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료 주식 리딩방 직접 들어가 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17 16:06:45
  • 호수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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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부자 만들어드립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는 20~30대가 서울에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이들에게 주식·코인 등은 집을 사기 위한 필수로 여겨진다. 그 토대 위에 만들어진 것이 ‘리딩방’이다. “무료로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부자가 되는 첫걸음을 축하드립니다.” 주식 리딩방에 초대된 후 입장해 들은 첫 말이다.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월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6004만183개로 집계됐다. 주식거래 활동 계좌는 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 최근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가 이뤄진 위탁매매계좌 혹은 증권저축계좌를 말한다. 계좌 수는 2007년 7월 1000만개를 처음 넘었고, 2012년 5월에는 2000만개를 돌파했다.

투자 도우미
초대문자 필수

2020년 3월에는 8년 만에 3000만개를 넘었다. 그 후 5개월 만인 8월에 5000만개를 넘었다. 이후 6000만개 돌파는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주식거래를 하는 국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식 투자용 계좌 수 6000만개 돌파는 국민 1명당 주식거래 계좌 1개를 보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주식 열풍은 주거 문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5년간 문재인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집값을 잡겠다며 임기 내내 부동산 규제를 발표했다. 

결과는 역설적이었다. 집값은 급등했고,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투기 세력 차단을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투자는 현금이 많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됐다. 


현 시점에서 20~30대가 집을 사는 것은 소위 ‘금수저 부모’의 자녀가 아니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주식·코인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투자는 결혼하고 집을 사고, 자녀를 기르는 등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됐다.

이런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각종 ‘리딩방’이다. 리딩방은 주식이나 그 외에 각종 투자를 도와주는 것으로,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초대 문자가 필요하다.

문자는 랜덤으로 발송되는 것처럼 보이며 문자에 쓰여 있는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에 개설된 리딩방에 입장할 수 있다. 

‘무조건’ 투자 성공 홍보…가입비 필요도
금융회사로 현혹해 연회비에 위약금까지

단순히 정보를 공유하고 공부하는 단체방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리딩방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주식 전문가도 주식 투자로 손실 없는 이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반해 리딩방은 주식투자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홍보한다. 리딩방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입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스스로 공부해서 투자에 성공한 투자자들도 때때로 큰 손해를 본다. 이런 경우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때 투자자가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4월 직장인 A씨는 스스로 공부해서 주가가 저점을 찍은 코로나19 때 주식투자를 했다. 2020년 말까지 총 6000만원 수익을 봤지만, 수익은 오래가지 않았다.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문자로 주식 리딩방 광고를 접했다. 당시 A씨의 주식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A씨는 주식 리딩방에 가입비로 1300만원을 냈고, 주식 리딩방에서 제시한 포트폴리오를 따라 5개월 반 동안 투자했다. A씨는 투자금액의 -18% 손실을 봤다.

주식 리딩방은 과대광고를 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인 것처럼 현혹해 투자자를 속인다. 1년치 회비 250만원을 받은 후 가입자가 해지를 요청하면 해지위약금 55만원, 정보이용료 80만원 등 과다한 금액을 공제해 환불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 투자 자문업 피해 민원은 총 3442건으로 2020년 대비 97.4% 증가했다. 주요 위반사항은 보고의무 위반·미등록 투자자문·미등록 투자 일임·무인가 투자 중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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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딩방 피해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해가 없는 것일까. <일요시사>는 주식 리딩방의 실태를 살펴봤다. 지난 5일 장문의 문자가 도착했다.

“혹시 하락장에 주식에 손을 놓고 계신가요? 지금이 바로 ‘기회’입니다. 꾸준히 상승 가능한 종목으로 저점 매수 후 가치 투자를 해야 합니다. 돈이 드는 것 없으니 부담 없이 와서 열심히 공부합시다. 개미는 뭉쳐야 합니다. 파이팅!”이라며 “‘5월 첫째 주 상한가 성공 종목’은 세 가지로 ○○○, ○○○, ○○○. 위 내역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친 결과입니다. 영원히 무료로 진행되는 소수정예 스터디·리딩으로 자유롭게 소통하세요”라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주소를 남겼다.

“유료 리.딩.방 홍.보 아닙니다. 다 같이 열심히 공부하고 유익한 정보 공유로 수익을 만듭시다”라고 강조했다. 주식 리딩방에 들어가 보니 700명이 넘는 회원이 있었다.

매일 새로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인원 수는 바뀌었지만, 700명 이상은 항상 유지됐다. 주식 리딩방은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국내 주식 리딩은 오전 9시부터 11시,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됐다. 

수익 구간이 ‘+2%~+10%면 절반 청산, +10%~+50%면 자율적 청산’을 하라고 공지했다. 손실 구간은 ‘-1%~-5% 때 시장 흐름 관망, -5%~-7%때는 현금 확보 후 다음 종목 준비’라고 친절히 적혀있다.

공지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가입비 ▲유료방 유도 ▲금전 요구는 절대 없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보도된 주식 리딩방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된다고 강조하는 듯 보였다. 

장 끝나면 슬쩍 선물·코인으로 유인
고객 1명 담당 1명 맨투맨 밀착 관리


주식 리딩방 대표가 “오늘은 국내장 휴장입니다. 부자의 첫걸음을 하신 회원님께 미리 축하드립니다. 푹 쉬시고 내일 오전 9시에 뵙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날이 됐다. 주식 리딩방의 아침은 대표의 뉴스 브리핑으로 시작했다. 주식에 연관이 될만한 뉴스를 공유하며 이 뉴스가 어떤 주식과 연결되는지 설명했다. 개장 전 국제 주요 이슈 점검, 뉴욕 증시, 국제 유가 그리고 외환 브리핑 등으로 이어갔다. 

끝으로 리딩방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행동과 말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정책 주’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우주 주’와 ‘원전 주’가 시장의 하락에도 빨리 돌려주는 모습이다. ‘기술 주’들이 상승하면 오히려 차익매물이 나올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해설을 이어갔다. 

관련 주에 따른 회사도 추천했다. 여기에는 ▲식량·사료 관련 주 ▲수소 관련 주 ▲철강 관련 주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주 등이 있었다. 브리핑이 끝나니 사람들은 일제히 “감사합니다”라고 줄 세워 인사를 나눴다.

장이 시작하자마자 ‘오늘의 탑픽’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브리핑에서 추천했던 주식 외 해당 날에 가장 추천하는 주식 종목이었다. 주식 리딩방 사람들은 대표가 추천한 주식을 구매한 것으로 보였다. 

곧 ‘오늘의 탑픽’으로 발생한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넘쳐났다. 이외에 아침에 추천했던 종목이나 그 전날에 추천한 종목으로 발생한 수익도 인증했다. 


이런 방식으로 대표가 종목을 추천하고 수익을 인증하는 방식이 장이 마감할 때까지 계속됐고, 사람들은 ‘점심값 벌었다’ ‘모두 수익이 엄청나다’ ‘슈팅 제대로다’ ‘대박’의 말을 이어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 방식의 주식 리딩방이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

특이한 점은 주식을 매매해서 이익을 본 사람은 있어도, 그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카톡방의 인증 글만 보면 대표의 말을 믿고 주식을 구매한 모든 사람이 수익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대표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을 하는 사람의 글은 모두 삭제됐다. 

너무 순식간에 삭제돼 카톡방을 계속 응시하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도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카톡방에 남겨진 ‘채팅방 관리자가 메시지를 가렸습니다’ ‘○○님을 내보냈습니다’ 등의 흔적이다.

주식 리딩방의 특이점은 또 있었다. 대표는 국내 장이 막을 내리면 해외선물·코인 선물에 대한 광고를 했다. “주식에 물려있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거나 주식 수익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해외선물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식 리딩방의 회원들은 “선물로 이익을 많이 봤다” “대표의 선물은 무조건 믿으면 된다” “주식으로 까먹은 것 선물로 많이 올라왔다” “주식만 하다가 나스닥 선물은 정말 신세계” “선물로 갈아타는 게 돈 버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대표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남들 돈 벌 때 돈을 벌지 못하는 바보처럼 느껴진다. 이곳에서 선물은 위험성이 전혀 없는 안전한 투자수단처럼 여겨졌다. 물론 대표가 추천하는 종목에 한해서다. 리딩방에서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으면 따로 문의를 남겨야 했다.

‘무료’라고 거듭 강조
불만 표하면 바로 강퇴

대표에게 해외선물을 배우고 싶다고 문의하니 곧바로 이름과 연락처를 물었다. 대표는 “우리는 회원님에게 담당자를 붙여서 1대1로 관리한다. 곧 담당자가 연락을 할 것”이라면서도 “절대 입회비를 받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전화를 건 담당자는 어떤 투자를 원하는지 물었고, 기자는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담당자는 “해외선물은 증권사를 통해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증권사에서 이용하면 중도금이 많이 나가고 세금 문제가 생겨서 대여업체를 이용하는데 대여업체는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셔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라 사용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메타 트레이더5’를 설치하면 된다. 이 어플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합법이다. 시간을 알려주면 매매하는 방법까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기자가 퇴근 시간 이후에도 상관없냐고 물어보자 이 담당자는 “상담사들이 집에서도 쉬운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다”고 답했다. 전화기 너머로 다른 상담사들이 상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의 모든 주식 리딩방은 위와 같은 형태로 운영됐다. 리딩방은 정보 공유의 형태지만 해외선물·코인·암호화폐 등의 정보를 알고 싶은 사람들만 다른 카톡방에 모아서 프로그램 설치 및 매매 방법을 설명한다. 주식은 맛보기인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투자 플랫폼인 메타 트레이더5 등의 어플로 사기를 당했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어플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어플을 설치하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브로커고, 이들이 중간에서 사기를 친다는 주장이다. 

사기의 수단
투자 플랫폼

인터넷에서 메타 트레이더5로 사기를 당했다는 A씨는 “정보를 줘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사기였다. 그렇게 좋은 정보면 나한테 주는 게 이상한 것”이라며 “사기꾼들은 메타 트레이더5를 통해 처음에는 작은 금액 투자를 권유한다. 수익이 실제로도 발생한다. 이런 방식으로 2~3번이 지나면 큰돈을 투자하라고 권유하는데 이때 돈을 출금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잠수를 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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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