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광천동 재개발 집행부 비리 의혹

“순항하나 싶더니 물이 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광주 광천동 주택개발사업이 최근 ‘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조합 내에서의 권력다툼과 집행부의 비합리적인 운영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 광주 광천동 배치도

광주시 서구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사업 예산만 2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이다. 2012년 시작됐지만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재개발사업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주시 서구가 인가한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재개발사업의 무효를 주장했던 일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사업 본궤도
또 다시 찬물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최근 광주 광천동 재개발조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제보가 들어왔다. 현재 광천동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은 공석이다. 이런 상황서 조합장 후보로 나선 것은 A씨와 B씨. 하지만 제보자에 따르면 실제로 조합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사무장이었다. 

제보자는 “사무장은 B씨를 설득해 조합 사무를 총괄하는 인물들과 함께 OS(Outsourcing)를 활용한 매표 행위 등 조합장 선거에 부정행위를 하기로 공모했고 A씨에게도 적극 도와주겠다는 약속으로 안심시킨 뒤 공로를 잊지 말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자고 서로 합의했다”며 ”이미 B씨를 조합장 만들기로 약속이 돼있기 때문에 A씨를 속이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OS는 조합의 총회서 조합원들을 직접 대면해서 서면결의서(투표용지)를 징구하는 업무를 하는데, 이때 안건(선거의 경우는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는 조합원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투표 결과는 OS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 


통상 조합원의 30~40%는 OS가 좌우하므로 선거에선 실질적으로 조합장을 만든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광천동의 경우는 70%가 광천동 이외의 지역에 사는 조합원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합원, 사무장 OS업체 선정 비리 개입 주장
“조합장 시켜주겠다”고 후보들 좌지우지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 조합 사무장은 ‘빛세움’이라는 OS 회사를 데려왔다. 기존의 OS 회사인 ‘진우’는 총회 OS를 운영하는 데 비난과 우려가 많아지자 조합장 선거서 빠지기로 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이번에 데려온 빛세움이 진우의 바지 회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제보자는 이”진우의 사장과 빛세움의 부사장은 과거 회사 동료로 일한 적이 있는 친구 사이기 때문”라고 밝혔다. 

제보자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조합장을 선출하는 총회서 조합원의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총회 대행사인 OS 업체를 선정하는데, 광천동 재개발조합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컨설팅 업체)인 진우와 사무장이 특정 조합장을 만들기 위해 용역사를 선정했다는 것.
 

▲ 광주 광천동 주택가

제보자는 또 "용역사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공개입찰하는데, 이때 진우 사장이 자신과 가까운 기호 1번 빛세움을 허수아비 삼아 데려왔고 사무장이 빛세움의 실적으로 만점을 맞을 수 있는 맞춤형으로 공개입찰안(평가기준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서 당연히 빛세움의 점수가 1등이었고 용역업체로 선정됐다는 것. 제보자는 "그렇게 선정된 OS 용역사는 사무장과 진우의 지시대로 조합장 선출에 관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OS가 뭐길래
특정업체 밀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사무장과 진우 사장은 조합의 업무방해(선거 및 입찰), 입찰 비리(공모), 부정선거 계획,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에 해당된다.

광천동 재개발조합 정상화 모임 관계자는 “얼마 전 대의원회서 집행부(3인의 이사와 사무장)가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서면결의서를 받았다”며 “OS 용역회사 중 1번 빛세움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조합 집행부서 직접 특정 OS 회사를 밀어줬다는 증언이다.

모임에 의하면 “OS를 접수하는 자, 천하를 접수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OS의 영향력은 크다. 모임 관계자도 “실제로 조합장 선정은 조합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OS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빛세움이 선정되려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제보자는 “조합 사무장은 빛세움에 유리한 맞춤형 공모안을 작성해 입찰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빛세움이 1등으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 사무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무장은 자신의 목적(재개발 사업의 실질적인 주인)과 세력 구축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장 비리
한두개 아니다"

제보자가 주장한 사무장의 불법 사항은 OS 업체 선정만이 아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무장은 감정평가회사에 압력을 행사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원의 권리가액을 산정하기 위해 감정평가회사를 선정한다. 공정성을 위해 선정은 구청이 하게 된다. 감정평가가 공정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보자는 "사무장은 직위를 이용해 특정한 조합원의 감정평가액을 상향시키고자 했다"면서 "사무장은 해당 특정인과 함께 감정평가회사를 방문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 특정 조합원은 조합의 대의원이었고 그의 모친이 사무장에게 친분을 이용해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제보자는 "그 후 모친은 사무장의 측근이 돼 대의원들에게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행위,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 등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보자가 밝힌 또다른 비리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조합의 감사에게 협박을 한 것이다. 이 문제를 알게 된 조합의 감사가 사무장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오히려 사무장은 “사무를 하면서 녹음한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는 것. 제보자가 밝힌 해당 감사의 주장에 따르면 사무장은 모든 대화와 통화를 녹음하고 있다.


“전혀 사실 아니다” 부인
“증거·증인 있다” 반박

제보자는 “이는 협박죄일 뿐만 아니라 조합의 선출직 임원인 감사에게 고용직 직원인 사무장이 협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면서 "감사뿐만 아니라 임원들 모두가 녹음을 당해 사무장에게 꼼짝하지 못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광천동 재개발조합 정상화 모임’에 따르면 현재 조합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은 직무대행이 아니라 집행부인 3인의 이사와 사무장이다. 즉 직무대행자의 발언은 힘이 없다는 것.

모임 관계자는 “사실 조합의 집행부는 누가 돼도 상관없다”며 “어차피 수적 우위를 앞세운 집행부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합 이사를 보궐 선임한다면 대의원회서 수적 우위를 지닌 집행부 쪽 이사가 선임될 것이 분명하므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 모임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 정상적으로 조합의 업무를 진행시킬 만한 조합장 후보가 보이지 않아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도 않고,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저희는 조합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후보를 조합장 후보로 추천하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증거 있는데
“모르는 일”

A씨는 “빛세움이라는 회사를 알지도 못하고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그런 제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씨도 “빛세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음해하려는 세력의 허위사실 유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제보자와 정상화모임 관계자는 “두 후보들이 확실한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발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광천동 재개발 조합 사무장이 전해온 입장과 반박

광천동 재개발 조합 사무장은 “기사에 나온 제보자 주장의 대부분이 허위 사실”이라고 밝혀왔다.

사무장은 OS회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기사의 내용에서처럼 빛세움이라는 회사를 데려온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회사”라고 못 박았다. 사무장은 기사에서의 ‘빛세움 맞춤형 공개입찰안(평가기준표)’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상화 모임 관계자의 ‘대의원회서 집행부(3인의 이사와 사무장)가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서면결의서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닌 적이 없고 대의원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찾아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또 조합장 후보자 A씨와 B씨에 관련된 내용도 반론을 제기했다.

사무장은 “제보자가 주장한 ‘B씨를 설득해 OS를 활용한 매표 행위 등 조합장 선거서 부정행위를 하기로 공보했다’는 내용, ‘A씨를 안심시킨 뒤 공로를 잊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사무장은 “이 뿐만 아니라 제보자가 주장한 불법사항인 ‘감정평가회사 압력’ ‘조합 감사 협박 의혹’ ‘임원들 모두가 녹음을 당해 꼼짝하지 못한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모든 것은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세력의 허위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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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