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되는 국민의힘 ‘3파’ 마지막 퍼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6.09 13:09:21
  • 호수 1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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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는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대선서 40% 넘게 득표했고, 큰 실수 없이 대선을 치렀다. 김 전 장관이 향후 당권 투쟁에 뛰어들면, 국민의힘에선 구심점을 잃은 친윤(친 윤석열)계가 분화돼 친윤·친김(친 김문수)·친한(친 한동훈) 등 3개 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치러진 제21대 대선서 1439만5639표(41.15%)를 득표해 패배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이날 상황실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들은 후 자리를 떠났고, 김 전 장관은 자택서 개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는 지난 4일 오전 1시35분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승복 메시지를 발표했다.

패배 속
소기 성과

이로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혼란은 약 6개월여 만에 완전히 끝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김 전 장관과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샅바 싸움이 이어지던 지난달 10일 새벽 3시에 후보 교체를 시도하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도 완전히 단절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과반 득표를 막고, 김 전 장관이 약 41%를 득표한 것 자체가 성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12일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을 일컬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아 임명장도 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구설을 일으켰다. 부인 설난영 여사도 지난달 1일 국민의힘 포항북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청중에게 “제가 노조하게 생겼느냐”고 물은 후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노조는 아주 과격하고 못생겼지만, 저는 반대로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이 발언들은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선거를 망칠 만큼의 파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김 전 장관은 평소의 과격한 보수 성향 발언을 자제했고, 큰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친윤계 일각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친한의 암묵적인 지원과 당원들의 반발 덕분에 대선후보 자리를 지키는 등 당에 뿌리 내릴 수 있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해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외도’를 했다. 이 때문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김 후보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단일화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항변도 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공세 때문에 국민의힘 대표직서 쫓겨난 후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개혁신당은 이 의원 개인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창당됐다.

‘우두머리’ 잃은 친윤계
친윤·친김 분화 가능성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이들의 반감은 대단히 뿌리가 깊다. 단일화가 성사됐더라도, 이 의원의 지지 기반이 온전히 김 후보에게 투표했을 가능성 여부는 회의적이었다.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파면으로 인해 진행됐다. 이 의원의 관점에선 단일화에 응하는 자체가 정치적 무리수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눈앞에 닥친 숙제는 무너질 대로 무너진 당의 체질 개선이다. 대선서 패배한 후보는 2선으로 후퇴했다가 다시 등장하는 흐름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이 공중분해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대선서 패배한 후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을 손에 넣었다. 김 후보라고 해서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원래 친윤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당내 공약으로 제시해 대선후보로 등극했으나 이를 회피한 김 전 장관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래서 새벽에 기습적으로 대선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다. 이는 대선서 설령 패배하더라도 당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했다.

한 전 총리는 평생 관료로 살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다. 이것은 친윤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의 정치적 야심은 곧바로 꺾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다. 새벽의 반란이 진압된 직후 정치적 의욕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지난달 내란죄 피의자로서 이미 출국이 금지됐다. 곧 진행될 수사로 인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친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서 계파는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소수 계파 친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건재하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

패배 후보
2선 후퇴?

하지만 친윤에선 대중에게 제시할 수 있는 대권주자가 아무도 없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중앙정계에 진출한 ‘다이묘’ 정도의 위상을 가진 정치인만이 있다. 김 전 장관이 친윤의 지원을 업어 대권주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도, 홍 전 시장의 대권 재도전이 좌절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머리를 잃은 친윤은 이제 새 머리를 찾아야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머리는 김 전 장관밖에 없다. 머리를 잃은 친윤과 손발을 찾아야 하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는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모든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손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운 김 전 장관의 간접적인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시도에 가장 반발한 정치인은 6선 윤상현 의원이다. 아울러 홍 전 시장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 4적의 명단을 게시했다.

여기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후보 교체 절차를 진두지휘했던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포함될 수 있다. 이 의원은 후보 교체가 좌절된 이후에도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서 후보 교체 시도를 두둔한 정치평론가의 글을 띄우다가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당신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간 정치적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권을 장악한 후 이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직접 개입해 난투극을 벌이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은 이미 후보 교체 시도 당시에도 측근들과 중앙당사 내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왕년의 노조위원장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난투극은 김 전 장관의 젊은 시절 주특기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 전 장관이 지난달 12일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30대 중반 초선 김 비대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정치적 감각을 아직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과 윤 전 대통령의 절연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김 비대위원장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대통령 국민의힘 탈당은 사실상 출당”이라며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문화했다.

김 전 장관이 아직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은 전 목사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를 국민의힘에 유입시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서 대권을 쥐기 위한 필수 요소 중 하나는 강성한 팬덤 형성이다. 일각에선 친윤이 다시 당권을 쥐기 위해, 계파색이 옅은 당권주자를 물색해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유입 가능성
여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계파의 목소리가 이전만큼 셀 순 없을 것이다.

두 전씨도 정치적 활동을 이어가려면, 대권주자 위상을 가진 정치인과 손을 잡아야 한다. 친윤을 온전히 친김으로 재편하려면, 김 전 장관도 물량 동원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특히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 당시 적극적으로 김 전 장관을 두둔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 전 장관과 두 전씨는 모두 강경보수 성향을 지녔단 공통점이 있고, 동시에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물량 공세에 맞서야 한다. 김 전 장관이 앙숙인 두 전씨의 사이를 적절히 중재할 수 있다면, 이들이 손을 잡으면 국민의힘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당권에 도전하려면,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비슷한 구도의 대결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대선 패배를 근거로 다시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친윤이 머리를 잃은 현 상황은 한 전 대표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친윤의 세가 건재했던 지난해 7월 전당대회서도 62.84%를 득표하면서 당 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친윤에 비해 열악한 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비대위원장과 당 대표 모두 사퇴로 마무리했다. 이번에야말로 기회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가 다시 전당대회서 겨룬다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이력을 토대로 보수의 적자를 자처할 것으로 보인다.

친윤과 김 전 장관도 감히 “비상계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순 없었다. 그래서 “비상계엄엔 반대하지만, 윤 전 대통령 파면도 안 된다”는 애매한 입장을 제시했고, 이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이 애매한 입장은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기회로, 한 전 대표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힘 경선 중 스스로 “중도 확장을 할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쌍권 체제 재정비
한동훈과 재대결?

국민의힘은 곧바로 여러 당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김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친한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친한계인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이 놀랄 변화를 약속하고도 지키지 못한 김용태 비대위를 즉시 해체하고, 대선판을 협잡으로 만들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새 원내지도부를 꾸려 우리 당의 진로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권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다. 친윤으로선 친한의 공세를 못 이겨 권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권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끊임없이 당내 물의를 일으켰고, 후보 교체 시도에도 가담해 오적 중 하나로 거론되는 등 더는 버틸 명분이 없다.

역설적으로 권 원내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친윤계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김기현 의원 등을 당권주자로 거론하고 있다. 김 전 장관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남는다.

친윤이 김 전 장관과 융합하지 못할 가능성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보여줬다. 박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김문수 캠프에 참여하고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어 김 전 장관이 단일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지난달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서 김 전 장관을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굳게 뭉친 친한과 달리 친윤은 김 전 장관과 한 전 총리 모두 당권 장악을 위해 내세울 얼굴 정도로 인식했음을 암시한다.

김 전 장관과 친윤이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의 계파 구도는 친윤, 친한, 친김이라는 3계파로 분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무리 당권에만 몰두하는 계파라고 하더라도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대권주자는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주자라는 2개의 선택지에 따라 친윤이 분화할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다만 국민의힘엔 여유가 없다. 이재명정부는 연대를 맺은 정당들의 의석수까지 포함하는 국회 내 190석을 지배하는 절대 다수 여당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일극 체제로 당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정확히 절반으로 나뉜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이 나온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가 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는 상대방의 실책과 기행을 타고 진행됐다. 지금까진 국민의힘이 저지른 기행이 많았다. 기행을 저지를 만한 요소가 정리된다면, 국민의힘에도 기회는 다시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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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