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복 못 벗는 이재명 노림수

이대로 잡혀갈 줄 알았지?

[일요시사 정치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들이 다시 뭉쳤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무색하게 ‘방탄’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를 주시하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에 있어 8월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이 변곡점을 맞았다. 제3자뇌물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얽힌 대북 송금 관여 정황을 진술한 게 뇌관이 됐다.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가 표면화된 셈이다. 현직 대통령 장모까지 구속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만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압박 수위가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로운
실마리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를 위해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한 게 핵심이다. 같은 해 1월과 4월 송금된 500만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추진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 관련 사업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후 11~12월 송금된 300만달러는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했다는 게 수원지검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통해 이 같은 청탁 관계에 대해 이 대표도 묵시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 태국서 검거된 김 전 회장은 이미 7월 중순 재판서 이 대표를 향한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로부터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를 경기도 대신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북 송금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대납한 사실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전해 들은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으며 ‘고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김 전 회장은 경기도서 도지사 방북을 위한 의전비 등을 북한이 요구하자 300만달러를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바통을 받은 걸까? 지난 20일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 도중 “쌍방울에게 (도지사)방북 추진을 요청하고 관련 내용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그동안 대북 송금과 관련해 본인의 혐의는 물론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부인해왔다. 연일 ‘모르쇠’ 입장을 고수하던 그가 갑작스레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인 듯했던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을 놓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또다시 혼란이 일었다. 이 전 부지사의 아내 측은 그가 검찰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변호사 해임 신고서도 제출했다.

그는 이 전 부지사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옥중편지도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에 스마트팜 비용뿐만 아니라 이 지사(이 대표)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며 앞서 검찰에 진술한 내용과 반대되는 입장이 적혔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5일 열린 재판서 변호인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쌍방울 대북 송금 추진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사람으로부터 두 개의 상반되는 진술이 나왔다. 다음 달 9일 열릴 재판서 이 전 부지사의 말이 주목되는 이유다.

조여 오는 검찰 수사망
발등에 불 떨어진 친명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들썩이자 민주당은 바쁘게 움직였다. 친명(친 이재명)계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의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한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온라인에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지사의 영치금 계좌번호가 게시됐다.

‘검찰 독재 정치 탄압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을 포함한 민형배, 김승원, 주철현 의원은 지난 24일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한 뒤 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 전 부지사에 관한 특별면회를 신청했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권력을 남용해 이를 불허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가 ‘방북 비용 대납’ 프레임에 이 대표를 끼워 맞추는 진술을 회유받고 있다는 식이다.

이 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한 장관은 “권력을 악용한 최악의 사법 방해에 가까운 행위이자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의 진술에 탄력받은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자 이 대표의 소환조사나 영장 청구가 머지않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민주당의 공격에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한 장관의 태도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마지막 게이트키퍼인 만큼 그가 법정서 무너질 경우, 곧바로 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검찰과 윤석열정부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계획을 본인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두고 “신작 소설”이라며 “이번 소설도 스토리라인이 너무 엉망이라 잘 안 팔릴 것 같다”고 견제했다.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니 국민 시선을 민주당으로 돌렸다는 셈이다.

불리한
진술들

체포영장 발부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기는 다음 달이다. 정치권은 이 전 부지사의 다음 재판이 다음 달 9일인 만큼 그 이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1차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한 차례 부결됐던 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지난 2월27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표결이 진행됐지만 방탄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완벽한 부결’을 자신하던 민주당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당에 균열이 생겼다. 찬성이 139표, 반대가 138표 나오면서다. 30표가량의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가결에 가까운 부결”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검찰이 칼을 갈고 나올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게다가 최근 민주당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체포영장의 또 다른 활로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이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던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자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를 달고 뜻을 같이했다.


‘정당한’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게 당시 민주당의 설명이었다. 이 단서가 향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출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심사는 사법부인 법원이 결정할 문제인 만큼 특정 당이 스스로 심사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치 않은 움직임
8월 대위기설 초긴장

민주당 내에서도 영장 발부 시기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이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실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시국회는 지난 7월28일을 끝으로 다음 임시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6일까지 휴회기를 갖는다. 이후 국회가 시작되면 9월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가 열린다. 비회기에 체포동의안이 청구되면 본회의 표결 절차가 필요 없는 만큼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이 시기에 이 대표가 스스로 검찰에 출석한다면 리더십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명(비 이재명)계는 더 이상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갈라진 당심도 봉합될 것이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회기 중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회기 중 체포영장이 들어오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아마 대부분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서 당내 갈등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회기가 시작된 이후 체포동의안을 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 의원을 시험 잣대에 올리려는 윤정부의 명분이라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설명이다.

체포영장 청구 시기를 두고 국회가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혁신위가 돌연 ‘기명 표결’ 방식을 제안했다. 의원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 시 누가 어느 표를 던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번 혁신위의 기명 표결 제안 및 8월이 시작되면서 민주당 방탄 논란의 제2막도 함께 열렸다.

총선 전
수박 색출

혁신위는 지난 21일 국회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은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시대에 맞는 유능한 정당이 돼야 한다”며 제1차 혁신안 패키지를 발표했다.

해당 혁신안에는 ▲당 소속 선출 공직자와 당직자의 비위 의혹 책임조사 및 대처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감찰 시스템 구축 ▲‘돈봉투 의혹’ ‘코인 보유 의혹’ 관련 탈당자에 관한 책임 대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시 기명방식으로 변경 ▲‘현역의원 평가’ 시 도덕성 항목의 비중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명 표결의 필요성을 두고 혁신위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서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기명 표결을 해왔던 만큼 민주당이 주도해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 대표는 “입법 사안인 만큼 조기에 기명 표결을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며 혁신위의 손을 들어줬다. 김은경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투표 결과에 관해 국회의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와 궤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명과 비명을 걸러내기 위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조차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서 방탄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셈이다.

투명한 기명 표결?
‘속’까지 다 보일라

혁신을 위해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가 오히려 꼼수로 비치는 게 아니냐는 민주당의 우려도 커졌다.

실제 불체포특권 표결 시 기명으로 변경될 경우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게 ‘수박’으로 찍힐 가능성이 있다. 비판받을 것이 두려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낙인이 찍힐 경우 다음 총선 공천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란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기명 표결 혁신안에 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8월 영장설’이 도는 지금 기명 표결을 운운하는 것은 의도가 뻔하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기명 표결 혁신안이 공개된 시점이 잘못됐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착된 민주당에 과연 혁신의 바람이 불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국민의힘 역시 해당 혁신안을 두고 “민주주의 퇴행을 불러올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 시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또 다른 방탄을 쥐여준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체포동의안이 진행됐던 2월처럼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해 의원을 감시하는 ‘장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 방식이 정쟁으로 번지자 혁신위는 “입법자가 소속 정당의 의사에 얽매이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며 애써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기명 표결은 이미 양당이 과거에 논의했던 사안인 만큼 정쟁의 요소가 없다고도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동일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을 증거로 들었다. 권 의원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헌법서 규정한 취지서 벗어나 범죄특권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혁신안
후폭풍

혁신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기명 표결을 둘러싼 불씨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실제 법안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해야 하는 혁신안인 만큼 하루아침에 법안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친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기명 표결에 찬성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기명 표결을 거치기 위한 또 다른 기명 표결인 셈이다. 이에 동참하지 않는 의원은 결국 수박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 대표가 끝내 방탄 국회를 내려놓지 못할 것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권 포기는 싫고 생색은 내고 싶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기명 표결 방식에 대해 정면으로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선언’ 제안을 두고 “말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체포동의안이 들어올 경우 ‘가결’과 ‘부결’뿐인 단순한 선택지를 두고 굳이 새로운 표결 방식을 운운하는 행동을 저격한 셈이다.

한 장관은 표결 방식은 자신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포기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 대표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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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