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비명계 속내

드디어 움직이는 내부 저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부 저격수인 이른바 비명(비 이재명)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같은 당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다. 과연 공천에 미련 따윈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1박2일간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지난달 29일 마무리됐다. 당초 우려하던 비명(비 이재명)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큰 충돌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 대표에 관한 구속영장이 실제 국회로 날아들 경우 계파 갈등은 극에 치달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딸들
부작용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은 민주당을 둘로 쪼개는 데 한몫을 차지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휩싸일 때마다 개딸이 적극 엄호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비명계의 비판을 ‘내부총질’ ‘수박’(비명계 별칭 용어)으로 낙인찍는 등 감정적 갈등으로 번지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부터 개딸이 민주당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팬덤 정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정당의 세를 키워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의 전체 권리당원 중 절반은 대선 전후 입당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조차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할 만큼 유례없는 일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떠오르면서 개딸을 바라보는 여론은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180도 뒤집혔다. 이 대표와 친명계가 개딸의 영향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도가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이 대표는 의원을 비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추산해보자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자신과 반대 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반발했지만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이라고 받아쳤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투쟁의 최전선에 개딸을 앞세웠다는 평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을 외치며 이 대표의 마이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딸은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요구뿐 아니라 비명계 의원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수박 색출에 나선 개딸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당의 균열도 커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비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역구서 열린 간담회서 개딸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날 한 여성은 윤 의원을 향해 “이재명이 이 아파트를 지어줬다” “여기가 어딘지 아느냐, 어서 나가라” 등 고성을 질렀다. 이후 윤 의원은 SNS를 통해 “민주당 당 대표를 앞세워 저질러지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개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 대표의 방탄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위는 ‘3선 이상 현역 의원 동일 지역 공천 금지’를 비롯해 ‘기명투표’ 등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대의원제 개편안’은 민주당 내홍에 다시 불을 붙이는 뇌관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 받아든 1년 성적표
남은 건 검찰과의 싸움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을 때 현행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혁신위는 개편안을 통해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다. 대신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70%로 늘리고 국민여론조사 역시 30%로만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개딸의 비율이 높은 권리당원 영향력을 키워 이 대표를 지키려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대표 체제에 염증을 느낀 비명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개딸을 비롯해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론과 체포영장 청구 등 넘어야 하는 산이 많은 만큼 당내 마찰 역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꼽히는 사안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과의 대립 관계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지난달 30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이보다 앞선 24일과 26일에 조사를 받겠다고 답했다.

이후 검찰은 이번 달 4일 출석할 것을 재차 통보했고 이 대표는 본회의가 없는 11일부터 15일을 제시했다.

양측의 신경전 속 조사는 9월 정기국회 기간으로 밀렸다.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의석수를 내세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지만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현재 비명계는 표결에 참여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서 체포동의안을 또다시 부결시키면 특권 포기를 번복한 것은 물론 방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명계는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며 표결에 불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쌓인 계파 갈등은 의원 워크숍을 기점으로 앞다투어 터져 나왔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이처럼 당을 위해 희생하라”는 여론을 형성했다.

공천율
계산기

민주당 설훈 의원은 워크숍 비공개 자유발언서 “심청이가 죽어도 죽은 게 아니고 다시 태어나 왕비가 됐다. 이 대표도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대표의 향후 거취 문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정면으로 날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취임 1년을 맞은 이 대표의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것이다. 국민의 인식 속 이 대표는 ‘방탄 정당’ ‘내로남불’ 등 부정적으로 각인됐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 의원의 주장은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 체제 1년을 돌아봅니다”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선 패배를 딛고 당 대표로 올라선 비장함과 책임감을 보여줬지만 결과는 달랐고 성과는 없었다”며 “이 대표에게는 고작 1년일 수 있지만 그 1년 동안 민주당의 추락은 가속도가 붙었다”고 비판했다.

분당을 막으려면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거취 결정을 안 하면 그의 생각과 달리하는 의원들이 거취 결정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이 대표 사퇴를 외쳐왔던 만큼 계파 갈등이 임계점을 넘기기 전 스스로 물러나야 분당을 막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사퇴 요구에 친명계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서 누적 득표율 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받아 당선된 만큼 이를 반대하는 것은 다수의 의견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착시현상’이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애초에 이 대표를 반대하는 사람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77.7%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호남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을 종합해봤을 때 이 대표의 지지율이 이전 같지 않다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당에 대한 평가를 뒤로 하고 ‘선거 승리’만 외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의 높아지는 수위 공세에도 친명계는 이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은 당내에서도 극히 일부일 뿐이며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명계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두고 공천 확률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빅픽처

비명계 의원이 공천 심사에서 몽땅 탈락한다면 ‘공천 학살’ 등을 이유로 또다시 계파 갈등에 불이 붙을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수일지라도 비명계 의원에게 공천을 부여할 것이고, 자연스레 컷오프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해석이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비명계 의원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친명계 라인을 타는 것이 더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하는 것보다 더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다”고도 전했다.

70%에 달하는 다수의 목소리보다 20%의 자극적인 의견이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다.

비명계는 이를 반박했다. 이대로 민주당이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민주당이 이 대표의 리스크를 막는 데 집중한 나머지 국정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명계 축에 속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법률지원팀이 사실상 이 대표의 변호인단으로 꾸려지면서 민생에 쓰여야 할 힘이 바르게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를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 대표가 쉽게 당대표직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 대표라는 직함은 이 대표가 가진 마지막 갑옷인 만큼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아마 이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내년 총선 의석수가 쪼그라들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는 순간 변호인단을 시작으로 온갖 리스크에 마주하게 될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
본격 친·비명 세력 다툼?

이 대표 사퇴설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 구속 등 외부 타격 없이는 물러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위기론에는 비명과 친명의 초점이 맞춰졌다.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표심이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타파할 방법론을 두고 또다시 갈등이 빚어졌다.

현재 양당은 상대 진영의 실수에 기대 반사이익만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정부·여당의 리스크에도 민주당이 힘을 못 쓰는 것을 두고 ‘이재명 책임론’이 두드러졌다. 총선 승리를 위한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에 연기가 오르는 이유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총선 플랜 B’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표 없는 민주당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전당대회를 치러 신임 당 대표를 뽑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직 대표가 사퇴할 때 남은 임기가 8개월 미만이어야 하므로 이 대표가 12월28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두 번째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돌아서는 것이다. 비대위 전환을 위해서는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과반수가 궐위돼야 한다. 이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의 과반도 함께 사퇴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대열을 꾸릴 수 있다.

친명계에선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대표를 선출하는 첫 번째 방식을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개딸이 권리당원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만큼 친명계 인사에 표가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옥중 공천’으로 총선에 입김을 불어 넣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다. 지금과 같은 친명계 체제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명계에서는 두 번째인 비대위 체제를 염두에 두는 모양이다. 친명계 위주의 지도부가 아닌 새로운 체제를 중심으로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명계 측에서는 실제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 시 꾸려지기 때문이다.

무리수
거두기?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내려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당장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은 것도 비대위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이 대표 체제가 총선서 패배하는 경우 대선 재도전은 물론 민주당 회복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진해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게 본인은 물론 당에게도 안전한 길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치고 올라오는 이낙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체제 1년’에 관해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진행한 특강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깨끗하다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재차 도덕성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활발한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포스트 이재명’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한 것 역시 ‘NY계’를 중심으로 세를 모집하기 위한 첫 공식 일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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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