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구속됐다. 지난 3월 구속 취소로 자유의 몸이 된 지 124일 만이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현직 대통령 신분과 퇴임 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모두 사법적 구속을 경험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7분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인 9일 오후 2시22분부터 약 6시간40분간 이어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의 핵심 사유를 명시했다.
법원이 재구속을 결정한 배경에는 주요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 번복 시도와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등, 윤 전 대통령 측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이 있었다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주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중형이 예상되는 중대 범죄며, 피의자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동석한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고 유리한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점을 지적하며, 변호인단을 통한 회유 및 압박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가 특검의 이 같은 우려를 수용함에 따라,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제하려던 변호인단의 노력이 되레 구속의 빌미를 제공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리 말하면, 법원은 특검이 제시한 여러 혐의가 현 단계에서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도 볼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받는 주요 혐의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교사)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 심의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후에 계엄 선포 문건 작성에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등) 등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장시간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며 증거인멸 우려를 일축했다.
강 전 실장의 사후 비상계엄 문건 작성 및 폐기에 대해선 “부속실의 권한 밖의 행동이었으며 폐기 후 보고받았다”고 선을 그었다. 비화폰 기록 삭제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권한 없는 인물의 접근으로 정보 노출이 우려돼 조치를 지시한 것이 삭제 지시로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 직원들에게 총기 소지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경찰의 열악한 무장 상태를 안타까워하며 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그는 현직 신분이던 지난 1월, 공수처가 청구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법원이 구속 기간 계산 방식에 오류가 있어 기소 시점이 구속 만료 이후였다는 이유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지난 3월8일 석방됐다.
하지만 석방 이후 이어진 특검 수사 끝에 새로운 혐의들로 다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최장 20일간 구속 상태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될 예정으로, 특검팀은 이 기간 동안 구속영장에서 제외했던 외환 혐의를 포함, 추가 수사와 기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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