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수색8구역 재개발 차질 이유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16 10:49:13
  • 호수 1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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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뜨기 직전 재 뿌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사실상 이주를 마친 서울 은평구 수색8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수색8구역 조합)이 일부 조합원의 ‘흠집 내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한 교회 토지에 관한 보상금 60여억원이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조합 측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도로를 개설해줘야 하므로 공간 손실을 감안하면 보상이 과하지 않다”고 반론했다.

수색8구역은 지난달 19일 상가 세입자,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에 778세대가 완전히 이주한 상태다. 이주를 마치면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재개발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과 조합 간부들을 고소하면서 내홍을 겪어왔다.

내부 총질

맹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이주비 대출 지연으로 인한 긴급차입 목적으로 이자율 140.77%을 적용한 20억원을 총회 개최 없이 빌려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교회 토지 보상금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 A씨는 조합 사업 과정서 자금차입과 방법·이율 및 상환 방법에 대해 총회를 개최해 사전 의견을 거쳐야 하나, 단기 차입 과정에 총회나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지급한 점도 함께 문제삼았다. 

A씨가 지난 2월 초 수색8구역 조합을 고소하자, 조합은 맞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수색8구역 조합원 A씨가 조합장, 감사, 이사 등 4명을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현재까지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20일부터 11월8일까지 8회에 걸쳐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차용하고, 26일 만에 2억원을 가산한 총 22억원을 지급해 조합원에게 피해를 줬다는 취지로 고소를 제기했다. 기간상 이자율이 140.77%에 달해 정비업체에 이익을 준 점을 문제삼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9월14일, 자금차입 관련 임시총회 의결을 통해 50억원에 달하는 이주비 및 사업비 금융비용 추정금액을 책정했다.

총회 자료 비고란에는 ‘상기 이주비, 사업비, 조합원 부담금 중 계약금/중도금 등의 대출총액(한도액) 및 적용금리 및 대출한도 등은 추후 사업 금융정책 변경, 추진 여건, 금리변동, 선정 금융기관의 변동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그 경우 별도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변경하고 추후 총회서 추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연으로 인해 조합원 이주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조합 측은 앞서 지난해 9월15일~19일까지 수색8구역 이주 대상 조합원 전원에게 ‘조합원 이주 및 이주비 신청 안내 공고’를 냈다. 자진 이주 기간은 지난해 10월20일에서 올해 4월19일까지 총 6개월로 정했다.

다만,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은 지난해 10월31일로 뒤늦게 실행되면서, 임시총회 의결을 근거로 같은 해 10월20일 이주비가 없는 조합원을 위해 조합 측이 정비업체로부터 20억원을 급하게 빌려 이주에 차질을 해소한 것이다.

90% 됐는데···교회 보상 두고 입씨름
보상금 65억 “과하다” “적정하다”


수색8구역 조합 측은 “당시 HUG와 이주비 및 사업 대출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나, 보증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승인이 지연돼 대출 실행이 불가능했다”며 “HUG의 이주비 대출보증 승인 지연과 시공사로부터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초과함에 따라 정비업체를 통해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원 일부가 이주비를 받지 못해 이주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빌린 것”이라며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해 이자 명목이 아닌 수수료 명목으로 2억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비 관련 자금차입이 총회 의결을 취한 것이냐’는 의견에 관해 조합의 법률대리인인 안광순, 김미현(법무법인 현)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성격상 조합이 추진하는 모든 업무의 구체적 내용을 총회서 사전에 의결하기는 어렵다”며 “조합원들이 부담하게 될 부담의 정도를 (총회서)개략적으로 밝히고 그에 관해 총회의 의결을 거쳤다면 사전 의결을 거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첨언했다.

아울러 A씨는 도정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업무상배임) 등으로도 조합장 등에 대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앞서 조합은 수색8구역 내 ‘혜성교회’ 대지·임야·주택을 총평가액 4억5256만5630원으로 평가 후 관리처분 총회에 인가받았다.

사업시행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혜성교회는 전용 84㎡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한 바 있다 

조합은 혜성교회 바로 옆 임야 861㎡ 및 지상의 무허가 건물에 대해 손실보상금으로 65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교회 부지 감정평가액은 31억4642만4150원이다. 해당 임야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12만3700원으로 총가액은 1억590만3000원 수준인데, 총 4억5256만5630원을 제외하더라도 3.3㎡(평)당 약 2300만원, 공시지가의 57배의 보상을 해주는 것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또, 고소인 A씨는 “‘기타 이주보상비’가 혜성교회 관련이라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있지 않으며, 지난 2023년 9월14일 개최된 임시 주민총회서도 혜성교회 임야 관련 손실보상금이라는 설명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손실보상금 65억원과 기타 이주보상비 60억원의 차액인 추가 5억원에 대한 마련 방안도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인근 비교 사례 보니···
숭인동 교회는 134억원

이에 조합 측은 “일반적으로 종교시설 보상 협의 과정서 단순히 시세, 감정평가금액 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상회하는 사례 및 이주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종교 부지를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조합에서는 훨씬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등을 감안해 이주보상을 하고 조속히 이주시키는 것이 조합에 이득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차액 5억원에 대해서는 예비비를 사용해 충당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취재진이 수색8구역 관리처분계획을 확인한 결과, ‘기타 이주보상비’ 명목으로 이미 60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지난 2021년부터 혜성교회와 협의를 진행해 왔고 ‘기타 이주보상비’는 당연히 교회를 염두한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0억원보다 높게 책정해뒀을 경우 이를 빌미로 더 큰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지난해 10월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이주보상 합의서를 작성해 절차상 문제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은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보상 규모를 최대한 깎아 혜성교회와 합의한 것이라는 결론이다. 

혜성교회와 합의가 불가피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교회는 수색8구역서 벗어난 은평구 은평터널로 50-15에 있지만, 아파트 101동과 10m 안팎으로 마주보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채광 방향 이격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길이 약 200m, 폭 6m에 달하는 진입도로를 개설할 수밖에 없다.

도로 개설을 통한 이격거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용적률이 하향돼 기존 29층서 3층으로 축소되며, 약 78세대가 감소하게 된다.

타 재개발구역 종교시설 보상사례를 살펴보면, 종교시설과의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금융비융 추가 지출 등 막대한 손실이 곳곳서 발생한 바 있다. 혜성교회 면적(1005㎡)과 비슷한 숭인동 모 교회(1190㎡)의 경우 보상금으로 약 134억원을 받아간 사례도 있다.

즉, 보상 협의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방향이 손실 금액 보전 등 사업의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


한편, 당초 수색8구역은 지하 2층~지상 22층, 총 7개동, 578세대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었으나, 최고 29층, 7개동, 696세대로 변경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 이주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지난달 19일 기준, 99.6%로 세입자, 조합원 총 779세대 중 778세대가 이주한 상태로, 오는 2025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억울한 조합장

시공사는 SK에코플랜트다.

지난달 25일 17시 기준, 수색8구역 재적 조합원 322명 중 서면결의서 제출 조합원은 208명, 서면결의서 제출 후 참석 조합원 44명, 직접 참석 조합원 26명이다. 서면 출석을 포함한 직접 참석 조합원은 68명으로 20%를 넘었다. 이어 서면결의서 및 직참을 포함한 총 참석 조합원은 234명으로 과반 출석 요건 또한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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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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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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