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비명계 속내

드디어 움직이는 내부 저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부 저격수인 이른바 비명(비 이재명)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같은 당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면서다. 과연 공천에 미련 따윈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1박2일간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 워크숍이 지난달 29일 마무리됐다. 당초 우려하던 비명(비 이재명)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큰 충돌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 대표에 관한 구속영장이 실제 국회로 날아들 경우 계파 갈등은 극에 치달을 것으로 관측된다.

개딸들
부작용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은 민주당을 둘로 쪼개는 데 한몫을 차지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휩싸일 때마다 개딸이 적극 엄호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비명계의 비판을 ‘내부총질’ ‘수박’(비명계 별칭 용어)으로 낙인찍는 등 감정적 갈등으로 번지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부터 개딸이 민주당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었다. ‘팬덤 정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정당의 세를 키워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당의 전체 권리당원 중 절반은 대선 전후 입당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조차 기이한 현상이라고 말할 만큼 유례없는 일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떠오르면서 개딸을 바라보는 여론은 여의도 안팎을 막론하고 180도 뒤집혔다. 이 대표와 친명계가 개딸의 영향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도가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이 대표는 의원을 비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추산해보자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자신과 반대 의견을 내놓는 소신을 숫자로 겁박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반발했지만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직접 민주주의의 구현”이라고 받아쳤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투쟁의 최전선에 개딸을 앞세웠다는 평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을 외치며 이 대표의 마이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개딸은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요구뿐 아니라 비명계 의원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수박 색출에 나선 개딸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당의 균열도 커진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22일 비명계로 꼽히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지역구서 열린 간담회서 개딸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날 한 여성은 윤 의원을 향해 “이재명이 이 아파트를 지어줬다” “여기가 어딘지 아느냐, 어서 나가라” 등 고성을 질렀다. 이후 윤 의원은 SNS를 통해 “민주당 당 대표를 앞세워 저질러지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개딸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이 대표의 방탄으로 둔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위는 ‘3선 이상 현역 의원 동일 지역 공천 금지’를 비롯해 ‘기명투표’ 등 혁신안을 제시했다. 그중에서도 ‘대의원제 개편안’은 민주당 내홍에 다시 불을 붙이는 뇌관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 받아든 1년 성적표
남은 건 검찰과의 싸움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을 때 현행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다. 혁신위는 개편안을 통해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을 삭제하자고 주장했다. 대신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70%로 늘리고 국민여론조사 역시 30%로만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대의원제를 무력화하고 개딸의 비율이 높은 권리당원 영향력을 키워 이 대표를 지키려는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대표 체제에 염증을 느낀 비명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개딸을 비롯해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론과 체포영장 청구 등 넘어야 하는 산이 많은 만큼 당내 마찰 역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꼽히는 사안은 이 대표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과의 대립 관계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에게 지난달 30일에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이 대표 측은 이보다 앞선 24일과 26일에 조사를 받겠다고 답했다.

이후 검찰은 이번 달 4일 출석할 것을 재차 통보했고 이 대표는 본회의가 없는 11일부터 15일을 제시했다.

양측의 신경전 속 조사는 9월 정기국회 기간으로 밀렸다. 이 대표에 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의석수를 내세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지만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 현재 비명계는 표결에 참여해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서 체포동의안을 또다시 부결시키면 특권 포기를 번복한 것은 물론 방탄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친명계는 “검찰의 조작 수사”라고 주장하며 표결에 불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쌓인 계파 갈등은 의원 워크숍을 기점으로 앞다투어 터져 나왔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이처럼 당을 위해 희생하라”는 여론을 형성했다.

공천율
계산기

민주당 설훈 의원은 워크숍 비공개 자유발언서 “심청이가 죽어도 죽은 게 아니고 다시 태어나 왕비가 됐다. 이 대표도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대표의 향후 거취 문제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정면으로 날을 세웠다. 지난달 28일 취임 1년을 맞은 이 대표의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것이다. 국민의 인식 속 이 대표는 ‘방탄 정당’ ‘내로남불’ 등 부정적으로 각인됐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 의원의 주장은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대표 체제 1년을 돌아봅니다”라는 글을 게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선 패배를 딛고 당 대표로 올라선 비장함과 책임감을 보여줬지만 결과는 달랐고 성과는 없었다”며 “이 대표에게는 고작 1년일 수 있지만 그 1년 동안 민주당의 추락은 가속도가 붙었다”고 비판했다.

분당을 막으려면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거취 결정을 안 하면 그의 생각과 달리하는 의원들이 거취 결정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이 대표 사퇴를 외쳐왔던 만큼 계파 갈등이 임계점을 넘기기 전 스스로 물러나야 분당을 막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사퇴 요구에 친명계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서 누적 득표율 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받아 당선된 만큼 이를 반대하는 것은 다수의 의견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착시현상’이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다. 애초에 이 대표를 반대하는 사람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77.7%라는 숫자가 나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호남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을 종합해봤을 때 이 대표의 지지율이 이전 같지 않다는 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이다.

당에 대한 평가를 뒤로 하고 ‘선거 승리’만 외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의 높아지는 수위 공세에도 친명계는 이 대표를 엄호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은 당내에서도 극히 일부일 뿐이며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명계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두고 공천 확률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빅픽처

비명계 의원이 공천 심사에서 몽땅 탈락한다면 ‘공천 학살’ 등을 이유로 또다시 계파 갈등에 불이 붙을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수일지라도 비명계 의원에게 공천을 부여할 것이고, 자연스레 컷오프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해석이다.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며 비명계 의원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친명계 라인을 타는 것이 더 이 대표를 향해 쓴소리하는 것보다 더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다”고도 전했다.

70%에 달하는 다수의 목소리보다 20%의 자극적인 의견이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다.

비명계는 이를 반박했다. 이대로 민주당이 무너지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민주당이 이 대표의 리스크를 막는 데 집중한 나머지 국정에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명계 축에 속하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 법률지원팀이 사실상 이 대표의 변호인단으로 꾸려지면서 민생에 쓰여야 할 힘이 바르게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를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 대표가 쉽게 당대표직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 대표라는 직함은 이 대표가 가진 마지막 갑옷인 만큼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아마 이 대표는 자신의 세력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내년 총선 의석수가 쪼그라들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며 “대표직을 내려놓는 순간 변호인단을 시작으로 온갖 리스크에 마주하게 될 텐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
본격 친·비명 세력 다툼?

이 대표 사퇴설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 구속 등 외부 타격 없이는 물러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의 위기론에는 비명과 친명의 초점이 맞춰졌다. 무당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표심이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타파할 방법론을 두고 또다시 갈등이 빚어졌다.

현재 양당은 상대 진영의 실수에 기대 반사이익만을 노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정부·여당의 리스크에도 민주당이 힘을 못 쓰는 것을 두고 ‘이재명 책임론’이 두드러졌다. 총선 승리를 위한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에 연기가 오르는 이유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총선 플랜 B’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표 없는 민주당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전당대회를 치러 신임 당 대표를 뽑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직 대표가 사퇴할 때 남은 임기가 8개월 미만이어야 하므로 이 대표가 12월28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두 번째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돌아서는 것이다. 비대위 전환을 위해서는 당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과반수가 궐위돼야 한다. 이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의 과반도 함께 사퇴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대열을 꾸릴 수 있다.

친명계에선 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대표를 선출하는 첫 번째 방식을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개딸이 권리당원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만큼 친명계 인사에 표가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옥중 공천’으로 총선에 입김을 불어 넣을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다. 지금과 같은 친명계 체제를 흐트러트리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명계에서는 두 번째인 비대위 체제를 염두에 두는 모양이다. 친명계 위주의 지도부가 아닌 새로운 체제를 중심으로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명계 측에서는 실제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 상황 시 꾸려지기 때문이다.

무리수
거두기?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는 이상 스스로 내려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당장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울 인물이 마땅치 않은 것도 비대위가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이 대표 체제가 총선서 패배하는 경우 대선 재도전은 물론 민주당 회복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자진해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게 본인은 물론 당에게도 안전한 길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치고 올라오는 이낙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체제 1년’에 관해 “도덕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진행한 특강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깨끗하다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재차 도덕성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활발한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포스트 이재명’을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부산을 방문한 것 역시 ‘NY계’를 중심으로 세를 모집하기 위한 첫 공식 일정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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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