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료 주식 리딩방 직접 들어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6:06:45
  • 호수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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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부자 만들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20~30대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이들에게 주식·코인 등은 집을 사기 위한 필수로 여겨진다. 그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 ‘리딩방’이다. “무료로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자가 되는 첫걸음을 축하드립니다.” 주식 리딩방에 초대된 후 입장해 들은 첫 말이다.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4만183개로 집계됐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계좌 혹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계좌 수는 2007년 7월 1000만개를 처음 넘었고, 2012년 5월에는 2000만개를 돌파했다.

투자 도우미
초대문자 필수

2020년 3월에는 8년 만에 3000만개를 넘었다. 그 후 5개월 만인 8월에 5000만개를 넘었다. 이후 6000만개 돌파는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주식거래를 하는 국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용 계좌 수 6000만개 돌파는 국민 1명당 주식거래 계좌 1개를 보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주식 열풍은 주거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임기 내내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집값은 급등했고,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투기 세력 차단을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투자는 현금이 많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됐다. 


현 시점에서 20~30대가 집을 사는 것은 소위 ‘금수저 부모’의 자녀가 아니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주식·코인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투자는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기르는 등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됐다.

이런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각종 ‘리딩방’이다. 리딩방은 주식이나 그 외에 각종 투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초대 문자가 필요하다.

문자는 랜덤으로 발송되는 것처럼 보이며 문자에 쓰여 있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에 개설된 리딩방에 입장할 수 있다. 

‘무조건’ 투자 성공 홍보…가입비 필요도
금융회사로 현혹해 연회비에 위약금까지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하는 단체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리딩방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주식 전문가도 주식 투자로 손실 없는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반해 리딩방은 주식투자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홍보한다. 리딩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입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에 성공한 투자자들도 때때로 큰 손해를 본다. 이런 경우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때 투자자가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4월 직장인 A씨는 스스로 공부해서 주가가 저점을 찍은 코로나19 때 주식투자를 했다. 2020년 말까지 총 6000만원 수익을 봤지만, 수익은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로 주식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당시 A씨의 주식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A씨는 주식 리딩방에 가입비로 1300만원을 냈고, 주식 리딩방에서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따라 5개월 반 동안 투자했다. A씨는 투자금액의 -18% 손실을 봤다.

주식 리딩방은 과대광고를 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인 것처럼 현혹해 투자자를 속인다. 1년치 회비 250만원을 받은 후 가입자가 해지를 요청하면 해지위약금 55만원, 정보이용료 80만원 등 과다한 금액을 공제해 환불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 투자 자문업 피해 민원은 총 3442건으로 2020년 대비 97.4% 증가했다. 주요 위반사항은 보고의무 위반·미등록 투자자문·미등록 투자 일임·무인가 투자 중개 등이 있다.

부정적 글
바로 삭제

주식 리딩방 피해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해가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주식 리딩방의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5일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혹시 하락장에 주식에 손을 놓고 계신가요?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꾸준히 상승 가능한 종목으로 저점 매수 후 가치 투자를 해야 합니다. 돈이 드는 것 없으니 부담 없이 와서 열심히 공부합시다. 개미는 뭉쳐야 합니다. 파이팅!”이라며 “‘5월 첫째 주 상한가 성공 종목’은 세 가지로 ○○○, ○○○, ○○○. 위 내역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친 결과입니다. 영원히 무료로 진행되는 소수정예 스터디·리딩으로 자유롭게 소통하세요”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주소를 남겼다.

“유료 리.딩.방 홍.보 아닙니다. 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유익한 정보 공유로 수익을 만듭시다”라고 강조했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보니 7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

매일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인원 수는 바뀌었지만, 700명 이상은 항상 유지됐다. 주식 리딩방은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국내 주식 리딩은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됐다. 

수익 구간이 ‘+2%~+10%면 절반 청산, +10%~+50%면 자율적 청산’을 하라고 공지했다. 손실 구간은 ‘-1%~-5% 때 시장 흐름 관망, -5%~-7%때는 현금 확보 후 다음 종목 준비’라고 친절히 적혀있다.

공지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가입비 ▲유료방 유도 ▲금전 요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주식 리딩방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고 강조하는 듯 보였다. 

장 끝나면 슬쩍 선물·코인으로 유인
고객 1명 담당 1명 맨투맨 밀착 관리


주식 리딩방 대표가 “오늘은 국내장 휴장입니다. 부자의 첫걸음을 하신 회원님께 미리 축하드립니다. 푹 쉬시고 내일 오전 9시에 뵙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이 됐다. 주식 리딩방의 아침은 대표의 뉴스 브리핑으로 시작했다. 주식에 연관이 될만한 뉴스를 공유하며 이 뉴스가 어떤 주식과 연결되는지 설명했다. 개장 전 국제 주요 이슈 점검, 뉴욕 증시, 국제 유가 그리고 외환 브리핑 등으로 이어갔다. 

끝으로 리딩방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행동과 말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정책 주’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우주 주’와 ‘원전 주’가 시장의 하락에도 빨리 돌려주는 모습이다. ‘기술 주’들이 상승하면 오히려 차익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해설을 이어갔다. 

관련 주에 따른 회사도 추천했다. 여기에는 ▲식량·사료 관련 주 ▲수소 관련 주 ▲철강 관련 주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주 등이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니 사람들은 일제히 “감사합니다”라고 줄 세워 인사를 나눴다.

장이 시작하자마자 ‘오늘의 탑픽’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브리핑에서 추천했던 주식 외 해당 날에 가장 추천하는 주식 종목이었다. 주식 리딩방 사람들은 대표가 추천한 주식을 구매한 것으로 보였다. 

곧 ‘오늘의 탑픽’으로 발생한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넘쳐났다. 이외에 아침에 추천했던 종목이나 그 전날에 추천한 종목으로 발생한 수익도 인증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표가 종목을 추천하고 수익을 인증하는 방식이 장이 마감할 때까지 계속됐고, 사람들은 ‘점심값 벌었다’ ‘모두 수익이 엄청나다’ ‘슈팅 제대로다’ ‘대박’의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의 주식 리딩방이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특이한 점은 주식을 매매해서 이익을 본 사람은 있어도, 그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카톡방의 인증 글만 보면 대표의 말을 믿고 주식을 구매한 모든 사람이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표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을 하는 사람의 글은 모두 삭제됐다. 

너무 순식간에 삭제돼 카톡방을 계속 응시하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도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카톡방에 남겨진 ‘채팅방 관리자가 메시지를 가렸습니다’ ‘○○님을 내보냈습니다’ 등의 흔적이다.

주식 리딩방의 특이점은 또 있었다. 대표는 국내 장이 막을 내리면 해외선물·코인 선물에 대한 광고를 했다. “주식에 물려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거나 주식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해외선물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 리딩방의 회원들은 “선물로 이익을 많이 봤다” “대표의 선물은 무조건 믿으면 된다” “주식으로 까먹은 것 선물로 많이 올라왔다” “주식만 하다가 나스닥 선물은 정말 신세계” “선물로 갈아타는 게 돈 버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표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남들 돈 벌 때 돈을 벌지 못하는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선물은 위험성이 전혀 없는 안전한 투자수단처럼 여겨졌다. 물론 대표가 추천하는 종목에 한해서다. 리딩방에서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으면 따로 문의를 남겨야 했다.

‘무료’라고 거듭 강조
불만 표하면 바로 강퇴

대표에게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다고 문의하니 곧바로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대표는 “우리는 회원님에게 담당자를 붙여서 1대1로 관리한다. 곧 담당자가 연락을 할 것”이라면서도 “절대 입회비를 받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전화를 건 담당자는 어떤 투자를 원하는지 물었고, 기자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담당자는 “해외선물은 증권사를 통해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증권사에서 이용하면 중도금이 많이 나가고 세금 문제가 생겨서 대여업체를 이용하는데 대여업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라 사용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메타 트레이더5’를 설치하면 된다. 이 어플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합법이다. 시간을 알려주면 매매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기자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상관없냐고 물어보자 이 담당자는 “상담사들이 집에서도 쉬운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고 답했다. 전화기 너머로 다른 상담사들이 상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모든 주식 리딩방은 위와 같은 형태로 운영됐다. 리딩방은 정보 공유의 형태지만 해외선물·코인·암호화폐 등의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만 다른 카톡방에 모아서 프로그램 설치 및 매매 방법을 설명한다. 주식은 맛보기인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투자 플랫폼인 메타 트레이더5 등의 어플로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어플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어플을 설치하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브로커고, 이들이 중간에서 사기를 친다는 주장이다. 

사기의 수단
투자 플랫폼

인터넷에서 메타 트레이더5로 사기를 당했다는 A씨는 “정보를 줘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사기였다. 그렇게 좋은 정보면 나한테 주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사기꾼들은 메타 트레이더5를 통해 처음에는 작은 금액 투자를 권유한다. 수익이 실제로도 발생한다. 이런 방식으로 2~3번이 지나면 큰돈을 투자하라고 권유하는데 이때 돈을 출금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잠수를 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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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