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흑석1구역 재개발 부정선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3:35:13
  • 호수 1540호
  • 댓글 0개

사문서 위조? 조합장 고발 예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흑석1구역 재정비촉진구역(흑석1구역) 재개발 조합이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4월 조합장이 부정선거를 통해 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흑석1구역 조합 관계자는 임시총회를 감사였던 차모씨가 독단적으로 진행하며 당선된 조합 임원들과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17일 조합원 발의를 통해 조합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위해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소집청구서였다. 조합 정관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96명 가운데 5분의 1(39.6명), 즉 40명 이상이 임시총회 개최에 동의해야 한다.

임시총회
문제 투성이

흑석1구역 조합원 32명은 지난해 10월2일 즉시 조합원 발의 소집청구서 공개를 요청하고 같은 달 17일 일부 소집청구서에 사문서 위조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자 측은 “피고인 전 조합장 A씨가 법원에 제출한 소집청구서를 받아본 결과 4명의 조합원 소집청구서에서 신분증을 부착하지 않거나 위치·크기를 조작하는 등 위·변조 증거를 확인했다”며 “앞서 지난해 10월7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1구역 조합 사무실에서 A씨가 조합원 서면결의서가 들어있는 총회책자들을 무단 강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위·변조를 증명할 수 있는 고도의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지난해 11월21일 조합 임시총회를 열어 9개 안건을 상정해 투표를 진행했다. 임시총회 안건 가운데 8, 9호는 각각 조합 감사·이사 해임의 건, 조합 대의원 해임의 건으로, A씨와 갈등을 보이는 임원들의 해임과 관련된 것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흑석1구역 관할구청인 동작구청의 소극적인 행정지도에도 불만을 표현했다. 조합 측은 “A씨가 법원과 동작구청에 제출한 조합 임시총회 소집청구서 내용이 일부 달랐는데 동작구청 직원이 서류의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장수만 파악한 뒤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구청은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조합 임시총회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임시총회를 개최할 수 있게 됐으며 구청에서는 명확한 증거 없이 일부 조합원 주장만 가지고 제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중앙대병원 인근 ‘노른자 땅’
한계 없는 욕심 끝 각종 논란

전 조합장 A씨는 조합 임시총회 소집청구서를 위·변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면결의서를 무단 강탈했다는 조합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송된 서류를 조합원들에게 일반 우편으로 빨리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전부터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면서 임시총회가 계속 무산됐다”며 “조합장 임기 동안 예산안 계획도 제대로 못 세우는 등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조합원 40명 이상이 발의를 해서 총회를 열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주민등록증을 복사하면서 크기가 작거나 클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검토한 뒤 기각한 사안인데 어떻게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등기로 보냈다가 반송된 서면동의서를 일반 우편으로 빨리 보내기 위해 가져가려고 한 것”이라며 “오히려 조합 임원들이 (A씨를) 사무실에 감금한 것이며 차후 서면결의서 위조 여부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석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43-7 일대 약 2만6675㎡를 재개발해 약 50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프로젝트다. 지난 2022년 1월 조합 창립총회를 열고 같은 해 4월 조합을 설립했다. 현 조합장 차씨는 최근 설계업체와 도시계획변경업체를 선정해 계약했다.


앞서 해당 구역은 2020년 1월23일 자로 서울특별시 고시 제2020-35호에 의해 빗물 펌프장이 제외되면서 3만5303㎡에서 흑석동 43-75번지 일대 2만6675㎡로 변경됐다. 이에 서울시 고시 내용을 보면 흑석1구역의 구체적인 일부 건축계획은 “향후 조합 등 추진 주체 구성 시 용도지역 조정 등이 포함된 촉진 계획을 수립(변경)할 수 있음”으로 변경됐으며 이후 계획은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상태다.

허위 투표
“안 적었다”

특히,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선정 방식(재선정 또는 추인)에 대한 임원과 일부 대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현재 조합장이자 과거 감사였던 차씨도 대의원인 박모씨와 함께 지난해 1월12일 조합장 해임 총회 개최 공고 후 OS요원을 동원해 총회를 방해했다.

결국, 총회는 무산됐고 2024년도 예산 안건 및 설계자 계약 안건은 처리되지 않았다. 이후 앞서 언급했던 임시총회가 조합원 5분의 1 이상의 소집 요청에 의해 지난해 11월20일 개최됐다. 임원 및 일부 대의원이 포함된 32인의 조합원이 총회 개최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총회는 정상적으로 개최됐다.

그러나 해임 안건에 포함된 임원과 대의원들의 방해로 결국 총회가 또 연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 달 여 만인 지난해 12월3일 조합원 이모씨 외 49인 총회 발의 및 소집 요구가 조합장 선거 및 임원에 대한 연임의 건으로 개최됐다. 이후 지난 4월, 감사였던 차씨가 소집 공고한 임시총회가 열렸는데, 당시 조합장 후보로 차씨가 단독 출마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회 결과, 조합원 196명 중 100명(현장 참석 1인, 서면결의 99인) 찬성으로 차씨가 조합장 당선되며 기존 이사 및 임원은 연임됐다.

이에 조합원 14명은 총회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및 본안소송을 지난 5월12일 제기했다. 절차적 흠결과 서면결의서의 유효성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밀어주기
고의 훼손?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10일 한 조합원은 고발장에 첨부할 사실확인서에 ‘본인은 조합의 감사였던 차씨가 소집한 2025년 4월12일 조합장 선임 및 임원 연임을 다룬 총회와 관련해 서면결의서와 투표용지를 작성한 적이 없고, 이를 제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차씨가 개최한 총회에서 제출됐다고 하는 본인 명의의 서면결의서는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것임을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본인은 일몰제에 의해 조합 설립 인가가 취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에 대한 연장동의서만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부정선거 위혹에 휩싸인 차 조합장은 대의원회 이후 정비업체, 설계업체, 재정비촉진계획업체 등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업체를 선정해 계약했고, 자금을 차입했다. 현재 해당 조합 관계자들은 차씨 등 총회 주최 측을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 같은 재건축사업 조합장 선거는 다른 지역에서도 만연하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대형 아파트 재건축사업 조합장 선거가 부정하게 치러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개포1동주공아파트(현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전 선거관리위원장을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지난달 10일 밝혔다. 해당 단지는 조합원만 5100여명에 달하는 강남권 대표 재건축 ‘블루칩’ 아파트로 꼽힌다.

여의도 정치판 저리 가라···공작 의심
표 조작에 서면결의서 위조 그림자도

경찰에 접수된 고발장과 녹취록 등에 따르면, 위원장 B씨는 2021년 6월 치러진 조합장 및 임원 선거에서 조합장 후보로 나선 C씨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합원들이 제출한 서면결의서 일부를 고의로 훼손한 의혹을 받는다. 강남우체국에서 조합으로 배달될 예정이던 결의서를 B씨가 선관위원장 신분을 내세워 직접 수령했고, 차량 안에서 내용을 확인한 뒤 C씨를 찍지 않은 결의서를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고발인 측은 B씨가 아파트 관계자에게 “많이 찢었어요. 14개 이상” “다 찢어버리는건데”라고 말하는 등 스스로 행위를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 측은 결선투표에서도 B씨가 부정행위를 묵인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과반 득표자가 없어 재투표가 진행됐는데, 선거를 담당한 외주 업체 직원들이 투표용지에 C씨의 이름을 적어넣었음을 B씨가 인지하고도 방치했다고 고발인 측은 지적했다.


B씨는 이런 사실을 일부 주민들에게 직접 언급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인 윤길용씨는 “공정한 선거를 책임져야 할 위원이 오히려 부정을 저질렀다”며 “주민의 선거권 보호를 위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사실무근으로, 우체국을 조사해보면 나올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정비사업의 고질병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자식 투표·동의를 활성화해 정비사업 속도와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지자체
나서야

국토부가 지난달 21일 입법 예고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조합은 총회 소집 시 전자 의결권 행사법과 행사 기간을 조합원에게 통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조합의 전자서명동의서 위·변조 방지책을 확인하도록 한 규정도 시행한다. 

다만 정부가 조합에 전자투표·동의 활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이 정관을 고치면 대의원 선거도 전자식으로 가능하다”면서도 “부정선거는 사법적 문제라 제도적 대책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