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배회하는 ‘빅텐트 유령’ 정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25 11:37:34
  • 호수 1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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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돼도 큰일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은 모두 빅텐트를 언급했다. 빅텐트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정당이 꿈꾸는 미래상을 대중에게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포퓰리즘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엔 설득력 있는 미래상도 없고, 강렬한 쇼도 없다. 국민의힘의 과제를 풀 해답은 고이즈미·아베·트럼프가 보여줬다.

지난 22일 진행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 4명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빅텐트(포괄 정당)를 언급했다. 조경태·안철수 의원은 “당내 극우 세력을 배제한 후 중도층을 공략한다”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4일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극우 세력과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극우 세력과 손잡는 정치인은 국민의힘서 퇴출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냐
극우냐

안 의원도 지난 11일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극우 세력과 따로 가는 게 좋다”며 “극우 정당이 따로 있으면, 국민의힘은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는 극우 세력을 배제한 ‘우익 중심 빅텐트 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반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8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이재명 독재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손잡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반이재명 독재 투쟁을 전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출마 선언 이후 줄곧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하나로 묶어서 제대로 잘 싸울 수 있는 전사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 극우화 논란을 일으키는 일부 강경 보수 세력까지 포용한 우익 빅텐트 정당이 국민의힘의 미래라고 제시한다.


두 사람의 지향점엔 세부적으로 다른 지점이 존재한다. 김 전 장관의 의견은 “일단 뭉치자”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장 의원은 강경 보수가 주도하는 우익 빅텐트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는 “내부 총질과 탄핵 찬성으로 윤석열정부와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극우몰이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 107명을 단일대오로 만들 것”이라며 “싸우지 않는 자는 배지를 떼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싸우는 사람만 공천받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빅텐트는 다양한 성향의 이념·지향점을 가진 이들이 모인 정당을 말한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소선거구제 총선과 결선투표 없는 단순다수대표제를 유지하는 나라에선 양당제 정치가 구조로 자리 잡는다”고 주장했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우리도 형식적으론 다당제지만, 실질적으론 양당제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양당제를 유지하는 국가의 유권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 후보자의 당선을 막기 위한 전략적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여러 세력이 하나의 당 안에 모이는 빅텐트 정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더 많은 대중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당의 이념·당원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강도는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이후 중요해지는 것은 다양한 성향의 구성원을 아우르면서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지도력이다. 이 지도력은 대체로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대중 정치인의 출현 ▲여러 파벌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합의 구조 등 형태로 드러난다.


강한 카리스마 갖춘 ‘쇼’ 필수
고이즈미·아베·트럼프에 해답

여러 성향의 파벌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빅텐트 정당으론 일본의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자민당에선 파벌 수장들 간 밀실 합의가 오랜 구조로 자리 잡았다.

선거제가 자리 잡은 국가에선 결국 더 많은 유권자를 설득해 더 많은 표를 받은 정당이 권력을 차지한다. 정치인이 더 많은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설득하는 과정엔 결국 포퓰리즘이 수반된다. 포퓰리즘은 부정적으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지만, 배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각각 방향은 조금씩 다르지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은 “다양한 세력을 아울러 더 많은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결국 포퓰리즘을 피하긴 어렵다. 보수 빅텐트 정당의 수장으로서 소속 정당을 집권시킨 보수 정치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 취임 이전엔 2회에 걸쳐 우정상을 지냈다. 이후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우정공사를 민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우정공사는 우체국 예금과 간이보험을 합쳐 지난 2004년 기준 수신고 350조엔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일본 개인 금융자산 총액의 1/4에 달하는 규모였다. 우체국 예금 대부분은 일본 정부의 의사에 따라 공공 분야의 특수법인에 대출됐다.

하지만 당시 특수법인은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없이 사업을 진행했고, 이는 대규모 재정 적자로 이어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취임 직후 곧바로 우정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관련 법안은 지난 2005년 7월 중의원(하원)을 통과했지만, 다음 달 참의원(상원)서는 부결됐다. 일본 정치계엔 특정 집단과 연결돼 정치자금과 이해관계를 통해 교류하는 다양한 분야의 ‘족의원’이 있다.

자민당엔 전·현직 우체국장들과 연결된 우정족 의원들이 있었다. 야당인 민주당에도 전직 우정성 관료·우정노동조합과 연결된 우정족 의원들이 있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포퓰리스트 기질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평소 일본 정치 특유의 파벌 구도를 강하게 비판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민당 내 지지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신의 소신을 펼치기 위해선 직접 대중을 상대해야 했다.

가까운 일본
사례 보니…

고이즈미 전 총리는 우정 민영화 법안 부결 직후 중의원을 해산했다. 이어 자신을 천동설을 거스르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비유했다.


당시 고이즈미 전 총리는 “갈릴레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정말 우정국의 일은 민간인이 할 수 없는지 국민께 물어보고 싶다”고 주장했다. 또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만류하자 “(우정 민영화는) 내 신념이다. 죽어도 좋다”며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일본에서 우정 민영화가 국민적 이슈는 아니었다. 그래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중의원 해산은 예상 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중의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총리직에서 미련 없이 물러나겠다”고 응수했다.

이어 반대파 중진들을 공천서 배제하면서 그들의 지역구에 ‘여성 자객 공천’을 단행했다.

야권에선 이를 오히려 정권을 얻을 수 있는 호재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있었다. 하지만 자민당·공명당 연합은 지난 2005년 9월 진행된 중의원 선거에서 총 480석 중 327석(자민당 296석·공명당 31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어 10월엔 우정 민영화 법안이 중의원·참의원에서 모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포퓰리스트로 평가받는 이유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다양한 집단과 연결돼 복잡한 이해관계를 교환하는 일본식 이익 유도 정치로부터 벗어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비유를 사용해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울러 자신을 개혁의 선봉장 위치에 놓고, 반대 세력을 ‘반개혁 세력’으로 규정해 대중에게 홍보했다. 또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인의 지역구엔 ‘여성 자객’을 대거 공천해 대중의 통속적인 관심을 자극했다.


이후 세간에선 고이즈미 전 총리의 정치 방식을 ‘고이즈미 극장’이라고 표현했다.

한의석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012년 작성한 논문 ‘탈 자민당 정치: 고이즈미의 리더십’서 ▲대중적 지지 확보를 위한 틀 짜기 ▲정치적 비전·정책에 대한 명확한 정치·선거 구도 제시 ▲우정 민영화에 대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신념 등 우정 민영화의 성공 요소를 제시했다. 한 교수는 “지지율이 하락하던 자민당의 회생에 대한 올바른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후임자이자, 약 3년3개월 동안 잃었던 정권을 되찾아 최장수 총리가 됐던 아베 신조 전 총리도 포퓰리스트로 평가받는다. ‘강한 일본’을 강조한 그의 강경한 민족주의는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마찰로 연결됐지만, 여기엔 “고도의 포퓰리즘이 내포됐다”는 분석이 있다.

주변국과
마찰 감수

미일 동맹을 근간으로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화는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내 보수 방류의 숙원이다. 이 주장이 나온 계기는 지난 1990년 진행된 미국의 걸프전이란 분석이 있다.

당시 일본은 걸프전 총 전비 중 20%에 육박하는 130억달러를 지원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과 쿠웨이트로부터 감사 인사를 단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당시 쿠웨이트는 미국 언론을 통해 지원국 30여개국에 감사 인사를 남기는 전면 광고를 진행했다. 미국 국무부도 승전 기념용 셔츠를 제작했다.

일본은 여기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도 예정됐던 일본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 홀대는 “일본이 평화유지군을 단 1명도 보내지 않고,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이후 일본에선 보통국가론이 불거졌다. 약 3년 동안 집권한 민주당 정권은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외교 정책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채 여론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아베 전 총리는 주변국과의 마찰을 감수하고, 보통국가론을 토대로 한 ‘강한 일본’을 주창했다. 이에 대해 박철희 주일대사는 지난 2019년 논문 ‘아베 시대의 대전환’에서 “아베 전 총리의 장기집권엔 공명당과의 연합·강경 보수 야당 일본유신회의 존재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사는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은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의 강경 우파 이미지를 불식시켰다”면서 “중도 포괄형 정당 연합이자, 서로의 보완재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본유신회의 존재와 그들의 거친 주장은 자민당 내부 보수 우파가 강한 목소리를 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외부 도우미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기묘한 삼각 구도를 일컬어 “확장된 보수 진영 형태”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에선 안 의원이 이와 비슷한 구상을 밝혔다. 안 의원은 “전씨 등 강경 보수 세력이 국민의힘 외부에서 자리 잡고, 국민의힘은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서 수도권·중도층을 설득한다”는 구도를 구상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에서 사퇴한 후 당 대표 출마를 전격 선언해 정가를 놀라게 했다.

언론과의 접촉 폭도 늘렸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시위를 하는 등 세간의 시선에도 신경 쓰고 있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정치 문법과는 다른 정치 구상을 실현하면서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밑천은 열성 지지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는 자신의 지지층을 공화당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정치인을 길들이는 방식이다.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중간선거 경선서 후보자 240명을 지지하는 선언을 해 자신의 영향력을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의 경선 승률은 90%가 넘었고, 그 비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층이었다.

기묘한 삼각 구도
확장된 보수 형태

그가 지지자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방식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진행한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을 상대한 사람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었다. 밴스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발언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왜 미국에 감사하단 말을 하지 않느냐. 감사하다고 말하라”고 몰아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사실상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활동을 이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을 주장했고, 해리스 후보는 전쟁 지속을 다짐했다. 미국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미국의 대외 문제 개입 자제·축소를 원하는 고립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을 앞세워 열성적인 지지층의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거대한 쇼를 기획·실행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의 질타는 민감한 외교 무대까지 포퓰리즘의 장으로 삼아 자신의 견해를 밀어붙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본능적인 한 수였다.

세 정치인의 포퓰리즘은 각각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상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제대로 된 혁신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당 대표 선거 구도도 여전히 ‘찬탄 대 반탄’이다.

그런 가운데 김 전 장관은 지난 13일 진행된 김건희 특검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대한 항의 목적 철야 농성을 하면서 대국민 쇼를 진행했다. 김 전 장관이 속옷 차림으로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모습은 고스란히 김 전 장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파됐다.

또 팔굽혀펴기 등 각종 체조를 하는 모습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렸다. 김 전 장관 측으로선 70대 중반 고령 나이에 대한 대중의 염려를 불식하기 위해 공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들은 고스란히 김 전 장관에 대한 조롱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의서 “대국민 성희롱”이라며 “속옷 차림의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국민에게 걱정과 수치심을 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베 전 총리가 일본유신회를 교묘하게 활용해 자신의 극우 이미지를 희석한 것과 달리, 장 의원은 네 후보 중 가장 강경하게 전씨를 두둔하면서 찬탄파 의원들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에게 긍정적 인상을 주는 포퓰리즘을 실현하기 위해선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는 정치적 대응을 타인에게 떠맡기는 대응이 필요하다.

장 의원의 선거운동은 이와 완전히 상반된다.

대조되는
속옷 농성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포퓰리즘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중을 간곡히 설득해야 유지할 수 있는 빅텐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다. 현실에서 구현할 수 없다면, 빅텐트는 유령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빅텐트를 구축·유지하고자 한다면, 명확한 정견을 토대로, 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확실한 쇼를 결합한 포퓰리즘을 구현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한 해답은 3명의 걸출한 포퓰리스트의 옛 행적에 숨어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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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