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포특권 포기’ 이재명 진짜 속내

믿거나 말거나 미련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불체포특권’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특권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본인이 이를 알뜰살뜰 사용하면서다. 그러던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 속내를 두고 정치인들이 각자 점치기에 나서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불체포특권이란 현행법상 현직 의원이 현행범이 아닐 때,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권리다. 회기 전 체포·구금된 경우 국회의 요구로 석방될 수 있다. 다만 정기회나 임시회 등이 진행되지 않을 때는 국회 동의 절차 없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인 만큼 이 대표의 발언은 여러 갈래로 해석됐다. 과거 이 대표를 둘러싼 불체포특권 발언과 사법 리스크가 얽히고설키며 각종 구설에 올랐던 탓이다.

그래도…
갑자기 왜?

이전부터 이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5월 6·1 지방선거 충북 지원 유세서도 그는 불체포특권 제한에 적극 동의했던 바 있다. 이 대표는 청렴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 따윈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3·9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가 펴낸 공약집 역시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이란 문구가 정치개혁 항목에 기재돼있다. 청렴한 정치인을 강조하던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28일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성남FC 후원금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표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기업들로부터 억대의 후원금을 받아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점을 골자로 한다.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 최종 결재권자이자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뺐다고 봤다. 이로써 약 1830억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약 4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동시다발로 정조준하며 압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지난 2월16일,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그는 긴급 최고위원회의서 “오늘은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이 검찰권 사유화를 선포한 날이자,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고 격분했다. 표결을 앞두고는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며 사실상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했다.

‘턱걸이 부결’에 쪼개진 당심
끝까지 ‘더불어’ 갈 수 있나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늘 강조하던 바가 아니냐’며 맞불을 놨다. 과거 본인 입으로 끈질기게 강조해오던 ‘불체포특권 폐지’가 막상 자신을 찔러대니 억울하냐는 입장이다.


당시 대장동 게이트 등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팔은 안으로 굽었다. 국민에게는 특혜처럼 보일지 몰라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시점서 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해 12월28일에는 민주당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공무원의 인허가 및 인사 알선, 각종 사업 도움, 선거비용 등의 명목으로 총 5회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예행 연습이라고 지적했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터지면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윤 의원은 2021년 4월 당시 민주당 송영길 대표 후보의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6000만원을 받아 300만원씩 든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원은 2021년 3월 경선캠프 관계자에게 100만원,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1000만원을 제공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같은 해 4월 윤 의원에게 돈봉투로 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이 두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지난 12일,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서 줄줄이 부결되자 정치권에서는 방탄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사법 사냥’으로 규정했다. 자신은 모든 소환 요구에 응했고, 도주나 증거인멸이 우려가 없으므로 구속 사유 역시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엎어라
뒤집어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이 대표 본인이 냈던 공약을 지키라는 압박이다.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선창한 사람이 이재명 아니었느냐”고 꼬집었다.

여야가 입씨름을 주고받는 사이 지난 2월27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막을 내렸다. 재석 297명 중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었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해온 이 대표의 예상을 비껴간 모습이다. 결국 그는 ‘방패가 뚫리고 정치적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진단서를 받아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당내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으겠다”면서도 “윤석열정권이 정적 제거, 야당탄압, 전 정권 지우기에 들이는 에너지를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도 좀 더 써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현 정권에 대한 날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같은 역사를 뒤로한 채 이 대표가 돌연 불체포권리 포기를 재차 선언하면서 국회 안팎은 다시 술렁였다. 정가에선 저마다 빠르게 해석을 내놨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가 자신의 국면을 예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새 혁신위원장으로 김은경 한국외대 교수를 내정했는데 혁신위원 중 일부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게 무슨 혁신이냐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로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면서 비명(비 이재명)계의 반발을 사전 억제하겠다는 의지”라고 반발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탈표가 30표가량 나오면서 발생한 ‘찜찜한 부결’ 역시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전에 불체포특권이라는 카드를 던짐으로써 흔들리는 민주당 내의 리더십을 다지고, 갈등의 불씨를 진화한 셈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번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이 결국 ‘명분 쌓기’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나는 포기했는데 동료 의원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쌓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승부수
실효성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깨트릴 승산을 내다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법정 진술이 수시로 바뀐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엉터리 증거로 구속’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미뤄봤을 때 이 대표가 자신의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을 입증할 증거가 없을 경우, 법원 역시 영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국회를 흔든 이 대표 본인은 모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다.

노웅래(민주당), 윤관석·이성만(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두고 김 대표는 “지나간 버스를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만시지탄’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돈봉투 의혹 체포동의안 표결 이전에 이 선언이 나왔더라면, 진즉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예의주시하며 말을 얹었다. 불체포특권은 단순히 개인의 포기만으로 표결 절차를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책임지겠냐는 의문만 남았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위해 당내 구성원을 설득할 수는 있겠만, 헌법과 국회법 등에 조항이 명시돼있는 만큼 개인 의사만으로는 투표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2012년1월 국회 입법조사처서 발간한 이슈와 논점에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직무 수행에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 특권이자 국회 특권이므로 의원 개인이 이를 포기할 수 없다.

특권 내려놓겠다는 국민의힘
민주당 기다리겠다 선전포고

이후 국민의힘은 보란 듯이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식’을 진행했다. 지난 20일 김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3대 정치쇄신 공동 서약’을 발표한 지 하루,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지 이틀 만이다.

김 대표는 “국회가 드디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며 “야당의 답을 기다리겠다”고 선전포고에 나섰다. 이날 서약에는 김 대표를 비롯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의원 67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본인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서약합니다”라고 적힌 서약서에 서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또 다른 의견이 있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입장이 다른 분들을 무리하게 동참시킬 생각은 없다”며 민주당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은 민주당이 띄웠으나 행동에선 국민의힘이 빨랐다. 이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행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실효성을 막론하고 국민의힘이 한발 앞서 행동에 나섰지만, 막상 민주당 일각에선 선부터 긋는 분위기다. 당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리는 탓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한 송영길 전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절대 반대’라는 강경한 태도를 고집했다. 불체포특권이 없으면 입법부가 어떻게 검찰 독재정권과 싸울 수가 있겠냐는 설명이다. 송 전 대표는 CBS 라디오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로, 입법부의 견제 역할을 포기하자는 항복 문서(에 서명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재명 망신주기용 소환’ 이야기까지 수면으로 떠올랐다.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검찰서 이 대표의 소환 시점을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단단히 못 박은 만큼 이번에는 역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정 의원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검찰이 정기국회까지 끌다가 추석 때나, 국정감사 때 국면 전환을 위해 ‘망신주기용’으로라도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4선 중진 우원식 의원과 같은 당 송갑석 최고위원도 각각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 발언에 선을 그었다.

모두 동의?
당 분위기는?

우 의원은 당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검찰이 부당한 권력 행사로 인해 의원 모두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데엔 동의하기 어렵다는 셈이다. 송 의원 역시 “(불체포특권 포기는)이 대표 외의 다른 의원들의 경우엔 사안마다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거리를 뒀다.

단 한 명의 정치인이 내뱉은 발언을 두고 양 정당은 물론 같은 당 내서도 여러 갈래로 해석이 나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불체포특권이 이날을 기점으로 또 다시 국회서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체포특권 포기 권성동, 그때 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과거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화두에 올랐다.

권 의원은 지난 2월16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관심이 최고점을 찍을 당시 논평을 통해 일침을 가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단 한 줌의 자존심이 남아 있다면, 불체포특권부터 포기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8년 권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를 두고 ‘방탄 국회’ 논란이 이어지자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 임시국회 소집 시기를 조정했다.

이 대표 역시 실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7~8월에 임시국회를 개최하지 않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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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