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 이재명 SNS 이중 플레이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쏟은 물과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언제나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SNS가 발달하고부터는 ‘잊혀질 권리’가 사라진 수준이다. 특히 정치인의 말과 글은 무게감이 남달라서 오랜 시간 떠돈다.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기도 하지만 족쇄가 돼 발목을 단단히 붙잡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 부닥쳤다. 대선 경선 때 처음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윤석열정부 들어 전열을 재정비한 검찰은 이 대표를 수사하는 데 공력을 쏟아붓고 있다.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불붙은 주도권 경쟁서 이 대표는 비명(비 이재명)계의 눈치도 봐야 한다.

사면초가
출구 없다

여기에 정치권이 중시하는 명절 ‘밥상머리 이야기’ 주제로 관심이 옮겨갈 위기에 봉착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또다시 체포동의안 표결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정치권의 표결에 따라 가결되든 부결되든 이야기는 좋은 방향으로 흐를 수 없다.

민주당 역시 자연스럽게 이 대표와 얽힌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민주당이 오랜 시간 골머리를 썩는 이유다. 

국민 여론이 싸늘한 것도 부담이다. 2주 넘게 단식을 이어왔지만 실제 곡기를 끊은 건지를 두고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18일 오전, 그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등을 문제삼아 단식을 시작했지만 지난달 말, 횟집서 민주당 의원들과 회를 먹은 사실이 드러나 명분도 약해졌다.


단식 농성 전날이자 오염수 방류 일주일째 되던 때였다. 

문제는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치인의 단식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대의명분을 내세운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이른바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일정 기간 단식이 이어지면 상대가 먼저 중단을 권유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단식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대표의 과거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등을 지내면서 SNS에 올린 글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NS 게시글이 부메랑으로 작용하면서 ‘조만대장경’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얻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빗대기도 한다. 

조 전 장관의 SNS 게시글은 ‘조국의 주장은 조국으로 반박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누리꾼은 물론 언론서 활발하게 인용됐다. 역으로 말하면 SNS 게시글의 생명력이 그만큼 끈질기다는 뜻이다. 불과 몇 초 사이에 게시글을 지워도 누군가는 캡처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유포한다. 이후 손쓸 새도 없이 퍼져나간다.

사법 리스크 커지면서
과거 SNS 글 소환돼

특히 정치인의 경우 언론에 ‘박제’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정치인이 사용하는 수사는 여러 해석을 낳기 때문에 파괴력이 크다. 게시글을 올리면 올리는 대로, 지우면 지우는 대로 화제가 된다. 이 대표는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정책 홍보 등에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최근 이 대표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달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주력하는 지점은 이 대표가 이 전 부지사의 행보를 알았는지다. 이 전 부지사는 재판 과정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에 이 대표의 운명이 달린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에게 ‘책임 떠넘기기’ 모드로 나섰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9일 이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서 경기도가 북한에 쌀 10만톤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제시했다. 검찰이 보여준 공문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결재한 서류였다. 

올리면
퍼진다

이 대표는 “참 황당하다. 이화영이 나도 모르게 도지사 직인이 찍힌 서류를 만든 것이고 서류를 가져오니 결재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도지사의 승인 없이 사기업을 동원해 대북사업을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결재는 했지만 내용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의 답변을 운전면허증 발급에 비유했다. 박균택 변호사는 “운전면허증에 경찰청장 직인이 찍혔다고 해서 경찰청장이 발급해줬다는 것이냐?”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어 “아랫사람들에게 위임했고 전결권에 따라 서명하면 관인은 저절로 찍히는 건데, 관인이 찍혔다고 해서 도지사가 결재했다는 의미는 아니죠”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알았으면 공범, 모르면 무능’이라면서 이 대표가 공범보다는 무능 쪽을 택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과거 SNS 올린 글이 드러나면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조롱이 나왔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100만원의 예산 집행도 자신의 결재 없이는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 

당시 이 대표는 “성남시는 보도블록 교체 시 재활용을 원칙으로 단돈 백만원이 들어가는 예산 집행도 시장 결재 없이는 하지 못합니다”라면서 연말에 보도블록을 재정비하는 지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대북사업은 보도블록 교체 사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도정’이다.

홍보·족쇄
양날의 검

2018년 10월2일에는 대북사업 관련 게시글도 올렸다. 이날 올린 SNS 게시글에는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함께 등장한다. 당시 이 대표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남북교류 협력사업부터 시작하겠다”며 이 전 부지사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한 기사를 공유했다.

같은 달 25일에도 “이화영 평화부지사님 수고하셨습니다.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뤄나가는 길에 경기도가 함께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기사를 올렸다. 최근 검찰서 한 진술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대선 사흘 전 공개된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연루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뉴스타파>의 최초 보도 이후 <경향신문>이 기사를 받아쓰기 전, 먼저 SNS에 공유하면서 “널리 알려주십시오.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우리가 언론입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인터뷰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확대되던 시점인 2021년 9월15일에 진행됐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사)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주고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해당 내용을 배경으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공격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서 조씨가 윤 대통령을 모른다고 답하고 남욱 변호사가 진술을 바꾼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허위 인터뷰 의혹’으로 비화했다. 이 대표의 SNS 게재 시점을 두고 여권에서는 ‘사전교감설’을 제기하는 등 맹공을 퍼붓고 있다. 

대북송금 의혹 ‘발뺌’
‘혜경궁 김씨’ 논란도

앞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희망살림-네이버-성남FC가 맺은 4자 간 협약서를 공개한 것도 이 대표다. 이 대표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의 성남FC 우회 지원을 지적하자 SNS에 협약서를 올렸다.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40억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원하고, 희망살림이 이 중 39억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성남FC에 낸다는 내용이다. 

4자 간 협약서를 근거로 다양한 논란이 불거졌다. 성남의 한 시민단체가 4자 간 협약에 참석한 이들의 대표성 논란 등을 제기했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상헌 당시 네이버 대표, 민주당 제윤경 전 의원 등을 고발했다. 4자 간 협약에 포함된 희망살림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됐다.

희망살림이 진행하던 빚 탕감 프로젝트는 이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책이었다.

이 대표를 둘러싼 SNS 논란은 앞서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제기됐다. 당시 논란은 대선서도 다시 언급될 만큼 파급력이 컸다. 2018년 지방선거서 닉네임 ‘정의를 위하여’ 주소 ‘@08_hkkim’ 계정을 운영하는 ‘혜경궁 김씨’가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혜경궁 김씨는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반면, 다른 정치인은 비난하고 모욕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2021년 혜경궁 김씨가 김씨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대선 기간에 올린 SNS 글을 삭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에 “어느 날 갑자기 이재명 대표의 페북(페이스북)글이 사라졌다”라며 “대통령선거 기간인 2022년 1월26일부터 3월8일 사이 포스팅한 글들을 왜 지워 버렸는지 궁금하다. 숨기고자 한 글은 무엇일까요”라고 적었다. 

글 삭제
증거인멸?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기사 링크를 올린 게시글도 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게시글을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이 대표 측은 언론 인터뷰서 “게시글에 대해 이뤄진 조치는 없다. 이제 와 그 내용을 비공개하거나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을 일축한 상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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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