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박 전화’ 돌리는 노량진 재개발 현장,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10 14:40:09
  • 호수 1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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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팔년도도 아니고···설치는 알박기 세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노량진 본동 재개발사업이 철거 반대 시위와 협박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재개발사업 구역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A씨는 평소 ‘재개발이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상가와 주택 대부분은 철거됐지만, 알박기 조직에 의해 폐허로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A씨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상대방은 A씨에게 “그 동네서 설치고 다니지 말라”는 등 경고와 협박을 한 뒤 끊었다고 한다. 앞서 A씨는 가게를 찾은 손님들과 대화에서 “개발한다고 주민들 내보냈으니 장사도 안 되고 죽겠다. 빨리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손님들 앞에서 재개발사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직후 협박 전화를 받은 것이다.

시달리는
원주민들

노량진 본동 개발 현장이 슬럼화로 고통받는 이유는 개발 시행사와 과거 지역주택조합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지역주택사업으로 시작한 노량진 본동은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이후 일반 개발 사업지로 변경되면서 각각 2~3억원가량의 지주택 분담금(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부 조합원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당 9억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시행사와의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합원들은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라는 단체를 조성했다.

재보연은 사업지 내 빌라 3곳에 매매 예약 가등기를 설정한 채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재보연이 가등기 말소 조건으로 시행사인 ‘로쿠스’ 측에 요구한 합의금은 총 1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시행사와의 합의를 거부한 일부 지주택 조합원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합의금과 시행 권한을 되찾기 위해 재보연을 결성한 것이다.


로쿠스 측은 개발 현장에 살던 원주민들과 합의를 받아들인 지주택 투자자들에게 각각 수억원에 달하는 보상을 마친 상태다. 개발 현장 내에 연립주택을 소유했던 김모씨의 경우, 지난 2023년 11월28일 시행사와 매매 합의를 마쳐 지난해 3월 시행사에 건물 관리를 맡겼다.

누나가 사망하면서 주택을 상속받은 김씨는 상속세 등에 따른 부담을 느꼈고, 다주택 중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철거 계약을 진행했다. 철거업체는 주관부서인 동작구청 도시정비2과에 해체계획서를 접수하러 갔다. 

정비과에서는 ‘해당 건물이 옹벽 위에 있는 건물로 심의를 거쳐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철거업체는 구조 기술사 및 건축사를 대동해 옹벽의 안정성에 관한 구조 계산을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구조 기술사, 건축사가 김씨의 건물에 방문하자 재보연 회원들이 출입을 막아섰다. 재보연 회원 55명이 가등기를 설정한 ‘에이스빌라’가 김씨의 건물과 붙어 있어 철거 과정에서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재보연 회원들의 방해로 철거해야 할 김씨의 건물은 옹벽 안정성에 대한 점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동작구청은 “전문가들의 옹벽 안전 점검을 위한 절차 진행은 건축주(김씨)와 에이스빌라 점유자들끼리 해결할 문제”라고 안내했다. 이에 김씨는 재보연 측과 협의를 위해 연락했지만, 이들은 소통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스빌라의 8세대 중 7세대는 시행사의 소유물로 이미 폐가 처리된 가운데, 502호 한 채에 재보연 회원들이 가등기를 설정해놓고 김씨 주택의 철거마저 방해하는 상황이다.

1000억원 토해내라는 ‘페라리’ 주인
슬럼 가속화 온상
조폭이 따로 없어

김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내 건물을 내가 철거하겠다고 하는데, 관련 없는 사람들이 점거하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며 “살지도 못하는 집에 세금만 내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세금을 대신 내줄 것도 아닌 재보연은 협의조차 거부하면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경찰은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 현장에 ‘떼거리 알박기’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재보연 회장이자 부동산 업자인 김모씨 등을 압수수색했다. 시행사와 합의를 거부한 재보연은 행동강령을 만들고 회원들에게 총 5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걷었다. 문제는 ‘회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라’는 회원을 탈퇴시켰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재보연 회비로 아들의 페라리, 포르셰 등 고급 외제차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재보연이 가등기한 에이스빌라 주차장에는 김 회장 측의 페라리와 포르쉐가 세워져 있었다. 지난해 김 회장은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대우건설 때문에 재산을 다 잃게 생겼으니 그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등기 설정은 미래에 구입할 예정일 때 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걸어두는 계약이다. 다만, 재개발사업 등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등기를 풀지 못한 건물은 철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 사업은 재보연 관계자 등 약 70명의 가등기권자들로 인해 정체된 상태다.

도심 속 흉물이 된 현장은 우범지대로 전락해 안전 요원이 투입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가등기 빌라
고급 외제차

재보연 회원 중에는 대통령실 경호본부 관계자 B씨도 있었다. B씨는 사업 구역 내 위치한 ‘영본빌라 202호’ 등기에 ‘가등기권자’로 확인됐다. 공직자 신분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인 B씨는 지난 2010년 지주택 사업이 한창일 때 총 2억7600만원의 분담금을 입금하고 지주택 조합원 자격을 취했다.

당시만 해도 노량진 본동 아파트를 5억원 정도에 분양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B씨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주택자만 해당되는 지주택 조합원의 자격을 잃었다고 한다. 지주택은 무주택자 또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유주택자들을 모집해 부지를 매입한 뒤 집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이다.

B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오피스텔 소유로 인해 조합에서 제명됐기에 시행사 합의 대상서 제외됐고, 분담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는데, 이자까지는 돌려받아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가 조언하길 영본빌라 202호에 가등기를 설정하고 버티면 시행사에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가등기를 설정하기 위해 재보연 측에 4000만원을 입금했다. 4000만원을 입금해 지분을 확보한 이유에 대해 B씨는 “(영본빌라 202호 공유지분)매매 금액이 대략 1700만원인데 그냥 2000만원으로 하는 것보다는 4000만원으로 올려놓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어차피 2000만원 받으려고 제한 행위를 한 건 아니다”라고 당연하다는 듯 언급했다.

이처럼 B씨는 가등기 설정 이유에 대해 개발사업의 주체를 방해하고 합의금을 더 받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영본빌라 202호의 감정평가액은 약 5억7000만원이기에 공유자 30여명을 기준으로 나누면 공유지분 금액은 1인당 1700만~2000만원으로 계산된다.

17평도 안 되는 빌라 한 채에 공유자는 33명, 가등기권자가 11명이다. 김씨의 주택과 맞닿는 에이스빌라 역시 재보연 소속 55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가등기 목적이 단순 구입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가등기는 시행사와 협상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재보연은 개발사업에서 이권을 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먼저 시행사의 미매입 부지 중 빌라 2채를 매입했다. 빌라 2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조합장이 매도인과 협의를 본 금액보다 높게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행사로부터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것이다.

나 몰라
배 째라

지주택으로 출발한 노량진 본동 개발 사업지는 지난 2007년 441번지 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했다. 이후 사업 진행 과정서 약 800여세대로 확대됐다.

당시 시공사로 선정된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의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으나,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그러면서 현 시행사로 소유권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 대금 2100억원, 신탁등기비 100억원)가 이뤄져 사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공매로 나온 부지의 사업주체가 바뀐 것이다.

부지 공매와 내분 사태를 겪은 지주택은 대외적으로 로쿠스와 대우건설 및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2017년 동작구청 중재로 시행사와 합의까지 약 670여회)했다. 내적으로는 공매 직전 공증서류를 통해 채권자 지위를 확보한 일부 조합원 및 투자자 158명 등에게 “서로 힘을 합해 시행사와 시공사에 맞서 싸우자”고 3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 중 36명을 제외한 122명은 끝내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를 고수해 조합원 자격서 제명당하고 말았다. 현재는 최종 388명이 유효한 조합원이고, 김 회장 등을 포함한 122명은 이미 파탄 난 조합에 대한 채권자 지위에 있을 뿐 시행, 시공사에 대한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시 조합 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에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남의 집 철거도 반대 ‘재보연’ 실체
연락 차단한 유령 조합원 ‘으름장’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주택 전 조합장 최모씨는 조합 분담금 가운데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지난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최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억원, 추징금 10억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만기 출소한 최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은 없지만, 10년이 지났음에도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현장을 보고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최씨는 “당시 토지 매입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고, 내가 횡령한 조합비로 인해 사업이 무산될 현장은 아니었다”며 “재산보호연대가 시행 권한을 갖기 위해 악의적으로 가등기를 설정하고 사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수십년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사업지의 땅을 사서 되파는 등 방식으로 수십억원대 횡령·배임을 저지른 혐의에 관해 “재보연 소속 회원들이 과거 조합원일 때 동참한 행위를 조합장인 내가 짊어지게 된 것”이라며 “내가 구속됐다고 사업이 재개된 것이 아니라면 근본적인 문제는 재보연에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재보연은 대우건설의 합의를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대우건설과 합의할 기회가 있었으나, 이들은 1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요구하고 “대우건설은 공매가만 돌려받고 빠져야 한다”며 거절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동작구청의 중재 협의안에 따라 일부 지주택 조합원은 합의했으나, 재보연은 일체 합의에 반대하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검찰 송치 단계를 앞둔 재보연은 고초를 겪은 노량진 지주택 조합과 엄연히 다르다. 일부는 조합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재보연의 머릿수를 채워주면서 금전적 이득을 위해 뒤늦게 합류한 구성원도 포함됐다.

집단행동
분양가↑

재보연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4월 노량진 본동 개발사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집단적 위세와 단합된 행동을 위해 운영규정(행동강령) 및 개별 서약서(운영 규정 위반 시 제재 등)까지 만들었다. 재보연의 일부 회원들은 김 회장의 자금 사용처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현재 유효한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중 상당수인 388명은 시행사 측과 합의를 완료했고, 보상금액을 협상 중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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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