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 못 벗는 이재명 노림수

이대로 잡혀갈 줄 알았지?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무색하게 ‘방탄’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를 주시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에 있어 8월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 변곡점을 맞았다. 제3자뇌물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얽힌 대북 송금 관여 정황을 진술한 게 뇌관이 됐다.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표면화된 셈이다. 현직 대통령 장모까지 구속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실마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게 핵심이다. 같은 해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관련 사업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후 11~12월 송금된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수원지검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통해 이 같은 청탁 관계에 대해 이 대표도 묵시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태국서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이미 7월 중순 재판서 이 대표를 향한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북 송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대납한 사실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경기도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을 북한이 요구하자 300만달러를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바통을 받은 걸까? 지난 20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도중 “쌍방울에게 (도지사)방북 추진을 요청하고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대북 송금과 관련해 본인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부인해왔다. 연일 ‘모르쇠’ 입장을 고수하던 그가 갑작스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인 듯했던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혼란이 일었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측은 그가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변호사 해임 신고서도 제출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옥중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 지사(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앞서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반대되는 입장이 적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5일 열린 재판서 변호인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추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사람으로부터 두 개의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다. 다음 달 9일 열릴 재판서 이 전 부지사의 말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망
발등에 불 떨어진 친명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들썩이자 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였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지사의 영치금 계좌번호가 게시됐다.

‘검찰 독재 정치 탄압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민형배, 김승원, 주철현 의원은 지난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한 뒤 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에 관한 특별면회를 신청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력을 남용해 이를 불허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에 이 대표를 끼워 맞추는 진술을 회유받고 있다는 식이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 장관은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에 가까운 행위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탄력받은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자 이 대표의 소환조사나 영장 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공격에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한 장관의 태도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마지막 게이트키퍼인 만큼 그가 법정서 무너질 경우, 곧바로 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과 윤석열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계획을 본인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두고 “신작 소설”이라며 “이번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고 견제했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국민 시선을 민주당으로 돌렸다는 셈이다.

불리한
진술들

체포영장 발부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기는 다음 달이다. 정치권은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이 다음 달 9일인 만큼 그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한 차례 부결됐던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2월27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이 진행됐지만 방탄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완벽한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당에 균열이 생겼다. 찬성이 139표, 반대가 138표 나오면서다.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가결에 가까운 부결”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칼을 갈고 나올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체포영장의 또 다른 활로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자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고 뜻을 같이했다.


‘정당한’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게 당시 민주당의 설명이었다. 이 단서가 향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출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심사는 사법부인 법원이 결정할 문제인 만큼 특정 당이 스스로 심사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
8월 대위기설 초긴장

민주당 내에서도 영장 발부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는 지난 7월28일을 끝으로 다음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6일까지 휴회기를 갖는다. 이후 국회가 시작되면 9월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린다. 비회기에 체포동의안이 청구되면 본회의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에 이 대표가 스스로 검찰에 출석한다면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더 이상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갈라진 당심도 봉합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회기 중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회기 중 체포영장이 들어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아마 대부분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당내 갈등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기가 시작된 이후 체포동의안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 의원을 시험 잣대에 올리려는 윤정부의 명분이라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체포영장 청구 시기를 두고 국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혁신위가 돌연 ‘기명 표결’ 방식을 제안했다. 의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 시 누가 어느 표를 던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번 혁신위의 기명 표결 제안 및 8월이 시작되면서 민주당 방탄 논란의 제2막도 함께 열렸다.

총선 전
수박 색출

혁신위는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시대에 맞는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제1차 혁신안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당 소속 선출 공직자와 당직자의 비위 의혹 책임조사 및 대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찰 시스템 구축 ▲‘돈봉투 의혹’ ‘코인 보유 의혹’ 관련 탈당자에 관한 책임 대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시 기명방식으로 변경 ▲‘현역의원 평가’ 시 도덕성 항목의 비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명 표결의 필요성을 두고 혁신위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서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기명 표결을 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주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입법 사안인 만큼 조기에 기명 표결을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혁신위의 손을 들어줬다. 김은경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투표 결과에 관해 국회의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와 궤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명과 비명을 걸러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조차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서 방탄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셈이다.

투명한 기명 표결?
‘속’까지 다 보일라

혁신을 위해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오히려 꼼수로 비치는 게 아니냐는 민주당의 우려도 커졌다.

실제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으로 변경될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게 ‘수박’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비판받을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낙인이 찍힐 경우 다음 총선 공천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기명 표결 혁신안에 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8월 영장설’이 도는 지금 기명 표결을 운운하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명 표결 혁신안이 공개된 시점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착된 민주당에 과연 혁신의 바람이 불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역시 해당 혁신안을 두고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또 다른 방탄을 쥐여준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진행됐던 2월처럼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해 의원을 감시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 방식이 정쟁으로 번지자 혁신위는 “입법자가 소속 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기명 표결은 이미 양당이 과거에 논의했던 사안인 만큼 정쟁의 요소가 없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동일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헌법서 규정한 취지서 벗어나 범죄특권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안
후폭풍

혁신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명 표결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실제 법안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해야 하는 혁신안인 만큼 하루아침에 법안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기명 표결에 찬성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을 거치기 위한 또 다른 기명 표결인 셈이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은 결국 수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끝내 방탄 국회를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권 포기는 싫고 생색은 내고 싶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기명 표결 방식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선언’ 제안을 두고 “말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가결’과 ‘부결’뿐인 단순한 선택지를 두고 굳이 새로운 표결 방식을 운운하는 행동을 저격한 셈이다.

한 장관은 표결 방식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포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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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