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료 주식 리딩방 직접 들어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6:06:45
  • 호수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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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부자 만들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20~30대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이들에게 주식·코인 등은 집을 사기 위한 필수로 여겨진다. 그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 ‘리딩방’이다. “무료로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자가 되는 첫걸음을 축하드립니다.” 주식 리딩방에 초대된 후 입장해 들은 첫 말이다.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4만183개로 집계됐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계좌 혹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계좌 수는 2007년 7월 1000만개를 처음 넘었고, 2012년 5월에는 2000만개를 돌파했다.

투자 도우미
초대문자 필수

2020년 3월에는 8년 만에 3000만개를 넘었다. 그 후 5개월 만인 8월에 5000만개를 넘었다. 이후 6000만개 돌파는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주식거래를 하는 국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용 계좌 수 6000만개 돌파는 국민 1명당 주식거래 계좌 1개를 보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주식 열풍은 주거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임기 내내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집값은 급등했고,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투기 세력 차단을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투자는 현금이 많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됐다. 


현 시점에서 20~30대가 집을 사는 것은 소위 ‘금수저 부모’의 자녀가 아니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주식·코인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투자는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기르는 등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됐다.

이런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각종 ‘리딩방’이다. 리딩방은 주식이나 그 외에 각종 투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초대 문자가 필요하다.

문자는 랜덤으로 발송되는 것처럼 보이며 문자에 쓰여 있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에 개설된 리딩방에 입장할 수 있다. 

‘무조건’ 투자 성공 홍보…가입비 필요도
금융회사로 현혹해 연회비에 위약금까지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하는 단체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리딩방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주식 전문가도 주식 투자로 손실 없는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반해 리딩방은 주식투자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홍보한다. 리딩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입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에 성공한 투자자들도 때때로 큰 손해를 본다. 이런 경우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때 투자자가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4월 직장인 A씨는 스스로 공부해서 주가가 저점을 찍은 코로나19 때 주식투자를 했다. 2020년 말까지 총 6000만원 수익을 봤지만, 수익은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로 주식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당시 A씨의 주식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A씨는 주식 리딩방에 가입비로 1300만원을 냈고, 주식 리딩방에서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따라 5개월 반 동안 투자했다. A씨는 투자금액의 -18% 손실을 봤다.

주식 리딩방은 과대광고를 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인 것처럼 현혹해 투자자를 속인다. 1년치 회비 250만원을 받은 후 가입자가 해지를 요청하면 해지위약금 55만원, 정보이용료 80만원 등 과다한 금액을 공제해 환불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 투자 자문업 피해 민원은 총 3442건으로 2020년 대비 97.4% 증가했다. 주요 위반사항은 보고의무 위반·미등록 투자자문·미등록 투자 일임·무인가 투자 중개 등이 있다.

부정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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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딩방 피해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해가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주식 리딩방의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5일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혹시 하락장에 주식에 손을 놓고 계신가요?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꾸준히 상승 가능한 종목으로 저점 매수 후 가치 투자를 해야 합니다. 돈이 드는 것 없으니 부담 없이 와서 열심히 공부합시다. 개미는 뭉쳐야 합니다. 파이팅!”이라며 “‘5월 첫째 주 상한가 성공 종목’은 세 가지로 ○○○, ○○○, ○○○. 위 내역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친 결과입니다. 영원히 무료로 진행되는 소수정예 스터디·리딩으로 자유롭게 소통하세요”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주소를 남겼다.

“유료 리.딩.방 홍.보 아닙니다. 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유익한 정보 공유로 수익을 만듭시다”라고 강조했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보니 7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

매일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인원 수는 바뀌었지만, 700명 이상은 항상 유지됐다. 주식 리딩방은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국내 주식 리딩은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됐다. 

수익 구간이 ‘+2%~+10%면 절반 청산, +10%~+50%면 자율적 청산’을 하라고 공지했다. 손실 구간은 ‘-1%~-5% 때 시장 흐름 관망, -5%~-7%때는 현금 확보 후 다음 종목 준비’라고 친절히 적혀있다.

공지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가입비 ▲유료방 유도 ▲금전 요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주식 리딩방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고 강조하는 듯 보였다. 

장 끝나면 슬쩍 선물·코인으로 유인
고객 1명 담당 1명 맨투맨 밀착 관리


주식 리딩방 대표가 “오늘은 국내장 휴장입니다. 부자의 첫걸음을 하신 회원님께 미리 축하드립니다. 푹 쉬시고 내일 오전 9시에 뵙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이 됐다. 주식 리딩방의 아침은 대표의 뉴스 브리핑으로 시작했다. 주식에 연관이 될만한 뉴스를 공유하며 이 뉴스가 어떤 주식과 연결되는지 설명했다. 개장 전 국제 주요 이슈 점검, 뉴욕 증시, 국제 유가 그리고 외환 브리핑 등으로 이어갔다. 

끝으로 리딩방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행동과 말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정책 주’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우주 주’와 ‘원전 주’가 시장의 하락에도 빨리 돌려주는 모습이다. ‘기술 주’들이 상승하면 오히려 차익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해설을 이어갔다. 

관련 주에 따른 회사도 추천했다. 여기에는 ▲식량·사료 관련 주 ▲수소 관련 주 ▲철강 관련 주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주 등이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니 사람들은 일제히 “감사합니다”라고 줄 세워 인사를 나눴다.

장이 시작하자마자 ‘오늘의 탑픽’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브리핑에서 추천했던 주식 외 해당 날에 가장 추천하는 주식 종목이었다. 주식 리딩방 사람들은 대표가 추천한 주식을 구매한 것으로 보였다. 

곧 ‘오늘의 탑픽’으로 발생한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넘쳐났다. 이외에 아침에 추천했던 종목이나 그 전날에 추천한 종목으로 발생한 수익도 인증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표가 종목을 추천하고 수익을 인증하는 방식이 장이 마감할 때까지 계속됐고, 사람들은 ‘점심값 벌었다’ ‘모두 수익이 엄청나다’ ‘슈팅 제대로다’ ‘대박’의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의 주식 리딩방이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특이한 점은 주식을 매매해서 이익을 본 사람은 있어도, 그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카톡방의 인증 글만 보면 대표의 말을 믿고 주식을 구매한 모든 사람이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표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을 하는 사람의 글은 모두 삭제됐다. 

너무 순식간에 삭제돼 카톡방을 계속 응시하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도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카톡방에 남겨진 ‘채팅방 관리자가 메시지를 가렸습니다’ ‘○○님을 내보냈습니다’ 등의 흔적이다.

주식 리딩방의 특이점은 또 있었다. 대표는 국내 장이 막을 내리면 해외선물·코인 선물에 대한 광고를 했다. “주식에 물려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거나 주식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해외선물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 리딩방의 회원들은 “선물로 이익을 많이 봤다” “대표의 선물은 무조건 믿으면 된다” “주식으로 까먹은 것 선물로 많이 올라왔다” “주식만 하다가 나스닥 선물은 정말 신세계” “선물로 갈아타는 게 돈 버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표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남들 돈 벌 때 돈을 벌지 못하는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선물은 위험성이 전혀 없는 안전한 투자수단처럼 여겨졌다. 물론 대표가 추천하는 종목에 한해서다. 리딩방에서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으면 따로 문의를 남겨야 했다.

‘무료’라고 거듭 강조
불만 표하면 바로 강퇴

대표에게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다고 문의하니 곧바로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대표는 “우리는 회원님에게 담당자를 붙여서 1대1로 관리한다. 곧 담당자가 연락을 할 것”이라면서도 “절대 입회비를 받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전화를 건 담당자는 어떤 투자를 원하는지 물었고, 기자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담당자는 “해외선물은 증권사를 통해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증권사에서 이용하면 중도금이 많이 나가고 세금 문제가 생겨서 대여업체를 이용하는데 대여업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라 사용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메타 트레이더5’를 설치하면 된다. 이 어플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합법이다. 시간을 알려주면 매매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기자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상관없냐고 물어보자 이 담당자는 “상담사들이 집에서도 쉬운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고 답했다. 전화기 너머로 다른 상담사들이 상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모든 주식 리딩방은 위와 같은 형태로 운영됐다. 리딩방은 정보 공유의 형태지만 해외선물·코인·암호화폐 등의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만 다른 카톡방에 모아서 프로그램 설치 및 매매 방법을 설명한다. 주식은 맛보기인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투자 플랫폼인 메타 트레이더5 등의 어플로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어플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어플을 설치하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브로커고, 이들이 중간에서 사기를 친다는 주장이다. 

사기의 수단
투자 플랫폼

인터넷에서 메타 트레이더5로 사기를 당했다는 A씨는 “정보를 줘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사기였다. 그렇게 좋은 정보면 나한테 주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사기꾼들은 메타 트레이더5를 통해 처음에는 작은 금액 투자를 권유한다. 수익이 실제로도 발생한다. 이런 방식으로 2~3번이 지나면 큰돈을 투자하라고 권유하는데 이때 돈을 출금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잠수를 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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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