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심판론 들끓는’ 인천 계양·연수구

‘명룡대전’띄우는 속내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해를 기준으로 집권 3년 차를 맞이하는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심판론을 펼치기 위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인천시에서 치러지는 총선이 ‘미니 대선’으로 몸집을 키울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상처에 날을 겨누고 있다. 폭풍전야가 흐르는 인천시 계양구을과 연수구을에 누가 출사표를 던질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인천광역시 동북부에 위치한 계양구와 최남단의 연수구는 유독 정권 심판론 성격이 강하다. 계양구을은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벼르는 국민의힘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연수구을은 박근혜정부 탄핵 이후 승기를 꽂은 민주당의 지지세가 ‘2021 전당대회 돈봉투 사태’로 인해 약화했다는 평이 나온다.

태풍의 눈

과거 계양구는 단일 선거구였으나 개발이 이뤄지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구가 분리됐다. 본격적으로 인구가 대거 유입된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남쪽은 갑구, 북쪽은 을구로 구분지었다. 계양을은 20대 총선서 송영길 전 대표, 이후 보궐선거에는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대표를 두 번이나 배출한 상징성도 갖는다.

현재 계양을은 이 대표의 지역구인 만큼 그의 재선 도전 여부가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친명(친 이재명)·비(비 이재명)명은 이 대표의 출마 지역구를 놓고 격돌했다. 계양을은 민주당 텃밭인 데다가 송 전 대표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비명계는 이 대표에게 안동 등 험지 출마를 요구했지만 친명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험지론이 불거지던 중 이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계양 골목을 다니며 주민과 인사를 나누는 영상을 게시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험지 출마론을 일축하는 동시에 계양을에 또다시 도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1야당 대표의 출마가 점쳐진 만큼 여당서도 거물급 인사가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그 상대로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거론되면서 ‘명룡대전’이 급부상했다. 원 장관은 지난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백지화하면서 이 대표를 향해 “민주당 간판 걸고 붙자”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장관직을 사임할 것이라는 이야기 역시 여의도 안팎서 기정사실화됐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계양을 출마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필요에 의한다면 어떤 험지라도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원 장관이 주목받는 데는 그가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희룡, 이재명 잡으러 계양으로?
여의도 떠도는 ‘검사 자객 공천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사 출신 인사들이 대거 인천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 송 전 대표 등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 인사가 인천시 곳곳에 있지 않느냐”며 야당이 밀고 있는 ‘정권 심판론’보다 ‘민주당 심판론’ 구도가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에서는 원 장관의 계양을 출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양새다. 계양은 각종 교통편을 비롯해 부동산 문제가 많은 만큼 국토부 장관 출신인 원 장관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원 장관 이외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제20대 총선부터 출마했던 윤형선 당협위원장이 ‘리턴매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에서는 박인숙 계양구 지역위원장이, 민주당에서는 ▲박형우 전 계양구청장 ▲이용범 전 인천시의회 의장 ▲박성민 전 인천시의원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인천 끝자락에 위치한 연수구 중에서도 을 지역은 이미 한차례 심판론을 겪은 곳이다. 이곳은 송도국제도시 등 생활권에 속하는 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상권이 활발하다. 시간이 흘러 다양한 계층이 섞여들면서 스윙보터로 자리를 잡았다.

연수구는 당시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으로 불리던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96년부터 2012년까지 15~19대를 지낸 곳이다. 선거구를 분리한 뒤 치러진 20대 총선서 연수구갑은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전신) 정승연 후보와 붙어 승리를 거뒀지만, 214표라는 박빙의 차이였다. 연수을은 20대 총선서 새누리당 민경욱 후보가 당선돼 여전히 보수진영이 강세를 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뒤 치른 21대 총선에서는 연수을 지역서 민주당 정일영 후보가 민 후보를 꺾고 이름을 올렸다. 박 의원 역시 연수갑 재선에 성공했다. 다선 의원을 배출한 보수 텃밭에 정 의원이 승기를 꽂은 만큼 박근혜정부를 겨눈 칼날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이 나왔다.

‘박근혜 탄핵 VS 돈봉투’ 인천시
위태롭게 휘날리는 파란 깃발

하지만 근래 민심의 추가 보수진영으로 다시 기우는 모양새다. 정권교체 이후 연이어 터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이성만 전 의원(부평구갑)·윤관석 의원(남동구을)이 모두 인천시에 지역구를 둔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를 대변하듯 지난해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서 인천시 유권자들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 윤 후보는 약 1만표 이상 차이로 이재명 후보를 따돌렸다.

연수을에 승산이 보이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앞다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만 거론되는 인물은 5명이다.

먼저 21대 총선서 참패를 겪은 뒤 ‘부정선거’를 주장하다 당협위원장을 박탈당한 민 전 의원이 설욕전에 나설 가능성이 제시된다. 연수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민현주 전 의원도 거론된다. 그는 20·21대 총선 당시 연수을에 잇달아 도전했다. 이번이 세 번째 시도인 셈이다.

김기흥 대통령실 전 부대변인은 연수을 출마를 확실시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출마를 시사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지역구를 고르신다면 인천 연수을(송도)을 추천하고 싶다”며 도전장을 날리기도 했다.


기마전

이 밖에도 국민의힘 내에서는 백대용 인천시 법률고문과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당내 공천 싸움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총선서 18.26%의 득표율을 얻은 정의당 이정미 전 대표도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서는 고남석 전 연수구청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역인 정 의원의 재선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총선서 3파전을 뚫고 승기를 잡은 만큼 민주당이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단 해석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통해 승기를 더 많이 꽂는 쪽이 정국의 흐름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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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