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놓는’ 국회의원 특권 대해부

“금배지 달았는데…좀 누리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 대표들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난 여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유롭게 발언해 비리를 파헤치라고 준 면책특권을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는 사람도 있다. 과거의 과오를 씻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화두도 이미 던져졌다.

20대 국회가 열리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 같은 기류와 맞물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을 마련할 기구를 설치키로 합의했다.

면책 불체포
손보기 작업

해당 기구를 국회 내 특별위원회 형태로 설치할지, 국회의장 산하 자문기구로 할지에 대해서는 여야 간 입장이 갈렸다. 정 국회의장이 기구 신설 문제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고, 이에 3당 원내대표들도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헌법학자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악용 금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도 개혁 등 국회법 개정안과 구속된 국회의원의 수당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에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처리되지 않더라도, 재차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다른 토론을 하지 않고 다른 안건보다 먼저 표결로 처리되도록 했다.

정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체포동의안의 표결 지연으로 인한 ‘제식구 감싸기’ 등의 비판을 해소하고, 표결에 대한 국회의원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체포동의안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의원 특권 중 대표적인 것으로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을 들 수 있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면책특권을 의미한다.

이 특권은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의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반대로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회 본래의 기능을 보장하려면 면책 특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승함 전 교수는 "국회의원들의 조사 기능 과정에서 강한 발언이나 상대 모욕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라며 "면책특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국회에서 말조심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해 면책특권 폐지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면책특권 이용해 허위사실 유포
불체포특권 이용해 법 피하기도

불체포특권은 면책특권보다 폐지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면책특권은 감시와 비판이라는 순기능이라도 있지만 불체포특권은 원래 취지와 달리 ‘제 식구 감싸기’에 악용돼 왔다는 것이다. 헌법4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들은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비리 혐의가 있는 동료 의원을 감싸는 ‘방탄 국회’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방탄 국회는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이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소속당이 일부러 임시국회를 여는 것을 말한다. 임시국회는 국회의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 열릴 수 있기 때문에 방탄국회는 열리기 쉬운 상황이다.

지난 2014년 9월4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철도 레일체결장치를 납품하는 AVT 업체대표로부터 관급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체포영장이 청구됐던 새누리당 소속의 송광호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당일 오후에 표결에 붙여져 총 투표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되어 그 당시 제식구 감싸
기의 소위 ‘방탄국회’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으려는 현재의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스스로 포기하면 수사 속도가 대폭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 논의 방향이 다행스럽게 생각된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일부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 폐지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희상 의원은 지난 11일 불체포특권에 대해 “국회 내부조사권을 발동해 사건의 중대성, 체포 필요성 등을 파악해 희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면 마땅히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회의원에게는 면책·불체포특권만 주어지지 않고,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 국가이익 우선과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의 의무, 지위남용 금지의 의무가 있다”며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헌법적 권리가 남용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에 대해 의원들 사이에서 폐지 또는 권한 줄이기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 모양새다.

과도한 세비
눈먼 돈도

국회의원 세비도 과도한 특권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사무처가 발행한 ‘국회의원 권한 및 지원에 대한 국내와 사례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1억3796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영국, 프랑스 보다는 높고 미국, 일본, 독일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2억3698만원, 1억9488만원으로 우리나라 세비의 50%이상을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국가 대부분이 겸직을 통한 부수적인 수입을 허용하고, 퇴직 급여를 3년 이상 주는 등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는 지원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반면 국회사무처 자료가 아닌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개 주요국 중 세비 상위 3위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단순 수치로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높았지만 GDP(국내총생산) 대비로 하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진국 국회의원의 세비는 각 국가의 1인당 국민총생산의 2~3배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5.6배를 기록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OECD 주요 국가 중 일본, 미국에 이어 3위”라며 “국민 소득 대비 의원 세비를 독일 수준으로 받으려면 세비를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세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쓴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일 안 하는 국회의원은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대 국회 원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세비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선 내려놓을까
의원들은 여전히 갑론을박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국회의원의 세비를 동결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혁신비대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세비 동결은 특권 내려놓기나 개편 차원에서 올린 안건이 아니라 격차 해소,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솔선수범으로 제안됐다”며 “세비를 동결하는 방안을 이날 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야당에 제안한 세비 삭감안과는 차이를 보였다. 동결 수순을 밟는 이유는 소속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세비를 가지고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게 상당 수 의원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세비 동결은 야당과의 합의가 이뤄져야 확정된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차갑다.

더민주 관계자는 “지금까지 (세비동결에 대해)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라며 “비대위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의견을 취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눈먼 돈’으로 불리는 비상설 특별위원회 활동비도 특권으로 꼽힌다.

국회는 지난 6일 저출산대책특위, 정치발전특위, 평창동계올림픽특위, 지방재정분권특위, 민생경제특위, 남북관계개선특위, 미래일자리특위 등 7개 특위를 구성했다. 비상설 특위는 과거에 구성해 놓고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았던 것들이나 기존 상임위에서 다룰 수 있는 분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33개의 비상설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이 중 대부분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설립 취지에 맞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조특위’는 16개월 동안 단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한 번은 위원회 구성, 다른 한 번은 위원회문을 닫으려고 소집했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당시 심재철 특위 위원장은 특위 활동 기간 받은 활동비 9000만원을 국회 사무처에 반납하기도 했다.

특위 위원장은 여야 각 당의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상임위원장이나 주요 당직을 배정받지 못한 의원에게 돌아간다. 특위 위원장에게는 월 600만원의 활동비가 별도 지급되고, 위원들도 회의비나 수당 등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제 없어진
특권도 있는데…


국회사무처는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되고 있는 국회의원 특권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특권 200가지는 잘못 알려진 이야기”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의원은 항공기, 철도, 선박을 무료로 이용한다’에 대해서는 과거 국회법에는 ‘의원은 국유 철도 선박과 항공기에 무료로 승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된 이후 국회의원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국유의 교통수단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했다. 이 규정은 지난 2014년 3월 삭제됐다는 것이다.

‘의원 가족까지 국회 내 치과, 내과, 한의원 등의 진료가 무료’라는 주장에 “의무실에서의 간단한 진찰과 상담 서비스는 무료”라며 “진료 행위 관련 실비가 소요되는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의원 뿐 아니라 국회 직원, 국회 출입기자 등도 이용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말 강원도 고성 연수원이 완공될 예정이다. 면적만 39만4139㎡로 축구장 크기의 55배에 달하고 35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다. 해당 시설은 강의실, 토의실, 간담회실은 물론 80여실의 숙소와 식당, 매점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진다. 숙소에서는 근처 해수욕장이나 대형 워터파크, 골프장까지 차로 10∼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연수원도 취지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3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국회 전용 콘도’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일었다. 이에 국회 사무처는 “해당 연수원은 5000여명의 국회직원, 지방의회 의원 및 직원, 시민에 대한 연수를 위한 교육·연수시설”이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뜯어 고칠까 그냥 넘길까
본전 생각에 “다음부터∼”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해도 평생 연금이 나온다’는 특권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다. 국회의원 연금은 19대 국회부터 사라졌다.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월 120만원을 지급하는 대한민국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은 19대 국회에서 폐지됐다.

즉 18대 국회의원까지만 적용받는 셈이다. 국회의원 재직기간도 1년이 넘어야 하고 재직 시 제명 처분을 받았거나 유죄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경우에는 받을 수 없다.

예비군 및 민방위 훈련 면제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향토예비군설치법 제5조’를 특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5조에는 ‘국방부장관은 예비군이 그 임무수행을 위하여 출동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예비군 대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 이내에 지정된 장소에서 소집에 응하도록 동원을 명령할 수 있다’ ‘국회의원, 외국에 여행 중이거나 체류 중인 사람, 국외를 왕래하는 선박의 선원 또는 항공기의 조종사와 승무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대해 동원을 보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민방위기본법’ 제18조 및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5조에 따른 것으로 국회의원만의 특권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차관급 대우
반 정치 우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은 차관급 대우를 받게 돼 있다. (같은 논리면) 장·차관 특권도 폐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특권을 고리로 국회의원을 공격하는 것은 정치 혐오감 등 반(反)정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1명에 투입되는 돈은?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1명 당 연 6억7000만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5월7일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개원일인 지난 5월30일 기준으로 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1억3796만원이다. 월로 나누면 1149만6820원이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일반수당 646만4000원, 입법활동비, 관리업무 수당, 정액급식비, 정근수당과 함께 설과 추석에 지급되는 명절휴가비까지 총 775만6800원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사무실 운영비 월 50만원, 차량 유비지 월 35만원, 차량 유류대 월 110만원 등 의정활동 경비로 지금되는 금액 역시 연간 9251만 8690원으로 집계됐다. 의원 본인에게 지급되는 금액만 한해 2억3048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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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