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너 몰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장롱 속 수상한 현금 뭉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4선 중진의 국회의원이 막다른 길로 내몰렸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뇌물수수 혐의의 수렁에 빠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노 의원은 계속 결백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엄호사격’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차하면 ‘방탄 프레임’이 덧씌워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마저 읽힌다. 

“저를 버리지 말아 달라. 간절히 부탁드린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3쪽짜리 편지를 동료 의원들에게 돌렸다. 다음날에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듭 결백을 주장했다. 노 의원은 현재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돌아선 당심
찬밥 신세?

노 의원은 유력 정치인의 아들에서 4선 중진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1957년8월3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신공덕동에서 태어난 그는 고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차남이다. 노 전 부의장은 5선 국회의원과 국회부의장, 재선 마포구청장을 역임했다. 야권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출마한 선거에서 전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노 의원은 공덕초등학교와 대성중학교를 거쳐 대성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이 노 의원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다. 당시 이 상임고문은 노동운동가 활동을 하는 동시에 대성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노 의원은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했다. 1985년에는 MBC로 이직해 2003년까지 몸담았다. 그는 MBC에서 보도국 기자로 시작해 사회부 차장까지 맡았다. 1990년 ‘혜영 용철 사건’을 보도해 영유아 보육법 제정에 일조하기도 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MBC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 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던 노 의원은 2004년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다. 그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제17대 총선에 출마했다. 지역구는 서울 마포구 갑이었다. 이곳은 부친인 노 전 부의장이 제13대 총선에서 당선된 곳으로 10여년이 지난 뒤에 아들이 지역구를 넘겨받은 셈이다.

노 의원은 당시 크게 일었던 ‘탄핵 역풍’의 도움을 받아 초선에 성공했다. 득표율 44%를 기록하면서 39%를 얻은 한나라당 신영섭 후보를 제쳤다.

국회에 입성한 노 의원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이후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게 2.7%p 차이로 낙선했다. 정권교체·서울 뉴타운 개발 등의 영향으로 한나라당 우세가 일찍이 예견된 선거였다.

노 의원은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17대 총선에서 만났던 신영섭 후보과의 리턴매치서 승리했다. 이후 노의원은 2014년까지 민주통합당 서울특별시당 위원장,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장,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노 의원은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지역구 단수 공천을 받은 뒤 무난하게 과반을 차지했다. 공천 당시 당 지도부가 해당 지역구에 조응천 의원을 전략공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결국 터줏대감인 노 의원이 공천됐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전략공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당초 출마를 준비하던 강 수석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의석 탈환에 차질을 빚었다.

민주 4선 중진 뇌물수수 의혹…진실은?
녹취록 이어 집서 수억원 돈다발 발견


노 의원은 비교적 무난하게 당내 중진 반열에 들어선 반면, 원내대표 도전에서는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노 의원은 3선 의원이던 2016·2018·2019년 총 세 번이나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지만, 매번 낙선했다.

노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원내대표 4수 도전 여부가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 의원은 함께 비문(비 문재인)계로 분류되던 정성호 의원이 출마하자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출마했다. 당시 여론조사 2위를 기록하는 등 무난한 당선이 예견됐다. 실제 개표 결과, 총득표율 13.17%(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당선 약 8개월 만에 최고위원 자리에서 내려왔다. 민주당이 지난해 4·7 재보선서 참패하면서 당 지도부가 총사퇴했기 때문이다. 이후 친문(친 문재인)계 도종환 의원을 주축으로 임시 비대위가 구성되자, 노 의원은 “국민들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하지만 노 의원의 비판은 기우로 끝났다. 도 의원과 임시 비대위의 활동 기간은 단 일주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 직후부터 일주일 뒤 윤호중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노 의원은 지난해 6월 제9대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당초 예정된 임기는 내년 6월까지였지만, 지난 9월 사의를 표했다. 노 의원이 지난달까지 물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뒤늦게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졌다.

야권 일각에서는 노 의원이 이재명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로 무언의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는 후일담이 나온다.

양측 간의 묘한 긴장감은 한 보고서에서 시작됐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7월 ‘지방선거 평가보고서’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를 지목했다. 이 대표를 비호하던 강성 지지층은 당시 뜨거웠던 ‘수박 논란’으로 노 의원을 몰아붙였다.

‘수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사용하던 일종의 멸칭이다. 겉과 속의 색깔이 다른 수박의 특징에 빗대 이 대표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를 ‘민주당인 척하는 보수인사’로 낙인찍는 용어다. 당시 노 의원은 수박 인사로 내몰린 데 이어 사퇴 요구에 휩싸였다.

아내 통해
수수 혐의

이후 양측은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 해촉 여부를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남 부원장은 10·29 참사 직후 SNS 실언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노 의원은 당 지도부에 남 부원장 해촉 의사를 전했지만, 이를 당 지도부가 뭉갰다는 것이다. 남 부원장은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로 꼽힌다.

그러던 중 노 의원이 뇌물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의혹 불똥이 노 의원에게 번졌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부총장이 사업가 박모씨에게 정치자금 3억여원, 인사청탁금 7억여원 등 총 10억원 남짓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었다.


이후 지난 8월 말 박씨의 녹취록이 추가 공개되면서 전 청와대 관계자와 야권 중진 정치인이 이 전 부총장에게 금품을 전달 받았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검찰은 언급된 야권 중진 정치인으로 노 의원을 지목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의원은 박씨의 아내 조모 씨를 통해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2월25일 박씨 아내 조모씨로부터 박씨 운영 발전소 납품 사업 관련 부탁을 받고 21대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으로 현금 2000만원 ▲같은 해 3월15일 조씨 통해 박씨가 추진하는 용인 물류단지 개발사업 실수요검증 절차 관련 청탁을 받고 1000만원이다.

이 외에도 ▲같은 해 7월2일 한국철도공사 보유 폐선부지를 빌려 태양광 전기를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 ▲같은 해 11월22일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에 관한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노 의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노 의원의 국회 사무실·자택·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노 의원의 자택 장롱에서 3억원 상당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노 의원은 이 돈이 2014년과 2017년 부의금, 2020년 1월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노 의원이 이자 수익을 볼 수 있는 은행 예금 대신 자택에서 거액을 보관해 온 점을 수상히 여기고, 돈의 출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해명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현금 뭉치 일부가 띠지로 묶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노 의원 자택에서 확보한 현금 뭉치 3억 원 중 일부가 2020년 하반기∼지난해 초 날짜가 찍힌 띠지로 묶인 사실을 파악했다.


수사팀은 띠지에 적힌 시기와 노 의원 주장에 따른 현금 확보 시점이 맞지 않는 점에 주목했다. 게다가 해당 현금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하는 재산 내역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노 의원이 조씨를 만날 때 요구 사항 등을 메모한 의원 일정표, “노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조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미한
엄호사격

검찰은 지난 6일 노 의원을 불러 소환조사한 뒤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에 명시된 혐의는 뇌물수수·알선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자택 압수수색 당시 발견한 3억원에 관한 혐의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이어 준비해온 사진을 가리키며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앞서 밝힌 자금 출처 중)일부는 봉투조차도 뜯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십여개의 봉투에서 그 돈들을 일일이 꺼내봤다. 여기 당시 현장에 있던 축의금·조의금 봉투와 이를 꺼내서 돈뭉치로 만드는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 있다”면서 “압수수색 영장에도 없던, 목록에도 없던 걸 이렇게 불법으로 돈뭉치를 만들어서 저를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 명백한 증거 조작이고, 증거 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 묻겠다”며 “왜 각각의 봉투에 있던 돈을 다 꺼내서 돈뭉치로 만들었는가. 증거로 인정되려면 현상 그대로 보전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것이 윤석열·한동훈 검찰이 야당 정치인을 수사하는 방식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가 제출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 15일 국회에 접수됐다. 현역 국회의원인 노 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해야 한다. 국회는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야 한다. 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수 참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이다.

노 의원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대대적인 ‘엄호사격’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검찰과 정부를 매섭게 비판하면서도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은 채택하지 않았다.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
가부 상관없이 ‘가시밭길’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직후 “노 의원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노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노 의원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힐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하는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 원칙에 반하는 과잉 청구로, 노 의원의 방어권과 의정활동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 의원은 그간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했고, 불구속 상태에서도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했다”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사정이 없는데도 검찰은 피의사실 유포 등을 통해 노 의원에게 주홍글씨를 새겨 넣으려 한다”고 맹폭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고 결과를 의원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노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탄압’으로 규정했지만,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이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체포동의안 가부를 직접 결정할 수 있지만, 부결을 밀어붙일 경우 기존의 ‘방탄 정당’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의원이 의총에서 신상 발언을 요청해 검찰 수사의 편파성을 지적하며 공정하게 수사받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며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할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해 검찰에 대항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도부는 자율 투표로 가더라도 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피하면서도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찾은 셈이다. 

하지만 지도부 안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아예 당론으로 박아둬야 한다는 강경론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향후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노 의원 건이 가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라는 것이다.

여론이 
더 무섭다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당초 지난 16일 본회의 상정이 유력했다. 하지만 여야가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함께 미뤄졌다. 다만 체포동의안 가부 여부와 상관없이, 노 의원 앞에는 당분간 가시밭길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망이 점차 조여들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국민 절반 “폐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도착했다.

가부 여부를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 상반기 국민 절반 이상이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론조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20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5월17~18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38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0.1%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폐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중대범죄에 제한해서 불체포특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23.0%를 기록했다.

반면 ‘현행 유지’ 응답은 16.7%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계양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체포특권 찬반 논쟁이 일었다.

이 대표가 검찰 수사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국회 입성을 노린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제21대 국회의 첫 체포동의안은 이 대표가 아닌 노 의원 몫이 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표본조사 완료 수는 1018명이며, 응답률은 3.3%다.

그 밖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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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