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인사청탁 의혹 막전막후

“‘디올백’ 시작으로 명품 선물 쇄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이 출범했다. 윤석열 일가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드러난 만큼 특검의 수사 강도가 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건희 특검의 쟁점은 크게 도이치모터스·명태균·건진법사 의혹 등으로 나뉜다. 특검은 이 사건들을 담당하던 수사팀과 면담을 진행했다. 특히 건진법사를 수사하던 남부지검 검사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인사청탁 의혹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건희씨) 대면조사는 물론이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다.” 한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강도가 지금까지 진행됐던 검찰 수사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검팀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수사하던 검사들과 특수통 출신들이 전면에 포진됐다.

곧바로
구속영장?

김건희씨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를 보좌할 특검보는 총 4명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문홍주(사법연수원 31기) 변호사와 검찰 출신인 김형근(29기)·박상진(29기)·오정희(30기) 변호사 등이다.

민 특검은 지난 18일 새벽 “대통령실로부터 17일자로 특검보 4인의 임명 통지를 받았다”며 명단을 밝혔다. 앞서 민 특검은 지난 15일 이들을 포함한 특검보 후보자 8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천한 바 있다.

문 특검보는 광주 인성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변호사로 일하다 2008년 창원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대전지법, 수원가정법원을 거치며 15년간 법원에 몸담았다.


김 특검보와 박 특검보는 연수원 동기이자 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김 특검보는 선덕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검사로 임관해 부산지검·인천지검 특수부장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박 특검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창원지검 특수부장, 인천지검 강력부장, 대검 검찰연구관, 울산지검 차장검사 등을 거치며 약 20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오 특검보는 순천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광주지검 여성아동부장,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장, 창원지검 통영지청장 등을 거쳤다.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과 언론 공보 등을 담당하며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

특검 지휘부 구성을 마친 민 특검은 먼저 김씨를 수사해 온 검찰 책임자들과 연달아 면담을 진행했다. 이날 민 특검과 특검보들은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박승환 1차장검사,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과 미팅을 가졌다.

통일교, 건진 통해 샤넬백 전달 실패?
“김 최측근이 받아갔다” 행방 오리무중

서울고검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명태균씨와 관련한 여론조사 무상 제공·공천 개입 의혹을, 서울남부지검은 전씨와 관련한 고가의 목걸이·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했다.


민 특검은 채희만(35기) 대검찰청 반부패2과장, 한문혁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장검사, 송봉준(36기)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 인훈(37기) 울산지검 형사5부장검사, 정선제(37기)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장검사 등의 파견을 대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한문혁 부장검사는 2021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출장 형식으로 서울고검의 김씨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팀에 합류했다. 한 부장검사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3년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으로 신라젠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도 했다.

인 부장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 합류한 상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전원이 내란 특검에 참여하는 것처럼 명태균 수사팀도 모두 김건희 특검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채 과장은 2022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을 지내며 금융범죄를 주로 수사했고, 2023년 9월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파견돼 근무했다. 송 과장은 법무부 공안기획과 검사, 금융경제범죄 전담인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장, 공안·반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대전지검 형사4부장을 거쳤다.

정 부장검사는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한국거래소 파견 경험이 있고 이후 금융조세범죄를 전담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에서 부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부터 부장을 맡은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도 금융경제범죄 전담 부서다.

책임자들
면담 진행

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김건희 특검이 출범하기 직전 전씨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지난 3일 제21회 대통령선거 이후 전씨를 최소 세 차례 부른 바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2022년 김씨 측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정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앞서 남부지검은 지난 2022년 4~8월쯤 전씨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김씨 선물용으로 샤넬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을 받고, 김씨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남부지검은 샤넬 코리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해 문제의 가방 관련 영수증 등을 확보한 데 이어 영국 명품 브랜드 그라프 매장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전씨는 목걸이와 가방을 받았지만 김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잃어버렸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전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며, 가방 등 물품의 구체적인 행방을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 선물용 샤넬백은 그의 수행비서이자 최측근인 유경옥 전 행정관에게 전달됐다.

유 전 행정관은 남부지검 소환 조사에서 “(김 여사 모르게) 내가 알아서 ‘명품백을 교환해달라’는 전씨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와 가까웠던 전씨 지시를 자신이 김씨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고 가방을 교환해서 전씨에게 다시 건넸다는 취지였다.

남부지검은 유 전 행정관이 웃돈을 내고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첫 번째 샤넬백은 다른 가방 모델과 신발로, 두 번째 것은 또 다른 가방 두 개로 바꾸는 등 모두 네 개의 제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 5차례
선물 준비”

특히 남부지검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고가의 건강식품인 ‘천수삼 농축차’를 전달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샤넬백·목걸이 등도 김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천수삼 농축차는 통일교 계열 식품업체가 만든 것으로 노화 방지, 항암효과, 면역력 강화를 효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부지검은 지금까지 수사한 자료를 김건희 특검에 넘길 계획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통일교 측 윤 전 본부장이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받게 해달라며 전씨 측에 명품을 건네면서 청탁한 의혹이 수사의 핵심 갈래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을 만나 ODA 문제를 논의했다고 그해 5월 통일교 창립 기념행사에서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6월 기획재정부는 제4차 한·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사업 통합 정책협의에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했다.

한도액이 늘면 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사업 수주가 수월해진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은 대통령실과 외교부·기획재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샤넬백 등을 전달하려 한 것 외에 과거 최재영 목사도 김씨에게 디올백을 전달한 바 있다. 최 목사는 지난 2023년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총 5차례 김씨에게 줄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외에도 김씨에게 명품을 전달하려 하거나 실제 전달한 인물이 상당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디올백 사건이 화제가 되자 김씨에게 사실상 ‘인사청탁’을 시도한 인물들이 많았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남동 관저 대통령실을 출입했던 한 인사는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온갖 군데서 디올 명품과 선물권이 들어온 것이다. 여사 생일(9월) 전후로는 도배할 정도로 들어왔다. 디올 명품 선물을 준 사람 중에서는 실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 부인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명품백 사건 후 윤핵관 부인도 선물 의혹
“김, 선물 마음에 안 들면 직접 바꾸기도”

이 인사는 “(김씨가) 평소에 입는 옷도 디올이다. 관저에서 입는 평상복도 디올이었다. 명품 수수 의혹 보도를 보고 내가 얼굴이 달아올랐다. 받을 수는 있다고 치자. 그걸 더 비싼 걸로 바꾸러 간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남부지검은 전씨의 핸드폰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전씨가 2022년 3월 이후 김씨 측 연락처로 세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상대를 김씨의 최측근인 정지원 전 행정관으로 특정했다.

전씨는 정 전 행정관에게 보낸 문자에서 “윤핵관 측에서 제 사람들을 쓰지 말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희생했는데 윤핵관에게 연락하겠다” “나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보고 권력의 무서움을 느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대통령실을 출입했던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건진 외에도 김씨에게 자리 보전을 약속받거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사외이사 등으로 가고 싶다며 미팅한 인물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검이 출범하면서 2~3년 전 사건까지 깊숙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김건희가 약속을 지킨 인물은 몇 없다. 건진을 통해 청탁한 사람들도 있고 윤석열정부 초기 윤핵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도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이 수사 중인 김상민 전 부장검사 사건도 인사 청탁 중 하나라고 짚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후 국가정보원장 법률특보로 임명됐는데 중앙지검은 이 과정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통
전면 배치

앞서 명태균씨 측은 지난해 2월16∼19일 사이 김씨로부터 “김상민이 창원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도 “김상민 검사가 당선되도록 지원하면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얘기했다는 게 명씨 쪽 주장이다. 다만 총선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갈등을 빚으며 김 전 검사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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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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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