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윤석열 아니지만, 이재명도 안 된다

윤석열은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내란을 촉발한 윤석열의 계엄령 사태는 반드시 역사적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탄핵이든, 하야든, 임기 단축 개헌이든 현재로서는 5년 임기를 다 채워서는 안 된다. 탄핵은 절대 우연이 아닌 운명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국가 수반으로서 국민 상당수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부분 임기를 무난하게 마쳤다.

그런데 유독 보수정권서만 두 번째 탄핵이 나오기 직전이다. 정치집단 결사체로서 보수 정당의 구심력이 상대적으로 빈털터리라는 판단을 지우기 어렵다. 합심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자중지란을 일삼은 결과가 뒤늦게 시대착오적인 계엄령 파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최고의 수혜를 입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추앙되는 이 대표에게 유리한 조기 대선이 목전까지 왔긴 하지만, 우리 국민은 2년 전 대선서 “사법 악재 전과자 최악”보다 “거짓말쟁이 허세꾼 차악”을 뽑았다.

우리는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에 속은 것이 아니라 이재명의 갖가지 범법 행위 의혹이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 박근혜도 그랬듯 윤석열도 시민들의 힘이 모여 선출한 권력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선택의 다양성도 객관적 주체 판단의 권리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주권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는 정치집단의 양분 독소 행위로 인해 윤석열·이재명의 지난 대선서 보듯,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기를 강요당하는 정치 시스템에 철저히 귀속돼 투표 들러리로 전락해 왔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진정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오히려 지금 어딘가 고장 나 있음을 시인해야 할 때가 아닐까? 우리는 왜 ‘모 아니면 도’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가. 한국 사회에 왜 이리도 다양성 없는 극단적 정치 질서가 반복되며, 왜? 적대와 혐오로 국민의 주권이 행사돼야 하는지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한 때다.

작금의 윤석열 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이재명 양자 관계를 ‘쓰레기차’와 ‘분뇨차’에 비유하는 우상 파괴적 풍자도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의 반헌법적 무단 통치와 망상 계엄이 탄핵으로 촉발되고 있는데 그 자리를 노리는 이재명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 중 사실관계와 혐의가 인정된 사건 1심서 유죄를 받았고 현재 7개 사건에 연루돼 총 11개의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다.

참으로 어지럽다. 국민이 부여한 거대 야당의 동력을 민생보다 ‘이재명 구하기’에 올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대표로선 대선 때까지 이어질 법정 이슈를 무사히 버텨낼 수 있느냐에 정치생명이 달려 있다. 그는 모든 혐의가 “검찰의 창작이자 조작”이라며 정치 탄압으로 단정하고 모두 무혐의, 무죄를 주장한다. 혐의 중에는 문재인정부 시절의 사건도 여러 건 있다.

경기도지사 시절 업무추진비를 사적 사용하는 몰염치를 행사했는데,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데 상당한 어폐가 있다.


그의 입장엔 치명적 모순도 발견된다. 죄가 없다면서도 정작 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대북 송금, 법인카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를 탄핵 소추해 관련 수사를 줄줄이 밀리게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괴롭힌 정치 검사들의 죄상을 밝히겠다”며 대장동 사건 등 재판의 유죄 입증을 맡은 수사 검사들 탄핵안도 발의했다.

결백을 자신한다면 이렇게 법정 밖 싸움을 벌일 리 없다.

심지어 재판부 압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판사를 비난하며 ‘법관 선출제’를 거론했고, ‘개딸’들은 판사 탄핵 서명운동에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재판부가 유죄 선고를 내리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었다. 거대 야당의 공격에 판사들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선거법 사건 판사는 1년 반이나 재판을 끌다가 돌연 사표를 낸 뒤 “이제 자유를 얻었다”고 했다.

그렇다. 이재명과 민주당에는 이번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하늘이 내린 기회다. 이는 윤석열 탄핵 과정서 더 분명해졌다. 퇴진 광장과 국민을 위한 국정 안정보다는 자신들이 권력을 되찾기 위한 국정 안정만 필요해 보인다.

그 절정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이고, 이는 양당 체제로 이득을 취해 온 기득권 세력인 민주당의 본모습이다. 그렇다. 불행히도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민주당의 모습이다.

게다가 이번 윤석열의 무모한 계엄 내란은 이재명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민이 이재명을 지켜주기 위해서 일으킨 윤석열 탄핵 반향도 아니었고, 이재명이 저지른 범죄를 덮어주려고 광장에 모인 것은 더욱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적법한 사법 절차에 의해 당연히 그 죗값을 받아야 하는 법이지, 윤석열의 무모함으로 인해 이재명은 무죄가 되어 정치적 승리자가 되려는 모습은 용납할 수없다.

차치하고 윤석열이 간 뒤 이재명의 부상은 다시 한 번 한국 사회 내의 양극화를 극명히 드러낼 것이다.

일부에게 그는 기존 정치 엘리트에 대한 대담한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그의 정치 성향을 지켜본 바, 다른 이들에게는 기본소득 경제와 확증 편향적 외교의 재앙을 예고하는 인물이다. 또, 이번 내란 사태로 정치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거대 야당 민주당의 정치가 분열된 장을 어떻게 수습해 나가면서 민생을 위한 민주적 원칙과 사회적 결속을 유지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윤석열은 독단과 폐쇄적 지도력, 무능과 거짓, 오만으로 실패했다. 이재명 역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한 국회의원 공천 학살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고 정족수를 앞세워 정부·여당과 타협과 협치 없이 탄핵을 남발하고 국정운영을 마비시킨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윤석열이 가고 이재명의 정치 여정이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형성할지는 시간과 국민의 선택만이 말해줄 것이다. 분명한 건 윤석열은 아니었지만, 이재명도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는 사법 리스크 없는 민주적 리더가 필요하다.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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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