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 못 벗는 이재명 노림수

이대로 잡혀갈 줄 알았지?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무색하게 ‘방탄’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를 주시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에 있어 8월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 변곡점을 맞았다. 제3자뇌물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얽힌 대북 송금 관여 정황을 진술한 게 뇌관이 됐다.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표면화된 셈이다. 현직 대통령 장모까지 구속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실마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게 핵심이다. 같은 해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관련 사업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후 11~12월 송금된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수원지검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통해 이 같은 청탁 관계에 대해 이 대표도 묵시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태국서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이미 7월 중순 재판서 이 대표를 향한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북 송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대납한 사실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경기도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을 북한이 요구하자 300만달러를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바통을 받은 걸까? 지난 20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도중 “쌍방울에게 (도지사)방북 추진을 요청하고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대북 송금과 관련해 본인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부인해왔다. 연일 ‘모르쇠’ 입장을 고수하던 그가 갑작스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인 듯했던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혼란이 일었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측은 그가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변호사 해임 신고서도 제출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옥중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 지사(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앞서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반대되는 입장이 적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5일 열린 재판서 변호인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추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사람으로부터 두 개의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다. 다음 달 9일 열릴 재판서 이 전 부지사의 말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망
발등에 불 떨어진 친명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들썩이자 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였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지사의 영치금 계좌번호가 게시됐다.

‘검찰 독재 정치 탄압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민형배, 김승원, 주철현 의원은 지난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한 뒤 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에 관한 특별면회를 신청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력을 남용해 이를 불허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에 이 대표를 끼워 맞추는 진술을 회유받고 있다는 식이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 장관은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에 가까운 행위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탄력받은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자 이 대표의 소환조사나 영장 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공격에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한 장관의 태도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마지막 게이트키퍼인 만큼 그가 법정서 무너질 경우, 곧바로 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과 윤석열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계획을 본인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두고 “신작 소설”이라며 “이번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고 견제했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국민 시선을 민주당으로 돌렸다는 셈이다.

불리한
진술들

체포영장 발부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기는 다음 달이다. 정치권은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이 다음 달 9일인 만큼 그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한 차례 부결됐던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2월27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이 진행됐지만 방탄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완벽한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당에 균열이 생겼다. 찬성이 139표, 반대가 138표 나오면서다.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가결에 가까운 부결”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칼을 갈고 나올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체포영장의 또 다른 활로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자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고 뜻을 같이했다.


‘정당한’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게 당시 민주당의 설명이었다. 이 단서가 향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출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심사는 사법부인 법원이 결정할 문제인 만큼 특정 당이 스스로 심사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
8월 대위기설 초긴장

민주당 내에서도 영장 발부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는 지난 7월28일을 끝으로 다음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6일까지 휴회기를 갖는다. 이후 국회가 시작되면 9월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린다. 비회기에 체포동의안이 청구되면 본회의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에 이 대표가 스스로 검찰에 출석한다면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더 이상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갈라진 당심도 봉합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회기 중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회기 중 체포영장이 들어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아마 대부분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당내 갈등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기가 시작된 이후 체포동의안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 의원을 시험 잣대에 올리려는 윤정부의 명분이라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체포영장 청구 시기를 두고 국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혁신위가 돌연 ‘기명 표결’ 방식을 제안했다. 의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 시 누가 어느 표를 던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번 혁신위의 기명 표결 제안 및 8월이 시작되면서 민주당 방탄 논란의 제2막도 함께 열렸다.

총선 전
수박 색출

혁신위는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시대에 맞는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제1차 혁신안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당 소속 선출 공직자와 당직자의 비위 의혹 책임조사 및 대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찰 시스템 구축 ▲‘돈봉투 의혹’ ‘코인 보유 의혹’ 관련 탈당자에 관한 책임 대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시 기명방식으로 변경 ▲‘현역의원 평가’ 시 도덕성 항목의 비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명 표결의 필요성을 두고 혁신위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서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기명 표결을 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주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입법 사안인 만큼 조기에 기명 표결을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혁신위의 손을 들어줬다. 김은경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투표 결과에 관해 국회의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와 궤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명과 비명을 걸러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조차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서 방탄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셈이다.

투명한 기명 표결?
‘속’까지 다 보일라

혁신을 위해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오히려 꼼수로 비치는 게 아니냐는 민주당의 우려도 커졌다.

실제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으로 변경될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게 ‘수박’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비판받을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낙인이 찍힐 경우 다음 총선 공천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기명 표결 혁신안에 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8월 영장설’이 도는 지금 기명 표결을 운운하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명 표결 혁신안이 공개된 시점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착된 민주당에 과연 혁신의 바람이 불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역시 해당 혁신안을 두고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또 다른 방탄을 쥐여준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진행됐던 2월처럼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해 의원을 감시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 방식이 정쟁으로 번지자 혁신위는 “입법자가 소속 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기명 표결은 이미 양당이 과거에 논의했던 사안인 만큼 정쟁의 요소가 없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동일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헌법서 규정한 취지서 벗어나 범죄특권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안
후폭풍

혁신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명 표결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실제 법안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해야 하는 혁신안인 만큼 하루아침에 법안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기명 표결에 찬성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을 거치기 위한 또 다른 기명 표결인 셈이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은 결국 수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끝내 방탄 국회를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권 포기는 싫고 생색은 내고 싶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기명 표결 방식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선언’ 제안을 두고 “말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가결’과 ‘부결’뿐인 단순한 선택지를 두고 굳이 새로운 표결 방식을 운운하는 행동을 저격한 셈이다.

한 장관은 표결 방식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포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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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