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공급 집중하는 이유

갈 길 달라도 갔던 길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한 4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시장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많은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쳇바퀴 굴리듯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라해 시장의 반응이 반대로 나왔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거래량은 늘어나고 가격은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부동산가격 급등이 공급부족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주택공급 대책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만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격 급등
부족 때문?

지난 8일 정부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reenbelt)을 풀어 오는 2025년까지 8만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이 포함됐다. 

여기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신축 매입 11만가구,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유보지를 활용한 2만가구 등 신규주택 총 21만가구가 오는 2029년까지 공급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수도권 공공 신축 매입을 11만호 이상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말 기준 LH 신축 매입 신청 접수 물량이 7만7000호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4만호 가까이 추가 확보한다는 얘기다.


특히 서울은 전세 사기 등으로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신축 주택을 매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서울의 비아파트 입주 비율이 전체 입주 물량의 45%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도록 당분간 꾸준히 매입하겠다는 얘기다. 

기축이 아닌 신축 매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로는 1~2년이면 완공 후 입주가 가능하고 신축 매입이 주변 부동산가격을 자극하지 않고 공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축 주택 무제한 매입 재원에 대해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11만호 이상 매입한다는 방침은 예산당국과 협의를 끝냈으며 정부 지원 단가를 현실화해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예산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재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매입 속도를 높이기 위해 LH의 매입 약정체결 기간은 7개월서 4개월로 단축하고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과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신축 매입 활성화 지원 3종 세트’를 시행한다.

최소 6년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분양전환형 신축 매입 주택’ 제도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26년부터 입주 가능한 도심 내 신축 아파트 등 주택을 공급한다.

22만 가구↑ 8·8 부동산 대책
4번의 조치 모두 공급에 집중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은 매입임대 중 입지와 구조가 좋은 주택을 저렴한 임대료로 최소 6년 후 임차인에게 우선매각하는 제도다. 분양전환을 희망하지 않으면 전세형은 추가로 2년, 월세형은 추가로 4년 더 임대 거주 가능하다. 입주 및 분양 전환 시점에도 주택도시기금서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공공 신축 매입 11만호 중 최소 5만호는 분양전환형 신축 매입으로 공급하고,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60~85㎡의 중형평형 위주로 매입할 방침이다.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각종 세제·청약 지원방안도 내놨다.

비아파트 1호만으로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6년 단기 등록임대 제도도 도입한다. 1주택자가 소형 주택을 구입해 6년 단기 임대로 등록하면 1세대 1주택자로 특례를 적용한다. 공유주택 등 임대형 기숙사도 앞으로는 취득세·재산세 감면 대상에 포함된다.

생애 최초로 다가구, 연립·다세대,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도 취득세 감면 한도를 200만원서 300만원으로 확대한다. 혜택은 오는 2027년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보유했더라도 청약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를 85㎡(수도권 5억원·지방 3억원) 이하로 확대한다.

노후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는 ‘뉴:빌리지’ 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주택 5만호 공급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주차장 등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을 지을 수 있게 지원하고, 공모에 선정된 경우 국비를 5년간 최대 150억원을 지원한다. 든든전세주택 등 비아파트 공공임대주택은 1만6000호를 추가 공급한다.

전세 임대는 임차인이 직접 원하는 주택을 구하는 방식 외에도 임대인 모집공고를 통해 즉시 입주 가능한 주택을 확보해 1만호의 물량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도권 물량은 약 6000호다. 이 경우 중개수수료와 도배·장판 비용 등 재정 지원을 통해 참여를 유도한다. 보증금은 입주자 부담 20% 외에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한다.

여기에 더해 현재 서울서 그린벨트로 묶인 지역을 해제해 내년까지 1만가구 이상 들어설 수 있는 신규택지 조성에도 나선다. 해제 지역은 오는 11월 공개될 방침이다. 이외 약 7만여가구는 수도권서 공급될 전망이다.

1차원적인 
발상 지적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비정상적인 수요를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수요에 맞게 공급을 늘리는 1차원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윤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은 정권 초기부터 이어져 왔다. 이는 윤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공급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윤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270만호 주택 공급 목표를 제시하며 문재인정부가 조여놓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현 정권서 나온 4개의 부동산 대책 모두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1908호(5월 7만2129→6월 7만4037) 늘어났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쳐 집값이 올라갔다는 정부의 분석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중 악성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늘어났다. 지난 6월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4856호로 전월(1만3230호)보다 1626호 늘었다.


이를 두고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주택공급에 방점을 찍었지만 공급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오피스텔 미분양도 넘쳐나는데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건설업자에게 일감을 주는 것은 오진이다. 수요자들이 필요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빌라에 대한 수요가 낮아진 것이 전세 사기란 점을 인지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며 “엉뚱하게 공급을 늘리기 위해 세제혜택을 주게 되면 또다시 무자본 갭투기로 시장에 나쁜 영향만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도 “문정부 때 2·4 대책과 3기 신도시 대규모 공급 정책을 내놨으나, 실제 공급된 주택은 한 채도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 2022년 대선 전후로 부동산가격이 어느 정도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며 “공급이 주택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속속 푸는
그린벨트

그러면서 “현재 상황도 주택공급 부족 때문인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대규모 공급에 나선다면 역으로 주택시장을 더 과열시킬 수 있고, 정부의 정책 의도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집값 상승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강남 등의 지역 중심으로 매매거래가 증가한 것이 불씨가 됐다”며 “여기에 부동산 정책 금융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풀어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인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급을 늘리는 것은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대책 중 가장 화제를 모은 방안 중 하나인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택지는 후보지 발표 이후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8~10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앞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장기적으로 대책 방안이 될 수 있지만 5년 내 공급이 중요한 현재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없어 보인다”며 “차라리 수도권 3기 신도시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오히려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공원 녹지와 자족용지 등을 축소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3기 신도시 규모를 60만가구 수준인 2기 신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 이는 그린벨트 해제보다 이른 시점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윤정부가 주택공급에만 집중하는 이유를 윤정부만의 특색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특히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부터 이명박(MB)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따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이점은 현재는 집값이 상승하고 있지만 MB정부 당시에는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MB정부는 주택가격 하락 시기에 집권했다. 정부는 집값 하락을 용인하지 않았다. 금융위기로 온 조정 장세 이후 재반등을 꾀했다.

제자리 쳇바퀴 굴리듯
이·MB정부 따라하기?

그 대응책의 하나가 바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였다. MB정부는 지난 2009~2012년에 걸쳐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을 포함해 서울권 ‘금싸라기’ 땅의 개발제한을 풀었다. 해제 면적은 총 34㎢였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당시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뒤늦게’ 나온 각종 규제 대책을 대대적으로 풀었는데 이마저도 비슷하다. 윤정부는 문정부부터 이어진 부동산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각종 규제를 해제하고 있다.

MB정부는 집권 초기에 곧바로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의 투기지역 해제를 포함해 양도세 감면,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에 나섰다. 

윤정부도 서울 강남3구와 대통령실이 들어간 용산을 제외한 서울 전 지역 주택 규제를 전부 풀었다. 분양가 상한제 역시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 규제를 해제했다.

윤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공급 속도 조절로 부동산시장을 살리려 했던 박근혜정부와도 비슷한 결로 분석되기도 한다. 특히 대출 규제와 관련해서다.

윤정부는 대출 규제를 대거 풀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만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최대 80%까지 끌어 올리고 1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비율을 70%까지, 다주택자도 주택 수에 따라 30~40%까지 대출을 완화했다. 또 이에 더해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만들었다. 신혼부부 지원과 출산 독려 등이 담긴 정책이다.

박정부는 당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80%까지 모든 주택 소유자에게 일괄 적용했으며, 주택 구입 자금 지원 규모 확대, 소득요건 상향 등으로 주택자금 마련을 지원한 바 있다.

문제는 집값 안정화를 노리는 윤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시장 회복을 노리는 MB·박정부와 결을 같이 하면서 시장은 오히려 투기하듯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침체된 건설업계 분위기 회복과 집값 안정화를 동시에 꾀하려 하기 때문에 시장에 잘못된 해석이 형성된 것”이라며 “또 정비사업에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오히려 대상지들의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비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급 효과와 이런 것을 따져봐야 하지만 그저 전 정부의 정책을 따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 가운데 18개의 추진과제는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서 야권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실효성이 없다고 보는 부분이다. 

재건축·재개발 촉진 관련 9개 과제는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의 제정, 도시정비법·지방세특례제한법·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이 요구된다. 비아파트 시장 부양 과제 6개의 실행에는 민간임대주택법·지방세특례제한법·주택도시기금법·소규모주택정비법 개정이 필요하다.

입법 과정
매우 험난

이 밖에 주택공급 여건 개선과제 3개를 이행하기 위해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을 제정, 소규모주택정비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 1월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도 정부가 협의 없이 대책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하는 도시정비법의 취지에도 위배된다. 법 개정 사항임에도 즉흥적 정책을 발표한다면, 국회가 왜 있느냐”고 비판한 바 있어 이번에도 입법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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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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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