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공급 집중하는 이유

갈 길 달라도 갔던 길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4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장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많은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쳇바퀴 굴리듯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라해 시장의 반응이 반대로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거래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부동산가격 급등이 공급부족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주택공급 대책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격 급등
부족 때문?

지난 8일 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reenbelt)을 풀어 오는 2025년까지 8만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이 포함됐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신축 매입 11만가구,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유보지를 활용한 2만가구 등 신규주택 총 21만가구가 오는 2029년까지 공급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수도권 공공 신축 매입을 11만호 이상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말 기준 LH 신축 매입 신청 접수 물량이 7만7000호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4만호 가까이 추가 확보한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은 전세 사기 등으로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신축 주택을 매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서울의 비아파트 입주 비율이 전체 입주 물량의 45%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도록 당분간 꾸준히 매입하겠다는 얘기다. 

기축이 아닌 신축 매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로는 1~2년이면 완공 후 입주가 가능하고 신축 매입이 주변 부동산가격을 자극하지 않고 공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 주택 무제한 매입 재원에 대해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11만호 이상 매입한다는 방침은 예산당국과 협의를 끝냈으며 정부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재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LH의 매입 약정체결 기간은 7개월서 4개월로 단축하고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과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신축 매입 활성화 지원 3종 세트’를 시행한다.

최소 6년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분양전환형 신축 매입 주택’ 제도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부터 입주 가능한 도심 내 신축 아파트 등 주택을 공급한다.

22만 가구↑ 8·8 부동산 대책
4번의 조치 모두 공급에 집중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은 매입임대 중 입지와 구조가 좋은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최소 6년 후 임차인에게 우선매각하는 제도다. 분양전환을 희망하지 않으면 전세형은 추가로 2년, 월세형은 추가로 4년 더 임대 거주 가능하다. 입주 및 분양 전환 시점에도 주택도시기금서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공공 신축 매입 11만호 중 최소 5만호는 분양전환형 신축 매입으로 공급하고,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60~85㎡의 중형평형 위주로 매입할 방침이다.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각종 세제·청약 지원방안도 내놨다.

비아파트 1호만으로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 제도도 도입한다.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구입해 6년 단기 임대로 등록하면 1세대 1주택자로 특례를 적용한다. 공유주택 등 임대형 기숙사도 앞으로는 취득세·재산세 감면 대상에 포함된다.

생애 최초로 다가구,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도 취득세 감면 한도를 200만원서 300만원으로 확대한다. 혜택은 오는 2027년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보유했더라도 청약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85㎡(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는 ‘뉴:빌리지’ 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주택 5만호 공급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주차장 등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게 지원하고, 공모에 선정된 경우 국비를 5년간 최대 150억원을 지원한다. 든든전세주택 등 비아파트 공공임대주택은 1만6000호를 추가 공급한다.

전세 임대는 임차인이 직접 원하는 주택을 구하는 방식 외에도 임대인 모집공고를 통해 즉시 입주 가능한 주택을 확보해 1만호의 물량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도권 물량은 약 6000호다. 이 경우 중개수수료와 도배·장판 비용 등 재정 지원을 통해 참여를 유도한다. 보증금은 입주자 부담 20% 외에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 서울서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을 해제해 내년까지 1만가구 이상 들어설 수 있는 신규택지 조성에도 나선다. 해제 지역은 오는 11월 공개될 방침이다. 이외 약 7만여가구는 수도권서 공급될 전망이다.

1차원적인 
발상 지적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비정상적인 수요를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수요에 맞게 공급을 늘리는 1차원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윤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정권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 이는 윤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공급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270만호 주택 공급 목표를 제시하며 문재인정부가 조여놓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 정권서 나온 4개의 부동산 대책 모두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908호(5월 7만2129→6월 7만4037) 늘어났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집값이 올라갔다는 정부의 분석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중 악성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났다. 지난 6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856호로 전월(1만3230호)보다 1626호 늘었다.


이를 두고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주택공급에 방점을 찍었지만 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피스텔 미분양도 넘쳐나는데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건설업자에게 일감을 주는 것은 오진이다. 수요자들이 필요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빌라에 대한 수요가 낮아진 것이 전세 사기란 점을 인지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며 “엉뚱하게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게 되면 또다시 무자본 갭투기로 시장에 나쁜 영향만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도 “문정부 때 2·4 대책과 3기 신도시 대규모 공급 정책을 내놨으나, 실제 공급된 주택은 한 채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 2022년 대선 전후로 부동산가격이 어느 정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며 “공급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속속 푸는
그린벨트

그러면서 “현재 상황도 주택공급 부족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급에 나선다면 역으로 주택시장을 더 과열시킬 수 있고, 정부의 정책 의도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값 상승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강남 등의 지역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증가한 것이 불씨가 됐다”며 “여기에 부동산 정책 금융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풀어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급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대책 중 가장 화제를 모은 방안 중 하나인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앞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장기적으로 대책 방안이 될 수 있지만 5년 내 공급이 중요한 현재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없어 보인다”며 “차라리 수도권 3기 신도시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오히려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공원 녹지와 자족용지 등을 축소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3기 신도시 규모를 60만가구 수준인 2기 신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는 그린벨트 해제보다 이른 시점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정부가 주택공급에만 집중하는 이유를 윤정부만의 특색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특히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부터 이명박(MB)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이점은 현재는 집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MB정부 당시에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MB정부는 주택가격 하락 시기에 집권했다. 정부는 집값 하락을 용인하지 않았다. 금융위기로 온 조정 장세 이후 재반등을 꾀했다.

제자리 쳇바퀴 굴리듯
이·MB정부 따라하기?

그 대응책의 하나가 바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였다. MB정부는 지난 2009~2012년에 걸쳐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을 포함해 서울권 ‘금싸라기’ 땅의 개발제한을 풀었다. 해제 면적은 총 34㎢였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당시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뒤늦게’ 나온 각종 규제 대책을 대대적으로 풀었는데 이마저도 비슷하다. 윤정부는 문정부부터 이어진 부동산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해제하고 있다.

MB정부는 집권 초기에 곧바로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의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해 양도세 감면,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나섰다. 

윤정부도 서울 강남3구와 대통령실이 들어간 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 주택 규제를 전부 풀었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 규제를 해제했다.

윤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공급 속도 조절로 부동산시장을 살리려 했던 박근혜정부와도 비슷한 결로 분석되기도 한다. 특히 대출 규제와 관련해서다.

윤정부는 대출 규제를 대거 풀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만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최대 80%까지 끌어 올리고 1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비율을 70%까지, 다주택자도 주택 수에 따라 30~40%까지 대출을 완화했다. 또 이에 더해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만들었다. 신혼부부 지원과 출산 독려 등이 담긴 정책이다.

박정부는 당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80%까지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일괄 적용했으며, 주택 구입 자금 지원 규모 확대, 소득요건 상향 등으로 주택자금 마련을 지원한 바 있다.

문제는 집값 안정화를 노리는 윤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시장 회복을 노리는 MB·박정부와 결을 같이 하면서 시장은 오히려 투기하듯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침체된 건설업계 분위기 회복과 집값 안정화를 동시에 꾀하려 하기 때문에 시장에 잘못된 해석이 형성된 것”이라며 “또 정비사업에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대상지들의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급 효과와 이런 것을 따져봐야 하지만 그저 전 정부의 정책을 따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 가운데 18개의 추진과제는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서 야권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부분이다. 

재건축·재개발 촉진 관련 9개 과제는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의 제정, 도시정비법·지방세특례제한법·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이 요구된다. 비아파트 시장 부양 과제 6개의 실행에는 민간임대주택법·지방세특례제한법·주택도시기금법·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입법 과정
매우 험난

이 밖에 주택공급 여건 개선과제 3개를 이행하기 위해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을 제정, 소규모주택정비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 1월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도 정부가 협의 없이 대책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하는 도시정비법의 취지에도 위배된다. 법 개정 사항임에도 즉흥적 정책을 발표한다면, 국회가 왜 있느냐”고 비판한 바 있어 이번에도 입법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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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