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정체

‘비선 실세’ 머슴이 주인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펼친 포위망이 제1야당 대표를 꽁꽁 묶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 당 대표, 단식투쟁 등 각종 방패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측근의 ‘입’이 있다. 이미 신병이 확보된 측근의 진술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검찰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이 과정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시작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단추를 끼운 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거듭된 사법 리스크에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단식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영 신통치 않다. 

두 번째
구속영장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지난 2월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7개월 만이다. 당시 국회에 회부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서 무더기로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결표가 더 많았지만 출석 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서 불거졌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주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요구한 특혜를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이 대표와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관철했다고 봤다. 정 회장과 김 전 대표는 현재 구속 기소 상태다.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인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에 대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1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TV 토론회서 “PD가 검사를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시장 비서 출신 김씨에게 위증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150쪽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
두 사람 관계 상세하게 기재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150쪽에 육박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등장하는 ‘김인섭’의 존재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김 전 대표를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의혹의 핵심은 사업 진행 과정서 성남도개공으로 갈 이익이 얼마였는지에 있다. 특혜성 인허가로 성남도개공이 포기한 이익 자체가 이 대표의 배임 혐의액으로 적시되기 때문. 검찰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내놓은 분석 결과 중 최소 규모를 적용했다. 

당시 감사원은 <성남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서 사업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가 백현동서 거둔 분양이익을 2021년 6월 말 기준 약 3142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사원은 “성남도개공이 2014년 민관합동 개발을 검토할 당시 적용한 10% 지분 참여 시 약 31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도 기회를 일실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에 참여했다면 3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성남도개공과 성남시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성남도개공을 찾아 구체적 이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제시한 4가지 안은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해 지분비율에 따라 이익을 정산하는 안 ▲공사가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 종료 뒤 R&D센터 부지 6000평을 얻는 안 ▲성남도개공이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계획 승인 시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얻는 안 ▲공사와 성남알앤디PFV가 프로젝트 관리(PM) 용역을 맺어 200억원을 용역 대금으로 받는 안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민간업자에 특혜를 주는 과정서 김 전 대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이 백현동 의혹의 쟁점 중 하나다. 김 전 대표를 ‘백현동 로비스트’ ‘비선 실세’ 등으로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5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알선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시에 2017년 10월 5억원 상당의 백현동 사업공장 식당(함바) 사업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형님’ 호칭
막역한 사이?

정 회장은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공사·용역대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영림종합건설, 지에스씨파트너스 등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법인자금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경업체 대표로부터 용역 발주 등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정 회장의 아시아디벨로퍼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 상향을 성남시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 자연녹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로 2단계 상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성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김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되면서 성남시의 태도가 바뀌었다.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됐다. 임대주택 비율도 당초 100%서 10%로 축소된 데 이어 성남도개공의 참여도 무산됐다.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은 민간업자에게 돌아갔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 정진상 전 실장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관계를 상세히 서술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5년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제가 내년에 성남시장 출마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 됐다. 2016년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서 단식할 때 김 전 대표가 방문한 정황도 영장에 기재했다. 2015년 김 전 대표 장녀가 결혼할 당시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성남시청과 그 산하기관 공무원 70명이 축의금을 낸 점도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4년 초 김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개발을 하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의 확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듣고 성남도개공 불참을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완전 배제
성남도개공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의 백현동 사업 배제 이유를 묻자 “그게 언제적 얘긴데 진상이가 말 안 했느냐? 정 실장과 인섭 형님이 다 얘기하고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느냐?”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을 ‘선거 브로커와 불법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백현동 사건에 특혜를 주면서 김 전 대표와 김씨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위증교사와 관련한 일종의 ‘품앗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인섭은 이재명과의 관계를 이용해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선 실세로 통했다”며 “김인섭은 이재명의 비제도권 최측근”이라는 김 전 대표 최측근의 진술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원조 친명(친 이재명)’ 인사로 손꼽힌다고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표가 2010년대 초반 성남 사송동서 운영하던 횟집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정진상은 각각 약속을 잡을 때도 나로도(김 전 대표가 운영했던 횟집)에 자주 갔고 직원에게도 가서 많이 팔아주라고 했다. 아지트처럼 쓰였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나 남욱 변호사도 김 전 대표를 ‘실세’로 평가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 전 대표를)백현동 인허가를 다 한 허가방으로 안다”며 “이 대표도 함부로 못하는 성남서 가장 센 로비스트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대표는 ‘성남시 실세설’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와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전 대표와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됐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관계가 소원해져 백현동 사업은 김 전 대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 대선후보 TV 토론회서도 “(김 전 대표는)2006년 낙선한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했고 (백현동 개발은)한참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지금 저와는 연락도 잘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두 사람의 관계가 최소 백현동 사업 시기에도 유지됐다는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3차 공판서 정바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로 “관계 소원해졌다” 입장
200억원, 이재명·정진상에게?

백현동 사업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이날 신문서 검찰이 “김인섭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이야기를 하며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자기가 50%를 먹고 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이재명과 정진상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고 (검찰 조사에서)답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떠올린 이유에 관해 “성남시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름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여러 사항에 있어서 이재명 시장 등으로 저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을 앞두고 100회 이상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확보한 경기남부경찰청의 김 전 대표 수사 결과 통지서에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 전 실장이 2014년 4월1일부터 2015년 3월31일까지 김 전 대표와 115회에 걸쳐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2월~2020년 10월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대가로 김만배씨 보통주 지분의 24.5%인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3년 7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정보를 개발업자에게 흘려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호반건설이 약 210억원의 개발수익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 2021년 9월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정 전 실장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 전 대표와 100번 넘게 통화한 내역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윗선’ ‘그분’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매섭게 날이 서있다.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야는 손익계산에 분주한 상태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 간 전쟁 이전에 내부 공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몰락했다. 이 대표는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질 무렵 촛불집회에 참가해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박 전 대통령 ‘하야’를 외치면서 지지층의 맹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이제 이 대표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김 전 대표와의 고리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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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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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