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대전역 쪽방촌 재개발 막전막후

쭉쭉 갈라진 살얼음판 동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토지주들의 반발로 대전역 주변 쪽방촌 재개발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 가격을 요구하는 토지주들과 법적 테두리에서 보상할 수밖에 없다는 사업 시행사 측의 입장 차 때문이다.

대전역 쪽방촌 재개발사업은 쪽방촌을 정비해 공공주택사업과 주변 상업지역을 활성화하는 중심시가지형 뉴딜사업이다. 사업지는 1만5000㎡의 쪽방촌과 1만2000㎡의 철도 부지로 사업이 완료되면 2만7000㎡ 부지에 주상복합 2개동과 업무복합 2개동이 조성된다. 

사업 난항
지주들 반발

주상복합지구엔 영구임대주택 250세대와 행복주택 450세대, 공동주택 700세대 등을 비롯해 사회복지관과 지역편의시설이, 업무복합지구엔 업무·상업시설과 오피스텔 등이 들어선다. 서측으로 향했던 개발축이 다시 동측으로 회귀할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될 정도로 관심이 많은 사업이다.

당시 계획에 따르면 보상을 거쳐 올해 착공이 예정됐으나 착공 준비는 아직 제대로 진행된 게 없다.

원용철 벧엘의집 담임목사는 “현재 쪽방촌 재개발사업이 여러 변수들로 인해 추진이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명한 건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착한 개발이고 주거가 불안정한 이들에게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인 주거권을 국가가 보장하는 사업이다. 부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길 빈다”고 말했다.


사업이 난항을 겪는 건 토지주의 반발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용산구 동자동 등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곳들이 임대주택 비율과 적정이익 보장 등의 문제로 서울시와 토지 소유주들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공공주택 지구가 지정될 경우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찮다. 토지 소유주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민간개발을 요구하게 되면 이에 따른 갈등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상 가격 두고 토지주 강력 반발
“지구지정 취소소송 불사” 목소리도

반면 쪽방촌 주민들은 민간개발이 진행될 경우 별다른 보상 없이 현 거주지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야 하는 등 주거권이 박탈될 수 있어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공공개발은 토지·건물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의 토지를 적절한 보상액으로 강제수용할 수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시행사는 최대한 협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간극이 커 협의가 더뎌지고 이 사이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지난 25일 대전역 마을 현장지원센터에서 열린 ‘7차 공공주택지구 주민통합간담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사업 시행자인 LH 등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사업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상당수는 자신의 토지·건물에 실제 거주하지 않는 토지주들로 공공개발에 따른 토지보상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을 강조했다.


“취소 불사”
발등에 불

이들의 요구사항은 실거래가가 반영된 토지보상, 토지 소유주 입주권 부여, 양도소득세 감면, 보상가 공개 등이다.

토지주 A씨는 “세입자 60여명과 일부 원주민들을 위해 토지주 160여명의 사유재산을 갈취하려 하고 있다”며 “사업시행자라면서 정당한 보상협의를 제시하지 않고 지장물 조사를 진행하려는 것은 강제수용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르면 토지주의 경우 사업시행사가 협의매수에 나선 뒤 합의를 보지 못하더라도 얼마의 보상을 해주고 토지 등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공시지의 1.3~1.8배 보상액 밖에 받을 수 없다고 추측하는 한편 지장물 조사를 하는 감정평가사 역시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토지주 B씨는 “공공개발 지구지정을 취소소송을 진행하자”고 다른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현재 LH는 토지주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모든 토지주에게 주택 분양권을 공급하는 것은 불가하며 보상가 역시 토지·물건조사를 시행해 토지 및 물건조서를 작성 후 감정평가사 3인을 선정, 보상액을 산정하는 방식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는 게 LH 측의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일부 주민들께서 보상가 등과 관련해 오해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 1.3~1.8배 보상액의 경우 근거가 부족하고 감정평가사를 통해서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 끼어
불안 증폭

원 목사는 “서울 동자동처럼 사업 기간이 한정 없이 늦춰질 수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갖고 지방정부와 사업주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LH 역시 흔들림 없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바람은 쪽방촌 주민들의 목소리에서도 나온다. 주민 C씨는 “지난해 이곳을 재개발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대전역 주변 쪽방촌 재개발사업으로 이를 통해 주민들은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꿨다”며 “그런데 사업이 진척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하루 빨리 사업에 협조해야 한다고 하고 토지주들은 보상이 너무 적어 협조하면 안 된다는 식”이라고 동네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토지주는 이대로 재개발이 진행되면 자신들은 5억원을 손해 본다고 한다. 지장물 조사를 받으면 세입자들 역시 손해 본다며 조사를 절대 받으면 안 된다고 회유하고 있다”며 “시행사인 LH 말을 들으면 이곳에 50~60년 산 사람과 3년 산 사람들이랑 보상이 같다는 식이다. 그 말에 억울하다며 혹 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게 다 거짓말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상권도 죽고 오는 사람도 없는 동네에서 무슨 자기들이 5억원을 손해를 본다는 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쫓겨날라” 주민들 불안감 증폭
시행사 “어떻게든 설득하겠다”

또 다른 주민 D씨는 “하루빨리 이사해 발이나 제대로 뻗고 살아보고 싶은데 공영개발이 아닌 민영개발이 된다면 보상을 더 받을 수 있다고 LH의 지장물 조사에 응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뭐가 맞는 말인지 헷갈린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쪽방촌 주민은 공공개발 사업이 진척돼 하루 빨리 빈곤으로 점철된 쪽방과 가난의 소굴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D씨는 “동네 대부분의 집은 폐가나 다름없는데 주인들이 지나친 보상액을 요구한다고 들었다.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가난한 이웃이 안정적인 거주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갈등이 더 길어질 경우 토지와 건물을 강제수용하는 절차를 밟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취소해야 하는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대전시는 2008년 이후 3차례 대전 역세권 민간개발사업의 실패 사례를 볼 때 사업 좌초 시 공공과 민간, 어느 쪽도 더는 쪽방촌을 개선할 수 없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LH와 대전시는 토지주들을 설득해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 측에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주민분들께서 이점 양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 입장은?
“진행한다”

시민사회에서는 안정적인 주거 인프라 확대를 위해선 이번 사업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부활 쪽방상담소장은 “대전역 쪽방촌 개발은 비주거인 주거 상향, 도시 환경개선, 기본적인 주택 수요 공급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좋은 개발사업”이라며 “부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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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