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도 재판받아야” 권성동 주장 노림수

헌법 84조 형사상 불소추특권 명시
법조계 “재직 중 중지가 적절” 기류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11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떤 권력자라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등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 진행을 정식으로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소재의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서 “법의 심판이 이재명 단 한 사람을 피해 가는 나라가 됐다”며 “5000만 국민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사법부의 엄정한 심판을, 이재명 단 한 사람만 피해 갈 수 있는 나라는 공정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법부가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자격이 있느냐?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년 안에 끝내야 했을 재판을 2년7개월이나 끌었다”며 “대장동 위례 신도시 사건으 2년3개월 동안 질질 끌었는데, 아직도 1심을 선고하지 못하고 잇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에 이 사건 판결을 내릴 의지가 있었느냐? 사법부는 대선 전엔 선거 때문에 (재판을) 못한다고 하더니, 대선이 끝나고 나선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못한다(고 한다)”며 “다음엔 또 무슨 핑계를 대겠나? 그냥 이재명이었기 때문에 재판을 끌어왔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의 바람 앞에 미리 알아서 누워 버리고, 스스로 원칙을 허문 사법부의 공정함을 기대할 수가 없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이재명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재판 지연이 이뤄지는 나라가 되지 않도록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는 “범국민 릴레이 농성과 서명운동 등을 계속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했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김기현·추경호 의원등은 ‘재판 연기 헌법 파괴’ ‘재판 속개 헌법 수호’ 내용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사법 위에 정치 없다” “사법 정의 지켜내자” “재판 중단하면 정의가 파괴된다” “당장 재판 속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죄가 없다면 재판 진행을 수용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 본인이 선거 과정서 밝힌 것처럼 모든 기소가 조작에 불과하고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재판 진행을 수용할 것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는 서울고법의 입장에 대해선 “새로운 재판을 위한 기소가 불가능하다라는 뜻이지, 이미 법원에 계류된 재판까지 멈춰야 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며 “판사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사법의 일관성과 권위가 송두리째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검찰에 “단호한 자세로 이 사건을 항고해 헌법 제84조 해석에 대한 대법원 해석을 받길 바란다”고 요구한 그는 “하급심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을 방치하는 것은 단순한 무책임을 넘어 사법체계의 붕괴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사법부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 및 국민의힘 지도부의 주장은 ‘법 앞에선 그 누구도 평등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들 주장처럼 이 대통령은 재판을 받아야 할까? 아니면 단순한 야당의 이 대통령 발목잡기에 불과한 퍼포먼스로 받아들여야 할까?

법조계에선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갖고 있어서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도록 돼있다. 이는 국가 원수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헌법서 보장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권 중 하나로, 재직 기간 동안은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개념이다.


퇴임 후엔 형사소추 권한이 다시 적용돼 기소가 이뤄지거나 재판을 받게 된다. 즉, 권 원내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법적으로 재임 중인 이 대통령은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다만,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이 당선 후 심리의 중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소추’라는 법률용어가 형사소송서 소를 제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형사재판 중 검사의 역할 수행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재직 중에는 중지되는 게 맞다는 해석이 강하다.

이외에도 재판 심리 중지를 ‘소추의 과잉’이라고 해석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과 헌법 제84조의 취지가 ‘안정적인 국가 운영’에 있는 만큼 중지돼야 한다는 의견, 국정 운영에 지장을 미치는지의 여부에 따라 진행 여부를 판단하자는 절충 의견 등도 존재한다.

앞서 대법원은 특정 재판 진행에 헌법 제84조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재판부가 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는 상급 법원이 하급 법원의 심리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한 것으로, 법조계서 다양한 해석을 낳기도 했다.

대통령중심제인 미국의 경우 형사상 불소추특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관행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형사소추를 받지 않고 있다. 실제로 두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자격으로도 특검 기소가 취소됐으며 역대 대통령 중 재직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기소나 수감된 전례는 전무하다.

이날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사법부 겁박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내란 수괴 앞에선 순한 양처럼 한마디도 못하더니 신임 대통령 앞에서는 호통치는 모습이 낯뜨겁기까지 하다”며 “똑같은 법원의 결정인데 민주당에 불리하게 보이면 수용하고, 유리하게 보이면 수용하지 않는 이중잣대는 꼴사납기 짝이 없다. 헌법을 부정할 셈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일각에선 검사 출신인 권 원내대표가 헌법 제84조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재명정부의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인사는 “최상위 법인 헌법에 명시돼있는 내용인데 이를 엉뚱하게 해석해서 정쟁의 대상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재판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면 같은 잣대를 들이댔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에 대한 헌법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이 목에 걸면 목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식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면서도 “탄핵 정국서 국민의힘이 보였던 윤 전 대통령 감싸기 행태를 벌써 잊었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은 헌법 84조(대통령 불소추특권)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서 오는 18일로 예정돼있었다.


다음날 서울중앙지법도 오는 24일로 예정돼있던 이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및 성남FC 의혹 사건 공판기일을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기일 추후 지겅이란 법원서 재판 일정을 바꾸거나 다음 기일의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사실상 재판 절차의 중단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지법 재판부’가 상급 법원인 ‘고법 재판부’의 공판기일 일정 변경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서울고법이 추후 지정으로 변경하자 기다렸다는 듯 하루 만에 중앙지법도 동일한 결정을 내린 탓이다.

<kangjoomo@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7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