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정체

‘비선 실세’ 머슴이 주인 잡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이 펼친 포위망이 제1야당 대표를 꽁꽁 묶고 있다. 국회의원 배지, 당 대표, 단식투쟁 등 각종 방패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측근의 ‘입’이 있다. 이미 신병이 확보된 측근의 진술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한 검찰이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이 과정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으로 시작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단추를 끼운 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거듭된 사법 리스크에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단식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영 신통치 않다. 

두 번째
구속영장

지난 18일, 검찰은 백현동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으로 이 대표에게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위증교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지난 2월 검찰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7개월 만이다. 당시 국회에 회부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민주당서 무더기로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결표가 더 많았지만 출석 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5년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서 불거졌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에 각종 특혜를 몰아주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이 요구한 특혜를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이 대표와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달해 관철했다고 봤다. 정 회장과 김 전 대표는 현재 구속 기소 상태다.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2019~2020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통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방북비용 등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검사 사칭 사건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재판받을 때 김인섭 전 대표의 측근인 사업가 김모씨에게 연락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변호사 시절인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사건에 대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하던 KBS 최철호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150만원을 받았다. 

이후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TV 토론회서 “PD가 검사를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다”고 말한 게 문제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시장 비서 출신 김씨에게 위증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150쪽 달하는 구속영장 청구서
두 사람 관계 상세하게 기재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150쪽에 육박하는 구속영장 청구서에 등장하는 ‘김인섭’의 존재다.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김 전 대표를 비중 있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의혹의 핵심은 사업 진행 과정서 성남도개공으로 갈 이익이 얼마였는지에 있다. 특혜성 인허가로 성남도개공이 포기한 이익 자체가 이 대표의 배임 혐의액으로 적시되기 때문. 검찰은 지난해 7월 감사원이 내놓은 분석 결과 중 최소 규모를 적용했다. 

당시 감사원은 <성남시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 감사보고서>에서 사업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가 백현동서 거둔 분양이익을 2021년 6월 말 기준 약 3142억원으로 추산했다. 

감사원은 “성남도개공이 2014년 민관합동 개발을 검토할 당시 적용한 10% 지분 참여 시 약 314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었는데도 기회를 일실했다”고 지적했다. 사업에 참여했다면 3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성남도개공과 성남시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성남도개공을 찾아 구체적 이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제시한 4가지 안은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해 지분비율에 따라 이익을 정산하는 안 ▲공사가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 종료 뒤 R&D센터 부지 6000평을 얻는 안 ▲성남도개공이 소액 지분으로 참여해 사업계획 승인 시 200억원을 확정이익으로 얻는 안 ▲공사와 성남알앤디PFV가 프로젝트 관리(PM) 용역을 맺어 200억원을 용역 대금으로 받는 안 등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이 최소 200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민간업자에 특혜를 주는 과정서 김 전 대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이 백현동 의혹의 쟁점 중 하나다. 김 전 대표를 ‘백현동 로비스트’ ‘비선 실세’ 등으로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지난 5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5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알선 대가로 정 회장에게 77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시에 2017년 10월 5억원 상당의 백현동 사업공장 식당(함바) 사업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형님’ 호칭
막역한 사이?

정 회장은 지난 6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횡령·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2013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공사·용역대금을 과다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 영림종합건설, 지에스씨파트너스 등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법인자금 480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경업체 대표로부터 용역 발주 등 대가로 2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정 회장의 아시아디벨로퍼는 백현동 부지의 용도 상향을 성남시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2014년 자연녹지를 제2종 일반주거지로 2단계 상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성남시는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2015년 1월 김 전 대표가 아시아디벨로퍼에 영입되면서 성남시의 태도가 바뀌었다. 부지 용도가 자연녹지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됐다. 임대주택 비율도 당초 100%서 10%로 축소된 데 이어 성남도개공의 참여도 무산됐다.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은 민간업자에게 돌아갔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 정진상 전 실장과 친분이 있던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관계를 상세히 서술했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5년 김 전 대표에게 “형님, 제가 내년에 성남시장 출마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이 됐다. 2016년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서울 광화문광장서 단식할 때 김 전 대표가 방문한 정황도 영장에 기재했다. 2015년 김 전 대표 장녀가 결혼할 당시 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성남시청과 그 산하기관 공무원 70명이 축의금을 낸 점도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4년 초 김 전 대표로부터 “백현동 개발을 하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후 정 전 실장은 성남시 도시계획팀에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니 잘 챙겨줘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이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원의 확정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듣고 성남도개공 불참을 결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완전 배제
성남도개공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개공의 백현동 사업 배제 이유를 묻자 “그게 언제적 얘긴데 진상이가 말 안 했느냐? 정 실장과 인섭 형님이 다 얘기하고 그렇게 결정됐는데 못 들었느냐?”고 반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백현동 의혹을 ‘선거 브로커와 불법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범죄를 품앗이한 권력형 지역토착비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백현동 사건에 특혜를 주면서 김 전 대표와 김씨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위증교사와 관련한 일종의 ‘품앗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김인섭은 이재명과의 관계를 이용해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선 실세로 통했다”며 “김인섭은 이재명의 비제도권 최측근”이라는 김 전 대표 최측근의 진술 내용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원조 친명(친 이재명)’ 인사로 손꼽힌다고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표가 2010년대 초반 성남 사송동서 운영하던 횟집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자주 찾았다고 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정진상은 각각 약속을 잡을 때도 나로도(김 전 대표가 운영했던 횟집)에 자주 갔고 직원에게도 가서 많이 팔아주라고 했다. 아지트처럼 쓰였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나 남욱 변호사도 김 전 대표를 ‘실세’로 평가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김 전 대표를)백현동 인허가를 다 한 허가방으로 안다”며 “이 대표도 함부로 못하는 성남서 가장 센 로비스트라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 전 대표는 ‘성남시 실세설’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를 도와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이 대표 역시 김 전 대표와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됐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2010년 이후 관계가 소원해져 백현동 사업은 김 전 대표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2월 대선후보 TV 토론회서도 “(김 전 대표는)2006년 낙선한 선거 때 선대본부장을 했고 (백현동 개발은)한참 뒤에 벌어진 일”이라며 “지금 저와는 연락도 잘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두 사람의 관계가 최소 백현동 사업 시기에도 유지됐다는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월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김 전 대표의 알선수재 혐의 3차 공판서 정바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서로 “관계 소원해졌다” 입장
200억원, 이재명·정진상에게?

백현동 사업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이날 신문서 검찰이 “김인섭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이야기를 하며 200억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지 물었고 자기가 50%를 먹고 50%는 두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했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두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이재명과 정진상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고 (검찰 조사에서)답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는데도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떠올린 이유에 관해 “성남시에는 두 사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름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여러 사항에 있어서 이재명 시장 등으로 저는 생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대표와 정 전 실장이 백현동 사업을 앞두고 100회 이상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확보한 경기남부경찰청의 김 전 대표 수사 결과 통지서에는 “성남시 정책비서관이었던 정 전 실장이 2014년 4월1일부터 2015년 3월31일까지 김 전 대표와 115회에 걸쳐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2월~2020년 10월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을 지내며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개발업자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대장동 개발 사업자 선정 등 특혜를 대가로 김만배씨 보통주 지분의 24.5%인 700억원(세후 428억원)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여기에 2013년 7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정보를 개발업자에게 흘려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하고 호반건설이 약 210억원의 개발수익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 2021년 9월 검찰 압수수색을 당한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정 전 실장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김 전 대표와 100번 넘게 통화한 내역이 드러나면서 이 대표와의 연관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윗선’ ‘그분’에 대한 검찰의 칼날은 매섭게 날이 서있다.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는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여야는 손익계산에 분주한 상태다.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여야 간 전쟁 이전에 내부 공천 전쟁을 치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함께 몰락했다. 이 대표는 최씨의 비선 실세 논란이 불거질 무렵 촛불집회에 참가해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박 전 대통령 ‘하야’를 외치면서 지지층의 맹렬한 지지를 끌어냈다. 이제 이 대표는 비선 실세로 지목된 김 전 대표와의 고리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 결말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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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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