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되는 국민의힘 ‘3파’ 마지막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09 13:09:21
  • 호수 1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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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는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대선서 40% 넘게 득표했고, 큰 실수 없이 대선을 치렀다. 김 전 장관이 향후 당권 투쟁에 뛰어들면, 국민의힘에선 구심점을 잃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분화돼 친윤·친김(친 김문수)·친한(친 한동훈) 등 3개 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서 1439만5639표(41.15%)를 득표해 패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날 상황실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들은 후 자리를 떠났고, 김 전 장관은 자택서 개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1시35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승복 메시지를 발표했다.

패배 속
소기 성과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혼란은 약 6개월여 만에 완전히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김 전 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샅바 싸움이 이어지던 지난달 10일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완전히 단절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막고, 김 전 장관이 약 41%를 득표한 것 자체가 성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2일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일컬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아 임명장도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구설을 일으켰다. 부인 설난영 여사도 지난달 1일 국민의힘 포항북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청중에게 “제가 노조하게 생겼느냐”고 물은 후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노조는 아주 과격하고 못생겼지만, 저는 반대로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선거를 망칠 만큼의 파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은 평소의 과격한 보수 성향 발언을 자제했고, 큰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친윤계 일각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친한의 암묵적인 지원과 당원들의 반발 덕분에 대선후보 자리를 지키는 등 당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외도’를 했다. 이 때문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김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항변도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공세 때문에 국민의힘 대표직서 쫓겨난 후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개혁신당은 이 의원 개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창당됐다.

‘우두머리’ 잃은 친윤계
친윤·친김 분화 가능성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대단히 뿌리가 깊다. 단일화가 성사됐더라도, 이 의원의 지지 기반이 온전히 김 후보에게 투표했을 가능성 여부는 회의적이었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인해 진행됐다. 이 의원의 관점에선 단일화에 응하는 자체가 정치적 무리수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숙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당의 체질 개선이다. 대선서 패배한 후보는 2선으로 후퇴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이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서 패배한 후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손에 넣었다. 김 후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원래 친윤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당내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후보로 등극했으나 이를 회피한 김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다. 이는 대선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한 전 총리는 평생 관료로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것은 친윤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곧바로 꺾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새벽의 반란이 진압된 직후 정치적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내란죄 피의자로서 이미 출국이 금지됐다. 곧 진행될 수사로 인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친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서 계파는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소수 계파 친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건재하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패배 후보
2선 후퇴?

하지만 친윤에선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권주자가 아무도 없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중앙정계에 진출한 ‘다이묘’ 정도의 위상을 가진 정치인만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친윤의 지원을 업어 대권주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도, 홍 전 시장의 대권 재도전이 좌절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잃은 친윤은 이제 새 머리를 찾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머리는 김 전 장관밖에 없다. 머리를 잃은 친윤과 손발을 찾아야 하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모든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운 김 전 장관의 간접적인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시도에 가장 반발한 정치인은 6선 윤상현 의원이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 4적의 명단을 게시했다.

여기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후보 교체 절차를 진두지휘했던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포함될 수 있다. 이 의원은 후보 교체가 좌절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서 후보 교체 시도를 두둔한 정치평론가의 글을 띄우다가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당신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정치적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한 후 이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직접 개입해 난투극을 벌이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은 이미 후보 교체 시도 당시에도 측근들과 중앙당사 내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왕년의 노조위원장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난투극은 김 전 장관의 젊은 시절 주특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12일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30대 중반 초선 김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정치적 감각을 아직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과 윤 전 대통령의 절연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 국민의힘 탈당은 사실상 출당”이라며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문화했다.

김 전 장관이 아직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은 전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민의힘에 유입시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서 대권을 쥐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강성한 팬덤 형성이다. 일각에선 친윤이 다시 당권을 쥐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당권주자를 물색해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유입 가능성
여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계파의 목소리가 이전만큼 셀 순 없을 것이다.

두 전씨도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려면, 대권주자 위상을 가진 정치인과 손을 잡아야 한다. 친윤을 온전히 친김으로 재편하려면, 김 전 장관도 물량 동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적극적으로 김 전 장관을 두둔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장관과 두 전씨는 모두 강경보수 성향을 지녔단 공통점이 있고, 동시에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물량 공세에 맞서야 한다. 김 전 장관이 앙숙인 두 전씨의 사이를 적절히 중재할 수 있다면, 이들이 손을 잡으면 국민의힘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비슷한 구도의 대결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대선 패배를 근거로 다시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이 머리를 잃은 현 상황은 한 전 대표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세가 건재했던 지난해 7월 전당대회서도 62.84%를 득표하면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친윤에 비해 열악한 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 모두 사퇴로 마무리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서 겨룬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이력을 토대로 보수의 적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과 김 전 장관도 감히 “비상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비상계엄엔 반대하지만, 윤 전 대통령 파면도 안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제시했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 애매한 입장은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기회로,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중 스스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쌍권 체제 재정비
한동훈과 재대결?

국민의힘은 곧바로 여러 당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친한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한계인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를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다. 친윤으로선 친한의 공세를 못 이겨 권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끊임없이 당내 물의를 일으켰고, 후보 교체 시도에도 가담해 오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등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역설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윤계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등을 당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는다.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융합하지 못할 가능성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보여줬다. 박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김문수 캠프에 참여하고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어 김 전 장관이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달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서 김 전 장관을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굳게 뭉친 친한과 달리 친윤은 김 전 장관과 한 전 총리 모두 당권 장악을 위해 내세울 얼굴 정도로 인식했음을 암시한다.

김 전 장관과 친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의 계파 구도는 친윤, 친한, 친김이라는 3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당권에만 몰두하는 계파라고 하더라도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권주자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주자라는 2개의 선택지에 따라 친윤이 분화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다만 국민의힘엔 여유가 없다. 이재명정부는 연대를 맺은 정당들의 의석수까지 포함하는 국회 내 190석을 지배하는 절대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일극 체제로 당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이 나온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는 상대방의 실책과 기행을 타고 진행됐다. 지금까진 국민의힘이 저지른 기행이 많았다. 기행을 저지를 만한 요소가 정리된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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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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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