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당’ 이재명 판세 굳히기

‘과반 넘게’ 따놓은 금배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4·10 총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민생·안보·경제를 몽땅 심판대에 올렸다. 정부심판론 프레임을 확장해 용산의 힘을 빼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민주당이 제1당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집권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부심판론 성향이 강하다. 국회의 파수꾼과도 같은 야당이 그동안 정부·여당의 실정을 두루 살펴 성적표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최근 용산발 리스크가 연이어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이를 기회 삼은 민주당이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지지율 굳히기에 나섰다.

“못 살겠다”
“심판하자”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민도 간절한 마음으로 정부를 심판하기를 바라실 것”이라며 “용산은 온 힘을 다해 김건희 여사를 방탄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일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채양명주’를 띄우면서 이번 총선을 ‘윤석열정부 심판의 날’로 명명했다. 이채양명주란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및 주가조작 의혹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수습에 나섰지만 짧은 기간 내 악재가 겹치면서 진땀을 뺐다.

지난달 8일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했다. 당시 이 전 장관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달 18일에는 윤 대통령이 ‘대파 875원’ 발언을 하면서 민심과 엇나갔다는 질책을 받았다.

25일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1%p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0%p)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6.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조사보다 2.1%p 하락한 수치다. ‘부정 평가’는 60.1%로 1.7%p 올랐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월 4주 41.9%를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는 국민의힘이 37.1%, 민주당이 42.8%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했을 때 국민의힘은 0.8%p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2.0%p 상승한 수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리한 진영이 형성되자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민생 정책을 띄우며 도움닫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중도층에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민주당은 22대 총선 정책공약집을 공개했다. 총선 공약의 콘셉트는 ‘삶의 질 수직상승’이다.

총선 디데이 카운트다운 돌입
중산층 집중 공략하는 민주당

이날 김민석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 상임정책본부장은 “중산층·서민 정당이라는 지표를 전통적으로 가져 온 민주당은 중산층이 양극화로 무너지고 서민들이 고통받는 이 시점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정책을 모든 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서 민주당이 앞서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공약은 ▲국민 삶과 밀접한 실용적 정책 ▲삶을 바꿀 수 있는 필수적 정책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참신한 정책 등 세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삼았다. 현재까지 총 21개 핵심 공약이 공개됐으며 구체적으로는 ▲요양병원 간병비 건보 적용 ▲온 동네 초등 돌봄 ▲어르신 점심밥상 ▲저출생 종합대책 등 서민 중심 정책이 주를 이뤘다.

정태호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윤정부를 심판해야 대한민국의 퇴행을 막을 수 있고 대한민국이 다시 선진국에 복귀하는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며 “이번 공약집은 민생회복, 미래 희망, 민주수호, 평화복원이라는 4개의 비전을 바탕으로 10개의 핵심과제를 마련했다. 빈틈없이 추진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은 경제 폭망과 검찰 독재를 앞세워 쌍끌이 전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윤정부 경제민생 폭망죄’라며 30가지 ‘죄목’을 제시한 책자를 배포했다. 책자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021년 대비 1778달러 감소했으며 수출 역시 2022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선언한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지원금 정책이다. 이재명 대표가 “가계소득 지원을 통해 국민의 소비를 늘리고 멈춘 경제를 다시 움직이겠다”며 ‘민생회복지원금’을 띄운 것이다.

민주당이 정책 공약집을 공개한 당일 이 대표는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취약 계층은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무능과 국정 실패로 민생과 경제가 완전히 파탄 지경에 처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물가는 국민의 삶을 질식시키고, IMF도 코로나도 버틴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지원금 찬스

민주당에 따르면 민생회복 지원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13조원 안팎이다. 윤정부가 민생토론회서 밝혔던 선심성 약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1000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의원이나 후보 개개인만 비판조의 코멘트를 달았을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원희룡 후보는 “본인이 줄 수도 없는 돈으로, 사탕발림식 생색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철마다 이 대표가 전매특허처럼 내놓는 복지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니냐?”며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추경호 당 민생경제특위 공동위원장도 말을 보탰다.

추 공동위원장은 “1인당 25만원 현금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결국 시중에 돈을 더 풀게 돼 물가 불안을 자극하게 되고, 물가 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지원하자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자가당착적이고 모순적인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채를 13조원 추가 발행할 경우 시중 금리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쉽게 반대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한 정부가 어깃장을 놓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띄우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검·경
저격수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회의서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될 상황”이라며 “이번 총선서 금투세 폐지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을 반드시 심판하고 국민의힘이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밝혔다.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 <일요시사> 취재진이 민주당의 입장을 물었다. 선대위 정책본부장인 정태호 의원은 “조세 공정성 차원서 여야 간에 도입이 합의됐던 것”이라며 “지금 상황서 어떤 게 바람직스러운지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검찰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검찰 때리기’는 정권 심판론을 외치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를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에 군불을 때는 검찰의 움직임이 또 다른 축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주목받을수록 지지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같은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를 받아 기소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일주일에 2~3차례 법원을 찾아야 하며 선거 전날까지 출석해야 한다.

이 대표는 선거를 약 2주 앞뒀던 지난 26일에도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이 대표측 변호인은 “총선 이후로 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지위뿐 아니라 제1야당인 당 대표로서의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 측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당 나경원 전 의원은 재판이 사실상 공전 중인 상태서 (기일을)선거기간을 빼고 지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생각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재판 기일을 조정하면 분명히 특혜란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정 조율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전에 구인장까지 발부하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검찰·경제 ‘두 도끼’ 노렸지만…
또다시 설설 끓는 사법 리스크

이날 이 대표는 법원에 출석하기에 앞서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서 “제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라며 “검찰이 정치하는 검찰 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언론사를 대상으로 과도한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는 거세졌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검찰이 영장 범위 밖의 전자정보를 수집·관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터지면서 “불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검찰이 최소 2016년부터 각종 사건에 연루된 휴대전화, PC 등을 디지털 포렌식하면서 습득한 민간인 개인정보를 대검찰청 서버 업무관리시스템인 디넷(D-NET)에 불법 수집하고 관리·활용해 왔다는 게 민주당 측의 주장이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은 윤 대통령과 검찰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역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수사권 남용”이라며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정부 출범 이후 언론을 대상으로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된 이번 수사를 ‘조직적 불법사찰’이라며 “정치적 정적을 제거하고 언론을 통제해 검찰독재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표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아무래도 윤 대통령은 언론을 제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팽팽한
긴장의 끈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민주연합의 의석을 더해 151석이 넘는 과반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차례 당을 뒤흔들었던 공천 국면이 마무리된 만큼 현재로서는 심판론을 외치는 야당이 우위를 선점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게 유권자의 마음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설화가 중도층의 표심을 가를 중요한 지표로 제시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몰빵론’을 내세웠지만 당내서 이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대표와 손을 잡아 윤석열정부를 타도해야 한다”는 입장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게 나누어졌다.

민주당은 몰빵 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더 몰빵13 유세단’도 출범시켰다.

대권주자를 노리는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의 존재감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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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단독]‘이태리 석유 재벌 행세’ 이상한 경찰 수사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에서 일어난 ‘장윤기 사건 증거인멸’ 논란으로 경찰 조직이 시험대에 올랐다. 피의자 가족이 나서서 증거를 없애고 이 과정에 주변 경찰이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 사건으로 검찰청 해체 이후 수사 권력을 한 손에 쥘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 여고생이 일면식도 없던 남자에게 살해됐다. 여학생을 구하려던 남학생은 크게 다쳤다. 경찰이 범인을 검거했고 사건의 심각성에 따라 얼굴을 공개했다. 생떼 같은 10대 여고생의 황망한 죽음에 국민은 경악했다. 하지만 국민이 더 분노한 지점은 따로 있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비위 의혹은 경찰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조직 명운 달렸다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 기밀 유출, 증거인멸, 초동수사 부실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장윤기의 혐의를 경찰이 나서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장윤기에게 강간·살인이 아닌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형량이 더 높은 강간·살인 혐의를 입증할 케이블 타이 등의 증거를 경찰이 없앴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현재 정치권은 해체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둘지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부실 수사 문제가 확인되면서 권력을 한쪽에만 과도하게 몰아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부상하고 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장윤기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 유착 의혹을 두고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말한 것은 조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최대한 불식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게 중론이다. 안 그래도 검찰청 해체로 수사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번 일로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23년 8월 공동대표였던 하모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한 R스타트업의 이모 대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대표는 하씨가 회사를 그만둔 이후 단독대표가 돼 R스타트업을 떠안았다(<일요시사> 1493호 ‘<단독>스타트업 대표 1000억대 역외탈세 의혹’). 앞서 두 사람이 공동대표일 무렵 R스타트업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마스크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있던 때였다. 하씨는 마스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법인을 이용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한 회사와 판매 계약까지 체결하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사업은 ‘마스크를 수급할 수 없게 됐다’는 하씨의 말에 흐지부지됐다. 이후 마스크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고 하씨는 R스타트업을 떠났다. 2022년 3월경에는 서로 연락도 끊겼다. 하씨의 회사 이메일 계정도 이 시기에 정지 조처됐다. 회사와도, 사적으로도 이 대표와 하씨의 관계가 끝난 것이다. 상황은 2023년 6월 이 대표가 하씨의 이메일에서 석연찮은 점을 발견하며 반전됐다. 장윤기 사건으로 신뢰 바닥 새로운 자료 찾아도 시큰둥 이 대표는 하씨의 이메일을 통해 흐지부지된 줄 알았던 마스크 사업이 몰래 진행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씨가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마스크를 수급하고 수출해 상당한 돈을 벌었다는 사실도 이 시기에 알게 됐다. 극심한 배신감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하기에 이른다. 연수경찰서는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를 1000억원대로 판단했고 수사를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계로 넘겼다. 이 대표에 따르면 당시 연수경찰서에서 추정한 하씨의 마스크 거래 규모는 1400억원에 달한다. 이 대표는 “하씨는 회사(R스타트업) 메일 계정을 이용해 마스크 거래를 진행했다. 그사이 회사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를 더욱 화나게 한 건 경찰의 태도였다. 처음 사건을 맡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미진한 수사 태도로 이 대표의 불만을 샀다. 이 대표는 “하씨가 한국에 있지도 않은데 출국금지를 걸지를 않나, 경제범죄를 수사하면서 CFO가 뭐냐고 묻질 않나, 이렇게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했는데 고소인 조사를 20분밖에 하질 않나, 수사 자체가 엉망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2024년 2월 말 하씨를 불송치 처분했다. 하지만 인천지방검찰청(이하 인천지검)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검은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하씨와 가족의 해외 계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찰의 불송치에 대해 보완수사를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때가 2024년 3월이다. 경찰 수사에 답답함을 느낀 이 대표는 하씨와 관련된 자료를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하씨의 회사 계정으로 오간 이메일을 꼼꼼히 살폈다. 그 결과 하씨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6개월 동안 거래한 내역을 찾아냈다. 이 대표는 거래 내역에서 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돈이 여러 차례 오간 것을 발견했다. 이 대표는 “2024년 5월에 거래 내역을 발견해 바로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이 나를 조사에 부른 건 (그해) 8월경이었는데 그때까지 거래 내역에 대한 어떤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보다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수사 권한도 없는 일반인이 이 정도로 자료를 찾아 건넸으면 좀 들여다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반 국민은 경찰보다 계좌 접근 권한이 제한돼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고소 이후 3년 지나 하씨와 그 가족의 필리핀 계좌를 보기 위한 국제 공조에도 시간이 지체됐다고 토로했다. 검찰에서 보완수사를 요구한 때가 2024년 3월29일이었는데 그해 7월에서야 공조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부터 필리핀 법인 이야기를 숱하게 했다. 필리핀 법인에 보낸 은행 송금증, 해당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SNS 내용, 현지 언론 기사까지 제출했을 때는 나 몰라라 하다가 보완수사가 떨어지고 나서야 공조를 진행하면 기다리는 고소인은 답답해서 죽는다”고 말했다. 하씨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써준 사실확인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인물이 사실확인서를 써준 이후에 하씨와 함께 사업한 의혹이 있다. 이런 사람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있나.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을 상세하게 진술했는데 ‘고소인은 ○○○의 사실확인서를 믿을 수 없음’ 이렇게 한 줄만 적었더라. 근거를 가지고 말했는데 경찰은 나를 ‘우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 대표가 경찰에 제출한 자료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하씨를 불송치 처분할 때 근거가 됐던 내용을 다시 들여다볼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당시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는 불송치 이유로 ▲(하씨가) 거래대금을 몰래 착복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고 ▲실제 거래가 성사된 사실이 없다면서 배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들었다. 이때 ▲미국 A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필리핀 법인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점 ▲미국 A사 측의 거래 취소 요청 이메일 ▲계약 관련자의 사실확인서 등을 ‘혐의없음’의 근거로 제시했다. 즉, 경찰은 하씨가 마스크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마스크 사업으로 수익을 본 것도 없고 그러니 배임 혐의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은 마스크 사업 과정에서 돈이 오간 흔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고, 사실확인서 역시 동업 관계에서 나왔기에 그 배경을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 자료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경찰의 결론 자체를 뒤집는 자료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이 대표는 하씨의 카카오뱅크 거래 내역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하씨가 마스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수급을 담당한 업체가 있는데, 그곳의 대표와 이름이 같았던 것이다. “확인해 달라” 호소에도… 또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하씨가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신용 미수 거래를 한 내역도 찾아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신용 미수 거래금이 2억원이 넘는다는 건 담보 제공 현금이 1억5000만원 이상 있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사장 이름을 알아낸 것도 그렇다. 대단한 기술을 쓴 것도 아니고 거래 내역에 있는 사람 이름과 다른 단어를 인터넷에서 조합해 검색했더니 내용이 나왔다. 이건 내가 다 수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경찰은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계에서 2계로 수사팀을 한 차례 바꾼 것 빼고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4월30일 ‘수사 중지’를 결정했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게 근거였다. 이 대표는 하씨의 거주지 주소가 바뀐 것을 지적하면서 ‘이송’을 요청했지만 ‘보완수사 중에는 관할지 이송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후 수사는 1년 넘게 멈춘 상태다. 이 대표는 국세청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국세청에 같은 자료를 냈는데 국세청은 조사를 진행한 뒤 하씨가 ‘탈세를 한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 하지만 경찰에 그 사실을 알리자 ‘국세청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사건과 관련 없다고 말했다’고 하더라. 국세청에 확인했더니 ‘기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왜 거짓말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그사이 하씨가 다른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10월경 가상자산 전문 매체 기사에서 하씨의 영어 이름을 발견했다. 하씨가 ‘키키캣 코인’이라는 걸 만들었는데 이게 사기라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씨가 코인사업을 하면서 ‘이태리 석유 재벌의 아들’인 척했다는 글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불송치했다 보완수사 결정 “그건 1계에서 처분한 것”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하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도중에 또 다른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뜻이 된다. 이 대표는 “(키키캣 코인의) 시가총액이 1억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100만달러까지 떨어진 걸로 안다. 키키캣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지금은 피해자 방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중지된 수사를 재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하씨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도 발견했다. 그는 “하씨와 거래한 마스크 제조업체는 여러 곳인데 수출을 진행한 곳은 하씨 동생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된다”며 “이 내용을 근거로 수사를 재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고 윽박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규칙 제102조(수사 중지 사건 수사 재개)는 ‘경찰은 수사 중지된 사건의 피의자를 발견하는 등 수사 중지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중략)… 즉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경찰과 이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찰은 수사 재개에 필요한 요건을 국제 공조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왜 수사를 재개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필리핀과의 국제 공조 결과가 아직 회신되지 않았다는 건 하씨의 해외 (계좌) 자료가 필요한 일부 수사에 제약이 있다는 뜻일 뿐이다. 하씨의 마스크 사업 규모를 확인하는 정도에 필요한 자료”라며 “하씨의 여동생이 페이퍼컴퍼니를 갖고 있다는 의혹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3년여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내용이다. 수사를 재개하고 관련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 담당자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올 때까지 수사를 재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하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냐는 질문에도 “알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또 앞서 하씨를 불송치한 내용에 대해 거론했을 때는 “그 부분은 1계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우리(2계)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청 이후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이 제출한 자료는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사건 기록에 편철해 놨다”며 “국제 공조 수사 결과가 없어도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국수본(국가수사본부)에 질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하씨가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부분 아닌가. 피고소인이 현재 받는 업무상 배임 혐의 외의 별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가 담당 수사관에게 언급한 하씨의 코인 사업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