조합 측과 논의를 진행해 예상 금액을 추정해 본 게 있다. 최종 보고서에 기재된 게 마지막 감정평가액”이라고 입을 모았다.

M사의 감정평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상가는 전면이냐 후면이냐에 따라 금액 차이가 크다. 도면에 대한 이해가 달랐다. 설계 업체에 확인 후 최종적으로 보고서를 납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의도로 한 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S사의 감정평가사도 “해당 호수가 설계상의 특수성이 있어 감정평가액 변동이 있었다”며 M사 감정평가사와 같은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최종 보고서를 내기 전에 조합 측에서 두 차례 예상 평가액을 요구한 적이 있다. 업무상 필요한 자료 제공 차원서 드린 것”이라며 “(조합에) 드리면서도 이게 확정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이 사안으로 조합과 조합원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최종적으로 납품한 게 최종 감정서고 예상 추정 금액은 감정평가 최종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합이나 서초구청에 답변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최종 납품 이후에 가격을 고칠 수 있는지에 “확실한 오타나 오기가 있다면 변동이 가능한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잘 변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 업무에 밝은 한 교수는 “감정평가액은 시기, 주변 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그런데 감정평가사들은 오류를 잘 인정 안 한다. 그래서 (감정평가액을) 정정도 잘 안 한다”며 “그럼에도 변동이 있었다면 감정을 진행한 감정평가사에게 그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가 변동 등 외부 조건 변화 없이 2억~3억원도 아니고 10억원가량이 변동된 것은 좀 차이가 크긴 하다. 일반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같은 조건인데 가격만 3번 바뀌어
최종 보고서 납품 날짜도 의문점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도시정비사업을 할 때는 조합의 사업성을 고려해야 하고 조합원의 배분 균형 때문에 절차나 진행 상황, 전체적인 가격 수준을 설명하고 협의하기도 한다. 총회 의결로 가격이 딱 정해져 (조합원들에게) 배포되기 전까지 대부분 협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종 보고서가 납품된 뒤에는 이의 신청, 총회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초안 단계에서는 문제 제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고 그 내용이 타당하다면 감정평가에 반영되기도 하는 것으로 안다. 대신 총회 의결이 진행된 이후에 가격을 수정하려면 다시 총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부분은 감정평가가 이뤄진 시기가 언제냐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M사와 S사가 조합에 발송한 최종 보고서에는 지난해 5월31일자 도장이 찍혀 있다. 조합의 접수 도장은 지난해 6월14일자다. M사의 감정평가사는 납품 시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S사의 감정평가사는 지난해 5월31일로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내가 인쇄물에서 달라진 감정평가액을 발견한 게 지난해 6월7일이고 조합장, 총무이사, S사의 감정평가사까지 4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게 6월10일이다. 조합의 접수 도장을 보면 감정평가사가 평가금액을 수정한 게 6월14일로 추정되는데, 어떻게 5월31일자로 발송한 최종 보고서에 33억4000만원으로 변동된 감정평가액이 쓰여있던 건지 모르겠다. 표지 갈이가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시간상으로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씨는 “지난해 5월8~9일에 조합에서 나에게 상가 호수별 가격과 순위를 기재한 문서를 보냈다. 당시에는 내 컴퓨터에 설치된 문서 뷰어의 버전이 낮아 해당 문서를 보지 못했는데, 최근에 확인한 결과 가제본 인쇄물에 기재된 것과 같은 액수(24억원대)가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해당 문서를 조합 관계자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2023년 12월~지난해 1월 이전에 한 차례, 지난해 5월8~9일 이전에 한 차례, 지난해 6월10일 이후 한 차례,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상가 감정평가액이 변동됐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의 납품 날짜는 지난해 5월31일로 기재돼있는 상황인 것이다.

A씨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가능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A씨 등 조합원에게 피소된 방배5구역 조합장과 총무이사는 회의, 외근 등의 이유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방배5구역 조합 사무장은 “서로 고소한 상황이니 수사 진행 과정을 보면 될 것 같다”며 조합비로 변호사 비용을 댔다는 점에 대해서도 “그것도 고소 내용에 포함돼있으니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 같다. 그 외에는 조합 차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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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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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