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가는 이재명 갈림길

수술이냐 봉합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통합에 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다. ‘비명계 공천 학살’ 가능성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당내 분위기가 전환될 것이란 관측이 제시됐다. 동시에 공천 공식이 복잡하게 꼬이면서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 2기가 위태롭게 출범한 사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한발 물러선 채 상대 진영의 갈등을 주연으로 만들겠다는 셈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검찰 출석 때만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안을까
내칠까

23일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 측은 이 대표의 복귀가 지연되는 것에 관해 “건강상태를 봐서 무리가 없다 싶으면 언제라도 당무에 복귀하겠다는 게 대표의 의지인데, 그만큼 건강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날짜를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일부러 복귀 시기를 늦췄다고 내다봤다. 지난 10일 시작한 국정감사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김 대표 체제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현재진행형인 사법 리스크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출석했다.

과거 이 대표는 검찰 출석 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날짜와 시간을 알려 강성 지지자 결집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 재판에는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된 만큼 이 대표가 조용히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당 대표 자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무 복귀 시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대표의 첫 과제는 ‘가결파’ 징계에 관한 논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원들은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가결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설훈·이상민·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에 관한 징계 청원 글을 작성했다. 해당 청원이 답변 요건인 5만명을 넘긴 만큼 이 대표의 답변이 앞으로 당의 분위기를 판가름하게 된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가 이들을 내치지 않고 포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에 참석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거대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며 당내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최근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만나 “당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통합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의원들 사이의 앙금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내에선 여전히 가결파 징계 요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결파 징계 청원 5만명 달성
화합 메시지에도 숨 가쁜 싸움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오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해당 행위에 대한 조치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가결파를 구별할 수 없고, 구별한들 이분들에게 어떤 조치와 처분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보류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당 행위를 벌하는 것은 일상적인 당무인 만큼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에 응답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더민주)는 비명계를 겨냥한 물갈이 공천을 언급했다. 더민주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김은경 혁신위원회’ 혁신안 수용을 요구하면서다. 이전부터 비명계 측에서는 대의원제를 축소하게 된다면 일반 권리당원, 즉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를 뜻하는 ‘개딸(개혁의 딸들)’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해왔다.

여기에 거액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이 한마디 얹으면서 갈등은 커질 전망이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비명계의 책임론을 언급하며 “이들은 그저 민주당원들에게 요구하고, 안 들어주면 싸우고, 보수 언론에 편승해서 당원들을 악마화하는 것에 앞장서고,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그것이 애당심이라고 말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심지어 자신들의 수고에 감사하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비명계 의원들이 “민주당의 방탄 프레임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진심으로 너무 감사해서 집으로 돌려 보내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너무 고생하셔서 집에서 푹 쉬시라”고 비꼬았다.

폭격의 대상이 된 비명계 역시 징계의 부당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 부결이 당론으로 결정되지 않았던 만큼 의원들의 소신을 징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새로운 지도부 구성 역시 뇌관 중 하나다.

꽝 없는
뽑기판?

지난 17일, 민주당은 원내대표 정무특보에 이병훈 의원을, 원내부대표에 이동주 의원을 추가로 선임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원내정책수석부대표에 유동수 의원을,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박주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원내대변인으로는 윤영덕·임오경·최혜영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새로 짜여진 원내대표단 구성을 두고 비명계로 꼽히는 의원은 친낙(친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 1명에 그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명계를 향한 압박은 여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절대 좁혀질 것 같지 않은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표면적으로’ 품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에 반하는 이들을 끝까지 안고 가는 자세를 취하는 이른바 ‘포용의 정치’를 과시하면서도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벗어날 탈출구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공천 시스템을 비틀어서 당원의 투표 행사력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개딸이 수두룩하게 몰려올 텐데 비명계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당을 이끌어갈 방법을 찾은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략 공천에 관해서는 “국정감사 이후 인재 영입으로 데려온 인물에게 쥐여주면 그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비명계 컷오프를 하면서도 명분을 챙길 방법이라는 해석이다. ‘공천 학살’이라는 반발이 생기더라도 “유능한 인재를 위한 당의 선택”이라는 말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 내 영입될 인사들이 어느 지역으로 출마할지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만일 비명계가 당에 남아 있을 경우 이 대표는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방탄’ 부담감을 지울 수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내서 30표에 달하는 가결표가 나오면서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벗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만일 이 대표가 비명계와 함께한다면 방탄을 벗어던지고 ‘민심’ ‘화합’ 등의 프레임을 당에 덧씌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방탄 정당’으로부터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앞으로도 재판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당에 민주주의가 확장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돼 큰 정당으로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합의 길로 접어든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건 이 대표의 해소되지 않은 사법 리스크다. 잦은 재판 출석으로 인한 리더십 타격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을 상대로 진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민주당과 검찰은 이 대표의 수사를 두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빈털터리 수사”라고 비판하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백현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대북송금 사건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앞뒤로
조여온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재정합의를 거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중이자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진행되던 2018년 12월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였던 김모씨에게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증언해달라”고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재판은 대장동 개발 관련 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 총 2건이다. 여기에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가 추가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짊어질 리스크가 불어난 것이다.

이 대표가 없는 국회에서는 그의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해당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김씨가 비서 배모씨를 시켜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 샌드위치 등 사적 물품을 구매하고 관사나 자택으로 오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배씨는 김씨가 당 관련 인사들과 한 오찬 비용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김씨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0일, 해당 의혹을 권익위에 공익 신고한 조명현씨를 권익위 국감의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의결했다. 조씨는 이 대표가 법인카드 사용 등 부패 행위와 관련해 권익위에 공익 신고를 하고 구조금을 신청했지만, 권익위의 미흡한 처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조씨의 소환은 지난 18일 민주당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해당 사건이 정치적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씨는 같은 날 국회 소통관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무엇이 두려워 국감 참고인으로 나가는 것을 기필코 뒤엎어 무산시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법인카드 의혹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입을 열면서 쉽게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김 지사는 국회 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취임 이후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감사를 하고 수사 의뢰했다”고 답했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법카에 위증교사까지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김씨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김 지사가 김씨의 사건으로 가정해 대답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김 지사는 “감사 결과 최소 61건서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이 의심된다”며 “업무상 횡령·배임으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공식 감사가 이뤄졌던 만큼 경기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와의 경쟁 관계나 정략적 관계가 얽혀 있지 않다는 풀이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확대시켜야 하는 만큼 해당 의혹을 장기간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승리의 약효가 벌써 떨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비명 성향 권리당원들이 이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차례 이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냈다가 법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이다.

유튜브 채널 ‘백브리핑’ 진행자인 백광현씨는 지난 1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 권리당원 2023명을 소송인으로 하는 ‘당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 대표가 잦은 재판으로 정상적인 당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르면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으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는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80조 3항을 통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당무위 의결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백씨는 “야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오지 않는 추태를 보이고 있는데 권리당원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그건 제가 아는 민주당 당원이 아니다”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일부 사이비 신도처럼 보이는, 숫자도 얼마 되지 않는 극성 개딸의 목소리에 휘둘릴 것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의 ‘팬덤 정치’를 꼬집고 나섰다.

거대 표를 몰고 다니는 개딸이 아닌 다른 당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충고도 전했다.

도돌이표
집안싸움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가 내홍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내 혼란이 밖으로 표출된다면 균열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이 대표 체제로 치를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흐름이 상식의 선을 벗어나는 지금으로는 당의 흐름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당의 실제 상황과 밖에서 바라보는 현상이 다르게 비춰질 때도 있다”며 여의도로 돌아온 이 대표의 첫 번째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비명계 저격 자객 공천?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 의지를 밝히면서 새로운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다.

지난 18일 민주당 이해식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은 수도권, 충청, 영호남지역 42명의 전직 기초단체장과 함께 정치연대 출범식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 창립을 선언하면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단체장 출신 인사가 총선에 뛰어드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지만 지도부에 친명계가 다수 포진된 만큼 의도적으로 비명계를 눌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배너

관련기사

3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