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꺼지지 않은 홍등가’ 미아리 텍사스촌 가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04 12:01:27
  • 호수 1382호
  • 댓글 2개

“코로나 때 더 잘 됐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울시 성북구 신월1구역의 지하철 길음역 일대는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대낮에도 빛이 들지 않아 언뜻 밖에서 보면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성년자 출입금지’ 간판을 지나 으슥한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노쇠한 호객녀의 “잘해줄게, 쉬어가”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목소리가 미아리 텍사스촌 불이 꺼지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촌·청량리 588·천호동 텍사스촌은 서울의 대표적인 3대 사창가다. 이 중 미아리 텍사스촌은 1960년대 서울시 종로3가의 집창촌이 폐쇄되며, 종로3가에서 일하던 직업 여성이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대거 이주해 형성됐다. 당시 미아리 텍사스촌의 규모는 3000여평이었고 800여명의 직업 여성들이 있었다.

3000여평
800여명

1990년대는 미아리 텍사스촌의 전성기였다. 당시 미아리 텍사스촌에서는 밤을 지새운 남자들이 아침에 택시를 잡아 귀가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서 찾아온 사람도 많았다. 그만큼 장사가 잘됐다. 

전성기 시절 미아리 텍사스촌 작은 가게 하나의 월세가 1000만원 정도였고, 중소기업 수준으로 돈을 벌었다. 지하철 길음역 근처 은행은 밤일을 하는 사창가를 배려해, 오후 늦은 시간에 은행 직원이 직접 가게를 돌아다니며 수금했다.

당시 미아리 텍사스촌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미아리 텍사스촌은 2004년 무렵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4년 9월23일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됐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는 집중단속에 들어갔고, 성매매 영업 자체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2004년에는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특별단속을 시행해 총 138명의 성매매사범이 검거됐다. 직업 여성이 경찰에게 직접 “주인이 오늘 단속이 심하니 밖에 나갔다 내일 아침에 들어오라고 했다”고 신고해 업주가 검거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경찰 656명과 시민단체 관계자 15명이 합동단속을 펼쳤다. 

대부분은 오피스텔 성매매로
“잘해줄게” 호객녀들 목소리

이런 과정을 미아리 텍사스촌이라고 피해갈 리 없었다. 2004년부터 언론은 ‘붉은 불이 꺼진 미아리 텍사스촌’을 일제히 보도했고, 2010년부터는 미아리 텍사스촌이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아리 텍사스촌의 붉은 등은 그렇게 꺼졌고, 서울 최대 규모의 집장촌은 사라지는 듯 보였다.

사실을 말하자면 모양새만 그랬다. 지금도 미아리 텍사스촌은 불이 꺼진 듯 보이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다만 과거 전성기 시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일요시사>는 미아리 텍사스촌에 지난달 11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방문했다. 첫 번째는 토요일 저녁, 두 번째는 화요일 오후였다. 

길음역 10번 출구는 미아리 텍사스촌의 입구 중 하나와 바로 통한다. ‘미성년자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적힌 노란색 팻말이 눈에 띈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쯤. 여름이라 해가 중천에 떠 있었지만, 미아리 텍사스촌 안은 좁은 골목에 비닐로 된 차양막이 쳐져 밤처럼 보였다. 골목길 자체도 구불구불 좁았다. 주황색 천막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듬성듬성 자리했다. 드물게 들어가는 사람이 있었지만, 손님으로 미아리 텍사스촌에 온 사람은 아니었다. 할머니였다.

가게들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하지만 영업은 하지 않았다. 불빛이 전혀 새어 나오지 않는 골목이었다. 들어가니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다. 고양이 사료도 있고 작게 집도 만들어 있었다. 고양이는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처럼 보였다.  

여전히
영업 중

가게 입구에는 ‘술값. 현금 : 10만원, 카드 : 12만원’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지만, 입구에 있는 가게들은 이미 폐업한 지 오래돼 보였다. 이런 식의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골목은 더 미로처럼 꼬여 있었다. 전부 벽으로 막혀 있고 햇빛도 들지 않으니 쉽게 길을 잃을 것 같았다. 

벽이 부서진 곳도 있었고, 유리문이 깨진 곳도 있었다. 부서진 벽 안에는 생활용품과 매트리스가 뒤죽박죽 엉켜 있었다. 녹록지 않았을 이곳의 삶이 보이는 듯 했다. 미아리 텍사스촌 시간은 과거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미로처럼 된 골목을 조금 더 들어가니 사람이 모여 있었다. 일명 ‘삐끼’라고 불리는 호객녀였는데, 남자가 들어오면 호객행위를 했다. 실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 걸었던 <일요시사> 남자 기자는 10걸음에 한 번씩 호객행위를 당했지만, 여자 기자에게는 호객행위를 하지 않았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살짝 열려 있는 문틈 사이에 직업 여성이 보였다. 그들은 컨테이너 방바닥에 앉아서 화장을 하거나, 컨테이너 건물 벽에 기대서 밖을 향해 멍하니 앉아 있었다. 살짝 열린 컨테이너 문 사이로 붉은 빛이 새어 나왔다.

시간이 지나 해가 지자, 주황 천막 안에는 호객녀가 앉아 있었다. 미아리 텍사스촌 입구에는 할머니 호객녀가 포진했고, 여전히 불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방문한 시간에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호객녀들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두 번째 날은 달랐다. 드물지만 손님처럼 보이는 사람도 보였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상인은 기자에게 “요새는 예전 같지 않다. 재개발을 한다고 하는데, 언제 진행되는지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80개 중 
30개 정도

미아리 텍사스촌에는 ‘88정화위원회’가 있다. 미아리 텍사스촌의 상인이 모여서 만든 곳으로, 일대의 업주들을 관리한다. 이곳은 미아리 텍사스촌 중앙의 샛길에 있다. 호객녀들에게 “정화위원회가 어디 있냐”고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유리문에는 스티커로 ‘정화위원회’라고 붙어있었다. 문을 열면 바로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지하에는 갈색 쇼파, TV, 책상, 컴퓨터 등 없는 게 없었다. <일요시사>가 정화위원회에 방문한 시간에는 전직 업주 A씨가 있었다.

A씨는 <일요시사>에 “성매매특별법 이후 영업을 그만뒀다. 그래서 지금은 이해관계가 전혀 없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미아리 텍사스촌이 어떻게 운영됐는지 상세히 설명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직후에도 미아리 텍사스촌 매출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업주와 직업 여성들이 위축돼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빠져나가는 결과를 만들었다. 특히 직업 여성들은 성매매특별법이 생기고 난 뒤 성매매 장소를 오피스텔로 옮겼다.

미아리 텍사스촌은 성매매 업주가 직업 여성에게 손님을 연결해서 돈을 나누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호객녀에게도 돈을 나눠줘야 했다. 그러나 오피스텔 성매매는 직업 여성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 직접 손님을 모집하기 때문에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미아리 텍사스촌 직업 여성은 성매매특별법 이후 오피스텔 성매매를 선택했다. 

영업보상비 받기 위해?
지난 2년 매출 보니… 


전성기에는 미아리 텍사스촌 가게 하나에 직업 여성이 30명까지 있었다면, 지금은 직업 여성이 없어서 장사를 못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1~2명의 직업 여성으로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하루에 손님이 몇 명 정도 오느냐는 질문에 A씨는 “손님 한 명이 오면 10만원이다. 그러니 손님이 하루에 10명은 와야 가게 문을 여는 게 유지된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직업 여성 대부분이 출퇴근을 하지 않고 업소에서 생활했다면, 지금은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퇴근한 직업 여성이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으면 그날 장사는 공치는 것. 한 달에 3~4번만 장사하는 집은 직업 여성이 없어서 못하는 셈으로 장사에 대중이 없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현재 미아리 텍사스촌의 성매매 업주는 직업 여성에게 ‘읍소’해야 장사를 이어갈 수 있다. 직업 여성의 연령층도 높아졌다.

A씨는 “옛날에는 미성년자가 20살 넘었다고 속여서 직업 여성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많은 여자가 어리다고 거짓말을 해서 직업 여성을 한다. 실제로 지금 미아리 텍사스촌에는 50~60대 직업 여성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남자 손님이 옛날 생각해서 와도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코로나19에 미아리 텍사스촌에 손님이 몰렸다. 어차피 불법이기 때문에 코로나 영업시간 제한에 해당되지 않았다. 저녁 늦게 술을 마시고 싶은 남자는 미아리 텍사스촌을 찾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그렇다고 전성기만큼 장사가 잘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다시 미아리 텍사스촌에 불황이 찾아왔다. 현재 미아리 텍사스촌은 80여개 가게만 영업 중이다. 이 중에서 제대로 장사를 하는 가게는 30~40개, 나머지 30개 정도 가게는 직업 여성 등이 생활하고 있다.

A씨는 미아리 텍사스촌이 내년 초쯤 재개발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때가 되면 서울의 마지막 집창촌이 사라진다.

A씨는 “솔직히 지금까지 미아리 텍사스촌에 남아있는 사람은 대안이 없는 사람들이다. 봤다시피 어차피 영업을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버티는 이유 중 하나는 영업보상비라도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개발
언제쯤?

이어 “어차피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사람이니까 재개발조합에 영업보상비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재 미아리 텍사스촌의 땅값만 4000억원인데 재개발하지 말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지 않냐. 다만 여태까지 이곳에서 먹고 살았으니까, 앞으로도 잘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 거다. 어차피 이곳은 너무 낙후됐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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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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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