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은 지금…

1967년부터 버려진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백사마을. 정겹던 마을 풍경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주민들의 십수년 숙원인 재개발사업에 시동이 걸리면서다. 하지만 지금 허물어지고 있는 건 낡은 집들이 아니다. 주민들의 기대와 희망이다. <일요시사>는 백사마을의 마지막 모습을 살피고, 주민들의 하소연을 들으러 백사마을로 향했다.

백사마을이라는 이름은 ‘중계동 산 104번지’라는 옛 주소에서 따왔다. 그동안 서울시 성북구·도봉구·노원구로 속한 행정구역은 여러번 바뀌어왔지만, 매번 끝 주소는 같아 이름이 그대로 굳어졌다.

강제 이주
개발 제한

백사마을은 서울 동북쪽 끝에 있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마을 입구가 나온다. 여느 달동네가 그렇듯, 마을 중심으로 들어가려면 오르막길을 10분은 족히 걸어야 한다. 

서울 도심에서 찾아오기에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하지만 백사마을에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 끊이지 않았다. ‘사진 명소’라는 입소문을 꾸준히 타면서다.

백사마을에는 서울에서 이제 찾아보기 힘든 정겨움이 남아 있다. 좁은 골목과 아기자기한 집들, 연탄과 빨랫줄까지. 지난 2017년,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에 젊은 사람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나이 든 사람은 향수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5년이 지나 마을을 다시 찾았다. 예전의 그 어떤 풍경도 더는 남아 있지 않았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주민 10명 중 9명이 마을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1200가구 중 100가구가 채 남지 않았다.

인적이 드물어진 마을에는 폐허로 변한 건물들만 아슬아슬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집집마다 둘러진 테이프와 빨간 스프레이로 그려진 동그라미가 눈에 띄었다. 이주가 끝나 철거 예정이라는 의미였다.

곳곳에는 일부가 무너진 채 뼈대만 남은 건물들도 보였다. 안쪽이 모두 타버린 채 남겨진 집도 있었다. 2010년대 들어 담벼락마다 그려진 벽화들도 곳곳이 벗겨지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을 다시 드러낸 담장을 보면서, 이 마을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다시 떠올렸다.

백사마을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도, 지금까지 모습을 간직해온 것도 어느 하나 주민들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간 봐왔던 백사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한국 도시 개발사의 어두운 단면, 그 자체다.

백사마을은 1967년 만들어진 마을이다. 개발을 이유로 정부가 용산, 청계천, 안암동 등 서울 각지의 판자촌 사람들을 백사마을로 강제 이주시켰다. 판자촌을 나온 사람들 앞에는 천막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는 30평짜리 천막을 치고 분필로 네 등분했다. 8평도 안 되는 공간에 한 가구씩 구겨 넣었다.

세월이 흐른 뒤 주민들은 이사 간 집을 합치고, 남는 땅에 집을 지으며 20평 남짓의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개발은 허락되지 않았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개발제한구역, 즉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민들이 ‘재개발’과 ‘아파트’를 꿈꾸는 건 언감생심이었다.

안전 문제로 주민 90% 조기 이주
폐허 된 마을…누전에 불탄 집도 


그간 주민들이 겪은 애환은 비로소 이들의 애정 어린 손길이 끊긴 후에야 바로 보이게 됐다.

마을을 두 바퀴나 돌고서야 아직 마을에 남은 주민 한 분과 마주칠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언덕을 오르시던 할머니와 잠시 함께 걸었다. 가방을 들어드리겠다고 하니 한사코 거절하셨다. 할머니는 이곳에서 사신 지 올해로 53년째라고 했다. 

‘다들 어디로 갔느냐’고 묻자 할머니는 “개발한다고 해서 다들 나가서 전세 살면서 기다리지. 나간 지 2~3년은 됐어”라고 답했다.

이어 “개발은 4번인가 한다 만다 하더니, 아직도 잘 안됐어. 그래도 이렇게 마을이 텅 빈 걸 보니 이제 뭐가 되긴 하나 봐”라고 덧붙였다.

‘오래 산 동네가 사라지는 게 아쉽지 않으냐’고 묻자 “아쉬워도 50년이 넘은 동네가 없어져야지. 젊은 사람들이 여기서 살 수가 없어”라며 “진작 없어졌을 동네인데, 이제까지 질질 끌린 거야”라고 말했다.

마을 입구로 내려오는 길에 백사마을 주민대표회의(이하 주민대표회의)와 연락이 닿았다. 마을 입구 상가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백사마을 재개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주민대표회의 측 설명에 따르면 백사마을은 1990년대 말부터 서울시와 여러 논의를 주고받았다. ‘개발제한구역 내 집단취락지’로 분류된 백사마을에게 서울시와의 논의는 필수였다.

그러던 중 서울시가 2008년 백사마을 구역 면적 80%가량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했다. 대신 재개발사업으로 하되, 공공사업시행자로 건립 세대수의 50%를 건설하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대책 없는 
조치만 남발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2009년 구역을 반으로 나눠 각각 분양아파트 1461세대와 임대아파트 1297세대를 건설하는 정비계획이 수립됐고, 구역 지정도 고시됐다.

주민들은 “그때만 해도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될 줄 알았다”고 회상한다.

하지만 2011년 하반기 들어 사업이 돌연 보류됐다. 서울시가 “서울에 마지막으로 남은 달동네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선회한 탓이다.


그러는 사이 서울시장은 오세훈 시장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으로 바뀌었고, 서울시는 2012년 6월 들어 새로운 정비계획을 내놨다. 직접 임대주택 부지를 매입해 주거지 보전사업을 자체 시행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따라서 새로운 정비계획에 임대주택 세부계획은 들어가지 않았다. 

바뀐 법에 따라 충족해야 하는 17%의 임대주택 비율은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해 확보하고, 나머지 세부계획은 서울시가 알아서 수립‧시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서울시는 임대주택부지에 임대 아파트 대신 저층 주거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 세부계획을 수년 동안 완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업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다시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갔다.

멈췄던 개발 시계가 다시 움직인 때는 2017년 7월. 서울시 중재로 시행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로 바뀐 게 신호탄이 됐다. 주민들은 비로소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 역시 잠시뿐이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부지에서 사업을 직접 시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으면서,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주민대표회의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주거지 보전사업의 임대주택도 재개발구역이므로, 우리가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며 “(기존에 빼놨던)임대주택 세부계획을 정비계획에 반영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당초 약속받았던 ‘서울시 직접 시행’은 2011년 사업계획 변경 때 주민들이 부담 가중을 우려하자, 이를 달래기 위해 서울시가 내건 ‘협상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거센 반발이 뒤따른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서울시는 “사업 시행은 SH가 해도 당초 약속한 대로 주민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시 설득에 나섰다. 주민들은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7년 12월, 다시 변경 방침을 수립했다. 주민 부담을 없애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한다는 내용도 여기에 포함됐다. 이 방침은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2019년 10월 고시됐다. 변경된 정비계획에 따르면 주거지 보전사업 부지에는 총 698세대가 들어서게 됐다.

같은 시각 백사마을은 주민들의 거주가 어려울 정도로 주거환경이 악화됐다. 서울시는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조기 이주를 권고했다. 주민들은 몇 년 안에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서울 도처로 전셋집을 구해 나갔다.

주민들의 바람대로, 최근까지도 사업은 차근차근 진행돼왔다. 지난해 3월 사업시행인가가 나왔고, 12월에는 GS건설로 시공자 선정을 마쳤다.

주민들은 분양신청·관리처분 등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서울시에 “임대주택 매입비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2017년 12월 방침이 잘못됐다”며 “주거지 보전사업의 임대주택 매입비를 추가로 줄 수 없다”고 또다시 말을 뒤집었다.

주민대표회의 측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들에게 “공사비가 너무 비싸다”며 “매입비를 결정하는 대신 주거지 보전사업을 재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원래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땅에 주거지 보전사업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 서울시”라며 “본인들이 제안한 것이고,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갈 것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주민들 설득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또다시 정비계획 변경안을 수립하고 결정하면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게 뻔한데, 그때까지 폐허가 된 마을을 그냥 두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 관계자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용을 이유로 주거지 보전사업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허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만약 해당 부지에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면, 이는 2009년에 추진하던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의 ‘10년 공염불’에 시간만 날린 셈이다.

10년 표류 사업 본궤도 올랐지만… 
시 ‘공염불’에 또다시 지연 위기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가 ‘딴지’만 걸지 않았어도 이미 그 자리에 임대 아파트가 들어서고 남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의 주장 일부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서울시의 매입비 전액 부담 약속’을 두고 “2012년 관련 조례가 변경된 건 맞다”면서도 “다만 서면에는 ‘협의해서 한다’고 표현돼있을 뿐, ‘전부 부담한다’는 내용은 없다. 우리는 조례를 근거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에는 구두상으로 어떤 합의가 오고 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그동안 ‘가급적 계획에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은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시가 공사비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에는 “그와 관련해 최종 입장을 결정한 바 없고 아직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며 “며칠 전에 SH가 자료를 넘겨줘서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공염불 논란’에 대해 묻자 “임대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안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했을 뿐, 그렇게 하기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에 연관된 지적들에는 아직 답변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사가 늦어질수록 곤경에 처하는 것은 주민들이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이미 사업 진행을 위해 돈을 미리 당겨 쓴 게 있다”며 사업이 지체될수록 주민들이 져야 할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을 밖으로 나가 있는 주민들의 전세 재계약 날짜가 돌아오고 있다”면서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금 부담도 점점 커져가는데, 사업이 지지부진해서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행사 SH는 내년에 착공을 시작해 오는 2026년 10월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대로 사업 진행이 늦춰지면 정해진 시간 안에 사업을 마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주민들은 “서울시 결정만 떨어지면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민 대다수가 빠른 재개발을 원하고 있고, 이주도 마무리 단계라 기존 건물 철거도 금방 끝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초 GS건설과 시공 계약도 끝냈다.

55년 흘러도
발만 ‘동동’

이들은 답답한 마음에 단체 행동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로 인해 개발이 계속 늦어지면 서울시를 상대로 집회나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5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주민들은 먼 옛날 좁은 천막으로 내몰렸던 그때처럼, 대책 없는 조치만 남발하는 공권력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신세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 달동네 재개발 현주소

백사마을과 함께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성북구 정릉골·강남구 구룡마을·서초구 성뒤마을 역시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다만 진행 상황은 제각각이다. 정릉골 사업은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으며 순항하고 있는 반면, 구룡마을과 성뒤마을 사업은 토지보상에 얽힌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정릉골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지난달 11일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GS건설·대우건설·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사 8곳이 참여했다. 조합은 오는 26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구룡마을은 2020년 실시계획을 인가받고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토지보상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무허가 주택 원주민과 토지주 등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충돌도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착공, 2025년 완공’이라는 기존 사업계획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모양새다.

성뒤마을도 토지보상 절차가 걸림돌이다. 2019년까지 관련 절차를 마무리짓겠다던 계획이 3년째 미뤄지고 있다. 마을이 백사마을만큼 오래돼 매년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철거‧착공 일정도 토지보상 절차와 맞물려 계속 미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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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단독] ‘MC몽 불륜설’ 제보자-원희룡 부적절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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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JYP·FNC 등 대형 기획사가 참여했던 초기 계획은 공연시설 없이도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를 K-팝 무대로 활용하는 첨단 콘텐츠 사업이었다. 그러나 2022년 9월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부임한 이후 사업 방향은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023년 1월과 2월 두 차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 송도 8공구 R2 블록에 오피스텔을 건설해 개발수익을 활용하겠다는 ‘개발 중심’의 K-팝 시티 구상이 내부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메타버스 콘텐츠 계획은 사실상 사라지고, 김진용 취임 이후 곧바로 개발사업 중심으로 구조가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2023년 1월 출장 당시 김진용 청장은 라스베거스 CES 2023 등에서 차준영을 직접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해 2월 출장 또한 “차준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급히 잡은 일정”이라는 증언이 나온다. 당시 차준영이 접대한 자리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차준영이 접대에서 제공한 크리스탈 로제 샴페인의 소비자가는 약 160만원으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선 1병당 500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원 전 장관에게 직접 접대 의혹에 관해 질문했지만,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원 전 장관은 2023년 1월6일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3에 참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원 전 장관은 국토부 내 도심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CES 2023에 참석했다. 관계자는 “김진용 청장은 1월 출장 내내 이들과 동행했고 2월 출장에서도 이틀간 연속으로 만나 협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용 청장이 2월 인천시의회 출석을 하루 전 급하게 불출석 처리하고 곧바로 미국으로 떠난 점도 의혹을 키웠다. 이후 2023년 4월 인천경제청에 제출된 K-팝 시티 제안서는 김진용 청장이 7월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구상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 내부에서는 “차준영 라인이 실질적으로 참여해 만든 제안서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제안서 검토 회의에는 차준영 측이 직접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결국 제안서는 정책현안조정회의에서 과반 반대로 부결됐지만, 형성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회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같은 해 10월26일 김민종 KC컨텐츠 공동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에 건설을 추진했다가 KC컨텐츠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백지화 결정된 'K팝 콘텐츠 시티' 사업과 관련해 이날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다. 조카 불륜설 제보한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 목적은 지분 탈취? MC몽 겁박한 정황 포착 의혹을 제기한 정 의원에 따르면, 김민종은 2023년 7월18일 KC컨텐츠의 사내이사로 들어온 뒤 바로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일주일 뒤인 26일 KC컨텐츠는 인천경제청에 총사업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K-콘텐츠 시티’ 사업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인천경제청장이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출장을 다녀왔는데, 해당 장소에서 김민종과 차준영, 이수만 전 SM 대표 등을 만난 것으로 전해져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국내에 KC컨텐츠라는 회사가 설립됐는데 이 회사가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김 대표(김민종)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인천경제청장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뒤 KC컨텐츠가 설립됐고, 김 대표가 KC컨텐츠의 대표가 됐으며, 이 사업 주체가 KC컨텐츠로 바뀌었다”며 “사업 부지도 1만5000평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사업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다가 특혜 논란이 불거지니 백지화됐다. 사업이 지연돼 주민들이 어려워졌는데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민종은 “어떤 것에 대한 사과를 드려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 프로젝트를 우리 지역에서 하자라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SM엔터테인먼트, JYP, FNC, 드라마·영화 제작사 등 기업 유치를 내가 직접 뛰어다니며 받아왔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제 이 사업을 원하는 다른 지자체로 가자고 얘기하지만 아직은 내가 그렇게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종은 2023년 국감에서 “사과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지만, 김진용의 미국 출장-차준영 접대-사업 구상 변화-KC컨텐츠 등장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KC컨텐츠는 차준영 라인의 확장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준영 접대 의혹은 과거 원 전 장관이 업무추진비를 비정상 집행했다는 의혹과 결합되며 더욱 파문을 키우고 있다.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관계자는 “라스베이거스 접대에서도 원 전 장관과 동행한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접대를 받지 않은 것처럼 카드로 소액을 결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원 전 장관이 제주도지사 재직 시절 고급 오마카세 식당과 호텔에서의 식사비가 1인당 6만2만원만 카드로 결제해 ‘개인적으로 부담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정황과 똑같은 패턴이다. 라스베이거스 업무추진비? K-팝 시티의 방향 전환, 미국 출장의 기묘한 일정, 제출된 제안서의 동일성, KC컨텐츠의 돌연 등장, 고급 만찬 접대 의혹까지 모두 차준영이 중심에 자리한다. 송도 개발 방향이 콘텐츠에서 부동산개발로 바뀌기 시작한 시기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루어진 접대의 타이밍은 공교롭게 맞물린다. 송도 8공구 R2 블록을 둘러싼 특혜 논란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다이닝에서 일어난 ‘보이지 않는 협업’의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차준영은 가수 MC몽과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의 불륜 의혹을 언론사 <더팩트>에 지난해 12월 제보했다. 그는 조카인 차가원 회장의 불륜 의혹을 제기하기 전,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MC몽으로부터 빼앗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조카의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륜설을 제기한 셈이다. 차 회장이 운영하는 원헌드레드는 지난해 12월24일 공식입장을 통해 “(MC몽과 차가원 회장과 관련) 사실 확인 결과 기사 내용과 카톡 대화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라고 밝히고 “이는 MC몽이 차가원 회장의 친인척인 차준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조작해서 보낸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차준영은 빅플래닛메이드의 경영권을 뺏기 위해 MC몽에게 강제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협박했으며 이 과정에서 MC몽의 조작된 카톡이 전달된 것”이라며 “이 카톡 내용을 차준영이 기사를 보도한 매체에 전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헌드레드는 “MC몽은 보도를 확인한 후 회사 측에 미안하다고 연락했고, 당사는 차준영 씨와 최초 보도한 매체를 상대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며 “아티스트와 경영진을 향한 악의적인 모함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선처 없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며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와 비방은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MC몽은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차가원 회장 등과 관련한 여러 내용을 폭로했다. 그는 “6월30일 회사를 가로채려는 차가원 작은 아버지에게 제가 조작해서 보내 문자”라며 “첫번째는 차가원 삼촌이 저애게 2대 주주를 유지시켜줄 테니 함께 뺏어보자며 보낸 가짜 서류고, 저에게 지분을 넘기자고 한 주주명부와 주식양도 매매 계약서, 자필 계약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자신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범죄자와 손을 잡았고 저희 카톡에도 없는 문자를 짜깁기가 아니라 새롭게 만들었다.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던지고 뺨을 때리고 건달처럼 협박하며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하고 전 회사를 차가원 회장으로써 지키고 싶은 마음로 떠난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는 “그 근처 무리에 매니저가 제 카톡에도 없는 문자, 그리고 제가 방어하기 위해 속이기 위해 만든 문자들은 다시 재해석하고 그 문자를 또 짜깁기해서 기사화시켰다”며 “다시 맹세코 그런 부적절한 관계을 맺은 적도 없으며 전 그 사람 가족 같은 지금도 120억 소송 관계가 아니라 당연히 채무를 이행할 관계다. 그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전했다. MC몽은 “비피엠과 원헌드레드를 지켜내고 싶었다. 저란 이미지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원 친구인 관계를 제가 조작하고 절 협박하고 자기 조카에 회사를 뺏으려는 자에게서 지켜내고 싶었다”며 “모든 카톡이 조작인데 제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전 매일 매일 왜이렇게 잡음이 많은 걸까요? 전 그래서 이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에선 공직자 접촉으로 업력 쌓아 이수만-김민종 동원된 화려한 작전 앞서 지난 12월18일 <더팩트>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은 원헌드레드를 공동 설립한 MC몽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 청구 법적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무려 120억원에 달하는 액수의 지급명령 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인 MC몽이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해당 지급명령은 확정됐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차 회장이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한 것이 지난 6월이다. 이 시기는 MC몽의 업무 배제됐던 시점과 겹친다. 당시 원헌드레드는 “MC몽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현재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에서 배제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차준영은 언론사와 경찰을 동원해 차가원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복수의 증언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차준영 회장은 조카 차가원 회장의 흠집내기 제보를 국가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에 하고 있지만, 수사가 어려운 집안싸움 내용”이라며 “차준영은 언론사 <더팩트>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현재 차준영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친형 차대영의 금융계좌를 활용해 30억원대의 분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행사 대표인 차준영과 A 신탁 직원이 공모해 계약 명의자 차대영의 동의 없이 금융계좌를 도용한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가원 회장의 아버지인 차대영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친동생 차준영 넥스플랜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에테르노압구정은 현재 건설 중인 고급 공동주택으로 축구선수 손흥민이 분양 받아 유명세를 탔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차대영은 “동생 차준영이 2024년 10월초 본인명의의 금융계좌가 압류돼 사용할 수 없어 생활비 통장으로 쓰겠다며 내 명의의 모 은행 계좌를 빌려갔다”며 “생활비 통장으로 사용한다는 것과 달리 해당 통장을 이용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계약서를 위조했다. 이 과정에서 넥스플랜과 A 신탁 직원들도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씨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 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언론사 동원 경찰 제보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신탁 관계자는 “신탁사는 일체의 공모, 방조 및 해당 범죄 행위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수사 진행시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넥스플랜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