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윤석열부터 노린 이유

기선 제압부터 ‘우두머리 몰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내란 특검팀이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를 위해 두문분출하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에 이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를 시도했다. 당초 구속 만료를 앞둔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행보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기선 제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이 경찰에서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넘겨받은 즉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소환 출석 의지를 보이며 체포는 무산됐지만 내란 특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행보였다.

예상과 다른
파격적 행보

지난 24일 특검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지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3번째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면서 출석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후 6시 20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며 “특검은 수사 기간에 제한이 있고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법불아귀’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으로, 지난해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한 뒤 이 총장이 국민에게 ‘대리 사과’하면서 다시 한번 인용한 바 있다.

박 특검보는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공개하는 것이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엔 “조사를 위한 청구이기 때문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변했다. 추가 영장 청구 등에 대해선 “별도로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체포영장이 집행될 경우 조사할 시설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 박 특검보는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느냐”며 “조사실 같은 경우는 다 마련돼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별한 배려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자신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혐의 및 12·3 비상계엄 직후 관련자들의 비화폰 관련 정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수사해오던 혐의다.

특수단은 이에 대한 조사를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통보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유를 들며 조사에 불응했다. 이 과정 중에 특검이 출범했고 경찰에게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청구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며 방어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사안의 중대성과 절차적 위법성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체포 저지·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
체포 영장 기각되자 곧바로 출석 요구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특검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소환 통보도 받은 적이 없다.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기본적인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며,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과 경찰은 명백히 별개의 수사기관으로 경찰 단계의 출석 요구를 원용해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면서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는 무산됐다.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출석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25일 저녁 “법원은 어제(24일)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6월28일 오전 9시에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했다.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의 소환 통보를 받은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비공개 출석을 요청하며 특검이 요구한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입장을 내고 “윤 전 대통령은 추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도 “변호인단이 절차상 문제에 대해 추가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우선 변호인단은 “특검은 검찰사건 사무 규칙에 따라 피의자와 조사의 일시·장소에 관해 협의해야 하고,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과도 협의해야 한다”며 “특검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언론을 통해 조사 일정을 고지했다”고 지적했다.

또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줄 것을 요청드렸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 1시간의 시간 조정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일방적인 명령과 경직된 태도는 위 사무 규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임의 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소환 요구에 대해 “‘망신주기 수사’이자 ‘체포 목적으로 출석 자체를 어렵게 만들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소환 요구는 정식 통지서가 발송돼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특검은 신속한 절차를 밟기는커녕, 선제적으로 언론에만 소환 여부를 알렸다”며 “적법 절차의 기본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과
힘겨루기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28일 오전 10시쯤 특검에 출석해 조사에 응할 것”이라면서, “비공개 출석을 기본으로 요청한다. 검찰의 인권보호 수사 규칙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례를 들며 “검찰은 비공개 출석을 허용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인권보호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 단계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출석을 거부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경찰 소환 통지는 기한이 지난 후 송달됐고, 두 번째 요청에 대해 서면조사 또는 대면조사를 제안했으나 일방적으로 묵살됐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3차 소환 통보에 불응한 것에 대해선 “사건이 특검에 이첩될 상황이어서 윤 전 대통령은 특검과 출석일정을 조율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수사기관 역시 법이 정한 절차와 피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26일, 윤 전 대통령 측의 비공개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출석 장소나 시간이 다 공개된 이상 비공개 소환 요청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저희에게 요구한 건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 어느 누구도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적이 없다”며 “출입 방식 변경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대리인단에) 말했다”고 전했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지하주차장 출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검의 출석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출석 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이런 경우라면 누구라도 형사소송법 절차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이는 앞서 경찰에 이어 특검 수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는 출석 거부로 보고 체포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박 특검보는 오는 28일 조사가 예정대로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는 윤 전 대통령 측 결정”이라며 “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불러 조사

한편, 특검은 조사 시각을 28일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10시로 1시간 미뤄 달라는 윤 전 대통령 측 요구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특검팀 일부는 윤 전 대통령에 출석을 요청한 25일 오후 11시를 훌쩍 넘겨 퇴근하는 등 대면 조사를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조사실에 투입될 담당 검사를 이미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사엔 일부 특검보가 합류하게 될 전망이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정리한 질문지도 정리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조사 전까지) 질문지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일반 조사이기 때문에 범위가 광범위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체포영장 청구 당시 적용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교사 혐의 외에도 내란·외환 혐의 등을 이번 조사 과정에서 다룰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당초 특검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김용현 전 장관 등 구속 만료를 앞둔 내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가 우선순위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특검팀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 이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과 신경전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도중 특검의 정당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한 바 있다”며 “이에 특검으로서는 피의자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니 강하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견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해 내란 특검이 재판을 넘겨받아 공소 유지하는 것에 이의제기를 했다.

변호인은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주도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게 하는 건 전례가 없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시간·비공개 여부 두고 신경전
“다 계획에 있던 일이라 덤덤해”

한 특검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갖고 있는 수가 더 많은데, 경찰로부터 사건 기록을 넘겨받자 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 그 반증”이라며 “체포는 단 48시간밖에 못하는데 이어질 구속영장까지 갈 증거가 없다면 특검이 굳이 위험 부담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특검은 법원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될 당시에도 침착했다고 한다.

또 다른 특검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때부터 특검팀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소환에 응할 의지가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만큼 기각되면 바로 날짜를 정해 출석 요구를 준비 중이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출석 의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기각한 것도 계획 중 일부”라며 “적용된 혐의에 대한 기각이 나오지 않아 소환 조사 이후 바로 신병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도 입을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그는 지난 1월15일, 공수처 조사에서 10시간 넘게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사 시작과 함께 이름과 주소를 묻는 인정 신문에서도 대답하지 않았고, 녹화마저도 거부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특검 조사에 대해선 “응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우리도 변소할 것을 변소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판에서 ‘경고성 계엄’ 등을 주장하는 만큼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출석해 오전 10시14분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점심 식사 뒤인 오후 1시30분 조사를 재개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며 버티기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와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 혐의(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 교사)를 수사했던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오전에 피의자 신문을 시작했는데, 오후 들어 그의 자격을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월 경찰의 ‘불법적인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박 총경이 있었고, 현장의 경찰관들을 자신들이 고발했으므로 피고발인인 박 총경이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저지한 건 범죄가 아니라는 그간의 궤변과 비슷한 논리였다.

이번도
묵비권

특검팀은 박 총경이 1차 체포영장 집행 현장에 없었고 2차 집행 때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체포를 위해 현장에 있었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3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머무르며 조사를 거부했다. 결국 특검팀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조사를 중단하고, 검사들을 투입해 국무회의 의결과 외환죄 관련 조사로 넘어가야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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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