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봄은 길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잠시 숨통을 텄던 소상공인이 다시금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코로나 후유증’이 다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증가와 인플레이션 탓에 올라간 금리도 소상공인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쳐지자 이들은 “사중고에 시달린다”고 절규한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 회장은 지난달 28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긴급기자회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으로 내년 최저임금의 동결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최저임금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윤석열정부의 첫 최저임금 선 결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었다.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시간당 9160원 동결을, 노동계는 올해보다 18.9% 인상된 1만890원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오 회장은 “소상공인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면서 숨통이 트이나 싶었던 것도 잠시, 유동성 증가와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상승한 물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높은 이자 비용까지 겹쳐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상황에 최저임금까지 상승한다면 소상공인은 ‘사(死)중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인지가 지난달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즈다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2018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이후로 3년8개월 만에 이뤄낸 쾌거다. 대회 직전까지 은퇴를 고민했다던 전인지. 그는 이번 대회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전부 털어내는 시원한 스윙을 선보였다. 전인지는 1994년 8월10일 전북 군산 태생으로 유년 시절 IQ가 138에 달해 수학에 두각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 영재’와 골프 사이에서 고민하던 전인지는 결국 골프를 선택했다. 이후로는 함평골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주목받는 신인 대기록 달성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뒤 2013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데뷔 첫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당시 투어 최강자였던 장하나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접전을 벌인 끝에 석패하며 골프 팬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6월에 열린 KLPGA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최종 라운드 마지막 4홀 연속 버디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전인지는 이 우승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내 최대 성소수자 행사로 불리는 ‘퀴어문화축제’가 코로나로 중단된 지 3년 만에 돌아온다. 이 가운데 서울시가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밀어 논란이다. 조직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보수 기독교계가 맞불을 놓으며 충돌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행사 개최 전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 15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는 이날 회의를 열고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신청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 안건을 수정 가결했다. 혐오 뚫고 행진한다 조직위는 다음 달 12일부터 17일까지 모두 엿새간 행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민위는 다음 달 16일 하루만 사용토록 결정했다. ‘신체 과다 노출과 청소년보호법상 금지된 유해 음란물 판매·전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따라붙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위에서 시민과 충돌 가능성 등을 우려해 사용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며 “조건을 어기면 차기 축제 개최 시 서울광장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주최 측에 알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직위는 코로나 확산 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제16회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고난도 곡을 선택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의 우승 소감은 의외로 “마음이 심란하고 걱정된다”였다. 정점에 서고도 스스로 부족함을 찾는 사람. 그가 ‘이뤄낸 것’보다 ‘이뤄낼 것’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임윤찬은 지난 2일부터 18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1위)과 2개 부문 특별상(청중상·신작 최고연주상)을 받았다. 그는 우승 상금 10만달러와 특별상 상금 7500달러 외에도 3년간 연주 기회·예술 멘토링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388명 참가 특별상까지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1958년 제1회 러시아 차이콥스키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1962년부터 반 클라이번의 고향인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개최되고 있다. 이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못지않은 권위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올가 케른·츠지 노부유키 등이 이곳 우승 기록을 보유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2009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모처럼 휴가를 떠나는 이가 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고, 황금연휴와 여름휴가 기간이 이어진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휴가를 다 망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명 숙소 ‘오버부킹(중복 예약)’ 때문이다. 숙박 앱(App)의 불완전한 대처 아래, 오버부킹 피해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숙박 앱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오버부킹 피해도 덩달아 늘어왔다. 오버부킹은 숙박 앱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숙박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상 줄일 순 있어도 없앨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야놀자 여기어때 한 객실이 여러 플랫폼에 모두 올라가기 때문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숙소 예약을 위해 다른 플랫폼 이용자들과도 동시에 경쟁하는 셈이다. 어느 한 곳에서 객실이 예약되면, 다른 플랫폼에서는 ‘예약 마감’ 처리를 통해 오버부킹을 막아야 한다. 이때 숙박업체나 숙박 앱의 대응이 늦어지는 게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다. 숙소 마감 처리가 모두 ‘수동’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간혹 숙박업체가 고의로 오버부킹을 유도하는 경우도 목격된다. 객실 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예상한 대로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출범 2년차지만 실적은 고사하고 수사 인력 공백조차 메우기 힘겹다. 현직 검사와 검찰 출신 변호사 대부분이 공수처 지원을 꺼린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공수처는 ‘맹탕 수사’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인력난과 부실 실적의 악순환에 빠진 공수처. 새 정권의 ‘칼질’을 가만히 기다려야 할 운명에 놓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4일, 검사 추가 공모에 나섰다. 부장검사 2명 이내와 평검사 1명 등 검사 3명을 모집한다. 인원이 보강되면 공수처는 출범 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검사 정원 25명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된다. 미미한 성과 공수처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해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김 처장은 “공수처는 사건의 접수와 처리는 물론이고 예산·회계, 국회·언론, 인사나 법제, 행정심판, 감찰 등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의 모든 업무를 공수처법상 정원 제한 때문에 극히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정원이 너무 적게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송해. 꾸준함과 일요일의 상징과도 같은 남자다. 그가 힘차게 외치는 “전국~”을 들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노래자랑!”으로 화답했다. 그의 능수능란한 진행과 격의 없는 소통을 곁들인 <전국 노래자랑>은 지난 34년간 온 국민의 성원을 받는 ‘축제’였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슬픔에 잠겼다. 송해의 본명은 송복희다. 고향은 이북인 황해도 재령군이다. 어릴 적부터 동네에서 끼 많은 개구쟁이로 유명했다고 한다. 가족은 부모님과 형, 여동생이 있었다. 형이 아버지와 갈등을 빚다 집을 나간 후로는 넷이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실향민 출신 코미디언으로 22세 때 1949년 해주예술전문학교에 입학해서 성악을 공부했다. 하지만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더는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송해는 전쟁 초기에는 가족들과 고향에 머물렀다. 당시 구월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공산당 유격대의 모병을 피하려고 인근 마을에 숨었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1·4 후퇴 때 어머니와 여동생을 두고 나왔다가 영영 이별하게 됐다. 북한 인민군의 진격하면서 재령에서 해주, 해주에서 연평도로 피란을 이어갔다. 연평도에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덮어놓고 무조건 잡아떼면 그만. ‘환자 안전’을 앞세우니 더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19 유행 속 요양병원 상황이 이렇다. 요양병원의 고질병인 환자 방치 논란은 여전히 뜨겁지만 ‘코시국’ 들어서는 제지도, 입증도 한층 힘들어졌다. 요양병원이 일제히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보호자는 방문조차 어려워진 탓이다. 확산세가 완화된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요양병원은 코로나 유행 초반부터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한 곳이다. 수십명이 동시에 감염돼 코호트 격리가 시행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피해도 막대했다. 비교적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들이 밀집한 곳이다 보니, 감염 뒤 사망하거나 후유증을 앓는 환자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보호 조치? 이에 방역당국은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각종 조치를 총동원했다. 백신을 우선 배정하고,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을 ‘감염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방역당국은 2020년 3월부터 면회를 제한했다. 임종 등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가족들의 병원 방문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접촉 면회는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휴나 명절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그들만의 리그’에서 거대 양당이 벌이는 각축전.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정당 색채가 중도가 아닌 진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진보’ 팻말을 들고도 국회의원 당선, 기초단체장 재선을 연거푸 이뤄낸 이가 있다. 바로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이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당의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이기도 하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 당선인은 노동운동가 출신의 진보 정치인이다. 20여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고배도 많이 마셨지만, 제3회 지방선거에서 울산광역시의원, 2011년 재보궐선거에서 울산 동구청장, 제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한국 진보 정치사에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이번에는 다시 지방선거에 도전해 울산 동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 울산 동구가 노동자 밀집 지역으로 진보 정당 강세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김 당선인 선거 전적을 살펴보면 ‘텃밭’은 결코 아니고, ‘그나마 해볼만한 곳’ 정도의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과연 ‘그나마’를 ‘진짜’로 바꿔낸 비결은 무엇일까. 아래는 김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진보당의 유일한 기초단체장 당선인이다. 당선 소감을 전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숨 좀 골랐더니 또다시 언덕이 보인다. 봄을 지나며 완만한 내림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번 여름 다시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질 일만 있다고 믿은 이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전문가들도 코로나 확산 규모와 시기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는 눈에 띄게 누그러들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확진자는 6139명이다. 일시적이긴 하지만 넉 달 반 만에 6000명대 확진자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9명으로 7달 만에 한 자릿수로 내려갔다. 지금 줄어도 당장은 유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달에는 확진자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는 1만4467.1명이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지난 1일 공개한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를 보면, 여러 국내 연구진들은 이번 달 중순까지 확진자가 하루 5000여명에서 1만1000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은옥 건국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주간 감염재생산지수가 비슷하게 유지될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립’이라는 두 글자에는 숙명이 담겼다. 나라가 세우고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더 철저하고 더 ‘잘’해야만 한다. 그리고 병원은 본디 철저한 곳. 사람들이 국립병원을 특히 신뢰하는 이유는 이 ‘덧칠’된 철저함에 있다. 하지만 경찰병원은 그 믿음을 저버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애먼 환자들의 몫이다. 경찰병원(이하 병원)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국립종합병원이다. 개원 이후 계속해서 규모를 키워오면서 이제는 병상 500개에 달하는 대형 병원이 됐다. 주로 경찰관·의경·소방관들이 이용하지만, 민간인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늦어도 1시간 부실한 조제 국립병원인 만큼, 의료진 대부분은 공무원이다. 현재 전문의 73명과 간호사 243명이 일반직·일반임기제·전문임기제 공무원 등으로 근무 중이다. 또 이곳은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이란 정부 조직 가운데 정책 집행과 행정 서비스 전달을 담당하는 행정 기관을 가리킨다. 일반 행정 기관과 달리 운영 과정에서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받지만, 운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넓은 자율성이 ‘느슨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율성을 넓히는 것은 효율을 높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표 의원을 제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정치권 반응은 극과 극이다. “온화한 성품과 5선 의원으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김 의원이 적임자”라는 환영과 “검수완박 꼼수 통과에 일조한 이가 의사봉을 잡느냐”는 비판이 동시에 쏟아졌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김 의원은 갈등의 중심에 스스로 발을 들였다. 김 의원은 1947년 5월4일,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났다. 4살 때 6·25전쟁이 발발했다. 김 의원은 아버지와 함께 피란길에 올라 경기도 수원시로 향했다. 전쟁통에 생이별한 어머니와는 영영 이산가족이 됐다. 실향민에서 정책통으로 수원에 정착한 김 의원은 그곳에서 10여년간 살았다. 서호초등학교에 이어 수원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로는 서울로 유학을 떠났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다. 김 의원은 학업을 마치고 공직에 발을 들였다.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년간 재무 관련 부처에서 재경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김 의원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문민정부부터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극비리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여름이 성큼 다가오면서 전력 사용량도 점차 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력 사용량과 연료비가 동시에 정점을 찍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한국전력공사를 살리려면 요금을 올려야 하고, 서민을 생각한다면 내려야 한다. 둘 중 하나가 무조건 죽는 잔혹한 치킨게임 속, 둘 다 살릴 묘책은 정녕 없는 걸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최근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은 연료비 탓이다. 국제적인 고유가 현상으로 전력 생산원가가 급등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도매가는 지난해 4월 ㎾h당 76.35원에서 지난 1분기 200원 내외로 급등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사이에 생산원가가 약 150%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반값 판매 역대급 적자 반면 ‘정가’인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고물가 때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서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정부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부의 결정 앞에서 지난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무색해졌다. 그 결과 한전은 1분기 내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 에너지 업계에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잔인한 계절의 끝. 도중에 쓰러진 이도 부지기수였다. 안간힘을 쓰며 버텨낸 이들은 기뻐할 새도 없이 상처를 돌본다. 코로나 대유행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다.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들이 윤석열정부에 바라는 ‘동아줄’은 과연 무엇일까.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회원본부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소공연)는 7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법정 경제단체다. 전국 155개 이상 지부에서 도소매업·제조업·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차남수 소공연 정책회원본부장은 700만 소상공인을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맡았다. 그가 총괄하는 정책회원본부는 소상공인 정책연구·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기획·제안한다. 아래는 차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 유행으로 소상공인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말 그대로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봤습니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소상공인 사업체당 영업이익은 유행 이전인 2019년에 비해 평균 43.1% 감소했습니다. 특히 예술·스포츠·여가 업종은 영업이익이 무려 85.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장애인. 오래전부터 사회적 약자로 인식돼왔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인 나라.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는 우리가 오랫동안 미뤄둔 이 시대의 숙제다. 이를 위해 윤석열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지하철을 멈추고 도로를 막는다. ‘투쟁’이라 불릴 정도로 과격한 시위 방식 탓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요시사>와 만난 박경석 상임대표는 “그런 평가는 의미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에게는 시민들의 손가락질보다도, 경찰 조사보다도 무서운 게 있어 보였다. 바로 또 다른 5년을 허송세월로 보내는 것이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장애인들이 윤석열정부에게 바라는 점, 어떤 것이 있나요? ▲저희는 2001년 활동을 시작하면서 김대중정부부터 이번 윤석열정부까지 일관된 요구사항을 전달해왔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환경의 변화를 바랍니다. 정부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말로만 보장할 것이 아니라 예산을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중 가장 시급한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도시의 ‘밤’이 다시 길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도 어느덧 한 달째. 시간에 쫓기는 술자리 풍경도 이젠 옛말이다. 대중교통 운행이 대부분 끝난 자정 즈음이 되면, 대로변은 택시를 찾는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A씨.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회식이 돌아온 요즘, 부쩍 택시 탈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택시를 잡는 데 짧아도 30분, 길면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지나가는 택시뿐만 아니라 전화·앱 등을 총동원해도 마찬가지다. 회식은 부활 택시는 실종? A씨는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택시를 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맞지만, 택시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며 “돈을 좀 더 줘야 하는 콜택시, 호출 앱 등을 써도 잡히질 않는다. 종로나 건대입구 같은 번화가에서 택시를 타려면 길 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말대로, 최근 불거진 심야 택시 ‘대란’은 공급이 급감한 탓이 크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그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코로나 불황 때 업계를 떠난 인력은 돌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국내 건전지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인 SM벡셀. 2020년 한 직원이 퇴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부당 징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신질환까지 앓은 직원. 이 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했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해명이 석연치 않다. 2년을 끌어온 양측의 진실공방은 이제 그 종착역만을 남겨뒀다. 직원 A씨가 SM벡셀에 입사한 때는 2019년 8월. 그는 정규직 입사 약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직을 강요받았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집요한 사직 요구는 8번이나 반복됐다. A씨는 “2020년 3월16일, B 영업본부장(이하 B 본부장)이 나를 부르더니 ‘퇴사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사직 요구가 반복될 때마다 그 이유를 물었지만, 끝까지 들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뜬금없이 사직 강요 이어 “인사총무팀에게 사직 요구의 이유를 물었더니 ‘전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B 본부장은 내가 인사팀에게 문의한 사실을 알고 그것까지 질책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2020년 3월26일 이뤄진 A씨와 B 본부장의 면담 녹취를 입수했다. A씨는 B 본부장에게 사직 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유난히 길었던 영화관의 겨울. 무려 2년여 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찾아왔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흥행 기대작 연속 개봉에 힘입어 실적 반등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니다. 확 불어난 인파로 직원들의 곡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구인난 속 인력 대거 확충’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은 탓이다. 지난 2년간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영화업계의 불황으로 직결됐다. 시행 당시 업계는 시시각각 변하는 방역지침에 대응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정부 지침을 준수하면서도 살 길을 골몰해봤지만, 피해를 줄일 수는 있었을지언정 막을 수는 없었다. 겨울 지나고 봄이 왔건만…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널을 뛰는 방역지침 때문에 업계와 관객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당시 방역 당국은 그 전달부터 시행됐던 ‘위드 코로나’ 여파로 강해진 확산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역 패스’ 도입을 선언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에 발맞춰 여러 빗장을 풀었던 업계로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지난해 11월)에는 백신 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취식과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6·1 지방선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선거판에 드리운 윤심·명심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질 선거로 각자 이겨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일요시사>가 광역단체장 최대 승부처 5곳을 들여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격전지’ 경기도를 비롯해 인천·강원·세종 수성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서울 승리를 자신하며 다른 지역 수복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목표는 서로 반대지만 절실한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를 뚫고 정권교체의 연착륙을 지원할 힘이 필요하다. 다음 총선이 2년가량 남은 지금, 지방선거 승리는 ‘여당’ 국민의힘이 윤석열정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입장에서도 이번 지방선거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선거다. 대선 석패를 곧바로 설욕하고, 빼앗긴 주도권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반대로 패배할 경우, 검수완박 강행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게 큰 부담이다. 이렇듯 총력전을 위한 명분은 차고 넘친다. 이를 위한 ‘장외 전초전’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대진표는 대부분 확정됐다. 양당은 이번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집착’인가 ‘집념’인가. 정치인들은 선거철마다 유권자들에게 전화를 건다. 고작 ‘몇 번’이라던 연락은 후보 수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뽑을 사람이 많은 지방선거가 돌아오면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극심해진다. 애써 무시해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놈 목소리’. 이들은 승리를 위해 편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인다. 날마다 빗발치는 선거 전화. 이에 대한 불편과 짜증은 오롯이 유권자들의 몫이다. 선거 때마다 ‘뿔난’ 유권자들의 항의가 줄을 잇는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선거 관련 상담은 무려 1만507건. 신고 건수도 156건에 달했고, 이에 따라 105건의 행정처분이 이어졌다. 막무가내 유권자들은 “지방선거가 가장 피곤하다”고 입을 모은다. 걸린 ‘자리’가 많다 보니 자신을 알리겠다는 사람도 자연히 많아지는 탓이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자치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 의원, 교육감 등을 동시에 선출한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다, A씨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는 경기도 B시의 유권자다. 그는 지난달 중순부터 B시의