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정부의 세 번째 초강도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정치권과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이른바 ‘삼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이 후폭풍을 낳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에도 집값 과열이 진정되지 않자, 한 달여 만에 다시 내놓은 초강도 수요 억제책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과열 신호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확고한 시장 안정을 위해 대출 수요 관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대출 제한’과 ‘토지허가제 강화’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가격 구간별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 ▲15억~25억원 이하는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제한된다.
또 1주택자가 수도권이나 규제 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상환액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된다. 사실상 ‘전세대출로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무주택자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규제 지역에서는 70%에서 40%로 낮아진다. 전세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새로 살 수 없고, 반대로 규제 지역 내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한 사람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은 내년 말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주택뿐 아니라 동일 단지 내 연립·다세대주택도 허가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 외의 매입이 불가능하며, 매수 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정부는 “갭투자와 상급지 갈아타기를 통한 투기 수요를 원천 차단하고, 풍선효과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병변 주변까지 도려내 전이를 막는 ‘암수술식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발은 거세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번 대책을 두고 “집값 폭등 문재인 정부 시즌2”라고 직격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라며 “시장 메커니즘을 무시한 ‘청년·서민 주거 완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출을 막아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길이 막혔고, 결국 부자들만을 위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전세 물량 급감으로 전세 난민이 양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집값 상승의 원인은 공급 부족과 유동성 확대인데,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민간 공급을 늘리는 게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들은 더욱 직설적이었다. 김재섭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부동산시장에 계엄을 선포했다”며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고 청년의 주거 사다리가 박살날 것”이라고 비판다. 김은혜 의원도 “집 없는 서민이 살 수 없는 구역, 현금 부자만 사는 구역을 선포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대책이 냉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 및 경기 주요 지역을 규제·토허제로 묶음으로써 갭투자나 무리한 대출을 통한 매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고가 주택 대출 차등화와 토지거래허가제 확대는 상급지 갈아타기와 갭투자를 정조준한 조치”라며 “서울과 수도권 남부 지역의 매물이 늘고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전세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갭투자 억제 효과는 있겠지만 거래 절벽이 불가피하고, 실수요자들의 자금줄이 막히면서 중저가 지역의 가격 왜곡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벌써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에 이어 10·15 대책까지 정책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규제로 시장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가 의도한 안정 효과보다, 거래 절벽·전세난·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며 “결국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28번 정책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문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목표로 28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오히려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10·15 부동산 대책이 과열을 식힐 특효약이 될지, 또 한 번의 규제 피로로 남을지는 향후 몇 달간의 시장 반응이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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