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수색8구역 재개발 차질 이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16 10:49:13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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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뜨기 직전 재 뿌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실상 이주를 마친 서울 은평구 수색8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수색8구역 조합)이 일부 조합원의 ‘흠집 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한 교회 토지에 관한 보상금 60여억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조합 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로를 개설해줘야 하므로 공간 손실을 감안하면 보상이 과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수색8구역은 지난달 19일 상가 세입자,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에 778세대가 완전히 이주한 상태다. 이주를 마치면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재개발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과 조합 간부들을 고소하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내부 총질

맹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주비 대출 지연으로 인한 긴급차입 목적으로 이자율 140.77%을 적용한 20억원을 총회 개최 없이 빌려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교회 토지 보상금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A씨는 조합 사업 과정서 자금차입과 방법·이율 및 상환 방법에 대해 총회를 개최해 사전 의견을 거쳐야 하나, 단기 차입 과정에 총회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지급한 점도 함께 문제삼았다. 

A씨가 지난 2월 초 수색8구역 조합을 고소하자, 조합은 맞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수색8구역 조합원 A씨가 조합장, 감사, 이사 등 4명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20일부터 11월8일까지 8회에 걸쳐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차용하고, 26일 만에 2억원을 가산한 총 22억원을 지급해 조합원에게 피해를 줬다는 취지로 고소를 제기했다. 기간상 이자율이 140.77%에 달해 정비업체에 이익을 준 점을 문제삼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9월14일, 자금차입 관련 임시총회 의결을 통해 50억원에 달하는 이주비 및 사업비 금융비용 추정금액을 책정했다.

총회 자료 비고란에는 ‘상기 이주비, 사업비, 조합원 부담금 중 계약금/중도금 등의 대출총액(한도액) 및 적용금리 및 대출한도 등은 추후 사업 금융정책 변경, 추진 여건, 금리변동, 선정 금융기관의 변동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그 경우 별도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변경하고 추후 총회서 추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연으로 인해 조합원 이주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조합 측은 앞서 지난해 9월15일~19일까지 수색8구역 이주 대상 조합원 전원에게 ‘조합원 이주 및 이주비 신청 안내 공고’를 냈다. 자진 이주 기간은 지난해 10월20일에서 올해 4월19일까지 총 6개월로 정했다.

다만,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은 지난해 10월31일로 뒤늦게 실행되면서, 임시총회 의결을 근거로 같은 해 10월20일 이주비가 없는 조합원을 위해 조합 측이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급하게 빌려 이주에 차질을 해소한 것이다.

90% 됐는데···교회 보상 두고 입씨름
보상금 65억 “과하다” “적정하다”


수색8구역 조합 측은 “당시 HUG와 이주비 및 사업 대출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나, 보증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승인이 지연돼 대출 실행이 불가능했다”며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 지연과 시공사로부터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초과함에 따라 정비업체를 통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원 일부가 이주비를 받지 못해 이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빌린 것”이라며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해 이자 명목이 아닌 수수료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비 관련 자금차입이 총회 의결을 취한 것이냐’는 의견에 관해 조합의 법률대리인인 안광순, 김미현(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렵다”며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총회서)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A씨는 도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등으로도 조합장 등에 대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앞서 조합은 수색8구역 내 ‘혜성교회’ 대지·임야·주택을 총평가액 4억5256만5630원으로 평가 후 관리처분 총회에 인가받았다.

사업시행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혜성교회는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한 바 있다 

조합은 혜성교회 바로 옆 임야 861㎡ 및 지상의 무허가 건물에 대해 손실보상금으로 6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교회 부지 감정평가액은 31억4642만4150원이다. 해당 임야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12만3700원으로 총가액은 1억590만3000원 수준인데, 총 4억5256만5630원을 제외하더라도 3.3㎡(평)당 약 2300만원, 공시지가의 57배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또, 고소인 A씨는 “‘기타 이주보상비’가 혜성교회 관련이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있지 않으며, 지난 2023년 9월14일 개최된 임시 주민총회서도 혜성교회 임야 관련 손실보상금이라는 설명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손실보상금 65억원과 기타 이주보상비 60억원의 차액인 추가 5억원에 대한 마련 방안도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근 비교 사례 보니···
숭인동 교회는 134억원

이에 조합 측은 “일반적으로 종교시설 보상 협의 과정서 단순히 시세, 감정평가금액 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상회하는 사례 및 이주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종교 부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조합에서는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이주보상을 하고 조속히 이주시키는 것이 조합에 이득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차액 5억원에 대해서는 예비비를 사용해 충당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취재진이 수색8구역 관리처분계획을 확인한 결과, ‘기타 이주보상비’ 명목으로 이미 6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지난 2021년부터 혜성교회와 협의를 진행해 왔고 ‘기타 이주보상비’는 당연히 교회를 염두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0억원보다 높게 책정해뒀을 경우 이를 빌미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10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이주보상 합의서를 작성해 절차상 문제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보상 규모를 최대한 깎아 혜성교회와 합의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혜성교회와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회는 수색8구역서 벗어난 은평구 은평터널로 50-15에 있지만, 아파트 101동과 10m 안팎으로 마주보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채광 방향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길이 약 200m, 폭 6m에 달하는 진입도로를 개설할 수밖에 없다.

도로 개설을 통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용적률이 하향돼 기존 29층서 3층으로 축소되며, 약 78세대가 감소하게 된다.

타 재개발구역 종교시설 보상사례를 살펴보면, 종교시설과의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금융비융 추가 지출 등 막대한 손실이 곳곳서 발생한 바 있다. 혜성교회 면적(1005㎡)과 비슷한 숭인동 모 교회(1190㎡)의 경우 보상금으로 약 134억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다.

즉, 보상 협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방향이 손실 금액 보전 등 사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한편, 당초 수색8구역은 지하 2층~지상 22층, 총 7개동, 578세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었으나, 최고 29층, 7개동, 696세대로 변경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이주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19일 기준, 99.6%로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 778세대가 이주한 상태로,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억울한 조합장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지난달 25일 17시 기준, 수색8구역 재적 조합원 322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 조합원은 208명, 서면결의서 제출 후 참석 조합원 44명, 직접 참석 조합원 26명이다. 서면 출석을 포함한 직접 참석 조합원은 68명으로 20%를 넘었다. 이어 서면결의서 및 직참을 포함한 총 참석 조합원은 234명으로 과반 출석 요건 또한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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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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