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료 주식 리딩방 직접 들어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6:06:45
  • 호수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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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부자 만들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20~30대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이들에게 주식·코인 등은 집을 사기 위한 필수로 여겨진다. 그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 ‘리딩방’이다. “무료로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자가 되는 첫걸음을 축하드립니다.” 주식 리딩방에 초대된 후 입장해 들은 첫 말이다.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4만183개로 집계됐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계좌 혹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계좌 수는 2007년 7월 1000만개를 처음 넘었고, 2012년 5월에는 2000만개를 돌파했다.

투자 도우미
초대문자 필수

2020년 3월에는 8년 만에 3000만개를 넘었다. 그 후 5개월 만인 8월에 5000만개를 넘었다. 이후 6000만개 돌파는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주식거래를 하는 국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용 계좌 수 6000만개 돌파는 국민 1명당 주식거래 계좌 1개를 보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주식 열풍은 주거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임기 내내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집값은 급등했고,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투기 세력 차단을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투자는 현금이 많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됐다. 


현 시점에서 20~30대가 집을 사는 것은 소위 ‘금수저 부모’의 자녀가 아니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주식·코인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투자는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기르는 등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됐다.

이런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각종 ‘리딩방’이다. 리딩방은 주식이나 그 외에 각종 투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초대 문자가 필요하다.

문자는 랜덤으로 발송되는 것처럼 보이며 문자에 쓰여 있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에 개설된 리딩방에 입장할 수 있다. 

‘무조건’ 투자 성공 홍보…가입비 필요도
금융회사로 현혹해 연회비에 위약금까지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하는 단체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리딩방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주식 전문가도 주식 투자로 손실 없는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반해 리딩방은 주식투자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홍보한다. 리딩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입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에 성공한 투자자들도 때때로 큰 손해를 본다. 이런 경우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때 투자자가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4월 직장인 A씨는 스스로 공부해서 주가가 저점을 찍은 코로나19 때 주식투자를 했다. 2020년 말까지 총 6000만원 수익을 봤지만, 수익은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로 주식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당시 A씨의 주식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A씨는 주식 리딩방에 가입비로 1300만원을 냈고, 주식 리딩방에서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따라 5개월 반 동안 투자했다. A씨는 투자금액의 -18% 손실을 봤다.

주식 리딩방은 과대광고를 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인 것처럼 현혹해 투자자를 속인다. 1년치 회비 250만원을 받은 후 가입자가 해지를 요청하면 해지위약금 55만원, 정보이용료 80만원 등 과다한 금액을 공제해 환불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 투자 자문업 피해 민원은 총 3442건으로 2020년 대비 97.4% 증가했다. 주요 위반사항은 보고의무 위반·미등록 투자자문·미등록 투자 일임·무인가 투자 중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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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딩방 피해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해가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주식 리딩방의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5일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혹시 하락장에 주식에 손을 놓고 계신가요?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꾸준히 상승 가능한 종목으로 저점 매수 후 가치 투자를 해야 합니다. 돈이 드는 것 없으니 부담 없이 와서 열심히 공부합시다. 개미는 뭉쳐야 합니다. 파이팅!”이라며 “‘5월 첫째 주 상한가 성공 종목’은 세 가지로 ○○○, ○○○, ○○○. 위 내역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친 결과입니다. 영원히 무료로 진행되는 소수정예 스터디·리딩으로 자유롭게 소통하세요”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주소를 남겼다.

“유료 리.딩.방 홍.보 아닙니다. 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유익한 정보 공유로 수익을 만듭시다”라고 강조했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보니 7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

매일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인원 수는 바뀌었지만, 700명 이상은 항상 유지됐다. 주식 리딩방은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국내 주식 리딩은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됐다. 

수익 구간이 ‘+2%~+10%면 절반 청산, +10%~+50%면 자율적 청산’을 하라고 공지했다. 손실 구간은 ‘-1%~-5% 때 시장 흐름 관망, -5%~-7%때는 현금 확보 후 다음 종목 준비’라고 친절히 적혀있다.

공지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가입비 ▲유료방 유도 ▲금전 요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주식 리딩방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고 강조하는 듯 보였다. 

장 끝나면 슬쩍 선물·코인으로 유인
고객 1명 담당 1명 맨투맨 밀착 관리


주식 리딩방 대표가 “오늘은 국내장 휴장입니다. 부자의 첫걸음을 하신 회원님께 미리 축하드립니다. 푹 쉬시고 내일 오전 9시에 뵙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이 됐다. 주식 리딩방의 아침은 대표의 뉴스 브리핑으로 시작했다. 주식에 연관이 될만한 뉴스를 공유하며 이 뉴스가 어떤 주식과 연결되는지 설명했다. 개장 전 국제 주요 이슈 점검, 뉴욕 증시, 국제 유가 그리고 외환 브리핑 등으로 이어갔다. 

끝으로 리딩방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행동과 말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정책 주’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우주 주’와 ‘원전 주’가 시장의 하락에도 빨리 돌려주는 모습이다. ‘기술 주’들이 상승하면 오히려 차익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해설을 이어갔다. 

관련 주에 따른 회사도 추천했다. 여기에는 ▲식량·사료 관련 주 ▲수소 관련 주 ▲철강 관련 주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주 등이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니 사람들은 일제히 “감사합니다”라고 줄 세워 인사를 나눴다.

장이 시작하자마자 ‘오늘의 탑픽’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브리핑에서 추천했던 주식 외 해당 날에 가장 추천하는 주식 종목이었다. 주식 리딩방 사람들은 대표가 추천한 주식을 구매한 것으로 보였다. 

곧 ‘오늘의 탑픽’으로 발생한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넘쳐났다. 이외에 아침에 추천했던 종목이나 그 전날에 추천한 종목으로 발생한 수익도 인증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표가 종목을 추천하고 수익을 인증하는 방식이 장이 마감할 때까지 계속됐고, 사람들은 ‘점심값 벌었다’ ‘모두 수익이 엄청나다’ ‘슈팅 제대로다’ ‘대박’의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의 주식 리딩방이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특이한 점은 주식을 매매해서 이익을 본 사람은 있어도, 그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카톡방의 인증 글만 보면 대표의 말을 믿고 주식을 구매한 모든 사람이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표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을 하는 사람의 글은 모두 삭제됐다. 

너무 순식간에 삭제돼 카톡방을 계속 응시하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도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카톡방에 남겨진 ‘채팅방 관리자가 메시지를 가렸습니다’ ‘○○님을 내보냈습니다’ 등의 흔적이다.

주식 리딩방의 특이점은 또 있었다. 대표는 국내 장이 막을 내리면 해외선물·코인 선물에 대한 광고를 했다. “주식에 물려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거나 주식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해외선물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 리딩방의 회원들은 “선물로 이익을 많이 봤다” “대표의 선물은 무조건 믿으면 된다” “주식으로 까먹은 것 선물로 많이 올라왔다” “주식만 하다가 나스닥 선물은 정말 신세계” “선물로 갈아타는 게 돈 버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표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남들 돈 벌 때 돈을 벌지 못하는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선물은 위험성이 전혀 없는 안전한 투자수단처럼 여겨졌다. 물론 대표가 추천하는 종목에 한해서다. 리딩방에서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으면 따로 문의를 남겨야 했다.

‘무료’라고 거듭 강조
불만 표하면 바로 강퇴

대표에게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다고 문의하니 곧바로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대표는 “우리는 회원님에게 담당자를 붙여서 1대1로 관리한다. 곧 담당자가 연락을 할 것”이라면서도 “절대 입회비를 받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전화를 건 담당자는 어떤 투자를 원하는지 물었고, 기자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담당자는 “해외선물은 증권사를 통해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증권사에서 이용하면 중도금이 많이 나가고 세금 문제가 생겨서 대여업체를 이용하는데 대여업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라 사용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메타 트레이더5’를 설치하면 된다. 이 어플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합법이다. 시간을 알려주면 매매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기자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상관없냐고 물어보자 이 담당자는 “상담사들이 집에서도 쉬운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고 답했다. 전화기 너머로 다른 상담사들이 상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모든 주식 리딩방은 위와 같은 형태로 운영됐다. 리딩방은 정보 공유의 형태지만 해외선물·코인·암호화폐 등의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만 다른 카톡방에 모아서 프로그램 설치 및 매매 방법을 설명한다. 주식은 맛보기인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투자 플랫폼인 메타 트레이더5 등의 어플로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어플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어플을 설치하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브로커고, 이들이 중간에서 사기를 친다는 주장이다. 

사기의 수단
투자 플랫폼

인터넷에서 메타 트레이더5로 사기를 당했다는 A씨는 “정보를 줘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사기였다. 그렇게 좋은 정보면 나한테 주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사기꾼들은 메타 트레이더5를 통해 처음에는 작은 금액 투자를 권유한다. 수익이 실제로도 발생한다. 이런 방식으로 2~3번이 지나면 큰돈을 투자하라고 권유하는데 이때 돈을 출금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잠수를 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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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