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수3지구 ‘주인 행세’ 재개발 흔드는 막후 세력

노다지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조합서 조합장이 갖는 의미는 대표자 그 이상이다. 조합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서 좌장 역할을 맡아야 하고, 때로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근 조합장 선거를 앞둔 서울의 한 재개발조합이 내홍에 휩싸였다. 논란의 중심에 ‘정비업체’가 있다.

서울에 몇 안 남은 노른자위 땅, 한강뷰의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지역. ‘내 집’ 마련을 꿈꾸고 고수익을 원하는 이들의 욕망이 집합된 곳.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시공사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입주까지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지만 조합원들은 그 끝의 휘황찬란한 빛을 꿈꾸며 기다림을 감내하고 있다. 

수상한 
정비업체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성수3지구 조합)의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수3지구 조합은 다음 달 7일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 조합장이 대법원서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고 사임하면서 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다가 9개월 만에야 조합장 선출을 위한 총회 날짜가 잡혔다.

조합장 궐위 상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성수3지구 재개발 사업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이번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총 3명이다. 당초 4명이 출마했지만 후보 박모씨가 지난 2일 사퇴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박씨가 사퇴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다. 박 후보는 자신을 지지해준 조합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면서 향후 뽑힐 조합장을 도와 성공적 재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씨는 정비업체에 대한 지적을 남겼다. 성수3지구 조합은 추진위원회 시기인 2010년 5월20일 주민총회서 N사를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N사는 전 조합장 김모씨와의 유착 의혹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업체다.(<일요시사> 1472호 ‘<단독>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42923) 참고)

박씨는 이른바 ‘사퇴의 변’을 통해 “지금 우리 조합은 보조 역할을 해야 할 정비업체가 주인처럼 마음대로 하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비업체는 구청의 경고를 무시하고 조합 입찰에 번번이 참여해 총회 대행 등을 고가에 낙찰받아왔다”며 “최근 조합은 정비업체가 이미 받은 대금을 조합 융자금서 중복해서 지급하려다가 대의원에게 들통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 궐위
여러 차례 연기 끝에 총회

또 “조합장이 잘 몰라서 혹은 알면서도 정비업체 말대로 했다가 차질을 빚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조합장 궐위도 정비업체 때문인데 직무대행을 내세워 1년가량 선거를 미뤄왔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도 조합의 상황을 보면서 의아한 구석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설립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시행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성수3지구 조합서 N사의 역할이 사업에 전문성을 더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주인’ 행세를 하며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거듭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조합장 선거 구도 자체가 정비업체를 두고 양분되는 양상까지 띠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비업체 N사가 성수3지구 조합서 일어난 굵직한 사건에 매번 등장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 조합장 김모씨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 소송서도, 앞서 2017년 추진위원장 등 선거무효확인소송서도 N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추진위원장, 조합장은 동일인물로, 2010년부터 조합서 총무로 일한 김모씨다.

한 조합원은 “이번 조합장 선거 자체가 N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서 원심이 확정됐다.

문제는 돈을 빌려준 주체가 바로 N사였다는 점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 5000만원, 4월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도 있다.

모든 총회
독점했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 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 부분은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 자료서도 확인된다. 당시 성수3지구 조합은 22개 사항을 지적받았다.


한 조합원은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번번이 놓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탄했다. 특히 선거무효소송으로까지 이어진 2016년 6월18일 총회는 성수3지구 조합과 정비업체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물론 8년이 지난 현재에도 그 여파가 있다.

2016년 6월18일 총회를 통해 진행된 추진위원장, 감사 선거는 이듬해 7월16일 무효 판결을 받았다. 서울동부지법은 당시 토지등소유자 가운데 1명이 제기한 ‘추진위원장 등 선거무효확인’소송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선거운동 과정에 부정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우편투표 및 개표 과정에 하자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같은 실체 및 절차상 하자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며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선거의 거의 모든 과정서 문제가 드러났다는 뜻이다.

선거 당시 정비업체는 N사였다. 판결문에는 N사 대표 송모씨가 토지등소유자인 정모씨로부터 직접 선거에 관한 서면결의서를 징구했다고 돼있다. 또 이후 추진위원장과 조합장을 지낸 김씨(당시 추진위원장 후보)가 서면결의서 징구요원과 함께 토지등소유자를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서면결의서의 숫자가 계속 바뀌는 점 ▲선거인 명부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서면결의서(우편투표)의 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점 ▲개표 과정서 우편투표수를 비롯해 총 투표수에 대해 별도의 공지가 없었던 점 등 선거 절차에 대한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타 조합은
계약 해지

‘총체적 난국’이나 다름없던 2016년 총회는 결국 N사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총회서 N사가 총회 대행 용역을 일반업체에게 임의로 수행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도정법 138조(벌칙)는 정비업체가 다른 용역업체 및 그 직원에게 도시정비법 제102조(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등록)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행위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성수3지구 조합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N사가 당시(2016년 6월18일 총회) S사와 별도의 용역계약을 맺어 서면결의서를 징구하고 홍보인력 관리 기획, 조합원 주소 및 연락처 파악 업무, 총회 참석 유도, 총회 홍보활동에 따른 제반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며 “이에 대한 용역비도 조합(당시 추진위원회)에 청구해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조합원의 문제 제기에 N사는 ‘조합의 총회 대행 용역을 외주로 계약 체결한 사실이 없다’며 성동구청에 민원을 넣은 조합원에 대한 고발장까지 첨부한 해명자료를 조합에 제출했다. 하지만 관련 근거가 드러나고 대의원들이 N사의 업무를 정지하는 안건을 발의하자 “2016년 당사가 경영상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서 조합장(당시 김씨) 동의하에 일부를 위탁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성수3지구 조합은 지난해 12월22일 대의원회서 ‘N사의 업무정지’와 ‘업무정지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수행 변호사 선임’ 안건을 가결시켰다. ‘정비업체 계약 해지’ 안건은 부결됐다.

한 조합원은 “N사는 해명을 하면서도 계약을 해지할 경우 조합서 (N사에)수십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조합원에게 보내는 등의 겁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심지어 대의원 의결 전 조합장 직무대행이 N사와의 계약을 해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전적 손해에 대해 대의원이 물어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까지 조합장 직무대행이 N사를 싸고 도는지 모르겠다. 업무정지 상태임에도 직무대행은 여전히 N사의 조언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N사의 행태가 한남4구역 조합서의 그것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N사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한남4구역 조합)과 2011년 용역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정기총회서 한남4구역 조합은 N사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과 정비업체 간의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게 이유였다.

한 후보 사퇴하면서 저격
2017년 선거무효 소송도?

한남4구역 자료에 따르면 N사는 2014년 창립총회 당시 홍보책자 인쇄비용을 부풀려 허위견적서를 제출하고 조합으로부터 569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사기죄가 확정됐다. 서울서부지법은 N사 대표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서 기각되면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N사는 조합의 569만원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한남4구역 조합은 “N사가 총회 때마다 총회 대행 입찰에 참여해 거의 모든 대행 용역을 독점한 뒤 계약 상의 용역비와는 별도로 총회 대행 수수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씩 청구했다”며 “2018, 2019, 2020년 등에는 수의계약을 통해 총회 대행을 수주했는데 이는 업계 관행에 비춰봐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조합을 기망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성수3지구 조합서도 똑같이 불거진 문제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N사는 현재까지 진행된 성수3지구 조합의 모든 총회서 총회 대행 업무를 맡았다. 2022년 성동구의 실태점검 과정서도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다. 당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총회 대행 용역업체의 입찰 절차를 입찰 참가자인 정비업체가 주관’한다는 지적사항이 있다. 

성동구청은 ‘N사는 총회 대행업체 선발 과정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로 추진위원회의 업무규정, 조합의 정관 등에서 이해관계자를 배제하진 않지만 공정성 위반 민원이 있다”며 “향후 이런 민원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해관계자가 계약 등에 참여하는 경우 공정성 유지,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행정지도’ 의견을 제시했다.

총회는 조합의 최상위 의결기구다. 조합이 결정해야 하는 가장 큰 사안은 모두 총회를 통해서 결정된다. 총회 대행 업무와 이를 수행하는 업체가 중요한 이유다.

한 조합원은 “N사가 이 총회 대행 업무를 독점하는 과정서 온갖 문제가 불거졌다. 그 부작용이 지금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조합장 선거를 위해 선거인 명부를 작성하는 과정서도 문제가 나왔다. 선거인 명부는 조합서 제공한 조합원 명부로 작성되는데 이를 토대로 발송한 선거 관련 등기가 상당수 반송된 것이다. 한 조합원에 따르면 959명의 조합원에게 발송한 우편물 가운데 350개 이상이 반송됐다. 3분의 1 이상이다.

지난달 16일 진행된 제14차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서 해당 문제가 논의됐다. 이날 회의서 “부실한 선거인 명부를 갖고는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총회 일정은 재조정됐다. 여기서 제기된 의문은 앞서 진행된 총회서 사용된 조합원 명부가 과연 정상적이었냐는 점이다.

곪은 문제
선거에 달려

한 조합원은 “이번 조합장 선거는 친 정비업체와 반 정비업체의 대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N사와 관련된 이슈가 조합 내부에 많은 상황이다. 한남4구역 조합처럼 계약 해지를 하든, 다시 심기일전해서 같이 가든 이번 조합장 선거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비업체 N사의 입장 “주인 행세? 허무맹랑한 이야기”
“적법하게 업무 수행했다”

성수3지구 조합 정비업체 N사는 조합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사퇴한 박모씨의 문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성수3지구 조합 대의원회서 가결된 업무정지 등의 안건, 한남4구역 조합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N사의 대표 송모씨는 ‘정비업체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내용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정비업체는 조합의 업무 지시를 받아 지시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라는 입장이다.

N사의 업무는 구청의 관리 하에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으며 정비업체가 주인처럼 업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총회 대행 등을 고가로 낙찰받아왔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전자입찰은 ‘일반경쟁’에 의한 입찰로 어느 누구도 입찰에 제한을 받을 수 없고 제안을 두는 자체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찰에 참여했고 이사회, 대의원회에서 적법하게 선정돼 합법적으로 용역 수행을 했다고 덧붙였다. 

조합이 이미 받은 대금을 중복으로 지급하려다 들통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융자금 사용 계획서를 작성하는 중이 일부 오기가 난 것”이라며 “설사 조합서 지급한다 하더라도 당사에서 반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합장 궐위도 N사 때문이고 직무대행을 내세워 1년가량 선거를 미뤄왔다’는 지적에는 “조합장 궐위에 대한 문제는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문제가 된)‘자금 차입건’은 부정하지 않는다”며 “직무대행을 내세운 것은 (전 조합장의)대법원 판결 전 업무공백을 막기 위한 것으로 당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조합장 선거가 1년가량 밀린 부분은 “조합이 아니라 업체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온 비대위의 사업 방해에 의해 지연된 것”이라며 “법원 재판부서도 철거업체 등에 해당하는 자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거론했고 김모씨(조합장 후보)의 통장 내역이 공개돼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의원회서 가결된 정비업체 관련 안건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도시정비법상 총회서 선정되고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며 “총회서 선정된 정비업체를 대의원 약 50명의 의결로 업무정지를 할 수 없기에 입장은 없다”고 전해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김모씨(조합장 후보)가 기획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 분란을 만들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묵시적으로 선거에서 자신을 도와주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는 표현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남4구역 조합의 정비업체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는 “계약 해지의 정확한 사유는 ▲직원 교체를 조합과 협의하지 않아서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무효소송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고 예비적인 손해배상청구, 허위 사실 및 명예훼손 등의 소송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남4구역 조합장이 당사에 3000만원을 요구했지만 주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서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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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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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