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흔드는 이재명 대항마 합종연횡 막후

다시 드리운 수박 그림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확실시하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를 굳히고 있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이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하며 일제히 활동 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갑지만, 앞당겨진 대선 시계에 저마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각자도생하던 이들이 목소리를 합치면서 이 대표를 견제하고 나섰다.

대선은 더 많은 중도를 확보하는 쪽의 승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자 국민의힘이 유산취득세 전환으로 맞불을 놓은 것 역시 조기 대선을 의식한 여론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의 통합과 화합도 빼놓을 수 없다. 총선 전 이미 계파 갈등 최고조를 찍은 민주당이 조기 대선이라는 또 다른 상황에 놓였다.

명분 내세워
앞으로 전진

지난달 30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인사차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과 같이 극단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는 통합과 포용 행보가 민주당의 앞길을 여는 데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당내에 비판적인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내에 (정치적 의견과 관련해)여러 스펙트럼이 있어 애로사항이 있다”면서도 문 전 대통령의 말에 공감하고 통합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당부는 비명(비 이재명)계가 이 대표 일극 체제를 비판하고 이를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시 받아치며 계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을 염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루 전날인 29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이 대표와 친명계를 겨냥한 글을 작성했는데, 이를 도화선으로 날 선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표는 최근 정치 보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집권 세력의 핵심적인 책임과 의무는 통합과 포용”이라며 당에서 멀어진 사람들에 대한 사과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폄훼한 당사자의 반성, 그리고 당 차원의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김 전 지사는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당내서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마녀사냥하듯 특정인 탓만 하고 있어서는 후퇴할지언정 결코 전진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판과 반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정치 문화가 우리가 저들과 다름을 증명하는 길”이라며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직언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남을 가진 당일에도 이 대표 체제를 겨냥한 쓴소리는 이어졌다. 지난 총선서 원외로 밀려난 비명계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민주당의 도덕적 내로남불을 그대로 두면서 이재명 1극 체제만 극복되면 청년 세대들은 우리를 지지해 줄까”라고 가감 없이 말했다.

이 두고 비호감+사법 리스크 집중 공격
“수박 들이면 아사리판” 개딸 맹공격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생명력은 결국 포용성, 다양성, 민주성”이라며 “민주당이 김 전 지사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비판 정도는 충분히 받아내야 당 지지가 올라간다”고 조언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성찰해야 답이 보인다”며 “민주당은 공식적인 대선 평가를 하지 않았다. 패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재인정부에 떠넘겨졌고 지금까지도 문정부 탓을 하고 있다”고 아픈 부분을 찔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를 에둘러 비판하며 “진보의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 푸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은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비판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진 상황서 ‘이재명 체제로 대선서 승리할수 있는가?’라는 의문점이 제기됐고, 이를 명분으로 삼은 이들이 같은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이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목소리는 비판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다는 분석과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이 굳어지면서 이재명 대안론이 고개를 들었다.

비판 목소리가 하루걸러 하나꼴로 나오면서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여러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함께 이기는 길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며 “작은 차이로 싸우는 일은 멈추고 총구는 밖으로 향했으면 한다”고 말해 다시 한번 당내 통합을 언급했다.

이어 “저 극단과 이단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것보다 시급한 일은 없다”며 “내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보다 민생, 경제, 안보, 민주주의를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집안싸움은 뒤로하고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특수한 상황서 급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를 먼저 해결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말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역시나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강성 팬덤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던 만큼 지지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는지가 통합의 의지로 여겨질 전망이다.

까마득한
화합의 길

이 대표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이미 한참 전부터 살벌한 비판이 오가기 시작했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단어는 ‘수박’이다. 이는 겉(파란색)과 속(빨간색)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계를 지칭하는 은어다. 지난해 8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명에 이름을 올리거나 체포동의안에 동의한 의원을 색출해 ‘수박 리스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아무리 이 대표가 통합을 주장해도 강성 지지층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또 다른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수박이 들어오면 아사리판(깽판)이 난다” “제철도 아닌데 수박이 보인다” 등의 게시글을 작성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대표 체제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내서도 비명계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계파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친명 인사인 양문석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이 당신들의 사유물인가?”라며 이들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양 의원은 “웬만하면 참으며,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까지 입 다물고 인내하려 했다”면서도 “당신들이 천방지축 나대는 지금,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의 박탈감을 생각하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당신들만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을 사석에서는 이리저리 흉보며 씹고, 공석에서는 찬양하는 특권을 부여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민주당의 대통령’이지 당신들이 사적으로 소유해 당신들의 출세를 위해 언제든지 호주머니서 꺼내 들고 장사할 수 있는 구슬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 했나?’ 묻고 또 묻는다. 임종석님은 스스로 성찰이란 것을 해봤나?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기록된다. 임 실장의 ‘통일 반대’ 주장은 어떤 성찰의 결과였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 체제로 대선을 준비하는 만큼 민주당이 날을 세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상계엄’ ‘내란’의 잔재를 겪고 있다. 따라서 지금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싸울 대상은 이 대표가 아니라 윤석열정부와 이들을 옹호하는 세력이라는 것이다.

사공 많으니
배가 산으로?

유시민 작가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비명계 인사를 겨냥하며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비명계가 ‘윤리적으로 틀렸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이 특수하다는 것”이라며 “12·3 내란 세력의 준동을 철저히, 끝까지 제압해야 하는 비상시국이다. 게임의 구조가 지난 총선 때보다도 극화된 상황서 훈장질하듯 ‘이재명 네가 못나서 대선서 진 거야’ 등 소리를 하면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명계와 이 대표가 힘을 합쳐야 내란을 종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만약 이 대표가 조기 대선에 못 나가게 된다면 이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가 누굴 지지하겠느냐”며 “‘이재명이 사법 리스크가 있어서 안 돼’라고 했던 사람이 아니라 제일 열심히 싸웠던 사람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에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상계엄과 12·3 내란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것이다. 지난 20대 대선서 민주당이 패배한 후 남은 건 경선 과정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뿐이었다. 계파 갈등이 폭발하고 서로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가 펼쳐지면 이번 조기 대선 역시 지난 대선과 같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지난 2021년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경선은 그야말로 피바람이었다. 후보 토론회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도덕성 논란을 띄웠고 이 대표는 이에 맞서 “네거티브 공격을 자제해달라”며 언성을 높이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선 과정이 대선 패배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0.7%p 차이로 정권을 뺏기자 서로를 향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계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뼈아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 대표 체제로 조기 대선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 남은 20대 대선 패배 트라우마
K먹사니즘 VS 개헌 흑백선전 최소화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성장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빅테크 육성과 더불어 ▲방산 ▲에너지 ▲식량산업 등 안보산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를 제외한 이들은 개헌 논의를 띄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탄핵의 종착지는 이 땅에 그런 내란과 계엄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선 김두관 전 의원도 “지금이 개헌의 가장 적기”라며 “다시는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개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1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미온적이라는 태도를 지적하며 “이 대표가 결단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개헌 국민투표까지 부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분들이 개헌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표면적으로 계엄을 차단하기 위함이지만 저마다 명분을 쌓고 있는 것 같다”며 “‘이재명 체제로 대선을 이길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는 것보다 낫지만, 정말 개헌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인 단계를 제시해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 안팎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라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이 담긴 비판과 남을 깎아내리기 위한 비난은 다르다. 이 두 가지를 잘 구분해야 하는데, 만일 당내 경선이 치러진다면 네거티브 공세가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를 깎아내리면 오히려 상대방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다. 대선 끝나고 다시는 안 볼 사이처럼 굴면 안 된다. 보수 대권주자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칼을 휘둘러야지, 안 그러면 함께 탄 배에 구멍을 내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공통의 적
선택과 집중

‘이재명 흔들기’가 강해져도 민주당은 이 대표 외에 다른 노선은 염두에 두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집권플랜본부에 속한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 외에 플랜B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이 대표 체제로)승리할 것이라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명이니 친명이니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윤정부의 내란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라며 “이번 조기 대선은 내란범과 내란 동조 세력을 심판하는 심판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혁신당은 지금…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당에서 대선후보를 낼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서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진보 연합 세력 구축을 강조하며 “거기에 조국혁신당이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권교체를 담당해야 할 쪽의 후보는 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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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사면초가’ 민희진·뉴진스 어두운 미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여론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렸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힘을 실어주면서다. 하지만 무대가 법정으로 옮겨간 이후부터 상황이 반전됐다. 동시에 여론도 뒤집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24년 4월 연예기획사 하이브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를 상대로 내부 감사에 착수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왔다.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해 어도어를 독립시키려 한 정황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당시 어도어 소속 가수는 아이돌 뉴진스가 유일했기에 분쟁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졌다. 상처 입은 톱 아이돌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 이른바 ‘민-하 대전’이 2년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민 전 대표가 전면에서 하이브와 이른바 ‘맞다이’를 벌였지만 이후 뉴진스가 직접 판에 뛰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동시에 빌리프랩 등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어도어의 전 직원, 광고 제작사 돌고래유괴단 등이 전선에 합류했다. 민-하 대전에서 여론은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처음 민 전 대표에 대한 감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민 전 대표의 기자회견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은 민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민 전 대표는 ‘선’, 하이브는 ‘악’이라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뉴진스는 2024년 11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민-하 대전이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뉴진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파장이 커졌다. 뉴진스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연말마다 발표하는 ‘올해를 빛낸 가수’ 순위에서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이 높다. 그런 가수가 소속사와 정면 대결을 선택하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뉴진스가 소송 대신 구두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방식이 합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 ‘소속사 간 다툼에 아티스트를 끌어들이면 안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하면서 갈등의 무대는 정치권으로까지 넓어졌다. 하이브와 뉴진스, 민 전 대표 간의 갈등 양상을 비롯해 연예인의 노동자성까지 화두로 떠올랐다. 뉴진스 상대 전속계약 유지 인정 해인 혜린 하니 복귀 다니엘 해지 일각에서는 뉴진스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한 시점을 국감 때로 보기도 한다. 연예계 갈등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 전 대표와 뉴진스에 대해 여론은 나름 호의적이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에서 여성 BJ와 만났다는 내용의 사생활 이슈 등이 도마 위에 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NS나 기자회견 등 민 전 대표와 뉴진스가 이른바 여론전을 위해 올랐던 무대가 법정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하이브와 어도어, 민 전 대표와 뉴진스 등이 연루된 소송은 10여개에 이른다.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전속계약,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풋옵션 계약, 민 전 대표와 어도어 전 직원 간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표절 논쟁에서 시작된 민 전 대표와 빌리프랩 간의 손해배상 소송,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한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의 손해배상 소송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론과 법원 판결의 괴리다. 특히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론까지 뒤집을 정도로 ‘원사이드’ 판결로 이어졌다. 뉴진스 측이 제시한 전속계약 해지 이유를 법원은 단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유효 소송에 법원이 연이어 ‘인용’ 판결을 내리면서 뉴진스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뉴진스는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어도어로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던 뉴진스의 태도가 누그러진 것도 이 시기다. 독자 활동이 완벽하게 막혔고 활동을 위해서는 어도어에 돈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연예계에서는 뉴진스가 복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여론도 뒤바뀌어 실제 뉴진스는 복귀했다. 멤버 5명 모두가 함께 어도어로 돌아가는 ‘완전체’ 복귀는 아니었기에 각종 설이 흘러나왔다. 연예계에서는 판결을 기점으로 멤버들 사이가 갈라진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만큼 향후 발생할 손해배상, 위약벌 등이 천문학적 금액에 이를 수 있다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1월 뉴진스 멤버 해린과 혜인이 먼저 복귀했다. 어도어는 두 멤버의 복귀를 발표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남은 세 멤버(하니, 다니엘, 민지)와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후 하니 복귀, 다니엘 계약 해지라는 결론이 나왔다. 민지는 논의 중인 상황이다. 어도어는 완전체를 깨더라도 다니엘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어도어는 다니엘과 그의 가족 1인,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다니엘 등에게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어도어가 다니엘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총 431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다니엘에게 청구된 소송 액수는 331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위약벌, 31억원은 활동 중단과 광고 촬영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이다. 그외 100억원은 민 전 대표와 다니엘의 모친에게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등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액으로 알려졌다. 다니엘은 지난 12일 어도어로부터의 피소 이후 첫 라이브 방송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9분간 이어진 라이브 방송에서 다니엘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수백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 간 연쇄 반응 뉴진스와의 소송전에서 압승을 거둔 어도어는 이제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뉴진스가 이미지 훼손, 금전적 손해 등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어도어는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특히 다니엘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그간의 사정이 드러나면 여론 자체가 급격하게 기울 가능성도 보인다. 한때 ‘뉴진스의 엄마’로 불렸던 민 전 대표도 코너에 몰렸다. 최근 민 전 대표가 증인으로 나섰던 돌고래유괴단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어도어의 손을 들어준 것도 현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5년 설립된 돌고래유괴단은 지난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홍보 영상 ‘주차장에서 생긴 일’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는 어도어가 돌고래유괴단과 그 대표인 신우석 감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돌고래유괴단이 어도어에 1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 감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어도어 측은 “돌고래유괴단 측을 상대로 낸 소송액 11억원 중 법인의 계약 위반 10억원이 인정됐고, 명예훼손으로 별도로 제기한 1억원은 기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유괴단은 뉴진스의 곡 ‘디토’ ‘OMG’ ‘ETA’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24년 8월 ETA 뮤직비디오를 ‘디렉터스컷(감독판)’으로 제작해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일이다. 어도어는 “당시 광고주로부터 해당 영상에 대한 컴플레인을 접수했다”며 “뉴진스 관련 영상 소유권은 어도어에 있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전 동의 절차가 없었으므로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돌고래유괴단 10억원 배상 판결 주주 간 계약 해지&풋옵션 쟁점 그러자 돌고래유괴단은 ETA 감독판은 물론 자신들이 운영하던 비공식 뉴진스 팬덤 유튜브 채널인 ‘반희수’에 게시돼있던 뉴진스 관련 영상을 전부 삭제했다. 어도어는 ETA 감독판 영상에 대한 게시 중단을 요청했을 뿐 뉴진스 관련 모든 영상 삭제는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감독판 영상을 별도로 게시하는 것에 대한 구두 협의가 있었으며 어도어 측 주장에 “바보 같고 어이없다”고 말한 바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번 판결이 민 전 대표의 소송에 미칠 영향이다. 민 전 대표는 현재 하이브와 주주 간 계약 및 풋옵션(주식매수 청구권) 행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벌인 전속계약 관련 소송 등도 판결이 나왔을 당시 민 전 대표와 하이브 사이의 재판에 끼칠 영향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행사 관련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 재판을 열었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주주 간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민 전 대표와 전 어도어 이사진은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을 청구한 게 골자다. 이날 하이브는 데뷔도 하지 않은 뉴진스를 위해 어도어에 21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민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민 전 대표가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하이브에 타격을 주는 언론플레이를 하는 등 고의로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를 탈취할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았고 투자자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2월이면 결론 난다 법적 흐름은 민 전 대표에게 단연 불리한 상황이다. 모든 소송이 민-하 대전에서 파생된 만큼 각각 재판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이 향후 어도어가 다니엘과 그 모친, 민 전 대표에게 제기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주 간 계약 해지 및 풋옵션 행사 관련 소송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12일로 예정돼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