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이재명 위증교사 재판 쟁점

총선도 대선도 못 나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지금까지 검찰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법원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1심 재판의 결과와 선고 시기가 총선 나아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시시각각 가늘어지고 있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 300석을 두고 여야는 이미 전쟁에 돌입했다. 선거를 지휘할 감독을 뽑고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등 선거 때마다 판을 뒤흔드는 대형 사건들이 일어났다. 정치권은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유불리를 따지며 표 계산에 분주하곤 했다. 

금고형 이상…

내년에 치러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 대선 경선 시기인 2021년 8월 처음 불거졌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0.5선 배지’를 달고 숱한 위기에도 당 대표 자리를 놓지 않았다.

이후 2년여 동안 검찰과 이 대표 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총선,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총선, 대선 때까지 법원의 판단이 확정되지 않는 등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그때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가 연루된 특정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의 재판 병합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과 위증교사 사건 재판을 병합해 심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분리 기소를 했다는 입장이다. 방어권 보장도 언급했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김진성(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씨가 “당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음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백궁 파크뷰 특혜’ 의혹을 KBS PD와 취재하면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로 속였다가 벌금 15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 대표는 2018년 토론회서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고 했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김진성씨가 참여했다. 

재판부는 사건 구조가 다르기에 별도의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검찰 측의 손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위증 혐의로 이 대표와 함께 기소된 부동산 개발업자 김진성씨의 혐의와 관련해 “대장동 사건과 관련이 없고 쟁점도 다르다”며 “사건 분량에 비춰볼 때 따로 분리해서 심리해도 된다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항간에는 검찰이 이 대표를 괴롭히려거나 총선에 (출마하지)못 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며 “일반 사건 처리 기준에 따라 병합 요건이 되는지를 판단한 것으로 위증교사는 검토 결과 하나도 맞는 것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따로 심리’ 결정…주 3회 재판
4·10 전 1심 판결 ‘갑론을박’

재판부가 재판을 병합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대표의 상황이 다급해졌다. 대장동·백현동 사건 등과 달리 위증교사 사건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라 총선 전에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게다가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내용도 있다. 

위증교사 사건으로 이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총선은 물론 정치생명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직접 증거인 녹취를 확보한 점 등을 들어 위증교사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사실대로 말해달라고 했을 뿐”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시 측, KBS 측하고 얘기해서 내가 주범인 걸로 해주면 고소를 취소해주기로 합의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 KBS 측하고 성남시 측하고 그런 식의 협의가 많았다고 이야기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대목이 나온다.

김씨가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도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 주면 되지 뭐”라고 하는 대화도 등장한다. 

형법상 위증교사는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위증, 위증교사,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돼 1심을 마친 441건 중 215건(48.8%)에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

1심서 이 대표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다면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 대선 전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이 대표는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친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가시화된 상황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악재 중 악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사건 재판뿐만 아니라 대장동·성남FC 사건,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허위 발언을 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별도 심리가 진행되면 ‘주 3회 재판’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최근 국민의힘 내홍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상태였다. 2021년 8월부터 진행된 일이라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피로도도 상당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분리 심리 결정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총선 내내 이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재판 선고 시기를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판부가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1심 선고를 총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총선에 출마할 경우엔 재판부가 선고를 내리기 더 난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재판과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치적 해석과 법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사퇴?

그러면서도 이 대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재판과 수사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 중 한 건이라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끊어진다. 위증교사 사건이 그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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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