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바빠진 검찰의 두 얼굴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검찰을 비판하기 바쁘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4년간 수사해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재수사에 들어가자, 주가조작 입증 정황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란 핵심 피의자에 대한 보석을 법원에 요청한 것에 대한 지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두 사건 모두 특검과 연관돼 검찰이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이 정권이 바뀌자 미진했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3대 특검과 관련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특검과 주도권 경쟁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재수사하자
정황 증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이 김 여사의 육성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을 때와 달리 김 여사가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식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김 여사는 또 지난해 7월 초 검찰의 조사가 임박했을 당시 김주현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과도 30분 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압수수색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 미래에셋증권 계좌 거래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담당하던 직원과 2009년부터 약 3년 동안 통화한 녹음파일 수백개를 새로 확보했다고 한다.


이 시기는 2010년 말경부터 시작된 2차 주가조작 시기와 겹친다. 검찰이 해당 녹음파일들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에게 계좌를 맡기고 수익이 나면 그중 40%를 그 일당들에게 주기로 했다’ ‘그쪽에서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육성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증권사 직원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주식 매매 세력에 가담했다고 당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여사가 본인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원래 일임매매하면 10~30% 수익은 보장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2020년부터 4년 넘게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같은 증권사를 압수수색하면서도 해당 통화 녹음을 확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걸로 파악돼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팀은 김 여사 미래에셋 계좌에서는 2010년 11월 3일~12월 3일 사이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생했는데, 전화 주문을 한 게 아니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이뤄진 거래여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통화한 내용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 육성 수백개 녹취파일 이제야?
계좌 로그인 기록엔 블랙펄 IP 주소도

당시 수사팀은 전화 주문 방식으로 거래된 다른 증권사 5곳(신한·DS·DB금융·한화·대신)에서는 김 여사가 통화한 녹음파일을 모두 확보해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수사를 통해 블랙펄인베스트먼트(이하 블랙펄)와 김 여사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정황도 파악했다. 김 여사 명의의 주식 계좌에 여러 차례 접속한 IP 주소가 블랙펄 사무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전 수사팀은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 매매 시점에 HTS에 접속해 있던 IP 주소들만 분석했는데, 재수사팀은 HTS 프로그램에 로그인하는 시점에 사용된 IP 주소들까지 미래에셋증권에 추가 요구한 끝에 해당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재수사팀은 블랙펄 측이 IP 주소를 숨기기 위해 김 여사 아이디로 HTS를 이용할 때 별도의 무선 인터넷 장비를 이용했지만, HTS 프로그램 로그인 시점에는 실수로 사무실 인터넷망을 몇 차례 이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주가조작을 주도했던 블랙펄의 IP가 없는 것이 김 여사 불기소 결정 이유 중 하나였지만 이마저도 뒤집힌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혐의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재수사에 들어가 파일을 찾아냈다”며 “정말 스스로 자폭한 일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미래에셋도 압수수색했다고는 하지만, 그 중요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그걸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지금 와서 보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인지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언제 확보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4년 전 압수수색을 하고도 확보하지 못했던 김건희 주가조작 증거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발로 쏟아지고 있다”면서 “주가조작의 ‘스모킹건’인 녹음파일을 검찰이 언제 확보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새롭게 공개된 육성 파일에는 김 여사가 맡긴 구체적 액수와 수익 배분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다”면서 “검찰은 4년 동안 존재를 몰랐다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우연히 파일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믿으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권력에 기생하며 선택적 수사로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줘왔던 검찰의 족적이 확연히 남아있는데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뒤집히는
불기소 이유


문 대변인은 “김건희만이 아니라 검찰도 특검 대상”이라며 “민중기 특검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뿐만 아니라 검찰 면죄부 수사의 진실도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줬던 검사들을 당장 수사해야 하고, 당장 구속시켜야 한다”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부실 수사로 김씨를 무혐의 처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 의원은 “같은 검사인데 그때 수사했던 검사는 왜 그걸(통화 녹취 파일) 발견 못했을까? 왜 지금 검사들은 이걸 발견했을까”라며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봐줬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주가조작보다 더 심각한 범죄는 주가조작을 봐주는 것”이라며 “특검으로 낱낱이 밝혀야 한다. 김건희씨 주가조작을 봐준 사람들 모두 국민을 우롱한 죄까지 모아 최대한의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도 최소한 수사팀에 대한 감찰·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19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김영수입니다>와 인터뷰에서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최소한의 감사, 감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통화 녹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파일 확보를)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주가조작) 1~2차에 걸쳐 3개 계좌를 이용한 사람은 김건희씨밖에 없다”며 “‘공범 중에 왕공범’인 김건희씨만 왜 수사 안 했느냐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이 출범하자 이제야 증거를 찾았다는 점에서 수사의 진정성보다는 수사의 주도권 다툼에 더 가까운 행보로 읽힌다”며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기 전에 검찰이 기소한다면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고 공소 유지에만 관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다르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외에도 검찰은 내란 핵심 피의자의 보석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란 수사는 하지 않고 오히려 핵심 피의자를 풀어주는 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는 26일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조건부 보석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의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그 기간 내 심리를 마치는 게 어렵다”며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보석 조건을 부가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라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 기간은 2개월이 원칙이며, 필요 시 2개월 단위로 2차례 갱신할 수 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월25일과 4월22일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을 갱신했다.

검찰 측은 구속 기간 만료를 열흘가량 앞둔 상황에서 재판부에 보석 조건부 직권보석을 요청했고, 김 전 장관 측은 보석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구속 기간 만료 시에는 단순 석방되는 반면, 보석으로 풀려날 경우 여러 조건이 따라붙는 탓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일시와 장소에 출석할 것 ▲증거를 인멸하지 않을 것 ▲법원 허가 없이 외국으로 출국하지 않을 것 ▲사건과 관련된 피의자나 피고인, 참고인이나 증인 등과 연락을 주고받지 않을 것 ▲주거 제한 ▲보증금 1억원 납부 등을 명령했다.

김 전 장관이 이 같은 보석 조건을 어길 시에는 보석이 취소되고 보증금이 몰취되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게 된다.

앞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혈액암에 따른 건강악화를 이유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 납부와 사건 관계인 등과 연락 금지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김 전 장관의 보석으로 인해 노상원 전 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국군수도방위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군 검찰은 최근 재판에서 이들에게 직권 보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 수사·내란 동조 등 비판 나와
“특검 시작하면 검찰은 할 게 없다”

다만 김 전 장관이 보증금 제출과 사건 관계자와 연락할 수 없는 조건이 붙은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했으며 이로 인해 오는 26일 무조건 석방될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다른 내란 핵심 피의자들도 보석 결정에 불복하고 석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군검찰은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내란 핵심 피의자들이 다시 모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건부 보석을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내란을 비호하는 행위’ ‘특검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검에서 내란종사혐의로 내란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은석 특검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비상계엄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 전달하고, 같은 달 5일엔 수행비서 역할을 한 민간인 양모씨에게 계엄 서류를 없애라고 한 혐의다.

이는 경찰청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수사로 새롭게 드러난 부분이다.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조 특검이 임명 6일 만에 곧장 수사에 돌입한 것은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된다. 내란 특검이 김 전 장관에게 새 혐의로 추가 기소한 데 이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그의 구속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 등 사건 관계자와 연락하거나 당시 상황에 대한 ‘말 맞추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정 부분 덜 수 있다. 특검 입장에서는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외환 의혹 수사를 위해서도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를 수사의 ‘첫 단추’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이유로 내란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주요 군 장성들이 내란 특검 초기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검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특검 입장에서는 (주요 인물을) 그냥 풀려 나가게 둘 수 없다는 기조일 것”이라며 “(다른 사령관에 대해서도) 추가로 기소할 것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기소를 두고 “수사 준비 기간 중에 있어 공소 제기할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해 김 전 장관을 불법 기소했다”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 시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기소
가능성은?

특검을 경험한 한 변호사는 “최근 검찰의 행보는 검찰개혁을 앞두고 특검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임명 후 20일 동안 특검팀을 구성하는 동안 수사 실적으로 올리거나 해서 특검 내에서 검찰의 목소리를 더 키우기 위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갖고 오고 구속 만료를 앞둔 피의자들의 보석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조은석 특검처럼 특검이 수사를 빨리 시작해 검찰이 사건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 우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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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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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